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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원 시판에 차운하다

梅〕

2. 십성당집 하

2.09. 고원 시판에 차운하다

〔次高原板上韻〕

북쪽 떠나 남쪽 돌아온 지 이십일도 안 되었는데 北去南還未二旬 아득한 변방 몇 번이나 길을 잘못 들었던가. 悠悠關塞幾迷津

무단히 말 타고 천리를 지나다니며 無端鞍馬經千里

끝없는 산천에 한 몸을 보내네. 不盡山川送一身

쓸쓸한 벽 등잔불 꺼져가는 외로운 여관의 밤 半壁殘燈孤館夜

557) 안화(眼花) : 눈앞에 불똥 같은 것이 어른어른 보이는 증세를 말한다.

558) 이열(耳熱) : 술에 大醉하여 두 귀가 벌겋게 달아오른 모습을 말한다.

559) 너 : ‘술’을 가리킨다.

560) 풍산 : “豊山”은 함경남도의 郡이름이다.

561) 무산(茂山) : 함경북도 북서쪽에 있는 郡이름이다.

찬 눈 내리는 사방 창문 안에는 타향 나그네. 四窓寒雪異鄕人

세상 재미 얼마나 되기에 嘗來世味知多少

나그네는 지금 갑절이나 고생하는가. 旅況如今倍苦辛

2.10. 뜰에 오동나무

최연지(이름은 연)에게 보여주다.

〔庭梧

示崔演之名演

뜰에 오동나무 한 그루 열 자도 못 되거늘 一樹庭梧未十尋 옛 사람은 무슨 깊은 뜻으로 옮겨 심었는가. 昔人移植意何深 시를 지으며 가지마다 이파리 딸 만하고 題詩可摘枝枝葉

자리 옮겨 앉은 곳마다 그늘 더하네. 轉席能添座座陰

누의(螻蟻)562)가 왕래해도 발자취 남기지만 螻蟻往來猶有跡

봉황은 깃들어 자도 욕심이 없네. 鳳凰棲宿欲無心

그대에게 권하노니 더욱 열심히 키워 勸君更進栽培力

훗날 이 나무로 선온금(鮮慍琴)563) 이루기를. 他日裁成鮮慍琴

2.11. 뜰에 소나무

연지에게 보여주다.

〔庭松

示演之

손수 심은 푸른 소나무 이미 열 자 手種靑松已十尋

뜰 가운데 우뚝 서니 참으로 삼엄하네. 庭中獨立正森森

고고한 모습은 하늘까지 치솟고 孤高自有參天勢

똬리처럼 굽은 모습 땅을 덮은 그늘 많네. 盤屈兼多蓋地陰

훗날 큰집 지탱하는 동량 되리니 樑棟他時扶大廈

오늘은 눈서리 속에서 정결한 마음을 보네. 雪霜今日見貞心 좋은 재목 한번 잃으면 다시 만남 어려우니 良材一失逢難再

562) 누의(螻蟻) : 땅강아지와 개미를 말하며, 보잘 것 없는 것을 비유할 때 쓰인다.

563) 선온금(鮮慍琴) : 원망의 소리가 없는 청아한 거문고를 말한다.

누의(螻蟻)가 어지러이 침범하도록 내버려두지 마라. 莫遣紛紛螻蟻侵

담장 너머 곧은 줄기 몇 자나 되는지 直幹抽墻問幾尋

저 멀리 짙푸른 산 기운과 통하네. 遠通山氣翠森森

푸른 용은 땅에 누워 바람에 그림자 흩날리고 蒼龍臥地風搖影 푸른 일산은 창공에 펴져 달 그늘 옮기었네. 靑蓋張空月轉陰

눈서리에도 천 개 잎 시들지 않고 霜雪不彫千箇葉

더우나 추우나 오직 한마음을 지키네. 炎涼唯保一般心

큰 재목은 예부터 보살펴주는 사람 없거늘 大材自古無人顧 날마다 범(犯)하는 초동(樵童)을 만나네. 會見樵童日日侵

우산(牛山)564)의 나무 멀리 있어 도끼의 해 입지 않고 牛山遠謝斧斤尋 남쪽 섬돌에 와 벽옥(碧玉)빛 숲을 짝하네. 來伴南階碧玉森 우뢰(竽籟)565)는 때때로 밤비에 놀라고 竽籟有時驚夜雨 연람(煙嵐)566)은 번거로이 아침 그늘을 돕네. 煙嵐多事助朝陰

청춘은 생성하는 힘 본받지 않거늘 靑春不效生成力

백설은 어찌 철석심장(鐵石心臟)567) 옮기려는가. 白雪寧移鐵石心

주인이 아끼고 보호한 수고 갚으려거든 爲報主人煩愛護

이끼가 쉬이 침범하게 하지마라. 莫敎容易蘚痕侵

564) 우산(牛山) : 孟子가 말한 牛山을 가리킨다. 孟子 <告子 上>에 “우산의 나무가 일찍이 아름 다웠는데, 큰 나라의 교외이기 때문에 도끼로 매일 베어 가니, 아름답게 될 수가 있겠는가. 밤낮 으로 만물을 생장시키는 원기와 촉촉이 적셔 주는 비와 이슬이 있으므로 싹이 움트지 않음이 없 지만, 소와 양이 또 따라서 방목되므로 이 때문에 저와 같이 민둥민둥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그 민둥민둥한 것만을 보고 일찍이 훌륭한 재목이 없었다고 여기니, 이것이 어찌 산의 본성이겠는가.

〔牛山之木嘗美矣, 以其郊於大國也, 斧斤伐之, 可以爲美乎. 是其日夜之所息, 雨露之所潤, 非無萌蘗 之生焉, 牛羊又從而牧之, 是以若彼濯濯也. 人見其濯濯也, 以爲未嘗有材焉, 此豈山之性也哉.〕”( 孟 子 , <告子 上>.) 라고 하였다. 이것은 사람에게는 누구나 선한 본성이 있지만 사물과 접촉하는 사이에 선하지 못한 행동이 선한 본성을 해치니, 마치 목장에 소와 양이 방목되면 싹이 자라나지 못하고 죽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본성을 밝히고 잘 길러서 확충시키는 것은 싹이 목장 과 멀어져 잘 자라게 되는 것과 같다는 의미이다.

565) 우뢰(竽籟) : 피리를 말하나, 여기서는 바람소리를 말한다.

566) 연람(煙嵐) : 피어오른 흐릿한 이내를 말한다.

567) 철석심장(鐵石心臟) : 쇠처럼 변함없이 굳은 마음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