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적인 가격과 생활비의 대폭 인상 이후 북한에서는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7․1조치」가 의도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는 변화가 있는가 하면 예상을 훨씬 넘어서는 부정적인 변화도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생활비의 차등 인상과 누진도급과 같은 성과급제의 확대 실시를 통해 북한은 평균주의를 타파하고 일한만큼 분배하는 사회주의 분배원 칙을 어느 정도 확립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가 부담을 축소하
44백화점에서는 평양화장품공장에서 만든 ‘은하수’와 신의주화장품공장의 ‘봄 향기’ 제품이 품질 및 판매 경쟁을 하고 있고, 평양시내 150여 개 거리매대의 음식판매경쟁도 볼만한 것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조선신보 , 2003년 12월 5 일.
45번수입(지표)에 대해서는 김상기, “번수입지표에 대한 소고,” KDI 북한경제 리뷰 , 제6권 제8호 (2004.9), pp. 3-11 참조.
기 위한 저가 배급제의 실질적인 폐지는 경제생활에서 개별 경제주체의 책임 신장을 가져왔다. 그리고 이런 변화들이 일부 부문에서는 북한이 7․1조치에서 의도한대로 생산성 향상으로 연결되고 있음은 사례를 통 해서도 확인되고 있다.
북한에서 시장메카니즘이 도입․확대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변화의 하나이다. 농민시장에서 종합시장으로 발전하고 있는 북한의 시장은 경 제체제를 가격동학에 따른 자원배분체계로 서서히 전환시켜 나갈 것이 다. 시장메카니즘의 확산에 대해 북한은 매우 신중한 태도로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은 시장의 확산이 급격히 진행돼 국가의 계획기능이 급속히 축소되는 것은 분명 바라지 않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 고 지난 2년을 두고 본다면 북한은 경제의 미래를 통제보다는 시장메카 니즘의 확산에서 찾아왔음을 알 수 있다.
그렇지만 7․1조치 이후 나타난 이런 긍정적인 변화들이 북한 경제를 정상화하는데 아직까지 성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물 론 북한 당국은 7․1조치로 일부 부문에서 생산성 향상과 실적이 늘어 났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주장과는 달리 산업현장과 경제전 반에서 뚜렷한 성장 동인이 감지되지 않고 있고, 거시경제지표 또한 7․
1조치 이전과 비교해 별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 북한이 의도한 노동의욕
제고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 산업현장에서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국가 계획을 통한 주요 생산물자의 공급이 7․1조치 이후에도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의도하지 않았던 커다란 부작용이 7․1조치 이후 등장한 것은 북한에게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북한이 의도한대로 7․1조치를 통해 소득분배구조의 개편이 일어나 과거의 평등구조에서 불평등구조로 바뀌 고 있다. 그러나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함에 따라 소득분배구조의 개편이 너무나 빠르게 진행되어 왔다. 동시에 초인플레이션은 대다수 주민들을 더욱 빈곤하게 만들었고, 일부 계층은 이미 도시 빈민으로 전락하였다.
불과 2년이 지난 시점에서 7․1조치의 성과를 평가한다는 것은 어리 석은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빈부격차의 심화와 같은 심각한 문제가 나타난 이상 이에 대한 새로운 조치가 마련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7․1 조치를 실시하면서 북한은 공급 증대의 중요성은 인식하면서도 이를 위 한 구체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했다. 초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소득분배 구조의 개편과정에서 불평등구조는 심화될 것이다. 인플레이션을 진정 시키기 위해서는 공급을 늘려야 한다. 국내로부터의 공급 증대가 어렵다 면 국외로부터 공급을 증대시킬 수 있도록 북한은 국제사회의 현안으로 걸려있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