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한국의 대일본 통일외교 목표
한국의 대일본 통일외교의 목표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 측면에서 분 석 가능하다. 첫째, 한일 우호관계의 유지이다. 냉전 시기에 한국은 공 산세력에 대한 견제라는 측면에서, 냉전 이후에는 북한 핵·미사일 문 제와 같은 안보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일본과 안보적 협력관계를 유지 해 왔다. 한국과 일본은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비록 계속적인 한국 의 대일무역 적자 누적과 같은 문제가 상존하고 있지만, 일본의 직접투 자 및 기술협력 제공과 같은 경제적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둘째, 분쟁 요인의 관리이다. 외교안보적·경제적 협력관계에도 불구하고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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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간에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와 같은 과거사 문제를 둘러싸고 언제든지 갈등관계로 변화할 수 있는 분쟁 요인이 존 재한다. 또한 독도 영유권을 둘러싼 영토분쟁 문제 역시 한일 간 갈등 요인으로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양국 간 현안 문제는 단기 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어쩌면 영원히 해결될 수 없는 문 제일 수도 있다. 따라서 현실적 측면에서 한일 간에 상존하고 있는 분 쟁 요인을 관리함으로써 앞서 얘기한 외교안보적·경제적 협력관계를 계속해서 유지해 나가는 것이 대일본 외교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은 1965년 국교정상화 이후 70년 동안 협력과 갈 등의 관계를 유지해왔다. 냉전 시기에는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속에 대공산권 견제 및 억제라는 공통 목표를 가지고 안보적 협력과 이를 뒷받침하는 경제적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탈냉전이 시작된 1990년대 이후 일본의 보통국가화 및 보수우경화 분위기에서 한일 간 에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같은 과거사 문제가 대두되었다. 냉전 이 후 한국의 대일본 외교와 한일관계는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일본 정부 의 태도에 따라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김대중 정부 시기인 1998년 10월,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小渕恵三) 총리는 한일협력을 위한 ‘한일공동선언: 21세기를 향한 새
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발표하면서 한일관계가 새로운 협력의 단계로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곧이어 김대중 대통령은 일본 국회 연설에 서 “한반도에서는 통일에 앞서 남북한 간의 평화와 협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라고 언급하여 햇볕정책에 기반을 둔 남북한 평화공존이 통 일보다 중요하다는 통일관을 피력했다.47)
47) 대통령 비서실, 김대중 대통령 연설문집, 제1권 (서울: 대통령 비서실,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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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시기에는 정부 출범 초기에 대북정책에서 일본 정부로 부터 어느 정도 지지를 얻을 수 있었지만,48)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
純一郎)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및 시마네(島根)현의 ‘다케시마
(竹島)의 날’ 행사 이후인 2006년 4월부터 한일관계는 급속히 악화되
었다. 또한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을 계승한 노무현 정부는 2006년 10월 북한의 첫 번째 핵실험 이후에도 대북정책에 근본적인 변화를 보 이지 않으면서 2007년 10월에는 남북정상회담을 가졌고, 이후에도 대 북정책에 대한 일본 정부의 지지를 얻기 힘들었다.
이명박 정부 시기인 2008년 4월 이명박 대통령은 후쿠다 야스오(福
田康夫) 총리와 가진 정상회담에서 일본 측으로부터 북한 핵문제에 대
한 협력을 약속받았고, 후쿠다 총리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 개방 3000’
정책에 대한 지지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후쿠다 총리는 북일 평양선 언에 따라 납치, 핵·미사일 등 여러 현안을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한반 도와의 불행한 과거 청산 및 북일 국교정상화를 조기에 실현한다는 일 본 측 방침을 설명했다.49)
한국 박근혜 정부와 일본의 아베 정권은 일본 사회의 전반적인 보수 우경화 경향 속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같은 과거사 문제 및 일본의 수정주의적 역사관을 둘러싼 갈등으로 정상회담을 열지 못하고 있 다.50) 따라서 현 시점에서는 박근혜 정부의 통일정책에 대한 일본의
48)일본 외무성, “한일정상공동성명: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시아 시대를 향한 한일협력기반의 구축,” 2003.6.7., <http://www.mofa.go.jp/mofaj/kaidan/yojin/arc_03/j_k_seim ei.html>. (검색일: 2015.10.19.).
49)일본 외무성, “한일공동프레스발표,” 2008.4.21., <http://www.mofa.go.jp/mofaj/ar ea/korea/visit/0804_2_pr.html>. (검색일: 2015.10.19.).
50)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11월 초에 아베 총리와 한일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따라서 본 원고에서는 이명박 정부까지의 대일본 통일외교를 분석 시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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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응을 알기는 쉽지 않다.
김대중 정부부터 이명박 정부까지 정상회담 수준에서 언급된 통일 외교와 관련된 내용은 대체로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한일 양국 간 협력, 한국과 일본의 대북정책에 대한 양국 간 상호 공감대 형성의 문제였다. 하지만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의 한일 간 공동성명에서는 통일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 이것은 양 정부가 통일보다는 남북의 평 화공존을 강조하는 통일정책을 주장했기 때문에 공동성명에 굳이 한 국의 평화통일을 지지한다는 표현을 포함시키지 않았을 것으로 추측 할 수 있다.
1990년대 후반 이후 한국의 대일본 통일외교를 한국의 대일본 외교 와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지지 확보라는 두 가지 측면에서 본다면, 대북정책 지지 확보는 일정한 성과를 거두었지만, 대일본 외교 측면에 서는 현재까지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한 반도 통일 자체에 대한 지지를 확보하는 대일본 통일외교는 한국 정부 가 통일보다는 평화공존 및 그에 따른 동아시아 평화체제를 강조하였 기 때문에 직접 언급되는 경우는 없었다.
나. 한국의 대일본 통일외교의 내용 및 특징
김대중 정부 이후 한일 정상회담에서 발표된 공동성명을 중심으로 한국의 대일본 통일외교의 내용 및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51)
첫째, 한국의 대북정책에 대한 일본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김대
51)이기태 외, 한국의 對일본 통일공공외교 실태 (서울: 통일연구원, 2013), pp. 19∼20 내용을 재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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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오부치 정상회담에서 “확고한 안보체제를 유지하면서 화해 및 협 력을 적극 추진한다는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지지를 표명한다.”
라는 내용은 이를 나타내고 있다.
둘째, 북핵문제와 같은 남북 현안에 대한 인식 공유가 강조되었다.
김대중-오부치 및 노무현-고이즈미 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에 대한 한 일 간 인식의 공유가 잘 타나나고 있다.
셋째, 고이즈미 총리의 평양 방문 이후 양국 간에는 이산가족 문제 와 일본인 납북자 문제가 동시에 언급되고 있다. 2012년 이명박-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정상회담에서 노다 총리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관한 한국의 지지에 감사를 표명하면서, 이산가족 재회 문제를 포함한 인도적 문제 해결을 위해 계속 협력한다는 의지를 표명했다.52)
넷째, 한국은 북일 국교정상화를 지지하고, 일본은 남북협력 관계 및 한반도 통일을 환영한다는 것이다.53) 이것은 한일 신시대 공동연구 보 고서에서 잘 나타나는데,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한일 양국이 지지하 면서 나아가 남북한 통일도 일본이 지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 에서 한국의 대일본 통일외교가 가장 잘 표현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보고서에서는 한국과 일본이 중국에 대해서도 한반도 통일을 지 지하도록 희망한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가장 발전된 형태의 대일본 통 일외교 내용을 담고 있다.54)
이처럼 일본이 이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공식 문서에서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지지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대일본 통일외교는 어느 정
52)일본 외무성, “한일정상회담(개요),” 2012.5.13., <http://www.mofa.go.jp/mofaj/area/
jck/summit2012/jk_gaiyo.html>. (검색일: 2015.10.19.).
53)한일 신시대 공동연구 프로젝트, 「한일 신시대」를 위한 제언 (서울: 한울, 2011), p. 29.
54) 이기태 외, 한국의 對일본 통일공공외교 실태, p.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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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일본 정부 차원에서는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지지하지만, 일본 국민은 한반도 통일에 대해 여전히 불안 감을 갖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의 2011년 여론조사는, 일본 국민의 39%가 한반도 통일이 동아시아의 불안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응답함 으로써 국민의 우려를 보여주고 있다.55)
한국의 대일본 통일외교의 목표는 한반도 통일 및 그 과정에서 우호 적인 일본의 정책 형성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여기에는 정부 차원뿐만 아니라 민간 차원에서도 한반도 통일에 우호적인 일본의 정책 형성을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따라서 한반도 통일에 대한 일본 각계각층의 인식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일본과 같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는 여론과 대외정책 결정 과정의 상관성이 높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일본 통일외교에는 여러 한계점도 존재한다. 첫째, 한반도 통일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이 여전히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한일 정상회담이나 미일 간 공식문서에서 한반도 통일을 지지한다는 표현이 간헐적으로 등장했지만, 여전히 한반도 통일에 대한 일본 정부 차원의 명확하고 지속적인 통일 논의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둘째, 한 일관계의 특수성이다. 한국의 대일본 통일외교를 전개하는데 북핵문제 를 둘러싼 외교안보적 협력, 경제적 협력에도 불구하고 최근에는 중국 의 부상에 따라 한국의 한미동맹 및 일본과의 안보적 협력과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 사이에서 딜레마가 발생하고 있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 징용공 문제와 같은 과거사 문제, 독도 문제와 같은 영토 문제 등으로 인한 한일 간 갈등 요인은 언제든 표면으로 나타날 수 있는 잠재적 갈 등 요인으로 남아 있다. 셋째, 남북한 대치상황이다. 일본은 북핵문제
55) “日中韓 共同世論調査 信頼感 中韓と温度差,” 読売新聞, 2011.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