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연출 행위를 통해서 자아가 어떠한 내용을 생산․소비하고 있으며, 동시에 프로필이라는 특수한 공간 속에서 타인의 시선의 존재 속에 프로필상의 자아정체성을 어떻게 구성하고 있 는지를 알아보고자 했다. 사진이라는 것은 ‘보기 행위’를 주축으로 하 는 매체이다. 따라서 프로필 사진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공 간이 제공되는 카카오톡을 통해서 시선의 문제가 어떤 식으로 자아표현 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탐구해보았다. 연구 대상은 카카오톡을 일상적으 로 사용하고 그 문화에 익숙한 20대 남녀 17명으로서, 이들은 SNS를 통 해 정체성을 증명하고 사교적 연결망의 유동적인 연대 속에서 자아를 공 적으로 소개하는 ‘네트워크화된 자아(networked self)’이다.
기존의 연구에서는 스마트폰이 기술이 아닌 문화로서 개인의 성찰성을 추동시키고, 아날로그 시대의 이미지와 달리 디지털 이미지를 통해 공적 인 공간에서 개인의 추억을 구축하게 되었음을 짚었다. 또한 영상 언어 에 익숙한 세대들이 온라인 매체를 통해서 공개적으로 자신을 드러냄으 로써 자아 정체성을 구성하는 것이 현대 디지털 환경에서의 글쓰기의 방 식임을 밝혔다. 그러나 카카오톡에서와 같이 프로필 사진을 중심으로 자 아를 표현하는 매체에 대한 분석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프로필 공간을 통해 교환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의미가 무엇인지 밝혀지지 않았기에 본 연구에서는 카카오톡이라는 장치의 맥락에서 일어나는 현상 을 관심의 대상으로 삼았다. 카카오톡과 같이 불특정 대다수의 관객이 존재하는 가운데 프로필 사진을 통해 자아를 표현하도록 하는 구조적 장 치는 암묵적인 권력으로서 작용하고 있으며, 이러한 장치적 힘이 갖는 문화적 의미는 SNS가 중요한 소통의 지점이 되고 있는 지금 중요한 분 석의 대상이 된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 하에 본고에서는 세 가지 연구 문제를 설정했고 그에 따른 결론을 도출할 수 있었다.
우선,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 연출 행위에서 어떠한 실천이 이루어지고 있는지와 관련해 그 문법이 무엇이며, 프로필 사진 연출 행위를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서 어떠한 실천 유형이 존재하는지를 알아보았다. 연구 결 과 프로필 사진은 감정 및 심경의 변화, 신분 확인, 취향의 표현, 경험과 근황의 공개, 사회적․개인적 메시지 전달을 위해서 쓰이고 있었다. 이는 프로필 사진의 기능으로서 수용자들 간에 합의된 문법이다. 또한 각 개 인들은 ‘자기노출에 대한 태도’와 ‘시선에 대한 민감도’에 따라 눈 팅형, 귀차니즘형, 전시형, 개방형의 네 가지 유형으로 분류될 수 있었 다. 이를 통해서 카카오톡이라는 문화적 장치에 대해서 각자의 방식으로 프로필 사진 연출 행위를 조율하고 있는 개인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는, 스마트폰과 카카오톡 프로필 공간이 제공하는 기술적인 요인들이 어떠한 구조적인 강제성과 피로감을 창출해내고 있으며, 이러 한 사실이 자아 표현에 있어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았 다. 스마트폰이 제공하는 간편한 사진 촬영, 저장, 편집, 업로드 기술과 카카오톡의 ‘내 프로필’ 및 ‘친구목록’ 기능은 구조적으로 모바일하 고 연결된,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신을 성찰하는 자아를 탄생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었다. 이러한 구조적인 특징들은 끊임없이 전시되는 자아를 탄생시키고 이를 강화시키고 있으며, 24시간 자아가 타인에게 점검받을 가능성을 증대시킴으로써 연결성에 대한 피로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결국 지금과 같이 스마트폰으로 소통하고 있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프로필 사진을 연출하는 행위가 갖는 사회문화적 함의는 무 엇이며 어떠한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지를 질문했다. 현 시대 에 카카오톡은 단순한 MIM이 아닌 문화양식, 실천양식으로서의 카카오 톡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카카오톡은 문자 메시지의 기능에서 진화했지 만 대화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양식으로서의 사진을 탄생 시키는 역할을 함으로써 사진으로 이야기하기의 가능성을 훨씬 열어준 것이다. 프로필 사진은 자기기획과 전시의 장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이 는 철저한 계획과 연출의 노력을 동반하게 된다. 특히 스펙터클화된 친 구목록을 보면서 타인에 대한 평가 및 타인과 스스로의 비교를 하게 됨 으로써 카카오톡은 사적 공간과 공적 공간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양한 시
선이 교차하는 전시와 감시와 공간을 창출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에 비추어 카카오톡 플랫폼이 제공하는 구조가 연구 분석 에 있어서 핵심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기술적 구조에 의한 기 억 메커니즘의 변화를 주장한 반다이크(Van Dijck, 2010)의 ‘연결성의 문화(cultuer of connectivity)’의 논의와도 연결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카카오톡의 장치적 특성이 지니는 영향력에 의해서 미디어 경험이 구조 화되고 있으며, 그러한 구조에 대한 나름대로의 저항적 실천이 존재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강제적 연결성과 피로감을 조장하는 카카오톡 장치가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소견으로 읽힐 여지가 존재하지만, 결국 이러한 기 술적 요인에 의해서 구성되는 바라보기와 전시하기 방식이 어떤 것인지 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아로 하여금 멤버 프로필을 구성하도록 무대를 제공해주는 SNS는 사교적 연결망의 공적인 전시를 중심으로 공연을 펼치는 ‘네트워크화된 자아’를 창출해낸다. 실제로 카카오톡을 통해서 대인 관계의 유대감이 깊어진다기보다는 오히려 평소에 연락의 반경에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까 지도 공적으로 자신을 전시하고 꾸며야 하는 부담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 기도 한다. 카카오톡에서 전시되고 있는 가치는 프로필 공간을 통해서 매개되어 홍보되고 있는 개인의 삶이라 할 수 있다. 즉, 어떻게 살고 있 으며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경험을 하고 있는지가 프로필 공간에 나타 나는 것이다. 이는 지금 자신의 현재 인생이 어떠한지를 프로필 사진을 통해서 공표하는 것으로서 매순간 자기기획의 결과로 드러나는 정보이 다.
프로필 공간을 기획하는 실천 과정은 단순히 ‘네트워크화된’ 자아뿐 만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프로필 구성 행위를 통해서 생성되고 있는 ‘실 시간’ 자아의 면모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는 버틀러(Butler, 2006)의 수 행적 자아의 개념과 호환되는 것으로서, 선재하고 있는 정체성을 가정하 는 것이 아니라 계속해서 구성되는 가변적 자아의 모습이다. 이는 단순 히 관음주의적이기만 하거나 과시적이기만 한 온라인 자아 표현의 면모 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서 미디어의 구조적인 특성에 의한 수행성이 만들 어내는 자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현대인의 자
아 정체성 인식에 있어 적어도 카카오톡과 같은 미디어의 특징이 무시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결국 프로필 사진을 구성 하기 위해 들이는 물리적, 비물리적 노력과 카카오톡상에 그것을 올리고 구경, 평가하는 일련의 행위 자체가 일상적, 의례적 형식을 띠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이 정체성 형성 방식에 영 향을 주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며, 반복된 양식을 통해 행하는 정체성을 구성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프로필 공간을 중심으로 영상 중심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라이프 스타일을 공유하고, 타인의 삶을 습득, 평가하며 동시에 나의 삶을 기획 하는 비교 행위는 이러한 구성적이고 수행적인 정체성에 일조한다. 따라 서 디지털 및 터치, 스마트 환경에서의 미디어 활동은 일면 부정적인 측 면이 존재하지만 그러한 새로운 미디어의 물결이 우리의 성찰이나 정체 성 구성 방식에 있어 상당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공과 사의 영역이 미묘하게 겹쳐있는 카카오톡은 소셜미디어와 개인의 상호작 용을 이해하는 데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한 이러한 카 카오톡의 영향력과 중요성에 대해서 인식하는 가운데 여전히 이러한 장 치에 의해 포섭될 수 있는 가능성의 경계 설정, 혹은 긍정적, 부정적인 영역에 대한 구분에 있어서는 더욱 세심한 관찰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