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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내세운 신북방정책은 유라시아 지역 국가들과의 협력을 보다 강화하는 대륙진출 전략으로서, 서남아 및 동남아와의 관계를 강화하는 신남방정책과 상호 연계하여 한반도의 미래 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남북관계 개선 등 평화정착기반을 구축하는 한편 유라시아의 공동 번영에 기여하자는 방안이다. 구체적으로는 북방 국가들과의 물류 및 에너지 망을 연결함과 아울러 신시장 개척을 통 해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공동번영을 도모하며, 궁극적 으로 한반도와 유라시아 대륙을 잇는 한반도-유라시아 벨트로 확장 하고, 이를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연계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북 방경제협력위원회는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에 필요한 중요 과제로 14대 중점 추진과제를 제시하였다.

<표 Ⅴ-1> 신북방정책 14대 중점 추진과제

1. 소다자협력 활성화로 동북아 평화기반 구축 2. 통합네트워크 구축을 통한 전략적 이익 공유

① 초국경 경제협력 추진

② 환동해 관광협력 활성화

③ 유라시아 복합물류망 구축

④ 동북아 수퍼그리드 구축

⑤ 한러 천연가스 협력 강화

⑥ 북극항로 진출로 해운, 조선 신시장 개척 3. 산업협력 고도화를 통한 신성장동력 창출 4. 인적, 문화교류 확대로 상호 이해 증진

⑦ 한러 혁신 플랫폼 구축

⑧ 인프라, 환경 협력 확대

⑨ 4차 산업혁명 대응, 산업협력 강화

⑩ 북방진출 기업의 금융접근성 강화

⑪ 보건의료 및 헬스케어산업 협력 확대

⑫ 농수산분야 진출 활성화

⑬ 문화체육관광 협력 확대

⑭ 대학청년학술단체 교류 활성화 및 인 력양성

<자료:신북방정책 구체화 됐다…북방위·정부부처 4대 목표, 14개 중점과제 수립,에너지경제, 2018.6.18., <http://www.ekn.kr/news/article.html?no=368633> (검색일: 2018.7.2.).

신북방정책의 본질은 문재인 대통령의 2018년 광복절 73주년 축 사의 맺음말인 ‘평화가 경제다’라는 한마디에 다 표현되었다고 볼 수 있다. 우선 평화가 선행되어야 남북경협과 신북방정책도 가능하 다는 의미로 쓰였다고 본다. 역대 정부가 북방정책을 강조해 왔지만 남북한 관계 개선을 통한 한반도 평화 정착 없이는 어떠한 경제 프 로젝트도 사실상 진척되기는 어려웠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북핵문 제 해결 없이는 이번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신경제지도와 신북방 정책의 연계를 통한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의 달성은 불가능할 것이 다. 또 다른 의미로 보면 비핵화의 지난(至難)한 과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북한과 러시아와 신뢰가 수반되어야 하며 신뢰구축의 가장 현실적 방안이 북방정책을 통한 경제협력이라는 것이다. ‘지정학과 지경학의 교환’, 즉 경제협력을 통한 정치협력의 제고가 북핵문제 해결의 복잡한 매듭을 푸는 유일한 수단으로 보는 것이다. 이러한 두 시각 중 어떠한 시각을 옳다고 보느냐에 따라 신북방정책의 성공 가능성과 정책 순서를 보는 견해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신 뢰의 결여가 북핵 해결의 가장 큰 걸림돌인데 신뢰구축을 위한 경제 협력은 북핵 해결로 제재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불가능하다는 것이 다. 마치 성경의 ‘창조 순서의 모순’과도 같은 상황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모순을 극복하는 답을 구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기존 틀에 서 벗어난 실용적이고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런 맥락에서 신북방정책의 목표는 지정학적 목표를 장기적으로 설정하고 그 테두리 안에서 경제적 목표와 지정학적 목표를 중단기 적으로 유연하게 연계해나감으로써 한국의 새로운 북방 경제 연결 축을 구축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즉 동북아의 미중 간 세력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미‧일 대 북‧중‧러의 냉전 구도가 나타날 가능성을 회피하고 비핵화와 통일 추구를 위한 한국의 대외

전략적 입지를 확대하는 것을 지정학적 목표로 하고 신시장 개발, 물류 루트 다변화, 에너지 수급 안정화를 통한 한국의 신성장 동력 확보라는 경제적 목표를 지정학적 목표와 상황 적응적으로 연동하 여 추구하는 것이다.

북방정책의 대상 지역에 대해서도 논란이 많았다. 북한‧러시아‧구 소련‧중국이 대상 지역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대상 지역 또한 상황 적응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기본적으로는 대북관계 개선이 전제되 는 남‧북‧러 경협을 통한 러시아 극동의 대륙 게이트웨이 구축과

‘유라시아 경제연합’, ‘대유라시아 파트너십’, ‘일대일로’ 등을 통해

통합이 가시화되는 대륙과의 연결망 구축이라는 두 축을 균형감 있 게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정부의 북방정책이 성공하지 못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북한 이 사실상 북방정책의 대상 지역에서 배제됨으로써 대륙 연결 프로 젝트가 실현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남북관계를 북방정책의 전제 조건으로 인식한다면 북방정책의 추진은 사실상 어렵다는 현 실을 지혜롭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지난 정부에서도 러시아의 신동 방정책과 중국의 일대일로와의 접합점을 모색하는 많은 지경학적 의제를 개발하였으나 북핵 위기가 심화되면서 북방정책이 남북관계 와 미러관계에 기속됨으로써 실제 추진상 한계에 봉착하였다. 지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미흡한 성과도 본질적으로 이에 기 인한다. 북한과 연관되는 대륙 프로젝트는 북핵 해결이 사전 조건이 되면서 의제화되지 못하거나 의제화되더라도 실제 집행이 이루어지 지 못하였다. 박근혜 정부의 동북아 개발은행이 추진되지 못한 것은 전자의 예이고 라진-하산 프로젝트 무기연기는 후자의 대표적인 예 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북한 문제가 북방정책의 블랙홀이 되 지 않도록 대륙연결망에 대한 균형감 있는 인식이 필요한 것이다.

설사 남북관계가 다시 악화되더라도 통합이 진행되고 있는 유라시 아 대륙과의 연결망 확보는 포기될 수 없는 중요 사명이라는 점과 대륙과의 연결망 확대가 대북관계에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최근 남북관계의 개선 가능성이 커졌음을 감안할 때 단기적으로 는 러시아를 통한 남‧북‧러 정치경제적 연결망 확보에 주력하면서 중기적으로는 포스트소비에트 유라시아 국가들과의 실제적 경제협 력 기반과 탈이념적 신뢰 확보에 노력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보인다.

중국의 일대일로는 단기적으로는 참여 기회를 모색하면서 중장기적 으로는 경쟁과 협력의 틀 속에서 대응해나가는 것이 북방정책의 대 상 지역 인식으로 합당해 보인다.

이처럼 북방정책은 그 정책의 목표, 대상 지역 인식 등에서 논란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정책의 설계에서 다음의 몇 가지 논점에 대한 명확한 전제가 필요하다.

세 번째 논점은 신북방정책이 강대국의 지정학적 갈등을 합리적 현실주의로 인식하는 틀 내에서 추진되어야 하는가 아니면 한미동 맹의 수준 변경도 포함하여 지정학적 틀을 초월하는 새로운 담대한 담론 수준에서 추진될 수 있는가이다.

북핵 위기가 심화되면서 그간 정부는 북핵 ‘몰빵외교’로 지역 및 글로벌 의제에 유연한 자세를 갖기 어려웠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동 맹에 대한 과도한 기속은 정부가 동북아 차원의 다자주의 형성 참여 에 소극적으로 만드는 중요요인이 되었다. 동북아의 지정학적 리스 크를 줄이고 경제성장의 새로운 동력 확보를 위해서는 아태지역 다 자협력과 동북아 다자협력의 시너지 효과를 유도해야 함에도 한미 동맹에 과잉 의존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현실로 인해 한국 외교의 전략적 입지가 계속 축소되어 왔다. 박근혜 정부의 유라시아 이니셔

티브는 전향적인 지경학 프로젝트였으나 크림합병 이후 악화된 미 러관계로 인해 러시아, 중앙아시아 등 관련국이 모두 모일 수 있는 다자주의 플랫폼도 만들지 못했다. 특히 2014년 크림 합병 이후 시 작된 서방의 대러 제재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 서 한국 정부는 북방정책의 핵심 파트너인 러시아와의 협력에 상당 한 대외정책적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북핵 해결 이전 강력한 제재 지속을 주장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문 재인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제안한 연내 ‘동아시아 철도 공동체’ 추진에 실제로 참여할 것인가는 비핵화 프로세스의 결과와 관계없 이 한미 간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미국이 러시아의 신동방정책을 한미동맹의 균열요인으로 생각하는 상황에서84) 러시아가 참여하는 다양한 프로젝트 추진이 한미관계 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여전하다. 탈냉전기 한반도에서 미 러 갈등은 한러 관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는 등 한국의 외교적 자 율성과 대러 경제협력 확대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하며,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정책 추진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다.

지금까지 남북관계가 전형적인 안보 딜레마(security dilemma) 상황에 있다는 것은 자명하다. 문제는 안보 위협은 동맹의존성을 높 였는데 안보 딜레마의 근본적 해결책인 남북 간 신뢰구축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대결적 상황이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동북아 지정학을 고려할 때 연루(entrapment)와 방기(abandonment)의 동맹 딜레마(alliance dilemma)의 해법을 동시에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84) Congressional Research Service, “Northeast Asia and Russia’s “Turn to the East”: Implications for U.S. Interests,” Specialist in Asian Affairs, August 31, 2016, <https://www.everycrsreport.com/reports/R44613.html> (Accessed September 2, 2018)이 대표적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