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과에서는 사회적 역할 모형11)을 통해, ‘노동자(worker)’의 역할 을 강조한 바 있다(김경모·전창완, 2006; Superka & Hawke, 1982).
경제교육은 학교 안과 밖에서 구성원들이 경제주체로 성장해 가는 경제사 회화에 관심을 가지며, 예비 직업사회화도 그 중 하나이다. 일의 세계는 경제생활의 중요한 영역이며, 직업 관련 행위는 대표적인 경제행위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숙명적으로 노동과 생산 활동을 통해 생명을 유지하며, 현대의 개인은 직업인으로서 그 기능을 수행한다.
경제교육에서 노동자와 직업인의 사회적 역할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아 동과 청소년들이 일의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예비 직업인으로서 어 떠한 경험을 하는지, 일의 세계로 가까이 가고 있는 그들에게 필요한 교 육적 지원은 무엇인지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선행연구들은 청소 년들이 일의 의미(meaning of work)를 어떻게 이해하는지, 아르바이트 에 참여한 경험이 일 가치관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일에 대한 신념의 변화 등을 조사하였다(Csikszlentmihalyi & Schneider, 2000; Miller, Woehr, & Hudspeth, 2002).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과거의 청소년 (80~90년대)에 비해 요즘의 청소년(90년대 이후)들은 일의 우선성, 직 업의 안정성에 의미를 덜 부여하며 여가를 중시한다(Wray-Lake, Syvertsen, Briddell, Osgood, & Flanagan, 2011). 도시의 저소득계층 청소년들은 일을 외부적 보상(돈)으로 정의하는 경향이 있으며, 주로 그 들의 가족으로부터 메시지를 전달받는다(Chaves et al., 2004). 이러한 연구 결과들은 아동과 청소년이 인식하는 일의 세계가 경제현실의 변화와 사회상을 반영하며, 미래 직업생활의 결과와 연결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11) 사회적 역할 모형은 일곱 가지 사회적 역할-시민, 노동자, 소비자, 가족구성원, 친
구, 사회단체 구성원, 자아-을 제시하였다. NCEE(1998)에서는 다음과 같이 여섯 가 지 사회적 역할을 구분하였다. 전 생애에 걸친 의사결정자(lifelong decision maker), 지적인 소비자(knowledgeable consumer), 생산적인 노동자(productive worker), 책임 있는 시민(responsible citizen), 사려 깊은 저축자(prudent saver), 전 지구적 인 참여자(global participant)이다(김경모, 2004).
(Lee & Mortimer, 2009; Vondracek & Porfeli, 2003).
그러나 선행연구들은 대부분 청소년들에게 직업의 외재적 가치, 내재적 가치 등 그 의미를 범주화하여 선택하게 하는 방식으로 수행되었다. 이러 한 연구들은 청소년들이 인식하는 일의 주관적 의미와 다양한 가치관을 구체적으로 심도 있게 이해하는 데 방법론적 한계를 지닌다. 또한 국내외 적으로 경제교육의 관점에서 청소년의 예비 직업사회화를 밝힌 연구는 찾 아보기 어렵다. 이 때문에 경제교육에서 노동자 역할 교육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가 부족하다.
미국에서는 경제학, 심리학, 행동과학, 인지과학, 신경과학 등의 이론들 을 기반으로 하여 청소년을 위한 경제교육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경제심리학 연구들을 통해 개인의 돈 관리행태를 이해한 후 투자와 차입 행태를 제어하기 위한 학습 내용이 연구되었다. 이렇게 개인의 의사 결정에 대한 경험적 연구가 뒷받침되어야 보다 학습자에게 적합하고, 동 기를 부여할 수 있는 금융교육이 가능함을 지적하였다(Schuchardt et al., 2009).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청소년이 예비 직업인으로서 어떤 경험 을 하는지, 의사결정 과정의 특징을 이해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이에 따라 본 연구는 경제교육에서 예비 직업사회화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이러한 시도는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경제교육의 새로운 방향에 대한 선행연구 검토를 토대로 이루어졌다. 경제교육 연구 자들은 일상에 참여하는 경제교육, 평생교육으로서 경제교육, 역량교육12) 으로서 경제교육 등의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김경모, 2004; 김준태, 2015; 이미경, 2004; 최종민, 2011). 학생들에게 ‘직업’의 주제는 실 생활과 연결될 수 있는 흥미로운 경제교육 내용이 될 수 있다. 학생들은 일의 세계를 이해함으로써 경제학적 지식과 원리를 습득할 수 있다. 일상 의 경제 경험을 토대로 경제문제를 해결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으며,
12) OECD의 DeSeCo(the definition and selection of key competences) 보고서 이 후 여러 국가에서 핵심역량 개념이 교육과정에 반영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교육과정 을 통한 핵심역량 계발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논의하여 왔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역시 미래 사회가 요구하는 역량 함양이 가능한 교과 교육과정 개발을 지향하였으며 각 교과역량을 설정하고자 하였다(교육부, 2015; 이광우 외, 2015).
경제 이해력(economic literacy) 증진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또한 평생교육으로서 경제교육을 위해서는 일·학습·삶을 연계하는 경제교육 프로그램이 일관성 있게 설계되고 수행되어야 한다(이윤호, 2010). 이를 위해서 경제교육과 직업이라는 주제는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경제역량을 증진하는 경제교육이란 삶의 경제적 국면에서 환경에 적응하고 문제를 해 결해 나가는 인간의 대응력을 기른다는 것을 의미한다(권해수·김민성·
강영신, 2011). 경제교과 역량과 진로문제 해결 역량은 공통된 경험을 통해 길러질 수 있다.
또한 본 연구는 경제교육과 진로교육의 연계를 시도하기 위해 청소년의 예비 직업사회화에서 진로교육의 의미를 살펴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직업능력개발원에서는 ‘교과통합 진로교육’의 개념을 제시하였고, 우리 나라 교육과정에서는 다양한 교과 영역에서 진로교육과의 연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교육부, 2015; 이지연 외, 2009)13). 이는 교과교육을 통 한 진로교육의 효과성에 근거한 것이다. 교과 내용이 학생들의 진로와 관 련성이 높을수록 학습동기가 높아지며, 학습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학습효과가 장기적이며, 학습개념을 실생활에 더 쉽게 적용한다. 또한 진 로와 관련된 교육활동은 현실세계를 반영하여 세상에 대한 통합적인 시각 을 기를 수 있다(ACTE, 2009: Evans, Hoyt, & Mangum, 1973: 이지 연 외, 2009 재인용).
13) 경제교육과 진로교육과의 연관성을 경제교육과정의 하위 목표를 통해 보다 구체적으
로 확인할 수 있다(김경은·성락영, 2013: 이혜원·박형준,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