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rth Korean Official Discourses on the Issue of Reunification during the Kim Jong-il Era (1998-2007)
2. 주체 시대의 「진달래」
리상의 견지에서의 생활에 대한 전망이였으며, 당대의 지배적 사회 질서에 대한 항거의 정신이였다’고 평가하면서 소박하나마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의 관점으로 드러내고 있다
.
조선문학통사의 ‘리상은 현실적 모순의 해결의 담당자’로서 현 실의 모순을 해결할 수 있는 본성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시 <진달래>는 현실 생활에 대한 이러한 서정적 체험에 기초한다. 이 시가 비극적 음조를 대동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으로 하여 생활-락관적 전망성에 풍부한 감동적 물결(필자주: 1950 년대 북한문학에서는 사잇소리 표현을 위해 홑따옴표를 활용한 바 있다)을 부여 하고 있는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다’는 진술에서 초기 북한문학이 지향한 사회주 의적 사실주의에서 강조하는 ‘생활의 화폭’과 ‘혁명적 낙관성’ 등의 일단을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평가와 비평적 관점이 협애하고 도식적으로 보이지만, 이 시기는 앞서 언급한대로 북한문학이 나름의 이론과 분석 기제를 활용하여 문학적 형상화 를 고민하였던 1950년대 후반이었고 그 이후의 북한문학은 이 정도의 문학적 분 석의 깊이마저 확보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오가는 비바람 다 맞으며 산허리에 피여난 붉은 진달래 긴긴 밤 찬서리에 피고 또 피여서 진달래야 진달래야 조선의 진달래
때늦은 봄에도 사연을 담아 해빛밝은 강산에 피는 진달래 못잊을 어머님의 그 모습이런가 진달래야 진달래야 조선의 진달래24
위의 가사는 김정일이 어머니 김정숙과 진달래에 얽힌 일화를 떠올리면서 지었 다고 한다. 김정숙이 김일성과 함께 국내로 귀환할 때 ‘5호물동을 건너 조국땅에 첫걸음을 옮기셨을 때 감격의 눈물을 흘리시며 제일 먼저 품에 안은 것이 붉게 핀 진달래였’고 김정숙이 건넨 진달래를 받은 김일성은 ‘조선의 진달래는 볼수록
아름답다
’고 말한 것을 김정일은 기억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김정일은 어머니가생전에 사랑하던 진달래를 김정숙의 분묘 앞에 옮겨 심었고
‘그날부터 가슴속에
그리운 어머님의 모습과 함께 소박하고 부드럽고 아름다운 진달래가 영원히 지지 않는 꽃으로 소중히 간직되게 되였으며 그것은 언제나 마음 속에 따뜻한 정과 그 윽한 향취를 안겨주’었기에 진달래에 대한 감정을 노래에 담아 부른 것이 이 가사 라는 것이다. 진달래 안에는 ‘붉게 핀 진달래를 그러안고 조국을 한 없이 그리워하 시던 항일녀성영웅 김정숙 동지의 숭엄한 영상이 더욱더 가슴 뜨겁게 안겨온’다는 것이 김영황의 분석이다. 이 글은 1962년의 텍스트를 2006년에 분석한 것으로 주 체문예이론의 단면을 잘 보여주고 있다. 김영황은 이 책을 발간하기 이전부터 민 족,
민족어,
문화,
문화기호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였으며 그 결과를 집대성한 것이 이 저작이다. 김영황은 북한학계에서는 흔치않은 박사 학위를 가진 연구자로서 문 화와 언어와의 관계를 비유, 율조, 속담, 문장구조, 사물의 이미지 등 제 언어적 요건에 대해 설명하였고 영어, 일본어, 중국어, 한자어 등 여러 언어와의 비교를 통해 논의의 깊이를 더하고 있다. 그러나 작품의 문학적 분석에서는 김일성 가계 우상화와 주체 이념의 형상화에 몰두하는 주체문예 이론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 고 있다.
위의 가사를 문학적 텍스트로서 분석한다면 봄소식을 전하고, 비바람 다 맞으며, 산허리에 피어나는 진달래의 이미지는 박팔양의 「진달래」의 그것과 다르 지 않고 그것을 온전히 활용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거기에 김정일의 일화에서24위의 책, p. 4.
추가된 ‘못잊을 어머님의 그 모습’은 ‘조선의 진달래’라는 이미지의 확장을 보이는 데 이는 바로 항일여성운동가이다.
북한문학계에서 항일혁명 문학의 전통이 카프의 전통을 대체한지 오래이고 주 체문예이론이 사회주의적 사실주의를 압도한지도 오래이다. 여기에 북한문학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데 이는 ‘선군
(先軍)’이다.
무엇보다 군이 제일 우선한다는‘선군’이 ‘주체’를 대체할 수 있는지,
북한에서도 그러하기를 원하는지를 판단하기에는 시기상조인듯 하지만 여러 가지 불확실한 정황 속에서 부인할 수 없는 것이 있다면 현재 북한의 정치, 문화, 경제 모든 면에서의 이슈는 ‘선군’이라는 점이다.
김영황은 ‘선군시대’에 맞는 새로운 문화적 기호로 친금감을 주는 소재로 ‘오성산’
이나 ‘다박솔 초소’, ‘철령’ 등을 들고 있다. 아마도 선군문학에서 ‘오성산’이나 ‘다 박솔’, ‘철령’ 등은 우리의 ‘진달래꽃’처럼 유서 깊은 역사적 전거에 기반하여 풍부 한 이미지와 정서를 가진 새로운 문학적 전통으로 굳어지고 있으며 문화 정전적 기호로 자리잡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회주의적 사실주의와 주체 그리고 선군에 이르는 북한문학의 여정 자체가 어 쩌면 남북한문학의 거리를 점점 넓히는 방향으로 진행된 것인지도 모른다. 북한의 문학은 자신의 것이외의 문학을 인정하지 않는 비판과 배제의 태도로 일관하였고 남한 문학 역시 북한 문학을 포용할 여지를 발견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는지도 모 르겠다. 사실 두 문학의 비교는 만나고 포용하기 힘든 차이만을 확인하는 일이기 일쑤였다. 엄호석, 김영황 등의 글을 소개한 이 글 역시 그러한 예를 하나 더 더한 것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수년전 타계하여 지금은 없는 북한문학사학자 류만의 글에는 북한문학의 변화를 감지할 만한 여지가 보인다.
류만 또한 김소월이 가진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시와 시대, 사회현실과 거리를 두고 무관심으로 일관한 시인이었으며 일제하의 모순된 현실을 뚫고 나가지 못하 고 그 안에서 번민하고만 있었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이별을 슬퍼하고 그리움 에 애간장을 태우면서도 거기에 비애의 감정을 짙게 실었을 뿐 그 이별과 그리움 이 누구의 것이며 왜 생겨나고 무엇을 지향하는 것인지를 밝힐 수 없었다’는 것이 다. 이렇듯 소월의 한계를 지적하면서도 소월 시의 이별과 그리움의 정이 극한에 이른 비애의 감정으로서 ‘깨끗하고 순결하며 아름답기까지 하다’고 한다. 이는 모 든 문학을 계급성과 인민성, 당성의 잣대로 평가하여 ‘순수한 아름다움’이란 부르 조아적인 감정의 독소라고 표현하는 보통의 북한 평론가들에게서 보기 힘든 표현 이다. 더구나 이는 그나마 문학적 형상화를 논의할 수 있었던
1950년대 후반의
글이 아니며, 많은 월북 문인 및 윤동주에 백석, 김달진의 시까지 가치를 평가하던1995년의 조선문학사가 발간된 후 10년이 지난 2005년의 시점인 것이다.
이 점 이 류만이 북한의 다른 평론가들과 다른 면모일 뿐아니라 1960년대 이후에 각종 비판과 숙청으로 문학사의 후면으로 사라진 다수의 월북문인과 식민지 시기 남한 시인들에 대한 평가를 새로이 한 조선문학사 시리즈 집필자로서의 문학적 역량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김소월, 이태준, 한설야 등의 여러 문인들에 대한 복권과 재평 가가 정치권의 기획이 아니고서는 이루어질 수 없는 정치적 행위임은 틀림없으나 그 안에서 발하는 문학사가의 역량과 노력에 존경심을 갖는 것은 그 자체가 통일 문학사의 한 접점을 마련해 주는 노작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자체만으로도 남 한문학계는 북한문학을 포용할 논리를 개발하고 북한문학을 평가하는 노력을 할 이유를 갖게 되는 것이다.류만은 다음과 같이 끝맺고 있다.
소월이 <진달래꽃>을 쓴 때로부터 8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10년이면 강산 이 변한다고, 10년도 몇 번을 고패쳐 흐른 세월 속에 여러 시인들과 시작품들 이 기억에서 사라지고 삭막해지기도 하였다. 그러나 소월의 시들은 오늘에 와 서도 읽힌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그의 시는 우리 시문 학의 민족성을 살리고 시 형식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하는 데서 유산적 가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류만의 마지막 문장을 ‘달라진 세월 속에서도 김소월의 시가 민족성을 살리고 시형식을 풍부하게 한 전통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로 읽어 볼 수 있다. 민족 성과 시형식 그리고 전통을 언급하는 그의 평가가 우리의 그것과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말이 시대에 따라 변화하여 왔듯 남과 북의 말과 표현 또한 변화하였다.
이제 많이 달라진 두 말을 함께 쓰고자 한다면 서로의 같음과 다름을 알고 차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3.
진달래와 비전향 장기수북한 시에서 진달래 이미지에 부여된 또 하나의 이미지는 비전향 장기수이다.
북한문학은 2000년 남북 공동 선언 이후 통일 주제 작품들이 양산되었는데 이중 비전향 장기수의 생애를 다루는 것도 중요한 한 갈래였다. 오랜 세월 자신만의 신 념 때문에 고난을 겪고 이제는 북송되어 기쁨을 맛본다는 비전향 장기수의 기본 이야기 구조에는 북한 사회가 정치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요소가 있는 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