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측면에서, 통일한국의 바람직한 미래 비전을 수립하고 이를 외교적으 로 중국과 다른 이해당사국들에게 설득시킬 방안을 마련한다.
이러한 연구목적에 따라 이 장은 다음과 같이 구성된다. 먼저 1992 년 역사적인 한국과 중국의 수교 이후 지난 20여 년의 대중 통일외교 의 배경과 발전을 검토하고 그 맥락에서 소위 중국의 부상(the rise of
China)을 평가한다. 이것을 기반으로 중국이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
에 대해 계산하고 있는 핵심 ‘편익’과 ‘비용’을 제시하고 그 논리를 분 석한다. 마지막으로 이에 대응하는 한국의 대중국 통일외교 전략을 제 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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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한국 역대 정권들의 대중국 통일외교는 중국의 당-국가 권위 주의(party-state authoritarian regime) 지도자와 조직에 집중됐 다.27) 한국의 대중국 통일외교가 본격화된 이후 중국 공산당 정권은 현실주의의 입장에서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에 부정적이지만 공식
적으로 ‘자주적·평화적’ 한반도 통일을 지지해 왔으며, 이러한 중국의
대한반도 외교정책은 현재까지 지속되어 왔음을 잘 인지해왔다. 즉, 북 한의 국내 정치체제가 붕괴하는 등의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이러한 중국 지도부가 한국이 주도하는 통일에 대한 전향적 정책전 환을 고려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지난 대중국 통일외교 역사의 기 저에 깔린 한국의 의식이다.
그러므로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위한 중국 당-국가 지도부의 지지가 난망함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지난 36년간 글로벌 제국으로서 지역 내 핵심 주변국들을 위협하지 않으면서 정치경제적 부상을 지속 하고자 하는 ‘변동’의 상황을 활용하여,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을 현 실화하는 동아시아 국제 여론 및 중국 국내 여론을 조성해야 하는 상 황에 한국은 효과적으로 대응해오지 못했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의 대중국 외교의 어려움은 중국의 정치체제의 유연성 향상이라는 ‘기회’와 더불어 새로운 가능성도 상정하고 있다.
중국의 일당 권위주의 정권체제는 지난 36년간의 고도의 경제성장과 함께 등장한 부분적인 정치적·사회적 자유화로 인하여 국내 정책과 국 제적 외교정책에 대한 학계, 언론계, 그리고 일반 대중의 영향력은 확 실히 증가하고 있다. 여전히 이들이 당-국가 시스템하에서 중국의 대 한반도 정책, 특히 남북한 통일과 연관된 정책입안과 결정 과정에 미치
27)박영호 외, 평화통일을 위한 통일외교 전략 (서울: 통일연구원, 2012), pp. 8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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는 영향력은 미미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한반도 정세와 통일 문 제에 대한 많은 토론회가 개최되고 있으며, 학계와 언론계 그리고 개인 시민들의 중국 정부의 관련 위원회에 대한 직간접적 참여도 확대되고 있다. 이들이 중국 당-국가의 지도부와 사회 여론 주도층이 보유한 한 반도 통일의 ‘대차대조표’ 상의 정책 방향에 다양성과 변화를 불어 넣 을 수 있는 환경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
나. 현재 중국과 한국의 관계
2010년대 중반 한국과 중국은 군사동맹을 제외한 양자관계의 최상 의 관계 중 하나로 표현되는 ‘한중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형성하고 있 다.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중국 중시 외교와 ‘동북아 균형자론’의 추구 등을 통해서 약화되었던 한미관계 복원에 치중한 이명박 정부와 달리 2012년 박근혜 정부와 시진핑 정권의 등장 이후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지속적으로 가까워지고 있다. 그 이유는 중장기적으로 양국 경제의 상 호의존도가 높아지는 것과 동시에 소위 ‘중국의 급격한 부상’이라는 변 수로 인한 동아시아의 지역적 힘의 구조 재편의 가능성과 밀접하게 연 관되어 있다.
그러나 이러한 한국과 중국의 지속적, 그리고 박근혜 정부 들어서의 급격한 밀착은 조금 더 세분화된 분석을 요한다. 즉, 표면적 밀착성과 심층적 거리감, 또는 박근혜 대통령이 표현한 동아시아에서의 아시아 패러독스(Asian Paradox: 경제적 상호의존과 협력의 심화와 정치군 사적 상호갈등과 대결의 격화)라는 측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는 적어도 지난 3년간 정치적으로 급속도로 가까 워졌다. 그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는 현재 양국 정부의 신정권과 거의 동시에 등장한 일본의 아베 신조 내각의 공세적인 대동아시아 정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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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고 할 수 있다. 아베 총리의 신내각은 일본의 종합적 부흥을 위하여 경제, 정치, 외교, 사회의 전면적 개혁을 강도 높게 추진해왔다. 이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평가가 엇갈리는 상황에서 국제정치와 외교의 측 면에서의 아베 신조 총리의 일본은 (1)영토분쟁(조어도·독도 분쟁),
(2)동아시아 국제정치의 기본 축인 일본, 한국(북한), 중국의 갈등, 분
쟁, 그리고 침략의 역사 문제 인식, (3)일본의 ‘정상국가화’와 군사적 재무장을 위한 공세적인 정책을 추진해왔다.
일본이 직접적으로 추동한 동아시아의 정치적 변화가 중요한 이유 는 한국과 중국은 경제적 측면에서의 상호의존과 급속도로 진행된 문 화적인 교류와 이해와는 다르게 정치, 군사적인 측면에서 국제정치에 서 ‘공통의 전선’을 갖지 못했던 기존의 상황에 균열을 일으켰다는 것 이다. 재부상하는 일본(reemerging Japan)의 적극적이고 때로는 공격 적인 외교정책은 한국과 중국이 다양한 형태의 정치적인 협력이 가능 한 공간(space)과 차원(dimension)을 발견하고 이를 국제정치와 국내 정치에 활용할 수 있게끔 하였다.28) 이러한 한국과 중국의 대일본 정 치적 공동 또는 협력 기조는 한국의 군사동맹국인 미국과 간접적 군사 협력국인 일본의 정치군사적 의구심을 야기할 정도로 심화되었다.
현재 한중관계는 경제 분야를 제외한다면 아직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이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상호 공동이익을 바탕으로 형성된 경제교류 및 협력 관계는 지속적으로 향상되었지만 이를 기반 으로 한 정치외교적 협력은 그에 미치지 못했으며, 더구나 군사안보적
28)이와 같은 맥락에서 한국이 인식하는 일본은 동아시아 정세의 현상유지(status quo) 를 타파하고 자국의 세력권으로 재편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현상타파(revisionist) 지역강국(regional power)인 중국의 부상이라는 국제정세의 변환의 상황에 중층적으로 대응하는 또 하나의 주요한 현상타파(revisionist) 지역강국(regional power)이다.
“한-중 정치적 근접은 어디까지 가능할까?,” 조선일보, 2014.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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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는 아직 협력이라는 용어를 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이 경제적 차원뿐만 아니라 정치, 나아가 군사적으로도 중국 과의 거리를 좁히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 주의(realism)적 측면에서 지역강국(regional power)이라기보다 중견 국(middle power)에 가까운 한국의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자신의 국제 정치적 전략을 수정하기는 어렵다. 다시 말해, 중단기적으로 한국이 중 국과 정치군사적으로 협력하여 동아시아 지역 내에서 미국을 핵심축 으로 하는 ‘축과 부챗살(hub and spokes)’ 양자동맹 체제(bilateral alliance)와 다자주의(multilateralism)의 혼합적 정치군사 동맹에 대 응하는 정책적 고려를 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위의 국제정치적 구조의 근원적 문제, 즉 한국과 중국의 정치군사적
관계의 ‘근본적’ 갈등구조는 ‘북한의 존재’이자 ‘한반도 재통일
(reunification of the two Koreas)’에 대한 다른 시각이다. 한국과 중국 의 지도부는 경제적으로 실패하였고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북한의 ‘김씨 일가’의 권위주의 정권(The Kim Family Authoritarian Regime) 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른 전략적 이해관계가 있다. 중국은 북한의 현 정권이 붕괴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은 북한의 현상유지 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이는 ‘통일대박’이라는 적극적인 통일추구 전략을 천명한 박근혜 정권의 정책 기조와는 상반 되기도 한다. 결국 중국은 한국 주도 한반도의 통일에 대해 적극적 동 의를 표명하고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분석은 한국과 북한의 분단 구조가 지속된다는 전제하의 국제정치적 논리이다. 한국 주도의 한반도 통일이 달성된다면 ‘통일한 국’의 국제정치적·군사적 이해관계는 근본적인 재조정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 기본적 국제정치적 구조는 한반도 통일의 직접적 이해당사자인 남북한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의 모든 지도부가 인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