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사진은 행위자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사진을 마음껏 자르고 붙이고 꾸밀 수 있다는 측면에서 변칙적이고 개방적이다. 찬혁은 사진이 라는 것이 “보는 그대로 찍히는 게 아니”고, “편집이라는 게 들어가 는 거고 프레이밍이 들어가는” 것이라고 보았다. 연구 참여자들은 이와 같은 사진의 연출 가능성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암묵적으로 사진을 수 정하는 실천 양식을 보였다.
연구자: 셀카를 찍을 때 가장 잘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본인만의 구도나 포즈가 있나요?
은서: 글쎄요. 어차피 다 만지기 때문에. 저는 주로 포토원더나 싸이메라 그 두 개 쓰는 거 같아요. 비밀인데.
은서는 원래 자신의 보정 사실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는다고 했다.
프로필 사진을 같이 보면서 인터뷰를 진행하자는 말에 “전혀 다른 사람 이 있을텐데” 라는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보정 사실은 남들에 게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스러운 정보로 작동한다. 때로는 사진에 수정 을 가했다는 사실이 지탄을 받는 행위가 되기도 한다.
윤정: 네. 전 잘 안 해요. 그냥 찍은 것 자체로도 잘 나와서. 더 이상 이 걸 보정을 하면 욕을 들어 먹겠구나. 그런 것 같아요. 항상 오빠들한테 욕을 먹고. 뭐하는 짓이냐며.
따라서 수진은 남들이 보정해 놓은 사진을 볼 때 “왜 거짓말을 하
지?” 라는 생각이 들기에, 스스로가 보정 어플리케이션 사용을 자제한 다. 여기에는 친구들의 평가도 한 몫하고 있었다.
수진: 보정 어플은 잘 안 써요. 왜냐하면 그거 쓰면 또 친구들이 딱 보 고 뭐라 그러더라고요. 왜 그렇게 보정을 해서 실물보다 예쁘게 만드냐.
그러나 친구들의 핀잔을 들을 수는 있어도 사진에 수정을 가한다는 것 은 워낙 흔한 일이라서 눈에 띠게 보정하는 것만 아니라면 다들 알고 있 는 공공연한 비밀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그러나 너무 눈에 띄는 보 정을 하는 것은 오히려 호감을 반감시키기도 한다.
승훈: 막 눈에 띄게 어색하게끔 눈이 정말 크다든지 이런 거는 그냥 좀 눈에 보이긴 하죠.
연구자: 그런 거 보면 어떤 생각이 들어요?
승훈: 그냥 아 얘가 아직 잘 못 쓰는구나. 티 안 나게 잘 하는 게 핵심 인데.
연구자: 그럼 좀 비난하게 되거나 그렇진 않아요?
승훈: 아 저도 쓰기 때문에 그런 말 할 입장은 아닌 거 같고.
윤정: 근데 뭐 (보정한 것을) 알아도 다들 그렇지 싶어가지고 별 생각은 안 하는 거 같아요.
은성: 근데 제가 그런 걸 잘 구별을 못해서. 근데 그게 인공적으로 하면 티가 나게 하는 게 있고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인공적으로 하기도 하는데. 완전 자연스럽게 인공적으로 한 거는 구별을 할 수가 없 죠. 그러니까 좋게 평가하게 될 거 같은데. 뭔가 어설프게 된 거는 좀 호감이 떨어지죠. 제가 그런 게 아니라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호감이 떨어지죠. 왜 이렇게 해놨을까. 자신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차라리 드러 내지. 그것도 다른 모든 조건이 같으면 안하는 사람이 하는 사람보다.
아니 꾸며도 잘 꾸미면 좋잖아요. 꾸밀 거면 티 안 나게 하든가.
이와 같이 사진 보정이 보편적으로 많이 쓰이고 있기 때문에 카카오톡
에서는 아주 간단한 수준의 사진 보정 기능을 자체적으로 제공하기까지 한다. 자신의 모습을 조금 더 돋보이게 하는 사진 보정 행위 이외에도 연구 참여자들은 프로필 사진을 잘 연출하기 위해서 정신적, 물리적인 자원을 상당히 투자하는 모습을 보였다. 태현은 자신의 취미인 농구를 하는 모습을 프로필 사진에 올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사진을 찍을 때 부터 좋은 사진을 건지기 위한 노력을 들였다. 그는 이미 사진을 촬영하 는 단계에서부터 프로필 사진을 위한 사진 연출을 시도한다.
태현: 이 사진 찍었을 때 편집해서 (프로필 사진으로) 바꿔야겠다고 생각 했어요. 연사로 찍었거든요. 한 5번 시도했거든요, 예쁘게 나올라고. 그 래서 연사로 찍고, 아 예쁘게 나왔다, 이거 나중에 사진 오려서 연속으 로 나오게 해가지고 올려야지, 했는데. 이제 귀찮아서 안하고 있다가. 오 늘 아까 했어요, 집에서 혼자 있을 때.
태현은 조금 더 섬세한 사진 편집을 위해서 사진을 컴퓨터로 옮겨 파 워포인트로 사진을 오려 붙이는 작업을 한 후, 다시 핸드폰으로 사진을 옮기는 노력을 들이기도 했다. 프로필 사진이 “내 마음에 쏙 들었으면 좋겠”다는 태현은 만족스러운 프로필 사진을 위해서 조금은 번거로울 수 있는 작업도 감수한다. 한편, 서윤은 프로필 사진의 경우 “바꿀 게 있어서 바꾸는 경우보다 바꾸고 싶어서 바꿀 걸 찾는 경우가 더 많”을 정도로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찾기 위해서 상당한 시간을 투자한다.
서윤: 근데 그게 (프로필 사진에 대한) 집착이 분명히 있고. 요즘이 봄철 이라 그런지 플로리스트 된 선배가 라넌큘러스를 사진으로 올렸거든요.
근데 그게 너무 예쁜 거야. 꽃도 예뻤지만 그 멘트가 되게 좋았어요. 그 게 뭐 ‘백겹으로 감싸인 라넌큘러스’였나? 그 멘트가 맘에 들어서. 라 넌큘러스는 저런 식으로 수사를 하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라넌큘러 스 사진을 예쁜 걸 갖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어제 라넌큘러스 사진 을 찾았어요. 근데 사실 그렇지만 진짜 예쁜 이미지는 돈 주고 사야 되 잖아요. 게티 이런데도 들어가면 제대로 된 건 다 돈 내야 되고. 그리고
실제로 돈을 낸다 하더라도 정말로 내가 원하는 구도의 색감의 라넌큘러 스 이게 찾기가 어려워서 라넌큘러스 사진 때문에 두 시간 정도 찾았어 요.
이처럼 연구 참여자들은 사진을 보정하거나 물리적, 정신적인 투자를 하는 등의 번거로운 작업을 감수하더라도 자신을 잘 표현하기 위해서 노 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카카오톡 프로필 공간을 통해서 자 아를 전시하는 것이 상당히 의미 있고 중요한 행위로 받아들여지고 있음 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