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향토적인 방언의 사용
2.1 김영랑 : 한국 전라도 방언의 사용
김영랑의 시에는 한국 전라도 방언을 사용한 시들이 많다. 영랑의 시 총 86편의 작 품 중 47편에 전라도 향토어가 쓰였다. 정지용은 “전라도 사투리가 이렇게 곡선적이 요, 감각적이요, 정서적인 것을 영랑의 시로서 깨닫게 되는 것은 유쾌한 일이다”262)라 고 했다.
김영랑은 “민족의 암흑기 속에서도 민족 언어의 질감을 잘 살려내 부드럽고 우아하
261)Robert Burns.
262)정지용, 「시와 감상」, 『여성』, 1938. (장려홍, 「한대시에 나타난 한국어의 미적 특질 연구 – 김영 랑, 박재삼 시를 중심으로-」, 건국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13, 23쪽, 재인용.)
며, 섬세한 결로 독특한 음악성을 빚어냈다. 소리의 결에서 빚어지는 섬세한 감각은 영랑이 즐겨 사용한 향토적 시어의 선택과 독특한 조어법에서 찾을 수 있다.”263) 또한 방언과 고어 등을 활용은 향토적인 정서를 환기시켜 시에 향토성을 부여한다. “이처럼 탁월한 언어감각에 의해 만들어진 시어는 음악성과 향토성을 확보한 서정시로 자리매 김 하였다.”264)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모란이 피기까지는」부분
꾀꼬리는 엽태 혼자 날아볼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쫓길뿐
수놈이라 쫓길뿐
-「5월」부분
가슴엔 듯 눈엔 듯 또 핏줄엔 듯 마음이 도른도른 숨어 있는 곳
-「끝없는 강물」부분
쓸쓸한 뫼 앞에 후젓히 않으며 마음은 갈앉은 양금줄 같이
-「쓸쓸한 뫼 앞에서」부분
내 소리는 꿰벗어 봄철이 실타리 호젓한 소리 가다가는 쓸쓸한 소리
-「내 홋진 노래」부분
내 마음 고요히 고혼봄 길우에 오날하로 하날을 우러르고 싶다.
-「돌담에 소삭이는 햇발」부분
263)조창환, 「김영랑 시의 운율적 위상」, 『남도의 황홀한 달빛』, 우리글, 2009, 111쪽.
264)김혜영, 앞의 논문, 단국대학교, 박사학위논문, 2011, 10쪽.
위에서 인용한 시들265)은 전라도 사투리와 옛말을 교묘하게 섞어 씀으로써 시 자체 의 향토색을 더욱 짙게 만든다. 대부분의 독자들에게는 생경한 말들이지만, 전라도 출 신의 독자들에게는 구수한 사투리가 소박하면서도 친근하게 다가온다. 또한 김영랑은 시어의 변용을 이용해 생명화, 肉化되어진 전라도 방언을 통한 土俗的인 鄕土性의 부 각 효과를 이루었다. 여기서 시의 내포나 운율성도 드러나게 된다.
가령 ‘기둘리고’와 같은 표현에서 流音인 ‘ㄹ’이 만남으로써 진정한 감정을 담은 향 토적인 언어로 발전되어 시적 분위기를 상승시킨다. ‘꿰벗다’(옷 벗다), ‘실타리’(싫다하 리), ‘가다가는’(때로는) 등과 같은 의미론적 변주는 전라도 사람 외에는 느끼기 힘들 다. 그러나 영랑은 의미론적 방법으로 전라도 사람들끼리만 통할 수 있는 개성적 방언 을 사용해 향토성을 뚜렷하게 나타내는데 성공했다. 이 밖에도 ‘오날하로(오늘 하루)’,
‘하날’ 같은 단어는 일상어에서 가져온 소박한 그대로의 언어로써 지역적인 향토성의 표현이라 보아도 좋을 것이다.
아울러 김영랑은 많은 작품 속에서 특유의 전라도 사투리와 한시 전통 율격을 창조 적으로 계승한 내재적 율격, 그리고 독특한 시 분위기와 감수성을 통해 순수 서정시의 진면목을 보여 주었다.
‘오 - 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 붉은 감잎 날아 와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 보며
‘오 - 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 모레 기둘리리 바람이 잦이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 - 매 단풍 들것네’
-「‘오 - 매 단풍 들것네’」전문
이 시의 핵심은 ‘오 - 매 단풍 들것네’로서 전라도 사람만이 갖고 있는 특유한 감탄 이자 동시에, 자연을 바라보고 함께하는 삶 속에서 우러나온 생태적인 발상이다. 시에
265)본 논문에서 인용한 김영랑 시인의 시는 거의 현대한국어로 바뀐 시이다. 여기서 김영랑 남도방언 의 활용 방식을 파악하기를 위해서 시 원문을 인용하고, 金貞姬, 「金永郞 詩의 言語」, 『人文科學硏究』, 全州大, 創刊號, 171쪽을 참조하였다.
서의 사투리는 시어의 확대이자 공간성을 띤 그 지역의 특수 성격을 내포한 향토미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시의 매력을 더해 준다. 김영랑의 시는 한 지역의 방언에 불과하던 언어를 문학적으로 과감하게 활용하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전라방언의 문학적 가능성을 크게 확대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