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리스크의 정의
현대사회의 위험은 아직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다가오고 있는 파국과 관련이 있다28). 지금 나타나는 미래의 위기는 개별적으로 경험될 수도 없고 감각적으 로 인지될 수도 없지만 언제든지 현실화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이것을 우리는
‘현재’직면하고 있는 위험과 구별하기 위하여 ‘리스크’라는 용어로 표현하 고 있다29).
모든 생명체는 근본적으로 모든 리스크를 예방할 수 없다. 리스크는 명확히 규정되기 어렵고 논란이 많은 개념이다. 그렇지만 현재나 미래에 일어날 수 있 는 잠재적인 부정적 영향이나 결과를 일반적으로 리스크라 표현한다. 리스크의 정의는 개별적 혹은 구체적인 상황에 따라 다르며, 현실적으로 명확한 수량적
28) Ulrich Beck, Politik in der Risikogesellschaft, Frankfurt a. M. 1991, p. 10;
Matthias Jahn, Das Strafrecht des Staatsnotstandes: die strafrechtlichen Rec htsfertigungsgründe und ihr Verhältnis zu Eingriff und Intervention im Verfa ssungs- und Völkerrecht der Gegenwart, Frankfurt a. M. 2004. p. 221; 위험사 회의 특징에 관하여 자세한 것은 백상진, “위험형법의 전개에 대한 비판과 바람 직한 형법적 대응방안”, 「비교형사법연구」 제13권 제1호, 한국비교형사법학회 (2011), 5쪽 이하 참조.
29) 현실에선 많은 위해와 손실이 실제로 발생하고 또한 발생할 가능성을 품고 있지 만, 실질적으로 인지할 수 있는 위험과 위해, 그리고 미래를 가정한 리스크는 현 재 예측 가능한 손실이 미래로 지연되는 것을 통해 사회적으로 인정된다. 사회적 으로 인지되고 인정된 손실과 위협의 징후 속에서 시·공간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집단과 제도가 이러한 리스크 관리를 위하여 상호 연관을 맺는 것으로 가정된다.
이에 따라 그 집단과 제도에 바람직하지 못한 발전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는다.
왜냐하면 위험은 이미 파괴적인 결과가 발생했거나 손실을 입었다고 해서 사라지 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리스크는 중세후기 이탈리아와 스페인 문헌에서 처음 발견되었으며, 인쇄술의 발전으로 널리 보급되었다. 당시는 해상무역의 전성기로 서 항해술과 무역 분야에서 리스크(risico)라는 용어가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r isico’는 이탈리아 말로 ‘암초에 배가 뒤집힌다’를 뜻하는데, 선박의 좌초 등 불측의 사건에도 불구하고 해상무역을 통해 부를 얻으려는 선원들을 규율하기 위 한 계약의 조건으로 사용되었다(윤혜선,“리스크규제에 관한 공법적 연구 – 식품 안전법제를 중심으로 -”, 서울대학교 박사논문(2009. 8), 25~27쪽).
측면으로부터 정신적 또는 감정적 측면에 이르는 다양한 내용을 포함한다. 이 러한 의미에서 리스크는 결과(outcome)와 가능성(likelihook) 및 심각성 (severity) 등 3가지 요소로 설명되기도 한다30). 즉 리스크가 실제로 발생했 거나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결과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잠재적인 결과와 가능성 및 심각성이라는 구성요소 전부를 포함한다. 그리고 리스크는 자연과학 적 인식의 결여로 인하여 위험의 결과와 가능성 및 심각성의 정도에 대하여 불 확실성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위험의 의심이 존재하는 경우를 말하므로31), 결
30) 김은주,“리스크 규제에 있어 사전예방의 원칙이 가지는 법적 의미”,「행정법연 구」제20호, 행정법이론실무학회(2008), 20쪽.
31) WBGU의 보고서는 그리스 신화의 등장 인물의 성격에 빗대어 다음과 같이 리스크의 유형을 분류하였다. 첫째, ‘피티아’리스크는 예상되는 피해의 크기를 알 수 없 으며 피해의 발생확률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는 리스크를 말한다. 특정 분야에 있어서의 과학기술혁신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가 이에 해당한다. 이 경 우 현재 시점에서 장래에 어떤 크기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지를 전혀 가늠할 수 없다. 화학물질 또는 생물물질이 어떤 효과를 가져 온다는 의심은 있지만 그 확률 은 알 수 없는 경우로서 광우병 사태, 초기 단계의 생명공학기술 등이 이러한 유 형의 리스크에 해당한다. 둘째, ‘판도라’리스크는 지구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 우 크고 그 피해의 지속성도 매우 높으며 피해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경우의 리스 크로서, 내분비호르몬장애물질과 관련한 리스크가 이에 해당한다. 셋째, ‘메두 사’리스크는 피해발생의 확률측정에 있어서 그 정확성이 매우 낮으나 피해의 크 기는 매우 큰 편이고 피해크기의 측정의 정확성도 높은 유형의 리스크를 말한다.
전자자기장으로 인한 리스크가 이러한 유형에 속한다. 넷째, ‘시클롭스’리스크 는 예상되는 피해의 크기는 측정할 수 있지만 피해의 발생확률의 측정 그 자체가 매우 힘든 경우이다. 이 범주에 속하는 리스크는 주로 인간의 경제활동이 자연생 태계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이 있는데, 그 인과관계는 불확실하지만 예상되는 피해 의 크기는 잘 알려진 경우이다. 그 예로서 인간의 경제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가 해류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들 수 있다. 다섯째, ‘카산드라’리스크는 발생확률이 높고 피해의 크기도 크지만 오랜 시간에 걸쳐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당장에는 그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는 리스크를 말한다. 인간의 경제활동으로 인한 점진적인 기후변화가 이러한 유형에 속한다. 끝으로 ‘다모클레스’리스크는 현대 과학기술 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데 원자력 발전소 또는 대규모 화학공장에서의 사고로 인한 대규모 피해가 전형적인 사례이다. 이러한 피해는 어느 때에도 발생가능하지만 철 저한 안전기술의 적용으로 실제피해가 발생할 확률은 지극히 낮고, 이러한 리스크 는 피해크기와 발생확률이 이미 잘 알려져 있으므로 리스크평가에 있어서의 불확 실성은 매우 작다.
위와 같이 다양하게 범주화될 수 있는 리스크는 고정적인 것이 아니다. 리스크 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축적됨에 따라 그 성질이 변할 수 있다. 예컨대 유전자변 형 콩으로 만든 두부의 섭취가 인체에 미치는 리스크처럼, 처음에는 리스크가
‘피티아’유형으로 구분되었다가 과학적 증거의 축적에 따라 나중에는 측정가능 한 리스크 유형으로 변할 수 있다.
국 불확실성을 본질적 요소로 한다32).
(2) 전통적인 위험 개념과 리스크의 비교
위험개념은 경찰법에서 형성되고 정의되어져 왔다33). 위험개념은 연혁적으로 프로이센 일반란트법에서 비롯되었다. 동법 제2편 제17장 제10조에서는 “공공 의 평온·안전·일반공중 및 개인에게 임박해 있는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필요 한 조치는 경찰의 임무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동 규정을 바탕으로 프로이 센 고등행정법원은 위험’개념을 발전시켰으며, 이에 따라 경찰법상 위험개념 을 ‘어떤 사건이 방해받지 아니하고 진행될 경우 공공의 안전 혹은 공공질서 에 손해를 가져올 충분한 개연성이 있는 상태 혹은 행동이 있는 경우’라고 정 의하였는데, 이것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위험개념의 표준으로 작용하고 있 다34).
그러므로 위험이란 어떤 사실상태가 그 진행을 방해받지 않은 경우에 개인적 혹은 국가적 법익에 손해가 발생되는 경우를 말한다35). 이때 손해발생36)은 단
그리고 리스크는 그 구성요소에 따라 (ⅰ) 물리적 피해의 크기 및 그 발생확률 로 나타낼 수 있는 객관적 리스크와 (ⅱ) 수량적 확률 개념으로 파악할 수 없는 심리적 차원에서의 리스크인식과 같은 주관적 리스크로 구별할 수 있다.
또한 과학적 불확실성의 개념과 관련하여 리스크를 (ⅰ) 현존하는 그 어떤 과 학적 지식을 통해서도 알아낼 수 없는 ‘미지의 리스크’또는 ‘가상의 리스크’
와 (ⅱ) 객관적인 과학 실험을 통해 파악할 수 있는 ‘측정가능한 리스크’로 구 별할 수 있다(주진열, “리스크의 법적 측면 - 제한적 합리성의 관점에서”, 「환 경법연구」 제29권 제2호, 국제환경법학회(2007), 26~28쪽 참고).
32) 조홍식, “리스크 법”, 「서울대학교 법학」 제43권 제4호. 서울대학교 법학연구 소(2002), 27쪽.
33) 위험 개념은 고전적인 경찰법에 그 기원을 가지지만, 그것은 공공의 안전과 질서 의 유지라는 행정의 소극목적에 기초하는 규제, 즉 「위험의 방지」를 내용으로 하는 규제에 있어서의 징표이었으며, 따라서 경찰법은 「위험방지의 법」이라고 이해되고 있다(한귀현,“환경리스크의 통제에 관한 법리”,「한국환경법학회 제82 회 학술대회」, 한국환경법학회(2005), 23~26쪽 참고).
34) 김현준,“환경행정법에서의 위험과 리스크”,「행정법연구」제22권, 행정법이론실 무학회(2008). 305쪽.
35) 김연태, 앞의 논문, 94쪽.
36) ‘손해의 발생’이란 경찰법상의 일반조항에 의해서 보호되는 법익이나 가치이며,
순한 추정이나 약간의 가능성만으로는 부족하고, 손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충분 한 개연성이 요구되어진다37). 그렇지만 손해의 발생이 확실하거나 목전에 급 박할 필요는 없다.
개연성의 정도는 예견되는 손해의 범위와 개입을 하지 않는 경우에 위협받게 되는 보호법익의 중요성 및 보호의 필요성 등의 요소에 좌우된다. 결국 위험과 리스크를 구분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은 손해발생의 개연성이다. 즉‘위험’은 손해의 개연성을 전제로 하는 반면에, 리스크’는 손해의 단순한 가능성만으로 도 충분하다. 위험과는 달리 리스크는 ‘불확실한 사안’, ‘개별요소의 주관 적인 불인식’등까지 포괄하는 개념이다38). 요약하면 위험은 ‘손해발생의 고 도의 개연성이 있는 경우’를 말하는 반면, 리스크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자 연과학적 인식의 결여로 인하여 위험의 결과, 가능성, 심각성 등의 정도에 대 하여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여전히 위험의 의심이 남아있는 상태’를 의미한 다.
발생할 수 있는 손해가 중대할수록 그 개연성은 덜 요구된다39). 따라서 생명 이나 건강과 같은 고차원의 보호법익이 위협을 받는다면 손해발생의 개연성은 최소한으로도 충분하다. 예컨대 원자로 사고의 경우처럼 그 손해의 범위가 광 범위하고 피해법익이 중요할 경우 손해발생의 개연성에 대한 요구는 최소한에 그친다40).
구체적 위험의 존재여부를 판단할 때 경찰법에서는 원인(행위나 상태)과 손 외부적인 영향에 의해서, 사실상 존재하는 정상적인 상태로부터 객관적으로 감소 하는 것이다. 따라서 손해가 발생하게 되면 위험은 실현되고, 이로 인하여 공공안 전의 침해가 생기게 된다(김현준, 위의 논문, 307쪽).
37) 구체적인 손해발생의 개연성의 정도는 개별 법령상 규정된 위험의 내용(가령 현저 한 위험, 긴급한 위험, 현재의 위험, 중대한 위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에 따 라 상이하다.(정관선,“사전배려원칙에 관한 공법적 고찰 - LMO리스크 관리를 중 심으로 -”,「경희법학」제42권 제3호, 경희대학교 경희법학연구소(2007), 292쪽 참조).
38) 김현준, 앞의 논문, 141쪽.
39) 박종원,“REACH 규칙과 사전배려원칙”,「환경법연구」제31권 제3호, 한국환경법 학회(2009), 114쪽.
40) 김환학,“환경행정법의 기본원칙에 대한 재검토”,「공법연구」제40집 제4호, 한 국공법학회(2011), 227~23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