辨〕
1.90. 두자미의 <추야>에 차운하여 지은 시 벗에게 보여주다
〔次子美秋野韻
示友人〕
아침 안개가 때때로 흩어지고 모이니 朝霞時散合
해질녘 가을 강물이 공허하네. 秋水晩空虛
혼미한 황야 눈을 다하여 보고 極目迷荒野
멀리 떨어진 빈터에 마음 돌려보내네. 歸心落遠墟
비녀와 갓끈 귀밑머리털에 새롭고 簪纓新鬢髮
논밭에서 오랫동안 김매고 가꾸었네. 田畝舊耰鋤
낡고 구차한 앞 계곡 물에서 敝苟前溪水
늘그막에 아름다운 물고기를 생각하네. 長年憶美魚
여기서 가면 내 고향 가까우니 此去吾鄕近
평생 함께 가기를 바라네. 平生與願違
때로 가을엔 누각에 기대 바라보고 時憑秋閣望
저물어 돌아가는 배 오래 전송하네. 長送暮帆歸
나라에 허락한 몸 아직 살아있으니 許國身猶在
밭을 구하는 일은 이미 글러졌다네. 求田事已非
임금의 은혜를 소홀하게 갚으려 君恩粗報得
한가로이 고향에서 고사리 캐네. 閑採故山薇
다섯 개의 爻가 모두 陰인 상태에서 맨 위의 효 하나만 陽인 것을 ‘碩果’로 비유한 것으로, 하나 남은 양의 기운이 외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끊어지지 않고 계속 이어진다는 뜻을 보인 것이 다. 이 剝卦를 거꾸로 뒤집으면 바로 復卦가 되기 때문에 이렇게 말한 것이다.
내 머리는 쇠하여 많이 희고 我髮衰多白
당신 얼굴은 아름다워 유달리 붉네. 君顏美獨紅
그때 밤에 달빛을 나눠 받았고 當時分夜月
오늘 가을바람을 함께 쐬네. 今日共秋風
호수와 바다에서 삼년을 떨어졌으나 湖海三年隔
술잔과 술동이를 하루저녁 같이하네. 杯樽一夕同
어찌 초라한 뒤의 일을 알랴 那知潦倒後
붓을 들고465) 요궁(瑤宮)466)에서 모시네. 簪筆侍瑤宮
빈 마루에 가을 기운이 적막하니 空堂秋寂寞
홀로 서서 우리들을 생각하네. 獨立憶吾群
세월은 사람들의 늙음을 재촉하고 歲月催人老
강물의 파도는 나그네 소문을 보내네. 江波送客聞
천년동안 흘러가는 강물을 따르니 千年隨逝水
만사가 뜬 구름처럼 변하네. 萬事變浮雲
난정(蘭亭)의 모임뿐만 아니라 不獨蘭亭會
사문(斯文)이 우군(右軍)467)에게 감사하네. 斯文感右軍
1.91. 청강을 지나가며
소 찬성의 시에 차운하다.〔過淸江
次蘇贊成韻〕
청강(淸江)의 강가에 해가 지니 落日淸江上
흐르는 물가에 가서 한번 묻노라. 臨流一問之
조각구름과 몸이 함께 멀어지니 片雲身共遠
외진 변방의 길 위태로움이 많네. 絶塞路多危
수심이 얕으니 헤엄치는 물고기 적고 水淺魚游少
465) 붓을 들고 : “簪筆”은 관원이 冠이나 笏에 붓을 꽂아서 書寫에 대비하는 것을 이르는 말로, 전 하여 帝王의 近臣이 된 것을 의미한다.
466) 요궁(瑤宮) : 신선들이 사는 곳을 말한다.
467) 우군(右軍) : 右軍은 東晉의 서예가 王羲之를 가리킨다.
다리가 길어 말은 더디게 건너가네. 橋長馬度遲
만일 속된 마음 씻을 수 있다면 塵襟如可濯
전번 바람에 흩음을 아까워 마라. 不惜向風披
1.92. 소곶관
468) 소 찬성의 시에 차운하다.〔所串館
次蘇贊成韻〕
멀리서 역관 정자가 보이는 곳 驛亭遙望處
끝이 없는 황무지 밭이라네. 極目是荒田
산해(山海)는 변방지역에 안 山海關防內
청명(淸明)은 곡우(穀雨) 앞. 淸明穀雨前
가는 길 길어 노고가 이어지고 征途長役役
돌아가고픈 생각 문득 아득하네. 歸思却懸懸
동행하는 짝이 있어 의지하니 賴有同行伴
솔바람과 마주보고 앉아 자네. 松風對榻眠
1.93. 연지에게 부치다
5월 2일 저녁 양책관에 도착하여 잠을 자는데, 마음이 몹시 무 료하여 길 떠나기 전에 초서로 써서 드리다.〔寄演之
五月初二夜, 到宿良策館, 懷甚無聊, 臨行草呈〕
떠나는 날 동무 많았으나 去日多徒侶
돌아올 때 나 홀로 왔네. 歸時我獨行
먼 하늘 구름은 조각조각 遙天雲片片
깊은 계곡 새들 재잘재잘. 深谷鳥嚶嚶
조정에 돌아와 좋으나 縱得還朝樂
각별한 우정 어떡하랴. 其如別友情
밤이 오니 백발은 새롭고 夜來新白髮
468) 소곶관 : 義州에서 남쪽으로 33리 되는 곳에 있는 所串館이다.( 朝鮮紀事 .)
낱낱이 그대 삶 생각하네. 箇箇憶君生
1.94. 당어령
469) 소 찬성의 시에 차운하다.〔堂於嶺
次蘇贊成韻〕
크고 작은 당어령(堂於嶺) 가를 大小堂於嶺上
가도 가도 흰 구름이 머리를 침범하네. 行行白雲侵頭
산 구름은 북쪽으로 넓은 하늘 바라보고 雲山北望天闊
말을 타고 서쪽으로 조밀한 길을 오네. 鞍馬西來路稠
늦봄에 다시 어지럽게 나는 제비 없고 春晩更無亂燕
거친 밭에는 잠자는 소만 보이네. 田荒唯見眠牛
임금의 은혜 몸이 늙어 갚지 못하니 君恩未報身老
어느 날 세 번 쉬고 네 번 쉬려나.470) 何日三休四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