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 부
Ⅱ. 대북정책과 남북관계의 상관관계
한국의 대북정책은 통일정책의 하위정책이다. 분석적 차원에서 통일 정책이 남북한이 분단을 극복하고 하나의 국가로 되는 의미에서의 통일 을 목표로 하는 정책이라고 한다면, 대북정책은 통일정책의 목표, 즉 통 일을 달성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는 여러 가지 정책 중에서 북한을 대 상으로 하는 정책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 통일정책의 구성요소로는 대북 정책을 비롯하여 통일문제와 관련된 대내정책, 대외정책 등이 있다. 예 를 들어, 북한문제 및 통일문제에 대한 국내적 갈등문제를 다루는 것은 대내정책이며, 북한 핵문제와 관련하여 미국과의 정책협력방안을 강구 하는 것은 대외정책이다. 그러나 대북정책을 광의로 해석하여 앞에서 언 급한 내용들을 대북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다. 또한 현실적인 측면 에서 통일정책과 대북정책을 엄격하게 구분하기 어려우며, 두 정책이 서 로 혼용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대북정책을 통일정책의 하위정책으로 볼 경우, 통일정책의 기본 틀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남한의 통일정책은 공식적인 통일방안인 민족공동 체 통일방안의 기본 인식으로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민족공동체 통일방 안은 분단 이후 전개된 남북한의 독자적인 발전과정과 과거 오랜 역사 와 민족문화 및 전통의 공통적인 유산을 동시에 고려한다. 이를 바탕으
로 ‘제도적인 통일’을 통일의 틀로서 먼저 생각하기 보다는 남북한의 정 부와 민간이 서로의 적대감과 불신감을 완화하고 화해와 이해와 교류․
협력을 증진하는 과정을 거쳐서 공동체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상정하 며, 또한 그러한 공동체 형성의 결과로서 통일을 상정한다. 공동체에는 경제공동체, 사회문화공동체, 정치공동체 등을 상정하며 이러한 공동체 의 종합적인 결합 상태가 민족공동체이다. 민족공동체가 정치적 제도로 귀결된 것이 하나의 통일 국가이다.
남북한이 같은 민족의 뿌리를 가지고 있으며, 공통의 언어와 분단 이 전의 역사 및 문화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이미 ‘민족공동체’를 이루고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통일을 목표로 민족공동체를 형성한다 고 할 때, 민족은 단순히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공통 요소들의 기반 위에 있는 민족으로 한정되어서는 변화된 남북한의 현실과, 현대와 탈현 대의 발전적 변화를 담을 수가 없다. 또한 북한의 ‘우리 민족끼리’가 내 포하고 있는 ‘사회주의로서의 민족주의’나 ‘민족주의와 공산주의의 합작 실현으로서의 통일’3이라는 목표를 향해 수단으로 활용되는 ‘민족’의 개 념을 뛰어넘을 수가 없다.
따라서 민족공동체 형성을 통한 통일을 추진한다고 할 때, ‘민족’의 개 념은 전통적인 공통적 요소들은 남북한의 상호 접근의 기본 바탕으로 하되, 남북한을 새롭게 엮어낼 수 있고 현대성 및 脫현대성을 포괄하며 타민족과의 상호 교호성을 전제하는 ‘민족적인 것’이라는 개념으로 사용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한 개념 위에선 민족공동체는 자유민주주의 이념과 자유, 평화, 민주라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원칙 아래서 우선 남북한 상호간 의 화해․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그 관계가 점차 ‘남북연합’이라는 느슨 한 형태의 제도적 상호 협력관계로 발전하며 마지막으로 하나의 통일국
3김혜연, 민족, 민족주의론의 주체적 전개 (평양: 평양출판사, 2002), pp. 257- 265.
가를 달성함으로써 제도적 통일을 이루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구상은 통일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커다란 틀을 제시해 주는 것으로 이 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현실 상황에 따른 전략적 선택이 필 요하다. 즉 통일의 주체인 남북한 양측의 태도 및 이에 따른 남북관계의 현실적인 상황에 따라 정책 추진을 위한 전략적 선택은 달라질 수 있다.
대북정책은 바로 이러한 전략적 선택을 구체화하는 정책이다.
어느 특정 시점의 남북관계는 남한의 대북정책, 북한의 대남정책, 국 내외 정세, 당시의 남북관계 등으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대북정 책이 남북관계의 독립변수이면서 당시의 남북관계가 대북정책의 독립변 수로 작용하기도 한다. 대북정책 그 자체가 당시의 국내정세, 국제환경, 북한의 대남정책, 최고정책결정자의 리더십 등을 고려한 종속변수이기 도 하다. 따라서 단순히 대북정책과 남북관계의 상관관계를 독립변수와 종속변수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1990년대 초반 이후 대북정책의 핵심 사안으로 다루어진 북핵 문제는 그 자체로서의 문제임과 동시에 그 문제에 대한 대안을 창 출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전반적인 남북관계를 지배하기도 하였다. 북 한의 식량난․경제난이 악화되면서 등장한 대북지원과 관련한 남한 사 회 내의 제 집단간의 의견 갈등, 남한을 비롯한 한반도문제 이해 관련국 들 간의 정책협력 문제 등도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쳤다. 또한 1990년대 북한이 추진했던 미국 중심의 정책(‘통미봉남’ 정책)이 남한의 대북정책 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남한의 대북정책은 북한의 대남전략 및 북한의 대내외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예를 들어 과거 북핵문제나 대북 쌀 지원문제는 북한의 대내 적 상황이 그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였지만, 이의 해결과정에서 나타난 상 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대남정책이 큰 변화 없이 유지되기도 하였 다. 따라서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 추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 용하였다. 또한 북핵문제에서처럼 주변국들과의 의견 조율이 남한의 대북
정책을 변경시키기도 한다. 그리고 다양하고 다원화된 한국 사회에서 대 북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관여의 정도가 과거에 비해 상당한 수준으로 높 아졌다.
이처럼 대북정책과 남북관계는 현실적으로도 독립변수와 종속변수로 서의 관계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분석적 차원에서 또 시계열적인 차원에서 특정시기의 대북정책은 남북관계에 영향을 미 치는 독립변수로 작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