귀차니즘형에 해당되는 연구 참여자는 혜원, 민재, 현종 셋이다. 귀차 니즘 역시 인터넷 조어로서, 위키백과에서는 ‘'귀찮다'라는 동사와 '~nism'이라는 특정 사상을 지칭하는 접미사의 뜻이 만난 합성어’로 보 고 있다. 이는 만사를 귀찮아하는 성향을 의미한다. 귀차니즘형은 문자 그대로 프로필 사진을 관리하거나 사진을 통해 소통하는 것 자체를 귀찮 아 한다. 이들은 눈팅형과 비슷하게 카메라에 대해서 소극적이거나 부정 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있지만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에 의미를 느끼지 못 한다.
현종: 저는 거의 제가 찍지도 않고. 찍히는 것도 개인샷은 거의 없고 그 냥 모임 같은 데서 단체 사진 정도? 별로 굳이 찍을..(이유가 없어요.) 뭐
옆에서 찍으면 ‘알아서 하세요.’ 이건데.
혜원: 사진에 나오는 모습이 마음에 안 드는 것도 있고. 사진 자체 찍는 거를. 제가 그런 것들을 귀찮아하는 거 같아요. 제가 의식적으로 표정이 라든지 그런 거를 좀 그러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싫어요. (셀카도) 필 요성도 별로 못 느끼고. 가식적으로 예쁜 척 하고 그런 에너지 자체가 좀 귀찮고.
민재: 사진 찍는 거는 진짜 거의 안 찍고. 찍히는 건 좀 분위기 좋을 때?
단독 사진 이런 건 별로 안 좋아하는데 단체 사진 찍을 때는 그냥 좀 재 밌어 하죠. 셀카는 진짜 안 찍어요. 1년에 두 번? 세 번? 전 카메라는 진 짜...카메라 어플이 없어도 될 정도로 사용을 안 해요.
이처럼 카메라를 사용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지 못하는 귀차니즘형 은 프로필 사진을 관리하는 것에도 의미 부여를 하지 않는다. 민재 같은 경우는 카카오톡을 시작한 이후부터 단 한 번도 프로필 사진을 업로드해 본 적이 없다. 그 주된 원인은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에 신경을 쓰는 것 자체가 ‘귀찮기’ 때문이다.
민재: 원래 처음부터 한 번도 바꾼 적 없어요. 굳이...워낙 사진을 안 찍 기도 하고. 그냥. 메신저용이지 뭐 사진을 올리고 그런 게 없었는데. 별 로 신경 안 쓰여요. 그래서 지금에 와서 올리기도 좀 그래요. 여태까지 2년이 넘게 카톡 프사를 안올리다가 갑자기 프사가 올라오면 심경에 변 화가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뭔가 물어볼 수도 있겠죠, 나 한테. 갑자기 왜 프사를 올렸냐? 그런 것도 좀 귀찮기도 하고. 그냥 몰라 요 그런 거 별로 신경 쓰고 싶지 않아요.
특히 취직 준비로 정신이 없는 혜원은 “다 귀찮은 상태”이다. 더군 다나 정신이 없는 와중에 프로필 사진은 그저 하찮은 존재일 뿐이다.
혜원: 그냥 내가 신경 쓰고 있는 게 있잖아요, 지금. (취직) 그것도 내 신 경을 오롯이 투자해야 되는 큰 파트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
은 성가신 것들이죠. 이게 원래부터 나한테 큰 의미가 없었기 때문에.
이거를 관리를 꾸준히 해야겠다는 관념 자체도 잘 없을 뿐더러. 지금은 더더욱이나 이 찌질한 프로필에. 그거를 올리기 위해서 어떤 사진이 좋 을까 그걸 서치(search)를 하고 그런 것들 자체가 지금은 좀 번거로워요.
예전부터 카스나 프로필 꾸미는 걸 좋아하고 이랬으면 모르겠는데 그것 도 아닌데다가.
또한 귀차니즘형은 카카오톡을 통해서 소통하는 것에 부정적이고 오히 려 연락하는 행동을 취하거나 직접적인 대면을 하는 것을 더 선호한다.
민재: 연락하는 것도 그냥....애들이랑 문자나 주고받으면 되죠. (사진을 업로드하기보다는)
혜원: 이거 안한다고 내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연락할 애들이 안 할 것도 아니고.
현종: 저는 솔직히 이걸로 연락을 한다고 사회성이 있다고 생각을 잘 안 해서 쓰잘데기 없는 인맥이라고 생각해요. 전 이거의 인맥이 얕다고 생 각해요. 보여주고 싶은 것만 대충 보여주고 마는 거지. 이렇게 내가 나 를 계속 공개를 해가지고 어떻게 보면 내가 접촉 횟수를 늘림으로 인해 서 그냥 한 번 생각나게 만드는 거는 얕다는 거죠.
귀차니즘형 역시 눈팅형과 같이 프로필을 통해서 자신을 공개하는 것 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눈팅형과는 달리 타인에게 관심이 많지 않고 타인의 시선에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다.
혜원: 저는 (남들의 시선에) 신경을 안 써요. 저는 (제 프로필이) 안 보이 니까. 내 말만 보이니까.
현종: (내 프로필 사진을) 볼 사람은 보고 말 사람은 말고. 솔직히 저도 남의 프로필을 거의 안 봐가지고.
혜원은 타인의 프로필을 구경하는 일은 거의 없고 “리스트 목록을 브라
우즈(browse)하면서 쓸모없는 관계들을 한 번 정리”할 때에만 유심히 보게 된다고 했다. 눈팅형이 타인의 프로필을 구경하는 것과는 대조되는 지점이다.
한편 카메라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귀차니즘형은 사진 보다는 차라리 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인 상태메시지를 통한 소통을 택하기 도 한다. 혜원은 “드문드문” 의미 있는 사진을 설명하고 싶을 때에 상 태메시지를 통해 사진의 의미를 설명한다. 카카오톡 가입 이후 단 한 번 도 프로필 사진을 올린 적이 없었던 민재도 오랫동안 바꾸지는 않지만 상태메시지만큼은 써놓는다. 취업 준비를 하던 당시에 써놓았던 상태메 시지는 취업을 한 지금도 바꾸지 않았다. 현종 역시 상태메시지를 주기 적으로 업데이트하다가 그만두었다.
민재: 그 때 취업 당시 힘들고 좀 그러니까. 취업 준비 할 때, 공부 할 때 알겠지만 진짜 인터넷 기사 보는 것도 재밌고 그러잖아요. 그러다보 니까 카카오톡도 그냥 뒤적뒤적뒤적 하다가 남길 말 한 번 꺼본 거죠.
큰 의미는 없어요.
현종: 저는 거의 문구로만 해놔요. 원래는 잠언집에서 하나씩 업데이트 를 했었는데 역시 사람이 꾸준하기가 힘들다고 좀 업데이트하다가 요즘 은 안하고 있는.
귀차니즘형은 자신을 공개하는 것에 대해서 크게 거부감은 없지만
“나의 모든 일상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은(민재)” 성향을 띠고 있다는 점에서 눈팅형과 비슷하다.
혜원: (나를 공개하기를) 꺼리는 건 아닌데 굳이 그럴 필요성을 못 느끼 는 거 같아요. 그 공간 자체가 내가 내 일기장에 쓰는 게 아니고 남들이 본다는 걸 전제하는 공간이고.
이러한 귀차니즘형은 한편으로는 영상 문법이 지배적인 지금과 같은 시대에 예외적인 존재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영상과 친밀하지 않다는
점에서 영상 중심적인 미디어 환경에서 포섭하기 힘든 유형으로써, 체제 가 손을 뻗치지 못하는 영역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실천 유형으로 이해해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