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다문화공생의 움직임은 지역사회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왔다. 점점 늘어나는 외국 주민들과의 마찰이나 갈등 속에서 지역 주민 스스로가 해결 책을 찾아 다양한 커뮤니티를 만들어나가고 활동들을 추진해 왔고, 그러한 노력들이 정부 차원에서도 필요성을 인식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결국, 일본의 다문화공생은 정부보다는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며, 그렇기 때문에 다문화교육지원 방식 역시 지역에 따 라 그 차이가 매우 크고 다양하다. 어떤 지역의 경우는 나름 체계적으로 지원 시스템을 만들어 지원하고 있는 반면, 어떤 지역은 뉴카마아동에 대 한 경험도 부족할 뿐 아니라, 이들에 대한 지원이 전무한 경우도 있다.
Banks(1996)는 다문화교육의 목표가 자유를 위한 교육으로써, 아동이 민 주적이고 자유로운 사회로의 참가를 위해 필요로 하는 지식, 태도, 기술, 을 길러주는 것이며, 더 나아가 인종이나 문화의 경계선을 넘을 수 있도록 자유, 능력, 기술의 확대를 강조하였다.69) 즉, 다문화교육은 일부의 교육과 정이나, 특정 대상의 아동을 지원하는 형태의 교육이 아니라 전체 아동에 관심을 가지고 저마다 처한 상황과 환경에도 불구하고 학습권을 충분히 누 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진정한 의미가 있다. 이와 같은 학습권의 중요성은 1985년 3월 27일 파리에서 채택된 유네스코 학습권선언에서도 인간의 생존 에 있어 불가결한 수단으로써 다음과 같이 정의되어 있다. 학습권(the right to Learn)에서 말하는 배움이란, 단순한 쓰고 읽기의 학습 능력의 습 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읽고 쓸 수 있고, 그래서 의문을 가지고 보다 깊게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며, 상상하고 창조하는 주체적인 권 리라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배움은 자신의 세계를 이해하고, 역사를 이해 하고, 교육을 통해 개인적, 집단적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인간으로써 꼭 필 요한 권리라는 것이다.70)
마츠오 토모아키(松尾知明, 2013)도 다문화교육의 목표로써 ‘학습권’의 중 요성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다문화교육의 첫 번째 목표는 모든 아 이들을 위한 교육으로써 특별한 교육이 아닌, 문화적 배경에 관계없이 모 든 아이들에게 있어 그 차이에 따른 교육을 강조함으로써 모든 아동이 자 신의 상황에 맞는 학습권을 보장 받아야 하는 것이며, 다문화교육의 두 번 69) James. A. Banks(1996), 平沢安政(訳),『多文化教育-新しい時代の学校づくり』, サイ マル出版会:東京. p.157
70) 川村千鶴子, ‘学習権とは何か─多様な教育機会の実現とアクセスの平等’, 川村千鶴子 編 著(2014), 『文化社会の教育課題-学びの多様性と学習権の保障-』, 明石書店;東京。p.25
째 목표는 다문화시민을 육성하기 위한 교육으로써, 학력의 향상과 다양성 의 신장을 강조하였다. 즉, 국경을 초월하고, 장애를 넘어서, 인종과 무관하 게 누구라도 어디에서도 교육을 받고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 나갈 수 있는 배움의 토대로써 학습권을 보장하는 것이야말로 다문화교육의 목표라는 것 이다.
일본의 다문화공생이나 학교 현장의 교육방식은 아동의 학습권의 관점에 서는, 표면적으로 마이너리티의 일본어교육 지원을 중심으로 학습권 보장 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상회화를 중심으로 하는 일본어교 육에서부터 교과학습 지원, 그리고 진로가이던스를 통한 진학지도까지, 표 면적으로 살펴본다면 아동의 학습권을 위한 노력이 체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일본어의 일정수준이 된다면 모든 학습의 책임 은 아동 개인의 노력의 문제로 인식되는 교육현장을 마주할 때, 과연 진정 한 의미의 학습권을 보장한다고 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왜냐하면, 학습권을 보장한다는 의미는 앞서 유네스코에서 제시하는 의미와 같이 배움의 과정 에서 깊게 생각하고, 상상하며, 창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교육의 보장 을 의미하지, 단순히 언어적 지원과 정보의 제공으로 이루어지는 교육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한국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은 일상적인 의사소통에 있어서는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가정 내 부모 의 한 쪽의 언어적인 수준 차이로 인해 충분한 의사소통의 연습의 부족이라던 지, 문장의 이해 및 전달력에 있어서는 어려움이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의 경우, 탈북청소년과 같이 같은 언어를 뿌리로 시작해 성장해왔지만 자 라난 환경과 교육의 차이로 인해 언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거나 다른 발음과 억양으로 인해 주변으로부터 시선을 받는 등의 정신적인 곤란을 겪을 가능성도 높다는 점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일본이나 한국이 나,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을 생각할 때 저마다 각자 다른 부분에서의 학습에의 곤란과 어려움에 처해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아이들의 성장과 발달은 가정 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할 때, 다른 나라를 뿌리로 둔 부모들은 언어나
문화의 차이로, 아이들을 양육할 때, 학교나 교사가 요구하는 가정학습이 나, 여러 가지 협력에 충분히 대응할 수 없다. 부모들, 그들 자신이 그 사 회에 적응하고 살아가는 데 힘겨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에 따라 일본의 일부 지역사회 내에서는 증가하는 외국인들을 대응하기 위해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일본어교실이 만들어졌고, 이 일본어 교실은 이후 다문화가정의 자녀들의 교육에 대한 지원을 위해 노력하고 있 다. 사토우(佐藤, 2010)는 연소자를 대상으로 한 일본어교실의 타입을 6가 지 : ①일본어교육, ②교과학습지원, ③진학지원, ④안식처, ⑤프리스쿨, ⑥ 모어지원으로 나누었는 데,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일본어교실과의 차이는 학력과 진로 등, 다문화의 아이들의 성장이나 발달 단계에 따라 지원내용 이나 목적이 변화한다는 점이다.71) 또한 일부 지역사회에서 운영하는 일본 어교실은 학교수업지원과는 별도로 유아부터 어른까지 참가 가능한 형태로 학교 지원을 더 이상 받지 못하더라도, 지역사회에서 성인이 될 때까지 도 움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의 학교 내의 한계점(단 기간의 언어교육 지원)을 인식하고, 이를 지역사회가 이들을 돕기 위한 시 스템을 스스로 구축하여, 그 지역에 사는 시민들과 학생들의 도움과 공교 육 기관과의 연대를 통해 문제점을 극복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2) 체계적 지원을 위한 방향 모색
우선, 지역사회에서의 외국인에 대한 지원은 생활 지원을 위한 통 번역서 비스나 법률 상담 지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뉴카마아 동의 교육에 대한 지원의 경우, ‘일본어가 부족한 아동’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담임교사 및 지원네트의 교사 들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어교실이 있어서 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K지역내 의 아동들의 경우는 그나마 다른 지역의 아동들에 비해 운이 좋은 편이라 는 이야기를 자주 들을 수 있었다. K지역을 조금만 벗어난 근처의 지역 중
71) 宮崎幸江 編著(2014), 『日本に住む多文化の子どもと教育-こどばと文化のはざまで生き る-』, Sophia University Press/上智大学出版。p.229
에는 이러한 지원이 전혀 없이, 모든 책임과 역할이 담임교사에게 주어져 있어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에 오히려 일본어교실 자체가 있는 것이 큰 행운이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회화가 어느 정도 가 능한 경우에는 당연히 별도의 지원이나 도움을 받기에는 어려움이 많다.
게다가, 어느 정도의 일상적인 회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소외되고 학 습에서 뒤처지고 있음에도 관심을 받지 못하고, 기회조차 주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더블리미트’에 처하는 경우가 되기도 한다. 지원네트의 교사 는 일본에서 태어났거나, 어릴 때부터 성장해서 겉으로 보기엔 일본어 및 생활에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실제로 학습적인 부분에서 현저히 어휘력이 떨어져서 따라가지 못하는 아동들이 있으며, 그런 아동 중에는 자신의 모 어 역시 완전하지 못해서, 모어와 일본어, 양쪽에서 어려움을 겪는 ‘더블리 미트’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면서 염려하고 있었다. 따라서 교육적 지원과 관심을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일본어’를 기준으로 아동을 보기보다, 보이 지 않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다 넓은 범위의 확대된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앞서 일본어교실의 한계점에서도 제시했다시피, 뉴카마아동에 대한 일본어교육이 일정한 회화수준이 되면 교육시간이 단축되거나 종결되기 때 문에 실제 아동이 학습에 충분히 따라갈 수 있을 만한 상태라고 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는 지원네트의 일본어강사들이 일반적으로 일본어교실에서 의 교육이 뉴카마아동들이 학습에 참여하기 위해 요구되는 능력까지 책임 지지 못한다고 지적하는 데서도 알 수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지역사회와 의 연대를 통해서 일본어교실에서 모두 감당하지 못하는 만큼, 장기적인 지원 체제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동이 어느 정도의 학 습을 통해 수업에 동등하게 참여하고 배워나갈 힘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기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일본어교실만 의 노력이 아니라, 그들보다 더 많은 지도 경험과 사례들, 정보를 가지고 있는 지역 단체와의 강력한 연대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교육현장을 다양한 루트의 도움으로부터 개방해 나가야 할 것이다.
셋째, 뉴카마아동의 학교생활이 원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아동의 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