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지역은 T초등학교를 센터교로서 일본어교육을 필요로 하는 주변 초등 학교에는 파견수업을 실시하면서, 동시에 해당학교 내에서는 일본어교실을 통해서 뉴카마아동의 일본어교육 및 담임교사의 지원을 실시하고 있었다.
비록 ‘일본어교실’이라는 명칭으로 핵심적인 역할은 ‘아동의 일본어교육을 지원함으로써 학교 적응을 돕는다’는 것에 있었지만, 실제 관찰 및 인터뷰 를 통해 아동의 학교생활의 전반에 걸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우선 지도할 때에, 아동의 일본어능력이나 문화적 배경, 아동이 놓인 상황 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하여 아동이 보다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노력 하고 있었다. 이것은 일본어지도에서뿐 아니라, 교과지도에서도 담임교사에 게 자료를 제공하기도 하고, 교사와의 상담을 통해 필요한 조언을 하기도
하며, 교사의 도움 요청에 따라 교과지원에 직접적으로 참여하기도 하였다.
또한 일본생활에 필요한 ‘생활언어’뿐 아니라, 교과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학습언어’의 수준에서도 지도해 나가면서, 교과서를 통해 나오는 표현을 실물자료, 모형 및 사진자료 등을 활용하여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 다. 게다가 일본어 및 교과지도 외에도 뉴카마아동의 학부모와 교사와 사 이에서 소통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일본의 학교 시스템을 충분히 알지 못 하는 학부모들에게 학교의 활동을 소개하고, 참여를 독려하고, 때로는 통역 의 역할까지 해가기도 했다. 반면, 교사들에게는 학부모님들이 궁금해하는 점, 염려하는 점 등을 부드럽게 전달하여 아동이 처한 환경을 전해주기도 했다. 담임들은 학부모님에게 전달해야 할 중요한 가정통신문을 일본어교 실을 통해 번역을 부탁하여 대신 전달을 한다거나, 상담해야 할 내용을 일 본어교사와 사전에 논의하여 아동을 이해하기도 했다.
또한 일본어 개 폐강식을 통해 학부모, 담임교사들, 일본어교사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일 수 있도록 하였으며, 분과별 모임을 통해서 학부모간의 소 통, 담임교사들간의 소통과 연수회 등을 실시하고, 특히 담임교사들을 위해 서는 여름 특별 연수를 통해 ‘외국인 아동’의 교육을 어떻게 접근하고 이해 해야하는 가에 대한 깊이 있는 대화의 시간을 가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 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일본어교실의 숨어있는 중요한 역할은 뉴카마아 동에게 이곳이 ‘안식처’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재적학급에서 소 극적인 태도를 줄곧 보이던 아이들도, 일본어교실에서는 밝고 적극적인 태 도를 보이고, 한마디도 하지 않던 아동이 쉴새없이 모국어와 일본어를 섞 어가면서 교사 또는 또래 아동에게 말을 걸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것은 일본어교실의 개방적인 분위기와 일본어교사의 관용적인 태도가 중 요한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일본어교실은 단순한 ‘언어(일본어) 지원 기관’이 아니라, 뉴카 마아동의 학교생활 전반에 관여하고 있었으며, 뉴카마아동을 맡고 있는 담 임이나 학부모에게도 중요한 지원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2) 일본어교실의 한계
그러나 일본어교실이 여러 긍정적인 기능을 지니고 있는 것과 달리 한계 및 문제점을 지니고 있음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째, 센터교와 비센터교 사이의 교육 지원의 격차문제이다. 일본어교실의 다양하고, 적극적인 지원은 주로 센터교(일본어교실이 위치하고 있는 해당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며, 비센터교인 일반초등학교인 경우는 일 본어교육이나 교사 연수, 캠프 참여 등 기본적인 지원과 행사 참여외에는 담임교사나 학부모를 위한 직접적인 지원에는 한계가 있었다. 특히, 비센터 교의 담임교사들은 학부모와의 의사소통에 있어서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 었는 데, 일본어교사들의 경우 센터교를 중심으로 파견수업을 진행하기 때 문에 수업을 마치고 담임교사들과 충분히 상담을 나눌 시간이 부족한 경우 가 많았다. 따라서, 학부모와의 소통에는 학부모가 관련하고 있는 곳이나 해당 지역의 자원봉사자를 통해 통 번역 등을 부탁하거나, 아니면 교사가 직접적으로 그때그때마다 핸드폰, 컴퓨터 등을 통해 대처해나가며 소통해 가고 있었다. 비센터교의 담임교사들과의 인터뷰과정에서 교사들은 아동을 지도하는 데 있어 스스로 판단하고 해결책을 찾아가면서 좌절하기도 하고, 때론 학부모와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고 있음을 나타냈으나, 이에 반해 센터교의 담임교사들은 학부모와의 관계나 소통에 있어서 일본어교실의 도 움이 있어서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하는 모습을 통해 상대성을 보이고 있 었다. 이는 아동의 경우도 마찬가지로, 일본어교실과 일반 학급에서의 상이 한 태도와 표정을 보이는 아이들, 그리고 일본어교실의 수업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센터교의 아이들에 비해, 비센터교의 담임교사의 이야기를 통 해서 볼 때 일반초등학교의 뉴카마아동들이 일본어수업을 받기 위해 교실 을 나설 때, 때로는 수업이나 교실 이동을 거부하는 등의 상당한 스트레스 를 느끼고 있었다. 즉, 학교 전체의 분위기와 학급의 분위기속에 자신만이 홀로 다르다는 ‘차이에 대한 압박’을 느끼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었 다. 이와 같은 일본어교실의 수업방식에 대해 사쿠마코우세이(佐久間孝正, 2011)는, 일본어지도를 목적으로 뉴카마아동을 ‘일본어교실이나 특별실’에
서 수업하는 방식이 일본어교실이라는 공식화된 공간에서 모어의 사용이 가능한 환경에서 생동감을 느끼면서 하루 종일 있고 싶다고 하는 아동이 있는가 하면, 특별실에 가는 것으로 인해 자신이 교실에서 짐처럼 느껴지 는 존재인가 생각하면서 무리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한 부담을 가지는 경우 도 있다고 지적했다.
둘째, 일본어교실의 일부 적응지도교육이 아동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 보다 일본의 문화에 동화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 본어교실의 초기 적응지도는 ‘학교에서의 규칙’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한 다. 직접 아동을 인솔하며 학교를 소개하기도 하지만, 이동 중의 질서, 좌 측통행, 수업 중 화장실 등 이동에 대한 주의, 그리고 학교에서의 군것질 금지 등을 지도하는 등의 규칙을 강조하고 있었다. 또한, 일본어수업 시작 전과 후에는 반드시 교실에서의 정규수업처럼 일본어로 인사하도록 지도하 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쉬는 시간 아동의 모국어사용을 용인하고, 아동의 모국어로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 한편, 수업 중에는 일본어를 가급적 사용 하도록 하고, 일본 학교에서의 수업태도를 강조하는 모습이 느껴지기도 했 다. 이와 관련하여 뉴카마아동이 일본의 학교문화에 어떻게 적응해나가는 가를 연구한 오오타(太田, 2000)는, 초기의 일본어지도나 일본 학교의 적응 지도가 실시되는 국제교실(일본어교실)이 대부분 뉴카마아동의 독자성을 빼앗는 ‘탈문화화교육’의 기관이 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즉, 일본어 교실이 뉴카마아동과 학부모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입장을 보이는 한편, 그들에게 일본 문화와 습관, 태도를 가장 강력하게 지도하고 동화되 기를 요구하는 기능을 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려로 인해서, 영 국에서는 장기간의 특별실(교실 밖) 수업을 ‘인종관계법(Race Relations Act)’으로 차별적 대우로써 금지하고 있다.67) 이처럼 국가에 따라 이런 지 도방식은 오히려 차별적 대우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67) 佐久間孝正(2011), 『外国人の子どもの教育問題』, 東京: 勁草書房. p.16
셋째, 일본어교실의 중재적인 역할이 역으로 담임교사와 아동, 그리고 학 부모와의 관계의 직접적인 소통을 위한 노력을 막기도 했다. 이번 연구과 정에서 센터교와 비센터교의 지원 격차로 인해 일반적으로 비센터교의 담 임교사들이 뉴카마아동을 지도함에 있어 여러 가지 소통문제의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어려움으로 인해 일부 교사 가운 데에서는 스스로 그 소통창구를 만들어나가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나타나고 있었다. 교사가 학부모에게 적극적으로 연락을 취하고, 언어가 통하지 않는 부분은 설명할 부분을 스스로 찾아보며, 아동의 학교생활 및 학업 상태를 꾸준히 학부모에게 전달하고 있었다. 그런 노력은 학부모 역시 담임교사의 노력에 부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아동의 학교생활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협조하는 태도를 이끌어내고 있었다. 반면, 센터교의 담임교사들은 인터뷰 과정에서 자신들이 직접 학부모와 소통하는 경우가 거의 없음을 나타냈다.
굳이 직접 연락하지 않아도, 필요한 안내문에 대해 일본어교사의 지원이 이루어지고, 학급에서의 생활지도 문제 역시 일본어교사와의 논의과정에서 아동의 상황을 전해 듣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지도 아동이 학급 생활 에서의 태도가 갑자기 달라지고, 참여가 저조해지는 것에 대해 걱정과 지 도상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적극적으로 학부모와 연락하기보다, 이를 일본어 담당교사에게 전달하고 해결을 요구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 리고 이런 상황은 일본어교실에 의존하는 학부모들도 마찬가지로, 굳이 의 사소통이 힘든 담임교사를 통하지 않아도, 일본어교실을 통해 설명을 들을 수 있다는 입장이 되어 서로간의 소통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지 않았다.
뉴카마아동의 행동과 감정 표출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내놓는 비센터교의 담임교사들과 달리, 전혀 문제없이 적응해나가고 있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센터교의 담임교사들의 행동을 통해,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지원을 받는 담임교사는 굳이 스스로 노력해서 아동을 이해해야 하는 입장이 아니 기 때문에, 뉴카마아동의 교실 생활에서의 심리적인 불안감과 학습에 있어 서의 어려움 등을 이해하고 대응하려는 노력이 비센터교의 담임교사에 비 해 상대적으로 뒤쳐져있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