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북핵문제와 북한의 안전 보장 문제
향후의 동아시아 안전상황은 전반적으로 중․미 관계가 악화되느냐 아니면 원만해 지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나 현 상황에서는 북핵문제와 북한의 안전보장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는 가에 따라 동북아 평화 유지 여부가 크게 변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즉 북핵문제가 어떤 방식으로 - 평화적으로 혹은 군사적으로 - 해결되는 가에 따라 동아시아 안보상황 이 서로 다른 양상을 띠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1) 북핵문제
북핵문제가 동북아 평화유지에 아주 중요한 이유는 북한이 핵개발을 실현할 경우 역내의 군비증강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은 북한의 핵위협을 가상한 군사력을 확대해나가면서 미국과의 동 맹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기 때문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동북아에 서 미국의 군사력 개입 가능성이 더욱 고조되게 되면 동북아 현상 상태 가 크게 불안하게 될 수 있는 여지가 클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평화적으 로 협상에 의해 해결하는 방안밖에 없을 것이다. 이 방법만이 현 상태를 유지하면서 역내의 안정을 크게 훼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면 어떻게 어떠한 협상안에 의해 해결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장기적인 측면 에서 보면 북핵문제는 평화적으로 해결되지만 해결과정에 있어 협상에 협상을 거듭하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 이유로는 중요도 순으로 보면 무엇보다 북핵문제에 대한 북․미간의 이견 심화, 다음으로 북핵문제 해결과정에 있어 중․미간의 입장 차이, 그리고 북한 의 중․미간의 입장 차이 활용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러면 어떻게 상기의 모순된 입장 차이 즉 저해 요소들을 해소할 수 있는 가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우선 미국, 북한의 입장을 분 석할 필요가 있다. 이들 국가들의 입장을 보면 서로 다른 북핵문제의 해 법을 제시하고 있어 협상 타결의 어려움을 더하고 있는 실정이다. 2004
년 2월 제2차 6자회담에서부터 미국의 입장은 더욱 강력해지기 시작하
였다. 미국은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 핵개발(HEU) 계획 폐기와 CVID방 식을 통한 모든 핵개발 계획 폐기를 요구하였다. 이에 대해 북한은 HEU 계획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군사용 핵동결에 따른 경제적 보상과 평화적 핵이용을 요구하였다.
북한이 핵개발을 통해 자국의 안전을 유지해 나가겠다는 정책 판단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부시 미행정부의 장기적인 대북 전략이 동시
에 추진되지 않고 있는 점이다. 부시 미행정부는 출범 초부터 클린턴 미 행정부가 맺은 1994년 북․미 제네바 핵합의는 무효라는 입장에서 대북 핵외교를 추진하여 북핵 해결에 대한 단기적인 처방, 즉 단계적인 주장 과 보상범위만을 거듭함으로써 북한을 장기적으로 국제사회에 참여시키 고자 하는 대북 전략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반테러주 의에 몰두한 부시 행정부가 북한을 잠재 테러 지원국으로 인식한 데 있 으며 특히 미행정부간의 북핵 해법에 대한 이견차이로 인해 추진력 있 는 동북아 전략이 도출되지 못하는 데서도 비롯된다.
한편, 북한은 미국과의 외교관계 수립을 위한 보다 능동적인 정책을 추진하기 보다는 핵무기 개발 혹은 핵보유 의혹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부시 미행정부와의 불신을 더욱 깊게 하는 결과를 자아내고 있다. 과거 미국 공화당 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중요시 하여 중국과 외교관 계 설립을 추진하였다는 역사적 사실을 중시하지 못한 채, 미국 민주당 정부와 맺은 약속만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6자회담에서 나타난 북 한의 주장을 살펴보면 북한은 부시 미행정부가 제네바 핵합의 정신을 지켜야 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주장하여 북한의 핵포기 과정에 따른 미국의 보상 문제를 주로 거론하여 결과적으로 북․미 외교 관계 수립 을 위한 큰 전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점이 북핵문제 해결에 가장 중 요한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보상조건과 관련, 미국은 CVID 방식을 제시하여 북한의 핵폐기 선언 과 동시에 사찰을 통해 북한의 핵폐기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북한에 대 해 안전보장과 경제적 보상(일시적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미국은 임시 적으로 대북 중유 지원을 할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한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담당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왜 미국이 빠졌는 가? 그 이유로는 미국은 북한의 핵폐기 선언만으로는 북한이 핵무기 개 발을 완전히 포기할 것이라고 확신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은 핵 폐기 준비단계로 북한이 외부 감독 하에서 핵관련시설, 물질 해체, 핵관
련 부품을 외부로 이전하는 프로그램을 가동하면 대북 정치․경제적 고 립조치 완화 방안을 협의하고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와 관련된 협상을 개시할 것임을 표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핵문제 해결에 있어 자국의 평화적 핵이용을 어느 국가도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여 중국의 지지를 받았으나, 미 국이 이에 반대하자,1 미국이 참여하는 전력 200만 KW의 지원이 있으 면 평화적 핵이용도 동결할 수 있음을 6자회담 3차 회의에서 시사하기 도 하였다. 아울러 북한은 고농축 우라늄 개발 자체를 부인하면서 핵 검 증 과정에서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으며 영변 5MW 실험용 원자로 등 평화적 핵시설도 동결할 것임을 시사하였다. 북한이 요구하고 있는 에너 지 보상 규모는 1994년 북․미 제네바 핵합의에 따라 북한에 경수로 2 기가 건설되었을 때 생산될 수 있는 전력 규모로 북한은 부시 미행정부 에게 북핵문제는 미국이 북․미 제네바 핵합의 폐기로 인해 발생한 만 큼 미국이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한다는 입장에서 출발한 것이다.
북한의 주장이 자주 변하는 이면에는 북한이 협상기간을 연장하면서 보다 정교한 핵무기를 개발할 시간을 벌고 있는 점이다.2 북한의 핵외교 목표와 방향은 현재의 리비아 방식이 아닌 과거 파키스탄이 취한 방식 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오랜 기간 파키스탄과 군사협력을 해온 북 한은 파키스탄의 핵외교를 모방하고 싶을 것이다. 실제로 파키스탄은 자 국내 산악지대에서 핵무기 실험을 함으로써 미국으로부터 경제제재를 심하게 받아왔으나, 그 와중에서도 중국과의 군사협력 관계는 더욱 돈독 히 되었다. 당시 중국은 인도를 전략적 적으로 간주하여 파키스탄의 핵 무기 보유 가능성을 약소국인 파키스탄이 강대국인 인도나 미국의 강경
1ROK’s Yonhap: U.S. Reiterates It Won’t Compensate N. Korea for Nuclear Freeze <http://www.yonhapnews.net/Engservices/3000000000.html>.
2James E. Goodby, “Negotiating with a Nation That’s Really Gone Nuclear,” Washington Post, February 15, 2004.
한 군사적 위협에 대치하기 위해서 취할 수밖에 없는 자위적 조치라는 논리를 견지하였다. 파키스탄의 핵보유 선언 이후 오랜 기간 동안 미국 은 대파키스탄 봉쇄정책을 전개하였지만 결국은 파키스탄과 외교관계를 수립하였다. 이점을 북한은 중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다시 말하면 결과 적으로 파키스탄은 핵무기 잠재 보유 국가라는 지위를 획득한 데 대해 중국이 묵인하였으며 미국 역시 파키스탄의 핵보유 의혹에도 불구하고 파키스탄과 외교관계를 수립한 점이다. 현재 중국은 파키스탄에 핵발전 소 2기 건설을 위한 협정서 체결과정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3파 키스탄의 예를 감안한 북한은 자국의 과거 핵개발 활동에 대한 중․미 간의 의견이 다른 점을 이용하여 핵개발을 지속하면서 과거핵에 대한 사찰을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 중국의 입장을 보면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지지하면서도 북한의 핵개발 포기를 위한 한․미․일 대북 경제제재에 동참조차 하 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북 경제지원을 지속하였다. 왜냐하면 중국은 북한의 HEU 존재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어4 미국의 CVID 방식 을 지지하지 않았으며 미국의 대북 군사적 혹은 경제적 제재를 통한 핵 문제 해결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 주도의 군사적 조치인 대 북 선제 군사공격(preemptive military strike)방안, 경제 제재 조치인 PSI(Proliferation Security Initiative)방식에도 동조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입장이 크게 변하지 않은 데는 북한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중국이 크게 인정하지 않은 점도 있으나 무엇보다 자국의 자속적인 경 제발전을 위해서는 미국의 대북 군사적 제재를 사전에 억제하여야 한다 는 판단 때문에서 이다. 즉 중국은 북한의 핵보유 가능성 보다 미국의
3“China on ‘Verge’ of Pact To Build Nuclear Plant in Pakistan,” AFP, March 9, 2004.
4“Chinese Officials Challenges U.S. Stance on North Korea,” New York Times, June 9, 2004.
대북 제재로 인한 한반도 불안이 자국의 경제발전을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서 기존의 대북 전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이로써 결과적으로는 중국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갈 가능성은 증가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북한, 중국의 입장이 서로 달라 북핵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가 능성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 상황에서 북핵문제 해결의 관건은 중 국의 북․미간의 입장 차이 조정 능력과 한․미․일 공동 방안에의 참 여 수준이라 하겠다.5중국이 북․미의 입장 차이를 조절하는 것보다 중 국의 참여수준이 중단기간의 북핵 해결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는 만 일 역내 국가들이 무력적인 대북 제재를 제외한 모든 방법들을 추진한 다는 결의가 있을 때만이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할 가능성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한․미․일 3국이 북한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면서 군사 적 제재를 제외한 압력을 행사할 경우 역내 국가들 특히 중국이 이에 참 여하여야만 북핵문제가 중․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2) 북한의 안전 보장 문제
북핵문제 자체와 아울러 고려되어야 할 점은 북한의 안전 보장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은 자국의 안전을 국제사회의 참여보다 더욱 중시할 수밖에 없는 국가이기 때문에 북한의 안전을 보장해 주는 방안이 마련 될 필요가 있다. 주변국들이 북한이 선제 군사행동을 하지 않는 한, 대 북 군사공격과 정권변동을 시도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이는 북한은 핵무기 개발을 더욱 추진할 것으로 보여 핵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이 어 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5한국과 러시아는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미국의 입장 중 한 부분인 대북 외교적 협상만을 지지하고 미국의 대북 경제제재나 무력 제재 모색에 동참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중국의 입장에 공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