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브의 수질을 보존하고 자연을 보호하기 위해 지속적인 의무를 부담하도록 규 정하고 있다. 법원은 특히 환경보호 분야에 있어서는 환경문제 특유의 회복할 수 없는 피해의 성격과 이러한 종류의 피해에 대한 배상의 한계성 때문에 경계 와 예방이 요구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 법원은 더 나아가 새로운 활동을 고 려할 때뿐만 아니라 예전의 활동을 계속 수행할 때에도 환경을 고려하는 새로 운 원칙들을 적용해야 하고, 경제적 발전을 환경의 보호와 조화시켜야 하는 필 요성은 지속가능한 개발의 개념에 표현되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147).
2001년 영국정부가 Sellafield 핵시설단지에 새로운 MOX 재처리공장의 건설 을 허가하자, 아일랜드 정부는 이 공장이 인접한 Irish 해 연안에서 핵 활동이 더욱 강화되고 해양오염이 가속화될 것을 우려148)하여 MOX 재처리공장의 허가 를 중지하고 동시에 MOX 재처리공장과 관련된 핵물질의 국제이동을 중단하기 위한 조치를 영국에 요구하였다. Sellafield 핵시설 단지는 Irish 해 연안가인 영국 북동부 Cumbria에 위치하고 있으며, Irish 연안으로부터 최단거리가 약 112마일 떨어져 있다. 반폐쇄해(semi-enclosed sea)인 Irish 해를 사이에 두고 영국과 마주보고 있는 아일랜드는 Irish 해에서의 어업활동이 국가경제에 중요 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해양환경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었으며, Sellafield 사이트가 플루토늄 기타 핵물질의 국제적 이동이 이루어지는 해역 과 가까이 인접해 있어서 방사능의 방출로 인한 잠재적 영향을 우려하였다. 아 일랜드는 Sellafield 6마일 이내에서도 어업활동을 하고 있으며, Irish 해 연 안에는 15개의 도시, 상업지구, 마을 등이 형성되어 있어 전체 인구 3800만 중 1500만 명이 밀집되어 생활하는 등 아일랜드가 밀접한 합법적인 이해관계를 갖 고 있는 곳이다.149)
영국정부도 아일랜드가 Irish 해역에 특별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것을 인 정하고 있으며, 이러한 입장에서 1997년 MOX 재처리공장 운영자인 영국핵연료
148) 1950년대에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와 방출을 시작한 Sellafield 재처리공장은 1957년 이래 크고 작은 안전사고와 핵물질 방출로 많은 환경적 우려를 불러일으 켰으며, 아일랜드 정부는 이에 지속적으로 항의를 해왔다. Irish 해의 수질과 바 다 가재, 해초 등의 해양생물에는 방사성동위원소(radio-isotopes)가 다량 포함 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방사능이 해안을 오염시켜 인간건강에 위해를 줄 뿐만 아니라 관광과 어업활동 등에 영향을 주어왔다. 아일랜드는 지난 수십 년 간의 핵물질 방출의 영향이 앞으로 수천 년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Memorial of Ireland, Convention on the Protection of the Marine Environmen t of the North-East Atlantic in the Dispute concerning Access to Informatio n under Article 9 of the OSPAR Convention and the MOX Plant (Ireland V Unit ed Kingdom), 7 March 2002).
149) Request for Provisional Measures and Statement of Case of Ireland, in the D ispute Concerning the MOX Plant, International Movements of Radioactive Mat erials, and the Protection of the Marine Environment of the Irish Sea (Irel and v. United Kingdom), International Tribunal for the Law of the Sea, 9 No vember 2001, paras. 4~5.
공사(BNFL: British Nuclear Fuels plc)의 자회사 NITREX가 신청한 Irish 해저 의 핵폐기물 저장소 허가를 거부한 바가 있다. 영국정부 소유의 BNFL이 운영하 는 Sellafield 재처리 공장은 1950년대부터 핵폐기물 연료의 재처리와 방출을 해오고 있으며, 1993년부터 본격적으로 경수로(Light Water Reactors)에 사용 되는 MOX 연료를 생산해 왔다. 문제의 MOX 재처리공장은 Pressurized Water Reactors (PWR) 와 Boiling Water Reactors(BWR)의 연료를 생산하기 위한 것으 로 연간 최고 120 톤의 중금속을 배출할 것으로 예정되어 있으나, 새로운 공장 시설에서 이용되는 재처리과정은 독특한 것이어서 아일랜드는 이를 수락할 수 없는 위험을 주는 시도로 간주하였다.150)
(2) 사전배려원칙의 적용
MOX 재처리공장 사건과 관련하여 아일랜드는 ITLOS, UNCLOS 중재법원, OSPAR 협약 중재법원에 모두 사전배려원칙을 제시하여 해당 공장의 설립 중지를 요청 하였다. 아일랜드는 사전배려원칙의 원칙이 해양환경 보호를 위해 적용되는 구 속력 있는 국제관습법 규칙이라고 주장하였으며, 영국정부가 Irish 해의 오염 을 사전배려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위반했다고 하였다. 유럽의회의 위임으로 작성된 STOA 보고서151)는 기존의 Sellafield 재처리시설에서 배출되는 핵폐기 물의 영향으로 식품, 침전물, 생태계 등에 고도의 방사능핵종이 농축되어 있으 며, Irish 해는 세계에서 가장 오염된 지역 중의 하나라고 밝히고 있다. 또한 사용 후 핵연료의 재처리과정은 고체, 액체, 기체 형태로 되어 있어 MOX 재처 리공장을 새로이 건설 하고 가동하는 경우 Irish 해의 해양오염뿐만 아니라 대 기오염까지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되었다. 아일랜드는 영국정부 가 이러한 상황을 무시하고 MOX 재처리공장 건설을 허가한데 대해 사전배려원
150) Ibid., paras. 6-8.
151) Report on “"Possible Toxic Effects from the Nuclear Reprocessing Plants at Sellafield (UK) and Cap de La Hague (France)”, August 2001.
칙에 따라 MOX 재처리공장의 배출과 운영으로부터 아무 피해도 발생하지 않는 다는 사실을 입증할 책임을 진다고 주장하고, ITLOS가 이를 중단하는 잠정조치 를 취해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 사건에서 사전예방 원칙의 적용 여부를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MOX 재처리공장의 핵폐기물 배출이 Irish 해에 “심각하고” “회복할 수 없는”
환경피해를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 ITLOS는 이러한 피해를 인정하지 않 고, 중재법원을 구성하는 2주간의 짧은 기간 내에 MOX 재처리공장의 허가를 중 지할 만큼 급박한 상황은 없다고 밝혔다. 대신 해양환경 오염을 방지하는 기본 원칙으로서 협력 의무를 명령하고 이를 위해 정보교환의무, 환경영향 감시, 해 양오염 방지조치를 강구하도록 요구하는 잠정조치를 명령하고 있으며, “분 별”과 “신중함”에 대한 고려를 그 전제로 하고 있다152). ITLOS에서 명령한 일련의 원칙 내지는 의무가 넓은 의미에서 사전배려적 성격을 띠고 있기는 하 지만, 아일랜드가 제기한 사전배려원칙과는 큰 차이가 있다. 재판부가 긴급성 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전예방의 요소인 “심각하고” “회복할 수 없 는” 환경피해의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사전배려원 칙에 따르는 경우 환경오염 발생국가가 자국 행위에 피해발생 가능성이 없다는 입증책임을 부담하게 되는데, 재판부에서는 이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재판 부가 “심각하고” “회복할 수 없는” 환경피해를 인정하지 않은 이유는 “과 학적 증거 부족”과 재판소에게 부여된 “짧은 기한(the short period)”으로 볼 수 있다. 즉 당사국들이 제시한 자료의 과학적 증거에 대한 합의가 성립하 지 않았고, UNCLOS 제290조 규정에 따라 중재법원이 구성되는 짧은 기간동안 잠정조치를 취하도록 명령해 줄 것을 요청받았기 때문에 아일랜드가 요구한 구 속력있는 법적 의무를 결정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153) 재판관 Mensah는 환 경오염 피해 가능성과 관련하여 제출된 자료에 대해 양국 정부와 그 전문가들
152) 이석용,“국제해양법재판소의 MOX 제조공장 사건”「과학기술법연구」제11권 제2 호, 한남대학교 과학기술법연구소(2006), 229~235쪽.
153) Joint Declaration Of Judges Caminos, Yamamoto, Park, Akl, Marsit, Eiriksson And Jesus, MOX Plant Case, ITLOS, 2001.
사이의 의견 차이가 너무 큰 상황에서, 재판부는 잠재적인 해양환경 피해 가능 성이 있는지를 추상적으로 판단하기 보다는 본 재판부에 권한이 주어진 기간동 안 잠재적인 피해가 발생한다는 증거가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였 다고 밝혔다.154)
또한 재판부는 그 기간 내에 핵물질의 해양운송이 추가적으로 없을 것이고, 아일랜드의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경우 공장가동과 플루토늄의 공장시스템 유입 을 취소할 수 있다는 영국정부의 주장을 수용하였다155).
이 사건보다 2년 앞선 1999년 해양법재판소에 제기된 남방 참다랑어 사건156) 에서 ITLOS는 명시적으로 사전배려원칙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한 사전 배려적 접근방법을 취하였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가 “최종분쟁해결이 이루어지기 전에 당사국들이 사전배려원칙에 따라 남방 참다랑어의 어획활동을 하도록” 명령해줄 것을 요청한데 대해 재판소는 “남방 참다랑어에 대한 심각 한 피해를 막기 위한 효과적인 보전조치가 취해지도록 보장하기 위해 당사국이 분별과 신중함을 가지고 행동하도록”명령하였다. 이때 재판소는 “남방 참다 랑어에 대한 보전조치가 과학적 불확실성을 갖고 있고 당사국들이 제시한 조치
154) The Separate Opinion Of Judge Mensah, MOX Plant Case, ITLOS, 2001.
155) 해양수산부,「국제해양분쟁사례연구Ⅱ」(서울: 애드파워, 2004), 347~348쪽 156) 호주와 뉴질랜드, 그리고 일본은 1982년 이후 매년 남방참다랑어 자원에 대하여
총어획량(TAC: Total Allowable Catch)를 결정하고 국가별 어획 쿼터를 배정하여 조업해왔다. 1993년 이들 3국은 남방참다랑어 보존협약(Convention for the Cons ervation of Southern Bluefin Tuna: CCSBT)을 체결하였는데, 이 협약을 통하여 세 나라는 총어획량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그리고 1998년 CCSBT의 과학위원회는 남방참다랑어 자원의 감소 추세를 확인하고, 3국은 2020년까지 1980년대의 자원 상태로 회복시킬 것을 합의하였다. 그 이후 합의되었던 국가별 어획 쿼터는 1998 년 이후에는 합의를 이루지 못한채, 일본은 자원량이 회복되었으므로 총어획량을 증대할 것을 요구하였고, 이러한 일본의 주장에 호주와 뉴질랜드는 자원 상황이 아직도 악화된 상태라고 하여 맞섰다. 이후 일본의 독자적인 행동이 계속되자 호 주와 뉴질랜드는 강하게 반발하였을뿐 아니라 ITLOS에 제소하였다. ITLOS는 잠정 조치명령에서 명확히 사전배려원칙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잠재적 위험성이 의심 스러울 때는 예방적 방법을 적용해야한다고 밝혔고, 또한 잠재적으로 환경에 역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행동에 대해서는 입증책임의 전환을 천명하면서 사전배려 원칙을 확인하였다(최종화,“남방참다랑어 어업분쟁과 국제해양법재판소의 가처 분명령”,「해사법연구」제11권 제2호, 한국해사법학회(1999), 31~37쪽; 해양수 산부, 위의 책, 143~14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