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카마아동들은 대부분 각각의 교실에 있을 때의 조용하고 내성적인 모습 과 달리, 일본어교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는 전혀 다른 모습의 활달한 태 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1학년 R군의 경우는 수업시간, 쉬는 시 간 거의 말이 없는 것에 비해 일본어교실에서 외국에서 온 또래 친구를 만
나자 일본어로 적극적으로 말을 거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R군의 경우는 어느 정도 일상회화가 가능한 편이라 같은 또래의 친구와 함께 수업을 받 고 있었는 데, 그 친구와 수업을 함께 받을 때 서로서로 더 많이 선생님에 게 이야기하려는 모습이나 문제를 더 빨리 풀려고 경쟁하는 모습 등을 보 이고 있었기에 R군이 재적중인 일반학급에서의 모습과는 너무나 달라 놀 랄 수 밖에 없었다.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A양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교실에서도 늘 밝고 씩씩한 표정을 보이는 편이긴 하나, 수업시간 거의 참여하지 못하다보니 침묵을 유지할 때가 많은 A양 역시, 일본어교실에 들어서는 순간, 자신이 잘 사용하는 영어로 선생님께 질문을 하고, 일본어교실에 있는 다양한 교 구들에 관심을 보이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주변 일본어 수업을 듣고 있는 친구들과도 친해져 같이 교구를 이용 하여 만들기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4학년 C양은 같은 시간대에 수업을 받은 아동들에 비해 학년이 높은 편 이어서 또래는 없었지만, 선생님과 친구처럼 편하게 장난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칠판에 그림을 그리는 가 하면, 아는 일본어로 문장을 만들면서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기도 했는 데, 연구자를 보고도 손을 흔드는 등의 밝 고 쾌활한 모습을 보였다. 또 다른 2학년 인도네시아에서 온 아동 4명의 경우는, 들어오면서부터 목소리가 높아져 학교에서 3교시까지 있었던 일을 일본어로 선생님께 이야기하기도 하고, 주말에 했던 일들을 열심히 설명하 기도 하는 등의 모습을 보였다.
관찰과정에서 확연히 느낄 수 있었던 가장 큰 부분은, 바로 일본어교실이 뉴카마 아이들에게 있어 놀이터이자 친구들과의 만남의 공간이고, 자신의 언어적인 한계가 있어도 어떤 식으로든 표현할 수 있는 자신감을 주는 공 간이라는 점이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교구들이 준 비되어 있고, 이에 대해 개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교사들 의 태도와 아이들이 하는 어떤 표현에도 진지하게 들어주고 대화를 해주는 상호관계(라포)의 형성이 이루어져있기 때문이다. 아동이 일본어교실에서
느끼는 안정감이나 즐거움에 대해서는 이는 연구자뿐 아니라 담임들 역시 느끼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동이) 일본어 교실에서 돌아올 때 모습을 보면 재밌게 보내고 왔구나 하는 게 느껴져요. 얼굴 표정이 밝아져서 오거든요.” (1학년 담임 E교사)
“(일본어학급) 선생님들께 부탁해서 지도가능하다는 게 정말 큰 도움이 됩 니다. (아동이) 일본어 수업 후에 교실에 돌아올 때 웃으면서 들어오니까 안 심이 되고,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1학년 담임 F교사)
이외에도 일본어교실에서 주최하고 있는 여름방학 캠프의 경우에는 K지 역에서 일본어수업을 받고 있는 모든 아동이 한 곳에 모여서 일본어수준과 나이에 맞게 반을 만들어 수업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게임활동이나 만들기, 과제 수행 등을 통해 아이들은 일본어교실을 교류의 공간으로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T초등학교의 경우, 센터교로써 일본어학급에 재적중 인 아동이 쿠마모토시의 4할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기에 일본어 교실 자체만으로도 아동들에게 교류의 장소이자 심리적인 안정처로써의 역 할을 하고 있지만, 그 외 소수의 학생이 재적하는 학교에 재적하는 뉴카마 아동에게는 여름방학을 통한 타국적, 타학교의 아이들과의 만남은 자신 이 외에도 다양한 국적의 자신과 비슷한 아동들이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 는 기회이자 교류의 장소로써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런 부분에 있 어서는 T초등학교의 일본어교실에 직접 찾아와 수업을 받고 있는 아동의 경우가 유사한 환경의 친구와의 교제 및 수업에 대한 이해를 통해 학교에 서의 적응이 원활하고, 심리적인 안정감을 누릴 가능성이 높아보였다.
(2) 뉴카마 아동의 담임교사의 협력 및 조언
일본어 교사와 학급담임의 연락회에서 분과별로 이루어진 시간에서 담임 교사들은 뉴카마아동에 대한 다양한 고민들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는 데, 크게 학습적인 부분에서의 지원의 어려움, 친구관계 형성에서의 어려
움, 그리고 학부모와의 관계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중 가장 많은 부 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의사소통의 어려움에 따른 학습지원에서의 곤란 함이었다.
“일상적인 생활에서 별 문제가 없지만, 수업을 할 때는 (이 아동이) 어디부 터 어디까지 가능한 지에 대한 능력을 파악하는 게 어렵습니다. 지시한 내용 을 이해하고 있는 건지.. 모두 이해하기는 힘들 것 같고.. 또 아는 것을 다시 전달하기도 그렇고.. ” (U초 M교사)
“개별지도가 필요하다고 여겨져요. 그런데 개별지도를 하고 싶어도 그러면 다른 아이들은 자습을 학데 되는 거죠. 게다가 일본어 문제가 아니라도 한 학급에 개별지도가 필요한 아동이 몇 명이나 있는데 어떻게 해야할지...”
(W초 N교사)
“수업을 하고 있을 때, 전체 지도를 하는 데 (그 아동을 보면) 어떻게 해야하 나 고민됩니다. 정말 미안한 기분이 듭니다.” (T초 G교사)
다수의 담임교사들은 뉴카마아동의 일상생활에서의 회화는 아동간의 놀이 를 통해 빠르게 느는 것을 볼 수 있다면서, 다소 커뮤니케이션의 어려움으 로 소통하는 데에 있어 부딪히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지만, 아직 어린 아 동들이라 생각보다 쉽게 어울린다고 이야기 했다. 반면, 그런 일상적인 생 활에서는 큰 걱정은 없으나, 국어와 같은 일본어 능력을 요구하는 수업을 지도할 때는 어떻게 해야 될지 난감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일본어로 인한 의사소통에의 어려움은 친구관계나 보호자관계에서도 어려움으로 이어지면 서, 많은 부분에서 일본어 교사에게 의지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꼭 해야 하는 것이긴 한데, 가르치기 힘든 때는 (일본어학급) 선생님들께 부 탁해서 지도가능하다는 게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아동이) 일본어 수업 후 에 교실에 돌아올 때 웃으면서 들어오니까 안심이 되고, 정말 감사하고 있습
니다.” (T초 G교사)
“일본어지도 선생님께 로마자로 표현된 히라가나 자료를 받아 그걸 보고 교 과서에 나온 글을 로마자로 표현해서 적어주니 (아동이) 그걸 보고 소리내어 따라 읽더라구요. 주변 아이들도 (외국에서 온 아동이) 읽는 걸 보고는 ‘와!’
하면서 들어주고 칭찬해주기도 하고.. 일본어교실에서 배운 표현을 주변 친구 들에게 말해주면서 아이들이 반응해주고, 아이들은 또 저에게 와서 ‘~군가 저 에게 이런 말을 했어요’라고 한답니다.”(S초 J교사)
“주변 아이들이 매우 중요한 거 같아요. 짝이 정말 친절하게 가르쳐주면 잘 따라해요. 일본어 선생님의 조언으로 2번째 자리에 앉혀서 앞 친구의 자료도 자연스럽게 보고 따라 할 수 있도록 했더니 잘 따라서 하더라구요.” (W초 N교사)
담임교사들은 뉴카마아동과 관련된 문제가 생길 경우, 일본어지도교사의 조언을 토대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또는 일본어지도교사에게 중재자 역할 을 요청하기도 하였다. 교실에서의 자리배치를 통해 뉴카마아동이 좀 더 주변 아동을 통해 힌트를 얻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거나, 아니면 교과서 에 사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자료를 제공받기도 하고, 또는 문제 자체를 일본어지도교사에게 넘기는 방식으로 의존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 다. 즉, 일본어지도교사가 담임교원들에게 있어서는 조언 및 협력자인 동시 에, 학부모와의 관계에서는 중개자, 뉴카마아동의 교육적인 부분에서는 책 임 공유자로써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일본어교사가 관 여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특히 학교 의 위치에 따라 일본어교사와의 협력관계에도 차이가 나타나기도 했다. T 초등학교내의 담임교사의 경우는 일본어교사와의 협력관계가 아동 및 학부 모와의 상담에도 모두 관여하고, 가정통신문 등의 학급 내 전달 관계에도 깊이 관여하는 반면, 파견 지도를 받는 아동의 담임의 경우는 일반적인 지 도 상황에서는 교사가 직접 해결해야 하는 어려움에 처해 있기도 했다.
(3) 학부모의 참여 및 교사와의 관계 지원
T초등학교는 일본어교육 센터교로써의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직접적인 일본어교사들의 헌신으로 많은 뉴카마아동을 받아들이고 있음에도 학교내 학부모의 참여가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특히, 일본어교사는 학 부모의 참여를 독려하고, 학교의 입장을 설명하는 동시에, 학부모의 입장을 배려하고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학교의 각종 행사에 뉴카마아동의 학부모들이 행사를 잘 이해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또한 일본어교실 자체적으로도 학부모와 함께하는 문화체험 교실을 통해 K지역의 역사교실이나 문화재를 탐방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학부모와 담임교사의 가운데에서 서로의 입장을 설명하 고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는 데, 일부의 학부모의 경우는 담임에게 연 락하기보다 일본어교사에게 연락해서 아동의 상황을 설명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담임교사들 역시 마찬가지로, 일본어 교사에게 부탁해 서 학부모에게 전달해야 할 내용을 대신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인 터뷰를 통해서 알 수 있었다.
“저는 보호자분께 직접 전하기보다는 지원해주시는 분께 전달을 부탁드려 요. 아무래도 그게 아동한테도 편한 것 같고, 보호자분들도 편해하는 것 같 고.. 직접한다면 정말 힘들겠죠. 정말 지원해주는 분들이 있어 감사해요.”
(T초 E교사)
“가정통신문이 있을 때, 중요한 내용은 일본어교실에 부탁드려요. 그러면 번 역해서 다시 보내주세요. 정말 감사하죠.” (T초 F교사)
실제로 T초등학교에서는, 일본어교실의 지도교사들이 중요한 가정통신문 이 있거나, 보호자의 일본어가 충분하지 않아 전달에 있어 어려운 상황에 는 담임 대신 가정통신문의 번역을 해서 전달하기도 하고, 학급의 준비물 설명이 복잡하고 까다로운 경우에는 담임선생님의 의뢰 또는 학부모님으로 부터의 부탁을 통해 준비물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여 기록한 안내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