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 Korean Official Discourses on the Issue of Reunification during the Kim Jong-il Era (1998-2007)
Ⅲ. 북한 문학사에 나타난 진달래
1.
박팔양의「
진달래」
북한의 대표적인 문학사가 류만은 「소월과 그의 시에 부치는 말 몇 마디」에서 김소월에 대한 북한문학사의 공통적인 평가를 다음과 같이 요약한 바 있다. “김소 월은 자기의 시작품들에서 상징주의를 비롯한 일련의 경향을 나타냈지만 기본적 으로는 1920년대 사실주의 시문학을 개척한 시인의 한 사람이며 민요풍의 시창작
14강승제, “철령의 철쭉아,” 청년문학 (평양: 문학예술출판사, 2005), p. 20.
15손은희(강원도 원산사범대학 어문학부 학생), “철령의 진달래야,” 아동문학 (2003), p. 3; 장용 환, “철령의 진달래야,” 아동문학 (2001), p. 5.
16서사시 “조국의 진달래,” 문예출판사 (1980).
으로 현대 자유시 문학 발전에 특색있는 기여를 한 개성이 뚜렷한 서정시인이라 는 점이다.” 이를 통해 북한문학이 김소월을 사실주의 시인으로 보고 있으면서도 김소월시의 민요적 율조와 독특한 개성을 인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김소월의 민요적 율조란 남한의 학계에서도 꾸준히 논의되어온 바이고
‘독특한 개성’이란
논자에 따라 다르게 제시하는 것이므로, 여기서 특별한 설명을 요하는 부분은 ‘사 실주의’라는 표현일 것이다.엄호석은 김소월론에서 김소월이 가진 ‘사실주의’ 작가로서의 면모를 주로 김 소월의 시론(詩論)인 「시혼(詩魂」을 인용하여 설명한다. “특징적인 것의 선택 즉 사실주의적 일반화, 전형화의 특징에 대한 문제”로서 “평범하고 사소한 현상들도 그것이 일정한 생활의 진리와 미적 본질을 표현하는 것일 때에만 노래할 대상으 로 될 수 있다.” 이는 평범하고 사소한 감정을 일반적이고 전형적인 것으로 표현 해내는 김소월의 장점을 부각한 것이다. 문학작품을 당대 현실과 연결하여 설명하 고 더 나아가 계급성, 인민성, 당성을 얼마나 잘 드러내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문학 적 성취를 평가하는 것이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의 일반 이론이고 보면, 아래에 인 용된 엄호석의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평가한 부분에서 사실주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다.
보는 바와 같이 여기에서 우리는 봉건적 유습으로 말미암아 강요된 조혼의 결 과 당연하게 일으켜진 사랑의 파탄 앞에서 선 녀성의 비극적 운명이, 필사이 도 없이 지는 진달래꽃의 흩어지는 운명으로 강조되여 있음을 감촉한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기에서 동시에 자기를 역겨워 갈라지는 남편을 오히 려 고이 보내는 고요하고 아름다운 인간성, 평생을 비바람에 시달리는 진달래 꽃의 시련처럼 감당하면서 살아나가려는 용감성과 생활 긍정적 의욕, 남편을 생의 벗으로 깊이 신뢰하는 인간적 동등성의 자각, 이 모든 조선 녀성의 넋 속 에 깊이 잠재한 정신적 미의 발로와 그 표상을 감촉하게 된다.17
「진달래꽃」의 시적 정황을 풍습에 따라 조혼(早婚)하였다가 남편에게 버림 받 는 아내가 남편을 고이 보내주는 것으로 설정하고 있다. 이 시가 쓰여진 20년대의 모순을 조혼이라는 봉건적 풍습에서 찾는 것은 전형적인 사실주의를 강조하는 비 평적 관점이다. 남편을 보내는 아내의 형상에서 ‘고요하고 아름다운 인간성’, 시련 을 이기는 진달래꽃 같은 ‘용감성과 생활 긍정적 의욕’, ‘인간적 동등성의 자각’ 등 의 정신적 아름다움이 발견되는데, 이것들은 모두 조선 여성이 간직하고 있는 아
17엄호석, 김소월론, pp. 84-85.
름다움의 표상이라는 것이 엄호석의 설명이다. 1958년은 소련에서 시작된 민족적 특성론에 대한 비평적 논의가 북한문학계에서도 활발하게 전개되어 주로 사회주 의 현실이 요구하는 ‘품성(品性)’을 발굴하고 그것을 작중 인물로 형상화하는 것 으로 수렴되던 시기이다. 이때의 많은 시와 소설, 연극 등의 문학 장르에서는, 강 인함, 용감성, 근면성, 인간애 등을 갖추고 ‘계급성’에 투철하고 ‘당성’을 키워나가 는 ‘인민
’의 형상을 그리는데 몰두하였었다 .
당시의 비평적 관점이 엄호석의 「진달 래꽃」 평가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또 엄호석의 「진달래꽃」 평가에는 앞서 언급한 ‘진달래’가 가지는 우리 문학의 전통적 함의는 고려되지 않고 있다. 두견, 척촉, 친근한 꽃, 유년시절의 허기를 달 래던 꽃 등의 이미지는 전혀 상기되지 않는 반면 ‘비바람에 시달리’며 시련을 이기 는 강인한 이미지만을 진달래꽃에서 이끌어내고 있다. 이 부분은 시 「진달래꽃」이 민족의 고전으로서 가지는 다양한 이미지와 풍부한 해석의 가능성, 문학적 전통으 로서의 지위를 전혀 환기시키지 못하는 협애한 해석일 수밖에 없다.
엄호석이 진달래꽃에 부여한 ‘강인한 정신’은 박팔양의 시 「진달래」 해석에서 더욱 강조된다. 엄호석이나 조선문학통사에서는 제목을 「진달래」라고 밝히고 있으며, 중국 조선족 중학교에서 이 시를 「진달래」라는 이름으로 가르치고 배운다 고 한다. 또, 1992년 출간된 박팔양의 시선집에도 「진달래」라는 제목에 “봄의 선 구자를 노래함”이라는 부제가 붙어있고 작품 말미에 1930년 작이라고 표시하고 있 다
.
18 그러나 이 시의 원제목은 「너무도 슬픈 사실 -봄의 선구자 진달래를 노래함」 이다. 언제부터 제목이 바뀌어 인용되고 의미 부여가 되었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북한문학사나 평론에는 작품의 제목이나 본문 자체가 조금씩 바뀌 어 인용되는 예가 있기도 하고, 특히 시의 경우 텍스트 자체가 원본, 정본과 현저 한 차이를 보이는 작품들이 있는데 이 또한 남북의 문학사를 한자리에서 논의할 때 해명하고 해결해야할 문제일 것이다. 이 논문에서는 원전 비교를 목적으로 하 고 있지 않으므로 북한 문학사가들이 제시한대로 인용하여 설명하기로 한다.친구께서도 이미 그 꽃을 보셨으리다.
화려한 꽃들이 하나도 피기 전에 찬바람 오고 가는 산 허리에 쓸쓸히 피여 있는
봄의 선구자 연분홍 빛 진달래
18박팔양 시선집 (평양: 문학예술종합출판사, 1992), pp. 35-36.
꽃을 보셨으리다.19 (中略)
진달래꽃은 봄의 선구자외다,
그는 봄 소식을 먼저 전하는 예언자이며 봄의 모양을 먼저 그리는 선구자외다, 비바람에 속절없이 그 엷은 꽃잎이 짐은 선구자의 불행한 수난이외다.20
7연에 이르는 긴 시중 4연을 인용하며 엄호석은 ‘<진달래>의 새 시대의 선구
자, 혁명 투사의 형상 속에서 우리는 또 그 얼마나 인간 정신의 고귀성과 인도주 의 정신의 깊은 구현을 발견하는 것인가’라고 감탄하고 있다. 이른 봄에 피는 진달 래를 봄소식 전하는 예언자에 비유하고, 비바람에 진달래 꽃잎이 떨어지는 모습은 혁명투사의 수난에 비유한다. 예언자로서의 삶을 살다 비바람에 떨어지는 진달래 같은 투사의 희생과 불행한 생애는 ‘만인의 행복한 미래를 위하는 사업에서 희생 되는 자기 멸각(滅却) 속에서 오히려 생의 광채를 발하는 인류 해방에 바친 자기 의 투쟁이 결코 헛되지 않고 광명으로 보상되리라는 신념으로 불타오른다’고 강조 하고 있다
.
예언자로서의 삶이나 투사의 희생정신을 표현하는 것이 문학의 가장 큰 지향이라면 그것이 굳이 진달래꽃이 아니어도 될 것이다. 이러한 시각은 조선 문학통사에도 다르지 않다.그러나 진달래 꽃은
오려는 봄의 모양을 머리 속에 그리면서 찬 바람 오고 가는 산허리에서
오히려 웃으며 말할 것이외다.
(오래 오래 피는 것이 꽃이 아니라 봄철을 먼저 아는 것이 정말 꽃이라고)…21
오래 피는 꽃보다 비바람에 떨어질지라도 먼저 피는 진달래가 진정한 꽃이라는 칭송은 곧 사회주의라는 새 시대를 예언하고 그를 위해 살다간 선구자에 대한 찬 가와 다르지 않다
.
조선문학통사는 ‘선구자에 대한 찬가 그것은 곧 사회주의적19조선문학통사(하), p. 71.
20위의 책. p. 85.
21위의 책. p. 72.
리상의 견지에서의 생활에 대한 전망이였으며, 당대의 지배적 사회 질서에 대한 항거의 정신이였다’고 평가하면서 소박하나마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의 관점으로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