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세기의 국제정치는 제1차, 제 2차 세계대전과 냉전이라는 중첩적 상호작용의 산물로 규정할 수 있었다.27) 이와 동시에 20세 기에 있었던 세 차례의 전쟁은 부정적 요인들과 긍정적 요인들을 수 반하면서 중첩적 상호작용을 통해 20세기 국제관계 질서를 형성했 다. 20세기에 있었던 1차, 2차 세계대전과 냉전이 국제관계에 미친 부정적 요인은 우선적으로 이데올로기 문제와 관련이 있었다.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을 야기한 민족주의에 바탕을 둔 지정학적 경쟁논리와 자유공산이라는 냉전 이데올로기의 세계적 확산 및 공 고화가 바로 그것이었다.28)
한편 지난 세기에 발생한 세 차례의 전쟁이 국제정치에 미친 긍정 적 측면은 그것의 부정적 측면을 최소화하고자 하는 노력에서 현저 하게 나타났다. 즉, 1, 2차 세계대전을 야기한 배타적 민족주의를 극복하고 국가들 간의 화해와 협력을 바탕으로 공존, 공영의 지역 정세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이러한 노력들은 유럽에서 현저 하였으며 이로 인해 냉전의 와중에서도 유럽에서는 다자주의적 행 위양식이 습관화되고 나아가 제도화되는 경향이 뚜렷하였다. 냉전 시대 발전한 다양한 다자주의 행위양식은 21세기에 들어와 더욱 확 산, 심화되는 경향을 보였다.29) 요컨대, 21세기에 들어와 다자주의 적 행위양식과 관련된 일련의 상호작용이 국제관계에서 차지하는
27) 이수형‧윤태영,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을 위한 한국의 외교전략,” 강태훈 외 엮음,
동아시아 지역질서와 국제관계 (서울: 오름, 2002), p. 15.
28) 위의 글, p. 15.
29) 이런 측면에서 제도주의자들은 냉전 종식 이후의 국제정치를 분석하는 것은 다자주 의적 행위양식의 제도적 표현인 국제제도를 논의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Robert Keohane, “International Institutions: Can Interdependence Work?” Foreign Policy, vol. 110 (1998), pp. 82~96.
위상 및 영향력이 보다 증대되고 있는 것이다.30) 그러나 21세기 국 제관계에서 행위자들 간의 협력과 이익의 조화로 상징되는 다자주 의적 행위양식의 발전은 심각한 지역적 편중 현상을 보였다.31) 특 히, 국제안보와 평화와 관련된 다자주의적 행위양식의 발전, 심화는 유럽 지역에서 현저하였다. 사실, 지난 냉전시대부터 오늘에 이르기 까지 유럽의 발전은 그것이 군사적‧정치적‧경제적 발전에 상관없 이 민족주의에 기반한 지정학적 경쟁논리를 종식시키기 위한 다자 주의적 행위양식을 습관화하고 이를 하나의 제도로 정착시키기 위 한 노력의 결과였다.32)
냉전 종식을 계기로 다자주의의 불모지라 할 수 있는 동북아시아 지역에서도 배타적 민족주의와 역내 패권주의에 따른 지정학적 경쟁 을 관리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다자주의 행위양식을 제도화하고자 하 는 노력들이 주기적으로 나타났었다. 특히, 1994년 7월 아시아‧태 평양 지역 최초의 공식적인 다자안보대화체인 아세안지역포럼(ASEAN Regional Forum: ARF)의 출범과 더불어 다자안보협력에 대한 관 심은 더욱 증대되었다.33) 역대 한국 정부는 1994년 5월 동북아 다 자안보대화(Northeast Asia Security Dialogue: NEASED) 제의를 출발점으로 하여 주기적으로 동북아 평화와 번영을 위한 다자협력 체 형성을 모색해 왔다. 이와 관련된 가장 대표적인 정책 사례가 지 난 노무현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된 동북아시대 구상과 동북 아평화협력 구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동북아평화협력 구축을 위 한 역대 한국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평화와 안보를 위 한 다자협력이라는 맥락에서 오늘날 동북아의 현실은 예나 지금이
30) 이수형‧윤태영,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을 위한 한국의 외교전략,” p. 16.
31) 위의 글, p. 16.
32) 위의 글, p. 16.
나 크게 달라진 점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에서는 한반도와 역내 평화번영을 위한 동북아 플러스 책임공동체를 국정과제로 제시하였 다. 동북아 플러스 책임공동체는 평화의 축과 번영의 축으로 구성되 어 있다. 평화의 축은 동북아 지역 내 지정학적 긴장과 경쟁구도 속 에서 장기적으로 한국의 생존과 번영에 우호적인 평화협력의 환경 을 조성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평화의 기반을 확대하는 평화의 축으 로서 동북아 평화협력 플랫폼(platform)을 구축하는 것이다. 또 다 른 한 축인 번영의 축은 동북아를 넘어서는 남방, 북방 지역을 중심 으로 전개되는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을 추진하는 것이다.34)
이 글은 평화의 축과 번영의 축으로 구성된 동북아 플러스 책임공 동체 구현이라는 맥락에서 평화의 축에 해당하는 동북아 평화협력 플랫폼 구축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제시하는 동북아 평 화협력 플랫폼이라는 것은 사실상 기존의 동북아 다자안보협력체와 대동소이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 글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이 글의 논리체계는 다음과 같다. 먼저, 제2절(동북아 평화협력 플랫 폼 추진배경)에서는 평화와 번영의 축으로 구성된 동북아 플러스 책 임공동체에서 평화의 축은 왜 동북아로 제한시키는가에 대한 문제의 식과 동북아 평화협력 플랫폼에 대한 개념 정의 및 그 의미를 살펴보 고 동북아 평화협력 플랫폼 추진배경을 짚어본다. 제3절(동북아 평 화협력 플랫폼 추진전략과 실천과제)에서는 추진전략으로 동맹과 다 자안보 병행, 평화와 경제의 연계 그리고 사회문화교류의 활성화를 제시한다. 동북아 평화협력 플랫폼이 구축되기 위해 해결해야 할 실 천과제로는 무엇보다도 먼저 남북관계의 진전과 북미 비핵화 프로세
34) 문재인 정부의 동북아 플러스 책임공동체에 대한 전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다음을 참조. 이규창 외,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정책목표와 추진방향 (서울: 통일연구원, 2017), pp. 43~50, pp. 110~125.
스라는 전략과제가 해결되어 한반도에 항구적 평화체제가 구축되어 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마지막 결론에서는 동북아 평화협 력 플랫폼 구축을 위한 주요 정책적 고려사항을 제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