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일본의 한반도 정책 기조
역대 일본 정부의 한반도 정책 기본방향은 ‘한반도 안정화’이다. 여 기서 ‘한반도 안정화’는 한반도의 분단상태 지속이라는 점이 아닌 한반 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번영이 지속되는 상황을 의미한 다.56) 이러한 안정된 한반도와 일본의 관계가 지속됨으로써 일본은 안 보적 위협 요소를 제거할 수 있었고, 전후 일본이 추구해온 경제성장에 보다 집중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다.
2012년 12월, 아베 정부 수립 이후 일본이 보통국가화 및 군사대국
화를 추구한다는 견해가 존재한다. 여기서 먼저 우리는 아베 정부가 추구하는 바가 ‘보통국가’에 있는 것이고, 과거와 같은 ‘군국주의 국가’
를 추구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명찬의 견해에 따 르면, 전후 일본의 국가노선을 ‘미일동맹 유지 여부’와 ‘평화헌법 개정
56)이기태는 냉전 시기 일본의 대한반도 정책에 대해 후자의 관점에서 일본 정부가 ‘한반도 안정화’를 위해 ‘외교’ 및 ‘군사안보’라는 투 트랙 접근을 통해 대한국 안보협력 정책을 전개했다고 주장한다. 李奇泰, “米国の東アジア政策と日本の対韓安全保障政策: 在 韓米軍撤退問題と日韓安全保障協力の模索, 1969∼1979,” (慶應義塾大学博士学位 論文,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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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부’를 기준으로 네 가지 국가노선으로 분류하고 있다. 즉, 미일동맹 을 폐기하고 평화헌법을 지켜나가야 한다는 냉전 시기 혁신세력이 주 장하는 ‘평화국가’ 노선, 미일동맹을 유지하고 평화헌법을 유지하는 전 후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총리가 주장했던 ‘통상국가’ 노선, 미일동맹 을 유지하면서 평화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보통국가’ 노선, 마지막으 로 미일동맹을 폐기하고 평화헌법 역시 개정해야 한다는 ‘권력국가’ 노 선이 바로 그것이다.57)
사실 전후 일본에서 혁신세력이 주장한 ‘평화국가’ 노선은 실현되지 못했고, 안보는 미국에 맡기고 경제성장에 전념한다는 ‘요시다 독트린’
으로 대표되는 ‘통상국가’ 노선이 유지되어 왔다. 최근에는 자민당 내 보수우파로 대표되는 아베 총리가 주창하는 ‘보통국가’를 지향하고 있 는 가운데 과연 일본이 핵무기 보유까지도 주장하는 ‘권력국가’로 나아 갈 지에 대해서는 여러 의문이 남는다.
현재 아베 정부는 착실히 ‘보통국가’ 일본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의 안보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한반도 정책은 두 가지 조건에 영향을 받는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굳건 한 미일동맹의 유지 및 강화’와 ‘평화헌법 개정을 통한 전후체제로부터 의 탈피’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요소는 특히 안보적 측면 에서 매우 밀접한 연관을 가지며 일본의 한반도 정책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아베 정부는 대한국 정책과 관련해서 미일동맹의 강화와 함께 한·미
·일 3각 안보체제 형성을 지향하고 있다. 즉, 아베 정부는 안보협력 중
시의 대한국 정책을 구상하고 있다. 아베 정부는 일본의 국익을 보호
57)이명찬, “헌법9조의 개정과 ‘보통국가’, ‘권력국가’: ‘집단적 자위권의 행사’와 관련하여,”
평화연구 제16권 2호 (2008), pp. 67∼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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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기 위해 미일동맹 강화 및 우호국과의 안보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 고, 자체적인 방위력 증강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 한일 간에 ‘과 거사’를 둘러싼 갈등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과의 안보·군 사협력 관계 구축에 긍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또한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전략 역시 아베 정부가 안보협력 중시의 대한국 정책을 전개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미국은 한일 간 안보군사 협력이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아베 정부는 오바마 정부의 아시 아·태평양 전략에 대한 협력 차원에서도 한일 안보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대북정책의 최종적 목표는 ‘북일 국교정상화’ 실현이다. 특히 아베 정부는 전후체제의 탈피를 내세우고 있는데 아시아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아직 수교를 맺지 못한 채 전후 보상 문제가 남아 있는 북한 과의 국교정상화 실현은 바로 진정한 ‘전후체제의 완성(혹은 탈피)’이 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일본은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따른 안보적 위협을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1990년대 말 대포동 미사일 발사 이후 일본은 북한을 현실적인 안보위협의 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했고, 이후 계속 된 북한의 핵개발 및 미사일 발사는 일본 국민에게 북한에 의한 안보 적 위협 문제를 각인시키면서 아베와 같은 보수우파가 일본 국민에게 지지를 얻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구체적 현안으로 들어가면 현재 일본은 북한에 대해 일본인 납북자 문제의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지난 2002년 고이즈미 총리 방북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본인 납북자 사실을 인정하면 서 북일관계의 해결을 모색했지만, 오히려 일본 국민의 북한에 대한 불 신만 증폭시키는 여론의 역풍을 겪게 되었고 지금까지 북일관계 개선 이 이루어지지 않는 제일 큰 원인으로 남아 있다. 고이즈미 정부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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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방부장관을 지내면서 아베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에 대한 강경한 입 장을 표명하면서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었고, 2012년 12월 제2차 아베 내각 성립 시에도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정권의 최우선 해 결 과제로 내세운 바 있다.
그런데 이러한 일본의 대북정책은 일본의 독자적 외교로 진행되기 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일본은 북한 핵·미사일 개발에 대한 대북경 제제재와 같은 측면에서 미국, 한국과의 대북공조를 계속해서 강조하 고 있다. 하지만 2014년 이후 계속되고 있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 을 위한 일본의 독자적인 북한과의 대화재개는 북한 핵문제를 둘러싼 미국, 한국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에 균열을 가져올 우려가 있다.
이와 같이 아베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같은 안보적 측면 에서 미국, 한국과 공조 자세를 취하면서도 아베 정권의 국내 정치적 현안인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독자적인 외교를 병행하 는 형태의 한반도 정책을 기조로 삼고 있다.
나. 일본의 한반도 통일 인식
일본의 한반도 통일 인식은 자국의 국익 차원의 양면적인 특징을 갖 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05년 2월, 미일 안전보장 협의위원회(2+2 회 담) 공동발표문에서 공식 입장을 통해 한반도 통일을 지지한다고 표명 했다. 즉, 일본 정부는 미일의 공통 전략목표 중 하나로 “평화적인 한 반도 통일을 지지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58) 이것은 일본이 기본적 으로 한반도 통일을 지지하지만, 어디까지나 소극적인 지지라고 할 수 있다.
58)일본 외무성, “미일 안전보장 협의위원회 회의(2005.2.19.),” <http://www.mofa.go.jp /mofaj/area/usa/hosho/2+2_05_02.html>. (검색일: 2015.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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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일본 정부의 소극적인 한반도 통일 지지는 통일한국의 핵 비 보유 실현, 통일한국의 우호적인 대일정책 유지라는 두 가지 전제조건 이 확보될 때 가능하다. 따라서 일본 입장에서 가장 선호하는 한반도 통일 시나리오는 통일한국이 일본, 미국과 전통적 동맹 및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비핵화 정책 등 기존의 안보정책을 유지하는 형태의 통일이다.
그렇지만 최근 일본의 국내외 정세 변화는 한반도 통일에 대한 인식 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국내적으로는 아 베 정부 출범 이후 ‘아베노믹스’라는 경기부양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정 책으로 일본 경제가 단기적으로 회복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1990년대 이후 20여 년간 지속된 일본의 경기침체와 일본 내 보수우경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국외적으로는 2010년부터 센카쿠 열도에서 계속되고 있는 중일 간 분쟁 속에 중국의 경제적, 군사적인 급속한 성장은 동아 시아 지역의 파워 밸런스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사실 일본은 그 동안 동아시아 지역에서 압도적인 국력 우위를 전제로 한반도 통일 문제에 접근해왔다. 일본의 자신감에 입각한 한반도 통일, 그리고 이를 바탕으 로 동아시아의 질서 변화를 수용하는 접근법에 따라 자국의 역할을 모 색했다. 하지만 최근 동아시아 지역에서 일본의 상대적 국력 저하는 한반도 통일에 대해 소극적·부정적 인식을 갖게 만드는 중요한 요인이 되었다. 한반도 통일과 관련해서 대일본 통일외교의 전략을 세우고 적 극적으로 추진할 필요성이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