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대북정책 및 북중관계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국의 대외전 략에 관한 흐름을 파악할 필요가 제기된다. 왜냐하면 중국에게 있어 북핵문제 및 북중관계의 가치와 의미는 갈수록 중국의 부상에 따른 자체의 대외전략 및 국제 사회에서의 책임 있는 역할의 요구 그리고 국제질서의 변화와 깊은 연관을 지니 기 때문이다.
중국은 2050년까지 ‘사회주의현대화’의 실현을 장기 목표로, 2020년까지 ‘전면 적인 샤오캉
(小康)사회’의 실현을 중기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 30 년 동안 개혁개방을 통한 경제성장에 주력해왔고, 지속적 경제성장을 위한 대내외 의 안정적 환경 조성을 중시해왔다. 또한 중국은 세계금융위기의 국내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수확대를 통한 경제회복과 민생안정을 2010년에도 경제정책 의 우선적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4그리고 이러한 당면과제는 중국의 대외전략에 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다.지난 30여 년간 중국의 놀라운 경제발전은 국제사회에서 정치·외교적 역량을 강화시켰으며 중국은 이를 바탕으로 21세기 국제정치와 대외관계에서 강대국에
4제11기 전국인민대표대회 제3차 회의(2010.3.5-14)에서도 이와 같은 내용의 경제정책을 골자 로 하는 정부계획안을 승인했다. 중국 국무원의 2010年 政府工作報告의 全文은 다음 웹사이 트를 참조. <http://www.china.com.cn/policy/txt/2010-03/15/content_19612372.htm> (검 색일: 2010.3.20).
대한 열망을 일관되게 추진하고 있다. 다만 대외관계에서 드러나는 중국의 강대 국화 전략은 자국의 영향력 증대가 ‘중국위협론’과 같은 부정적 측면으로 투영되 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국제질서의 민주화’라든가 ‘책임있는 대국’ 또는 ‘평 화이미지’ 제고 등에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중국의 대외전략기조는
‘다극화(多極化)’, ‘화평굴기(和平崛起)(發展)’, ‘책임대국(責任大國)’, ‘대국외교 (大國外交)’ ‘조화세계(和諧世界)’등 다양한 수사(rhetoric)들을 통해 표출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담론들은 후진타오를 중심으로 하는 중국의4세대 지도부
등장 이후 더욱 활발히 전개되어 왔다.중국은 개혁개방이후 일관되게 국제질서의 다극화를 추구하고 있으며 이 과정 에서 ‘종합국력’5의 강화를 통해 세계체제 속의 ‘일극’(一極)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일찍이
1990년대 초반 덩샤오핑(鄧小平)은 ‘다극화론’을 얘기하면서
“중국은 이미 국제질서에서 하나의 극(極)이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6 그러나 그것은 논자에 따라 이론의 여지가 있는 것이었으며, 국제사회의 확실한 인정이 결 여된 공허한 외침과 같은 면을 부정하기 어려웠다. 때문에 중국은 90년대에 다극 화 세계전략을 대외전략의 주요한 목표로 설정하였으며 이를 위한 외교적 수단으 로 강대국관계조정에 치중하였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중국은 21세기에는 다 극화의 환경이 개선될 것이며 일단은 가까운 장래에 중국이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일극이 되기를 희망하여 왔다.
또한 중국은 개혁개방이후 이루어낸 경제발전의 성과와 자신감을 바탕으로
21세기에는 국제사회에서 ‘책임있는 대국(責任大國)’의 역할을 수행하는 자국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71990년대 후반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책임대국론’은 중국
이 추구하는 ‘일극’과는 또 다른 측면에서 스스로를 21세기의 강대국으로 상정 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당초 책임대국론은 중국의 국가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한 의도로 등장한 것이었으나 이제는 21세기 국제사회에서 중국이 다양한 국제적 역할과 기능을 맡아 수행함으로써 진정한 ‘대국(major power)’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하려는 의지로 해석되고 있다. 다만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책임대국’으로서5중국은 ‘綜合國力’의 구성요소로 1)경제력 2)국방력 3)과학기술력 4)민족의 응집력 등 4가지를
주장한다. 人民日報, 1999年 6月 5日.
6“國際形勢與經濟問題,” 鄧小平文選 第三卷 (北京: 人民出版社, 1993), p. 353.
7중국의 ‘책임있는 강대국’ 논의에 대해서는 한석희, “중국의 부상과 책임대국론,” 국제정치논총, 제44집 1호 (2004), pp. 191-210; 葉自成, “中國實行大國外交勢在必行,” 世界經濟與政治, 第1期 (2000年), pp. 5-10; Xia Liping, “China: A Responsible Great Power,” Journal of Contemporary China, Vol. 10, No. 26 (2001) 참조.
의 역할과 의무를 수행하는데 대해서는 기본적 합의를 이루었지만 중국이 책임 있는 지역대국(responsible regional power)이 될 것인지, 아니면 책임 있는 세 계대국(responsible global power)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이견이 존재한다.8 분명한 것은 중국이 이미 1990년대 후반부터 자국의 국제적 위상을 활용하여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동아시아의 지역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 여 책임 있는 대국으로서 지역의 공동번영과 안보증진에 공헌하고자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하여 중국은 1997년
‘동아시아 금융위기’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당시 자국화폐(人民幣)의 평가절하에 대한 유혹을 뿌리쳤을 뿐 아니라 오히려 동아시아국가들에 대한 금융원조를 실시한 바 있다. 또한 2002년 가을 동아시아 최대의 안보위기라 할 수 있는 제2차 북핵 위기가 불거진 뒤로는 과거 1993년의
제
1차 북핵 위기 당시와는 달리 핵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중재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행위를 통해 중국은 국제사회에서 스스로를 대국(major power)의 이미지로 고착화시키고 책임대국으로서의 역할과 능력, 활동 공간의 확대를 추구 해 왔다.
장쩌민
(江澤民)시기 강조되었던 다극화,
책임대국외교 등은 후진타오체제 이후‘평화발전론’과 ‘조화세계론’이라는 새로운 외교이념으로 계승,
발전되었다. 특히조화세계론은 개혁개방의 각종 부작용을 함께 치유하면서 안정적인 발전을 이룩 하려는 후진타오 체제의 새로운 통치이념인 ‘사회주의 조화사회론’의 대외관으로 서, 항구적 평화와 공동번영의 조화로운 세계 건설을 주장하고 있다.9 중국은 국 내차원에서
‘조화사회(和諧社會)’의 건설을,
주변국에 대해서‘조화로운 아시아
(和諧亞洲)’의 건설을,
전 세계 차원에서‘조화세계(和諧世界)’의 건설을 강조하
고 있다.
중국의 ‘조화세계론’은 2008년 하반기부터 진행된 세계금융위기 이후 더욱 탄력 을 받고 있다. 중국은 국제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미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유 지하면서 자국의 지위 상승은 물론 국제사회에서의 발언권 및 역할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로 간주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발 세계금융위기의 근본 원인은 미국의
8唐世平·張蘊岭, “中國的地區戰略,” 世界經濟與政治, 2004年 第6期, pp. 8-13.
92005년 4월 아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와 9월 유엔 60주년 정상회의에서 후진타오가 공개적으로
언급한 이후, 당·정 지도부가 조화세계 건설을 점차 강조하기 시작했으며, 2007년 3월 10기 전인
대 5차회의 정부공작보고에서도 재차 강조됨으로써 새로운 외교이념으로 자리 잡았다. 자세한
내용은 하도형, “중국대외정책의 전환에 관한 연구: 조화세계(和諧世界)의 제기와 전략적 의도를 중심으로,” 동아연구, 제54집 (2008), pp. 167-191 참조.
경제구조가 지니는 취약성에 따른 결과이며 초강대국의 지위는 일정 수준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적 쇠락이 오늘날 국제질서의 현실을 반영하는 ‘일초다강’ 구도를 바꾸기에는 아직 역부족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그 근거로 미국의 발전된 정치제도와 가치관의 선진성, 높은 과학기술 수준, 산업 구조의 첨단화, 절대적인 군사력과 GDP의 비중 등을 거론하고 있다.10 결국 중국 으로서는 앞으로도 상당기간 미국이 국제질서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유지할 것으 로 내다보고 있으며 이러한 인식은 중국이 당분간 자국의 대외전략 기조를 근본 적으로 전환시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고 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제정세에 대한 중국의 인식과 정책기조는 중국이 더 이상 세계적 이슈에서 수세적이고 반응적인 접근에만 머무르지 않고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접근을 시도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를 실어준다.
요컨대 중국은 미국에서 제기하는 ‘G2’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는 않지만 국제금 융위기를 자국의 부상과 국제사회에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