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平澹의 세계와 歸去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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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嚴昕의 시세계

5.1. 平澹의 세계와 歸去來

사립문은 강을 보며 열려 있네. 柴扉面水開

맑은 물가는 새만 보이고 渚淸唯見鳥

깨끗한 모래 위 먼지가 없네. 沙淨不生埃

다시 무릉도원 가까움을 깨닫고 更覺桃源近

꽃잎은 강물 따라 마을을 벗어나오네. 浮花出巷來86)

위의 시는 杜甫가 “맑은 강물은 한 굽이 마을을 안고 흘러가고 / 긴 여름날 강촌에 는 일마다 한가롭네.”87)라고 노래한 <江村>의 시를 가져와 점화하였다.

엄흔은 바람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아래 저자강의 어느 봄날의 모습을 “이끼 낀 길 산을 따라 다하고 / 사립문은 강을 보며 열려 있네.〔苔逕緣山盡, 柴扉面水開〕”라고 하고, “맑은 물가는 새만 보이고 / 깨끗한 모래 위 먼지가 없네.〔渚淸唯見鳥, 沙淨不 生埃〕”라고 楮子江의 한가로운 풍경을 말하였다. 그리고 그는 화창한 봄날에 자신을 꽃잎으로 승화시켜 멀리서 마을을 안고 두 갈래로 나뉘어져 흘러내려오는 강물 위에 몸을 의탁하였다. 시인의 눈에 바라보이는 한적하고 화평한 저자강의 자연경관은 도연 명의 무릉도원인가 의심하기에 충분하였다. 이처럼 시 속에서 그는 평담의 세계를 구 축하고 바쁜 정무를 잠시 내려놓고 쉬고 싶은 마음을 귀거래를 통하여 희구하였다.

이와 같은 엄흔 시의 평담의 세계는 <題大樹所藏石慶畵八幅>에서 여덟 폭의 題畵 詩를 통하여 완성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題大樹所藏石慶畵八幅> 其五는 징경이 가 다정하게 쉬고 있는 ‘모래톱 섬’을 귀거래로 제시하고, 봄날 징경이가 다정하게 쉬 고 있는 화평한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아침에는 모래톱 섬 동쪽에 저녁에는 서쪽에 있으니 朝在洲東暮在西 함께 날아와 물에 젖고 다시 함께 쉬고 있네. 雙飛雙浴復雙棲

인간은 이별에 얼마나 알지 人間離別知多少

강가의 징경이 한번 보니 슬픔을 이기지 못하겠네. 一見河鳩不勝悽88) - 雎鳩 -

위의 작품은 임억령이 소장하고 있는 여덟 폭의 병풍에 폭마다 표제를 달아 칠언절

86) 엄흔, <三月二十八日 遊楮子江>, 十省堂集 上, 49쪽.

87) “淸江一曲抱村流, 長夏江村事事幽.”( 杜少陵詩集 卷9 <江村>.) 88) 엄흔, <題大樹所藏石慶畵八幅>, 十省堂集 上, 90쪽.

구의 형식을 빌려 지었는데, 그 중 다섯 번째로 나오는 시이다. 이 시 전체를 감상하고 있으면, 마치 여덟 폭의 병풍을 마주하여 바라보고 있는 듯 폭마다 다른 이미지의 평 담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다. 其五 <雎鳩>에서 모래톱 섬 주위로 다정하게 놀고 있는 징경이의 모습은 엄흔에게 사람들이 지금도 얼마나 많이 헤어지고 만나는가를 생각하 게 하고, 서로 이별하는 모습을 안타까워하며 슬프게 만들었다. 그러므로 그는 “인간은 이별에 얼마나 알지 / 함께 날아와 물에 젖고 다시 함께 쉬고 있네.〔人間離別知多少, 雙飛雙浴復雙棲〕”라고 하면서 징경이가 다정하게 쉬고 있는 정경을 통하여 담담한 마 음으로 세상사를 바라보며 평담의 세계를 구축하였다.

한편 엄흔의 시에서는 귀거래를 희구하는 모습을 여러 작품에서 엿볼 수 있다.89) 그가 술을 경계하면서 지은 <戒酒>에서는 “천 년 전 도연명과 나와 너는 / 훗날 지 하에서 같이 소요하며 자적하리라.”90)고 하였다. 또한 그는 귀거래를 지향하면서 시마 다 歸去來處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앞 節에서 논의한 <題古岫庵>에서는 임천 이 한가로운 ‘고수암’을 제시하였고, <三月二十八日 遊楮子江>에서는 꽃잎이 강물에 떠서 마을을 벗어나오는 ‘저자강’을 題詩 <題大樹所藏石慶畵八幅> 其五에서는 징경이 가 다정하게 쉬고 있는 ‘모래톱 섬’을 분명하게 제시하여 보여주었다. 아래 <歸村家>

는 정자를 세워놓고 청풍명월과 함께하고 싶은 ‘고향집’을 귀거래처를 삼고, 엄흔은 담 담하게 인생의 부침과 정사의 출처를 관망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쑥대가지로 오래전에 강가에 집을 짓고 蕭條舊築寄江邊 고목 천 그루와 두어 서까래로 지붕을 덮었네. 古木千章屋數椽 일을 그만두고 새로 지은 집에서 밭을 가니 業已耕田新卜地 마음을 일찍이 나라에 허락하여 괜히 하늘만 근심하네. 心曾許國謾憂天 헤아려보니 이해득실 모두 몸에서 벗어나고 算來得失皆身外 바라다보니 인생의 浮沈 눈앞에 있네. 看去升沈在眼前 나는 강에서 낚시하고 산에서 나물 캐는 일 좋으니 釣水採山吾事足 정자에서 청풍명월과 해마다 보내리라. 一亭風月送年年91)

89) 본고에서 분석한 엄흔의 귀거래 희구는 “桃源”, “松菊久荒”, “菊徑”, “元亮徑”, “淵明徑”, “歸來”,

“一官,”, “莫停杯” 등 구체적인 시어를 제시하여 직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그 작품의 수는 25 여 수에 이른다.

90) “千載淵明吾與爾, 他年地下共徜徉.”(엄흔, <戒酒>, 十省堂集 下, 3쪽.) 91) 엄흔, <歸村家>, 十省堂集 下, 15쪽.

위의 시는 엄흔이 고향집으로 돌아와 전원에서 일상생활을 실천하려는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92) 그는 전원을 통한 이상의 세계로 무릉도원에서의 생활을 “쑥대가지로 오 래전에 강가에 집을 짓고〔蕭條舊築寄江邊〕”라고 하고, 이어서 “나는 강에서 낚시하 고 산에서 나물 캐는 일 좋으니〔釣水採山吾事足〕”라고하며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말 하였다. 그는 귀거래의 전원생활과 현실의 일에서 갈등하면서 전원생활을 하고 싶어 하였다. 그러므로 그는 “일을 그만두고 새로 지은 집에서 밭을 갈려고 하나 / 마음을 일찍이 나라에 허락하여 괜히 하늘만 근심하네.〔業已耕田新卜地, 心曾許國謾憂天〕”라 고 하였고, 끝내 “헤아려보니 이해득실 모두 몸에서 벗어나고 / 바라다보니 인생의 浮 沈 눈앞에 있네.〔算來得失皆身外, 看去升沈在眼前〕”라고하며 일상의 생활을 벗어나 전원생활을 할 수 없음을 탄식하고 있다.

엄흔은 이처럼 귀거래를 희구하고 화평한 세계를 구축하려는 전원생활을 구체적으 로 말하였는데, 그가 귀거래를 희구하는 모습은 일상생활에서도 엿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秋日 示友人>에서는 평소 친구로 여기는 宋純과 헤어진 후 슬픔을 달래려고 귀거래를 희구하는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밤비는 끝없이 送客의 마음 슬프게 하는데 夜雨無端送客悲 찬 빗소리 어지러이 들려와 창문 몰래 알았네. 寒聲亂報暗窓知

丹心이 천지에 쓸쓸해지는 날 心丹天地蕭騷日

白髮이 강산에 흔들리며 떨어지는 때이랴. 鬢白江山搖落時 오래도록 황폐한 소나무와 국화는 陶淵明의 오솔길 松菊久荒元亮徑 헛되이 음미하는 난초와 향초는 屈原의 辭네. 蘭荃空味屈平辭

내일 아침은 당연히 서글프리니 明朝氣色應怊悵

다시 누가 내 시에 화답할 이 있을까. 更有何人和我詩93)

위의 시는 唐나라 李商隱의 <夜雨奇北>의 전고를 가져와 엄흔이 정다운 친구로 여기는 宋純을 비오는 가을날 별 뜻 없이 보내 놓고, 헤어진 뒤의 슬픈 마음을 귀거래

92) 엄흔이 전원생활을 동경하는 마음은 다음의 시구에서도 엿볼 수 있다. “가슴속에 이미 돌아가려 는 꾀를 정하였으니 / 지난날 君平이 풀어준 의심을 마라.〔胸中已定歸來策, 莫向君平更決疑.〕”

(엄흔, <次友人增韻>, 十省堂集 下, 49쪽.) 및 “잠깐 때를 얻고 잃음은 운명에 관련됨이 아니 니 / 우리가 지난날 磻溪에서 만났더라도 낚시 드리웠겠지.〔暫時得失非關命, 但向磻溪直我鉤.〕”

(엄흔, <贈友人旅遊湖西>, 十省堂集 下, 49쪽.) 93) 엄흔, <秋日 示友人>, 十省堂集 下, 91쪽.

를 통하여 달래주고 있다.

엄흔은 가을날에 친구를 보내는 슬픔을 자연의 경관에 비추어 “단심이 천지에 쓸쓸 해지는 날 / 백발이 강산에 흔들리며 떨어지는 때이랴.〔心丹天地蕭騷日, 鬢白江山搖落 時〕”라고 하였다. 그리고 정다운 친구와 헤어지는 쓸쓸한 마음을 “밤비는 끝없이 送 客의 마음 슬프게 하는데 / 찬 빗소리 어지러이 들려와 창문 몰래 알았네.〔夜雨無端 送客悲, 寒聲亂報暗窓知〕”라고 하여 숨기려고 하였으나 숨길 수 없음을 말하였다. 이 와 같은 슬픔은 멀리 있는 고향 언덕 황폐한 소나무와 국화는 <歸去來辭>의 “오솔 길”로 난초와 향초는 <離騷經>의 “辭”인양 착각하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오래도록 황폐한 소나무와 국화는 陶淵明의 오솔길 / 헛되이 음미하는 난초와 향초는 屈原의 辭 네.〔松菊久荒元亮徑, 蘭荃空味屈平辭〕”라고 하였다. 그는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친구 와 헤어진 후 밀려오는 슬픔을 달래려고 귀거래를 희구하였다.

한편 엄흔은 귀거래를 역사 속 隱士의 전고94)를 가져와 보여주고 있다. <送种放還 山>은 여러 隱士들의 전고를 통하여 그가 바쁜 정무 속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노 래하고 있다.

선생의 출처는 巢父와 許由를 겸하였고 先生出處巢許兼 지조와 절개는 頑夫를 청렴하게 하였네. 志節可使頑夫廉 옛날 종남산에서 배불리 먹고 숨어 살 때 終南昔日飽嘉遯 조서로 은근히 몇 번이나 안부를 물었던가. 詔書慇懃幾存問 하룻밤 사이에 客星이 임금의 자리를 범하였으나 一夜客星犯帝座 같은 조정에서 모심을 기뻐하고 함께 축하하네. 得侍同朝欣共賀 평소 일이 없을 때에는 간쟁하는 일이 괴로우나 時平無事苦諫諍 갑작스런 고관대작도 본성은 아니라네. 儻來軒冕非所性 훌쩍 옷을 털고 황제의 성을 떠나니 翩然拂衣辭帝城 華山의 원숭이와 학이 다투어 맞아주네. 華山猿鶴爭相迎 希夷의 雲臺觀 속에 들꽃이 향기롭고 希夷觀裏野花香 옥녀의 화분 아래 가을바람은 서늘하네. 玉女盆下秋風涼

94) 엄흔의 시에서는 江西詩派의 특징인 典故와 故事가 자주 등장한다. 이는 “黃廷彧의 시의 표현이 전고를 많이 사용하여 궁벽하다.”(김종서, 芝川黃廷彧의 삶과 詩 , 韓國漢詩硏究 , 韓國漢詩學會, 2012, 266쪽.)는 평을 받는 것과 일맥 통하고 있다. 또한 “朴祥의 시는 故事와 典故를 능숙하게 운 용하고 있어 初心者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閔丙秀, 朝鮮前期의 漢詩硏究

, 漢文敎育硏究 第1輯, 韓國漢文敎育學會, 1986, 63쪽.)라고 한 평가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