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은 원래 ‘그 사람의 인생이나 특성이 묘사된 짧은 글’26)을 의 미하는 것이다. 사진을 통해 어떤 사람의 특성을 설명할 수 있게 되면서 프로필 사진 또한 해당 계정을 지니고 있는 사람의 특성을 간략하게 보 여줄 수 있는 사진을 업로드하는 의미로 이해되고 있다. 결국 프로필이 란 것은 타인에게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짧은 시간 내에 이해시키는 데에 목적이 있다. 그러나 카카오톡에서는 이러한 프로필의 원래 의미와 는 다르게 마치 공개석상에서 자신의 사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었다. 이것은 자아공개나 타인의 시선에 대한 민감도, 즉 프로필 사진 연출 행위 유형에 관계없이 공통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특성으로서, 연구 참여자들은 카카오톡 친구 리스트에 자신을 볼 수 있 는 독자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그 독자보다는 스스로가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즉, 카카오톡 프로 필 공간은 내면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의 창구를 열어주는 의 미로 이해된다.
연구자: 프로필 사진을 올렸을 때 다른 사람들이 메시지를 알아차려줬으 면 좋겠는 거예요?
하은: 저는 배출의 통로로 사용하는 거 같아요. 굳이 내 사진을 보고 누 가 뭐라고 해줘도 상관없고, 안 해줘도 상관없어요. 사진은 상관이 없는 거예요.
26) 네이버 영영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는 profile의 뜻인 ‘ A profile of someone is a short article or programme in which their life and character are described.’에서 인
태현: 아니요 별 생각 없어요. 어차피 내가 볼 거기 때문에 나만 알면 돼요.
서윤 같은 경우도 자꾸만 “사진을 보고 싶어서 들어가”게 된다며 프 로필 공간을 “내가 봤을 때 만족스러운 걸로 채워놓고 싶”어했다. 물 론 자아노출에 대한 태도나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프로필 사진 연출 행위의 유형에 따라서 공개의 범위는 그에 맞게 조정되고 있다. 그러나 카카오톡 프로필 공간은 어찌 되었든 모두가 볼 수 있는 자리에서 시선 을 의식하는 와중에 자신의 신념이나 지향하는 바, 추억을 올림으로써 자신을 돌아보는 용도로 쓰이고 있었다. 일례로 결혼 1년 차인 동빈은 카카오톡 프로필 공간을 온통 아내 사진과 웨딩 사진으로 가득 채웠다.
동빈: 아무래도 사진을 보면서 그냥 그 때 생각도 나는 거 같아요. 한복 사진 찍을 때는 어땠지. 웨딩 사진 찍을 때는 어땠지.
은서 역시 심심할 때 본인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들을 넘겨보면서 과거 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반추하곤 한다.
은서: 항상 그냥 보는 게 아니라 이 사진 찍을 때 뭐했나. 무슨 생각했 나. 뭔 일이 있었나.(를 생각하면서 사진을 넘겨봐요.)
프로필 사진뿐만 아니라 프로필 사진 옆에 함께 뜨는 상태메시지에서 도 이러한 현상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상태메시지는 좀 더 직접적인 언어적 커뮤니케이션 수단에 해당하다보니 프로필 사진에 비해서 더욱더 성찰의 흔적을 나타내기에 적합했다. 상현은 상태메시지에 적어둔 말의 뜻을 묻자, “원래 이건 아무한테도 말 안하려고 했”다며 정확한 의미 를 풀이하는 것에 대해서 쑥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소영 같 은 경우도 상태메시지에 “자기 암시 같은 건데 나만이 좀 알아볼 수 있 는” 것을 올린다고 했다. “친절한 설명이 없는 나만 알아볼 수 있는”
것을 올리는 이유는 너무 다 드러내는 것이 “부끄러운 것 같”기 때문
이다. 이와 같이 직접 물어봤을 때에는 누군가 알아보는 것이 부끄러운 내용도 프로필 공간에서는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의미를 반추하거나 성찰 하는 의미로 공개하곤 한다. 카카오톡이 공적인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했 을 때 이는 매우 주목할 만한 현상이다. 특히 <부록>에서 확인할 수 있 듯이 대부분의 연구 참여자들은 본인이 기억하고 싶은 명언이나 문구를 올림으로써 프로필 공간을 자기 다짐의 장으로써 활용하고 있다.
찬혁: 지금은 백척간두진일보로 돼있어요. 제가 좋아하는 글귀인데. 절벽 끝에서 한 걸음만 더 내딛는다는 건데. 그런 거(좌우명) 쓰죠.
태현: 자꾸 (머릿속에) 맴돌고 안 까먹고 싶으면 상태메시지로 해둬요.
그럼 내가 안 까먹을 테니까. 보고 기억이 날 테니까. 예를 들어 상무님 이 저한테 일하는 스피드를 강조하셨어가지고 ‘스피드’라고 해놓은 적 도 있었고.
단순히 상태메시지에 글귀를 적은 후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 임없이 자신의 프로필을 눌러보거나 ‘내 프로필’을 보면서 예전에 써 두었던 문구를 보면서 자기다짐을 한다는 것은 모바일 시대에 터치와 보 기라는 감각을 통해서 어떻게 자기 자신을 경영하는지를 알 수 있는 대 목이다. 결국 프로필 공간은‘내가 보기 위해서’ 나의 인생을 기록하고 가꾸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
찬혁: 저 같은 경우에는 내가 이걸 보여주고 싶다가 아니라 나는 그냥 내 생활을 남기고 싶어서 그렇죠, 남들한테 보여주고 싶다기보다는. 내 가 그냥 내 인생을 기록한다는 데에 더 중점을 두는 측면이 있고.
제 2절. 열린 자아와 관객의 탄생―친구 목록
1. 불가피한 친구 추가
기본적으로 카카오톡은 스마트폰이 처음 보급되기 시작할 무렵, 문자
메시지를 대체하는 메신저로 출범했다. 그렇기 때문에 MIM이 지니고 있 는 특성을 모두 지니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연락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가 장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 친구 목록이다. 이는 일종의 전화번호부 와 같은 것으로서, 나의 핸드폰 전화번호부에 등록이 되어 있는 사람 중 카카오톡을 사용하는 이용자를 자동으로 추가시켜 주는 기능이다. 한 번 자동 친구 추가를 설정해 놓으면, 이후 새롭게 추가되는 번호에 한해서 도 친구 목록에 계속 뜨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나의 친구 목록에 타인 의 프로필이 뜨는 만큼, 나의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는 누군가가 존재한 다면 그 이용자의 친구 목록에도 나의 프로필이 뜨도록 설정되어 있다.
얼핏 보기에는 단순하고 편리해 보이는 이 기능 때문에 카카오톡의 친 구 목록은 단순한 전화번호부로서만 기능하지 않는다. ‘친구 목록’이 라고는 하지만 정말 친구를 하고 싶은 사람만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불 특정 대다수의 사람 중 나의 전화번호 정보를 가지고 있는 모든 사람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이는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내 프로필’이 누군가 에게 공개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음을 의미한다. 문자 메시지 요금의 부담을 줄이고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높여주었다는 점에서 카카오톡은 호평을 받지만, 동시에 이와 같은 ‘자동 친구 추 가’기능 때문에 지나치게 연결성을 강요받는 것에 부담감을 느끼는 수 용자도 있다. 그러나 카카오톡은 ‘국민 어플리케이션’으로 불릴 정도 로 너도 나도 사용하는 것이기에 이와 같은 구조적 강제성을 벗어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카카오톡이 지니고 있는 기술․
구조적 특징은 피할 수 없는 장치로서 작용하게 된다.
현종: 사람들이 이걸 많이 쓰니까. 문자 대신이죠. 문자를 쓰지 않으니까 사람들이. 문자라는 걸 안 쓰니까 카카오톡으로 바뀐 거죠. 만약에 네이 버에서 홍보를 계속 잘해서 라인(LINE)27)이 주가 되면 저는 라인을 쓰겠 죠. 근데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카톡을 쓰니까.
27) 검색 포털 네이버(Naver)에서 제공하는 MIM 서비스로서, 2013년 상반기 기준으로 국
이처럼 친구와 간단히 연락을 하려고 해도 모두가 가입되어 있는 시스 템에 들어가야 기초적인 사회적인 활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카카오톡은 상당히 강력한 장치로서 작용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구조적 강제성 에 대해서 나름의 묘책을 꾀하는 모습도 포착된다. 카카오톡에서는 기본 적으로, 친구 목록에서 특정 인물을 보이지 않도록 하는 ‘숨김’ 기능 과 상대방으로부터 일절 메시지를 수신할 수 없도록 하는 ‘차단’ 기능 을 제공하고 있다. 연구 참여자들은 이러한 기능을 십분 활용하여 최대 한 장치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서윤: (자동 친구) 추가되는 게 너무 싫어서 일 년인가 넘게 업데이트 안 되고 막아놓았었어요. 아무튼 일단 애초에 추가되는 자체도 별로 저는 안 좋아하고. 제 번호가 그 사람한테 간단 얘기잖아요.
수빈: 쓸데없는 이상한, 나도 모르는 사람인데 나한테 게임 초대를 해요.
다 차단(해요). 전 추천친구 닫아놨어요. 왜냐면 추천 친구를 열어 놓으 면 나도 추천이 되잖아요. 그래서 그게 싫어서 닫아놨어요. 옛날에는 몰 라서 그냥 열어놨단 말이에요. 근데 그런 게 너무나 귀찮고 그게 맨날 시뻘겋게 몇 십 개.(친구 추천의 개수를 알리는 알림 표시) 그게 난 너무 싫은 거야. 그래서 그냥 다 차단해버렸어요. 편하던데요?
하은은 남들이 본인을 등록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도리가 없으 니 막지 못하지만 최소한 본인은 그들을 보이지 않도록 기술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다. 또한, 태현은 숨기거나 차단을 해도 여전히 ‘숨김 목록’
과 ‘차단 목록’에서 그들을 볼 수 있다는 사실조차 싫어서 더 세밀한 관리를 통해서 강제적 연결성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태현: 숨김하고 차단은 안 해요. 왜냐면은 어차피 지울려고 마음을 먹어 서 지운 거잖아요. 근데 차단하고 숨김 목록에 있는 것도 싫어요. 그래 서 내 주소록에서 지우고 카톡에 와서 차단한 다음에 차단해제 할 때 친 구 추가 안함으로 하면은 그럼 아예 카톡에서 사라지잖아요. 내 연락처 에서도 사라지고. 그럼 상대방은 여전히 제 걸 저장을 해놨으면은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