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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화된 자아와 연결성의 문화

위험 사회에 직면해 있는 유동적인 근대의 자아들은 온라인 공간을 맞이하게 되면서 또 한 번 새로운 맥락의 자아 성찰 방식에 노출되었다.

전통적으로 자아 표현과 인상관리의 대표적인 주자로 일컬어지는 고프만(Goffman, 1959)은 자아를 무대에서 연기하는 일종의 공연자(performer)라고 보고, 자아가 무대에서 연기를 하면서 관객들과 소통하는 과정이 커뮤니케이션의 상호작용이라고 보았다. 개인들은 표현을 제공(give)하고 또 발산(give off)하며, 이는 곧 인상(impression)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인터넷과 스마트폰이 만들어내는 하이퍼스페르 환경에서의 온라인 자아들은 오프라인과는 또 다른 새로운 무대를 만나고 있다. 고프만식의 논리에 따르면 카카오톡 사용자들은 각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잘 드러낼 ‘인상’을 형성해서 관리한다.

카카오톡 공간에서는 프로필 사진이 일종의 공연자처럼 자기표현을 하고 사회적 연결망 속에서 타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하고 있다.

이처럼 ‘연결된’공간에서 인상을 관리하고 있는 자아와 관련해서 파파짜리찌(Papacharissi, 2010)는 네트워크화된 자아 (networked self)의 개념을 제시한다. SNS는 개인으로 하여금 멤버 프로필을 구성하도록 하고 자기표현과 사교적(social) 연결을 위한 무대를 제공해준다는 데에 그 매력이 있으며, 자기표현을 용이하게 해주는 소품을 제공함으로써 사교적 연결망의 공적인 전시를 중심으로 공연을 펼칠 수 있도록 한다.

개인은 이를 통해 정체성을 증명하고 사교적 연결망의 유동적인 연대 속에서의 성찰적인 과정을 통해 자아를 소개함으로써 ‘네트워크화된 자아’(networked self)가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보이드(Boyd, 2010)는 ‘네트워크화된 공중’(networked public)의 개념을 소개하며, 이를 네트워크 기술에 의해서 구성되는 공간이자 사람, 기술, 실천의 교차로 생겨나는 상상된 집단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이러한 네트워크 공중은 SNS 사이트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네 가지 기능인 ① 프로필 ② 친구 목록 ③ 댓글 기능 ④ 스트리밍에 기반한 업데이트를 통해서 구조화된다. 이 때 프로필은

SNS에 있어 핵심적인 기능으로서, 내재적으로 사회적인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참여자들은 적극적으로 그리고 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자신의 프로필을 만들어내게 된다. 즉, 프로필 공간이 제공된다는 것은 온라인 자아 구성에 있어 기존의 오프라인 자아 구성과 다른 점이자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카카오톡 프로필이 현대의 디지털 환경에서 자아 정체성을 관리하는 데에 중요한 도구가 된다는 것을 유추해볼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에바 일루즈(Illouz, 2007)는 온라인 데이트 사이트를 통해서 온라인에서의 자아 정체성이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살펴본다.

온라인에서의 프로필 포스팅 행위는 토크쇼나 격려집단 같은 여타 심리적 문화형식과 마찬가지로 사적 자아를 공적 수행으로 전환한다.

즉, 프로필을 통해 사적 자아는 추상적, 익명적 관중 앞에 공적으로 전시되는 가시적 존재로 바뀐다. 특히나 프로필을 작성하는 목적은 누가 읽느냐와 상관없이 나 자신에 관한 진실을 제공하는 것으로서, 이 때 수행의 대상은 시각적, 언어적으로 구체적이고 특수한 상대가 아니라 일반화되고 추상적인 관중이다. 이 때 자아는 다양한 표상들(프로필, 사진, 이메일)을 통해 포착될 수 있다. 자기소개가 사진을 통해서 이루어질 경우, 사람들은 미용 산업에 종사하는 모델이나 배우의 입장에 처한다. 가상공간에서 다른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는 나 자신과 내가 지각하는 나 자신, 그리고 나의 이상형에 집중하는 동시에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나의 모습에도 집중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넷은 시각적 표상 및 언어를 통해서 자아를 외화, 객관화하는 형태의 자기 인식에 기여한다. 인터넷데이트 사이트에서의 자기소개는 내향적 운동을 전제하며(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일반적이고 규격화된 질문지로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속성 때문에 20세기 초는 자아를 절충하고 소개하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전환점을 맞은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역사상 최초로 자아가 인상형성 및 인상관리를 목적으로 조립되고 조작되는 존재가 된 것이다. 피상적인 시각으로 볼 때, 인터넷 자아는 훨씬 더 유연하고 변화가능하고 복합적인 자아가 될 수 있다. 일루즈는 베네딕트 앤더슨의 ‘상상된

공동체’의 개념을 인용하며, ‘공동체를 상상하는 방법을 구분하는 기준은 진실한 방법이냐 거짓된 방법이냐가 아니라 상상의 양식’이라고 주장한다. 즉, 인터넷이 촉발, 유도하는 종류의 상상력은 인터넷 특유의 상상의 양식을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데이트 사이트의 상상의 양식(사이트에 의해 사이트에 배치되는 상상의 양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테크놀로지의 맥락(만남을 탈육체화하고, 그 만남을 순수한 심리적 사건으로 만들며, 주관성을 텍스트화하는 테크놀로지)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루즈의 주장은 최근 모바일 폰카메라와 SNS를 기반으로 형성되고 있는 모바일폰의 상상의 양식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 유효한 부분이 많이 존재한다. 이 글에서 주목하는 카카오톡은 비록 일루즈가 분석했던 데이트 사이트와 같이 구애의 목적을 지니지는 않았지만 사진과 텍스트를 통해서 온라인상의 자아를 표현하는 도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더군다나 MIM 상에 사진을 올리는 연출 행위 과정 속에서 자아는 스스로에 대해서 반성적으로 고찰하는 기회를 가지게 됨으로써 자아 정체성을 형성해나간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온라인에서 제공되는 공적인 공간에서 자신을 구성해나가는 작업은 반다이크(Van Dijck, 2010)가 주창한 개념인 ‘연결성의 문화(culture of connectivity)’에 관한 논의로 연결 지어 볼 수 있다.

연결성의 문화는 소셜미디어 사이트에 의해 사람들의 관점, 표현, 경험이 매개되고 있는 문화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SNS가 제공하는 구조에 의해 기억의 저장방식이 바뀌는 것을 야기한다. 이러한 문화에서는 단순히 사람들 간의 대인관계에 의해서만 기억이 저장되는 것이 아니고 기술적 구조에 의해서 기억이 구조화된다는 것이 특징이다.

즉, ‘사회성(sociality)을 구성하는 데 있어 플랫폼이 중심적인 영향력을 지니게 되었으며, 운영자와 사용자들이 이러한 구조를 형성하는 데 도움을 줌과 동시에 구조에 의해 형성되고 있는 것(Van Dijck, 2013, p.

23)’이다. 그리고 이는 일상생활의 변화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다.

이와 같은 이론적 배경 하에 본 연구에서는 카카오톡을 통해 극도로 연결성이 강조되고 있는 개인들이 카카오톡이라는 플랫폼이 제공하는

기능을 통해 어떠한 관점과 표현, 경험을 공유하고 있으며 또한 일상생활에서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 무엇을 나타내고자 하는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제 2절. 시선과 관객성 (spectatorship) 1. 시선과 프로필 사진

사진이라는 것은 ‘보는 것’과 깊게 연관된다. 최초로 사진이 찍혔을 당시에 사진 속 대상에는 촬영자의 시각이 투영되고, 사진 속에서의 대상은 이후 사진을 응시하는 자를 바라보며 또한 바라봄을 당한다. 이 때 ‘바라보기(looking)는 목적성과 방향성이 함축된 자발적인 행동’이며, ‘말하기, 쓰기, 신호하기와 마찬가지로 실천을 거치게 되는데, 자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선택과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다.(Sturken et al., 2006) 카카오톡에는 메시지를 보낼 수 있는 대상을 열거해둔 공간, 즉 친구 목록이 존재한다. 여기에는 카카오톡 상에 추가되어 있는 대화상대가 사진과 함께 마치 전시장에 걸린 액자처럼 나열되어 있다. 각각의 액자는 타인에 의해 ‘바라보아’ 지고, 또한 각 개인이 타인을 ‘바라볼’ 수 있는 대상이 된다. 누구나 카카오톡에 사진을 올리면 시선의 대상이 됨을 알고 있기에, 각 사용자들은 사진을 올릴 때에도 마치 큐레이터가 된 듯이 타인에게 전시할 사진과 숨겨야 할 사진을 전략적으로 배치하게 된다. 이러한 ‘시선의 공간’은 카카오톡과 연동된 카카오스토리에 의해서 더욱 더 전시장과 같은 면모를 띠게 되는데, 카카오스토리에서는 아예 사용자가 선별한 사진을 일렬로 늘어놓음으로써 그 사용자를 대신 나타내주는 사진들이 마치 갤러리에 걸린 그림들처럼 나란히 어깨를 맞대게 된다.

이재현 (2013)은 모바일 미디어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을 크게

① 대화에 의한 인간 상호작용 ②메시지 전송에 의한 인간 상호작용

③기계 상호작용의 세 가지로 나눈 바 있다. 앞의 두 가지 상호작용은 기존에 익히 알고 있는 인간 상호작용으로서 mVoIP(Mobile Voice over

Internet Protocol)을 통한 전화나, 무료 메시지를 통해서 수행할 수 있는 대인 간 상호작용이다. 본고에서는 세 번째인 ‘기계 상호작용’에 주목해 볼 수 있는데, 이는 ‘사용자와 모바일 미디어 사이에 이루어지는, 보다 구체적으로는 모바일 미디어 콘텐츠와 사용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상호작용’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사용자는 카카오톡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요소, 즉 친구 목록과 상호작용을 하게 되는 것이다.

MIM으로서 출발한 카카오톡의 원래 기능인 대화 기능을 이용하지 않더라도, 사용자는 타인의 프로필 사진 전시회를 둘러보며 사진들과 기계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다. 이는 마치 19세기 말 파리에서 시민들이 계층에 관계없이 모두가 대로에서 볼거리를 소비하는 문화 대중으로서의 구경꾼으로 탄생한 것과 마찬가지이다.(Schwartz, 2006) 대로의 카페에 앉아 있던 파리 시민은 자신 또한 볼거리가 되었으며, 지나가는 다른 이를 구경하곤 했다. 이들은 도시 곳곳을 누비며 그 당시 등장했던 밀랍 박물관이나 디오라마, 모르그 등을 관람하고 동시에 그 곳에 온 사람들도 관람했다.

오늘날 카카오톡은 이와 비슷하게 ‘시선의 공간’으로서 작동하며 수많은 익명의 시선이 교환되는 장소로 작용하고 있다. 카카오톡은 상대방이 내 번호를 소지한 이상 내가 원하지 않아도 상대방의 친구 리스트에 내가 추가된다는 점에서 단순히 면식 있는 사이에서만 작동하는 공간이 아니다. 또한 자신이 경험한 다양한 일상을 사진으로 전시함에 따라 현재 벌어지고 있는 볼거리가 무엇인지, 어떤 볼거리를 본인이 소비했는지를 사진을 통해 나타내주기도 한다. 이와 같이 카카오톡의 프로필 사진은 일종의 스펙터클처럼 작동하고 있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개개인들에게 사진 연출행위를 강요하는 문화적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각 개인은 사진으로 말하는 공간에서 자신을 대변하는 사진이 어떻게 스스로를 표현해주는지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