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권과 여타 인권 사이의 관계에 대한 주목은 개별 권리의 법적·제 도적 보장이라는 인권의 도구적 역할을 넘어 건강 영역의 핵심 목표로서 인간 존엄을 상정하고 인권에 대해 전체론적·종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개념적 틀을 제공한다. 이러한 개념적 접근은 건강 가치를 추구하는 여 타 접근법이 아닌 인권 형식을 빌려 건강 가치를 추구하는 건강권 접근 법에 의해서 가능하다.
(1) 인권의 불가분성․상호의존성․상호연관성 원칙의 언급
종합적․전체론적 관점으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인권의 틀 차원에서 건강권과 타 인권 사이의 관계에 주목하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를 위해 인권의 불가분성․상호의존성․상호연관성 원칙 언급 여부를 포함하였다. 유엔의 공식적인 개념 설명에 의하면 인권의 불가분성 원칙 이란 “인권은 분리할 수 없고 모든 권리는 동등하며 위계적 질서에 의해 순위와 우선성을 부여할 수 없음”을 의미하고 인권의 상호의존성․상호 연관성 원칙이란 “하나의 권리 실현은 전체적 혹은 부분적으로 다른 권 리의 실현에 의존함”을 의미한다(Office of the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 2006: 36).
(2) 건강권과 타 인권․권리 사이의 구체적 관계
건강권 개념 측면에서 건강권과 여타 인권·권리 사이의 관계는 광범위 한 인권 범주(예, 자유권, 사회권 등)가 아닌 개별 권리와 건강권이 맺는 관계로 한정한다. 이러한 관계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전술한 유엔의 공식 개념 외의 다른 개념을 검토함으로써 조작적 정의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인권의 불가분성·상호의존성·상호연관성 원칙을 각기 구분하여 살펴보면 인권의 불가분성 원칙은 개별 권리 사이에서 양방향의 강력한 지원(supporting) 관계를20) 의미하기도 한다(Whelan, 2008: 6-9). 인권의 상호의존성 원칙은 하나의 권리 향유에 여타 권리의 향유가 필수적이라
20) 관계란 이로운 지원도 생성할 수 있지만 동시에 손상(damage), 위해(harm), 위험(risk)을 생 성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지원 관계’는 이로움이 해로움보다 우세한 관계로서 두 개의 권리 중 하나가 또 다른 권리의 기능(functioning)이나 안정성(stability)에 기여할 때 존재한다(Nickel, 2008: 987, 989).
는 의미와 양방향의 강력한 지원 관계를 제외한 나머지 지원 관계를 의 미하기도 한다(Nickel, 2008: 989; Whelan, 2008: 2; Darrow & Tomas, 2005: 504). 인권의 상호연관성 원칙은 제도와 절차 측면의 서로 닮은 방 식에 대한 것, 모든 인권의 개념적․기능적 연결, 개별 인권의 고립적인 실현 불가능을 의미하기도 한다(Whelan, 2008: 3-4, 10; Darrow &
Tomas, 2005: 504). 하지만 이 논문에서는 건강권과 여타 인권 사이의 관계가 불가분성․상호의존성․상호연관성 중 어디에 해당하는지를 구 분하는 것이 초점은 아니다. 따라서 세 가지 원칙의 의미 구분을 유지하 되 가장 포괄적으로 묶을 수 있는 개념으로서 건강권과 여타 인권·권리 사이의 개념적, 기능적, 제도적, 절차적 연결이라고 조작적으로 정의한 다.
기존 국제 문서나 연구에서 다룬 건강권과 여타 인권·권리 사이의 관 계는 세 가지 흐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유엔 사회권위원회의 일반 논평 14호에 적시된 관계로서 “건강권은 식량권, 주거권, 노동권, 교육권, 인간 존엄, 생명권, 차별금지, 평등성, 고문금지, 프라이버시권, 정보 접 근권, 결사․집회․이동의 자유를 포함한 국제인권장전의 여타 인권 실 현과 밀접히 연관되고 의존한다. 전술한, 그리고 다른 권리와 자유는 건 강권의 필수적 구성요소를 다룬다.”는 흐름이다(Committee on Economic, Social and Cultural Rights, 2000). 건강권과 관계를 맺는 구 체적 인권·권리 목록은 등장하지만 관계의 구체적인 형태는 제시되지 않 았다.
두 번째 흐름은 특정 권리 사이의 관계에 초점을 둔 연구들이다. 오염 된 식품․의약품에 의한 사망 사례를 통한 건강권과 생명권의 연결, 의 약품 발전과 관련하여 과학적 진전을 향유할 권리와 건강권의 연결, 무 역관련 지적재산권에 관한 협정(TRIPs)과 관련하여 지적재산권의 건강 권에 대한 영향, 발전과 관련하여 발전권과 건강권의 상보적 관계가 존 재한다(Donders, 2011: 379; Kolawole, 2011: 98-102; 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uncil, 2011: 9; United Nations Human Rights Council, 2009: 8-10). 하지만 연구가 극소수에 불과해서 인권·권리 목록
이 다양하지 않고 관계의 구체적 형태를 개념적으로 유형화하기 어렵다.
세 번째 흐름은 인권의 상호의존성과 상호연관성의 기전을 구체화한 것이다. 하나의 권리(A)를 존중․이행하는 것이 다른 권리(B)의 실현 증 진으로 이어지는 기전은 (1) A가 B의 위협에 대항, (2) A가 B의 침해 시 정, (3) A가 B의 이행 위한 제도․절차 보호, (4) 권리주체 역량 개선이 라고 한다(Nickel, 2008: 988). 이것은 관계의 구체적인 형태를 유형화하 고 있어서 의미가 있지만, 주로 법적인 관계이면서 긍정적인 관계만을 유형화하고 있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이 논문에서는 건강권과 여타 인권·권리 사이 관계의 구체적 형태를 미리 유형화·범주화 하지 않 고 내용 분석을 통해 귀납적으로 도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