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동기~학창시절
⑴ 가족구성원의 메시지
① 부모님의 직업생활 : 그 쪽 일(농사, 육체노동)은 안하겠다.
김서연의 부모님은 깻잎 농사를 짓는다. 부모님뿐만 아니라 서연의 주 변인들은 대부분 농사일을 한다. 아빠는 농업 관련 대학을 권유하신 적이 있으나, 김서연은 ‘그 쪽 일’을 하고 싶지 않다. 어렸을 때부터 집안일 을 도운 적은 있으나 농사일을 도운 적은 별로 없다. 농사일에 대해 관심
사회화
원천 경험 VAS 메시지
가족구성원
부모님의 직업생활 그 쪽 일(농사, 육체노동)은 안하겠다.
부모님의 고생 이유 없는 죄책감을 느낀다.
부모님과 오빠의
갈등 부모님은 나의 취업을 기다려줄 수 없다.
교육기관
역사교과, 역사동아리,
역사책
역사학자가 되고 싶다.
지역사회
단절된 주거지 나는 방구석의 아이, 우물 안의 개구리 1차 산업 환경 친구들과는 조금 다른 경제생활 인터넷 통신 환경 열악함 인터넷을 잘 하지 않는다.
<표 11> 사회화 원천-김서연 상호작용과 VAS 메시지
도 없다. 서연은 부모님이 육체적으로 힘들게 일하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 아 왔기 때문에 농사일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 서연에게 ‘그 쪽 일’은 농사일뿐만 아니라 육체적으로 힘든 일, 농촌의 삶을 의미한다.
P: 엄마는...힘들겠다...나중에...그쪽(농사) 직업을 하고 싶진 않아요. 아빠가 안 그래도 이번에 농업 관련된 대학이 있다 하시는 거예요. 나는 거기 안 간다고...그 쪽 관련된 거 하고 싶지 않아...저는 관심도 없기도 하고 힘들 기도 하고...
R: 엄마 아빠 일하는 거 보면서 그 쪽 일은 하고 싶지 않았구나...
P: 매일 요즘 허리도 아프시고 하니까...
R: 엄마 아빠는 항상 똑같은 일을 하셨네? 항상 농사일을 하시는 것만 봤 네...다른 직업을 하는 사람을 가까이...?
P: 가까이 본 적은 없고 얘기만 들었는데 고모가 치과 의사분이고....딱히 자 세히는...지역도 멀고 하니까...경상도 분이시니까...저희 집 쪽에는 아무래 도...주변사람들이 다...농사일을...
R: 집 주변에도 다 농사일을 하시니까...농사일은 잘 알아?
P: 제가 딱히...초등학교 때는 엄마 깻잎 따는 거 조금 도와주고, 중학교 고등 학교 올라오고는 늦게 끝나고 하니까...고등학교 때는 특히 더 그러니까 별 로 그쪽 관련된 거는...
R: 엄마 아빠 일은 별로 안 도와드려?
P: 네. 방학 때 이제 도와드려야 되는데 ^^(웃음) 집안일은 제가 맨날 해요.
설거지 빨래하고 밥하고. 방학 때부터. 가끔씩 짬짬이 빨래랑 설거지는 계 속 하고. [D1]
P: 아빠는 뭔가 맨날 회장 같은 거 하려고 하시고, 무언가를 많이 하세요. 대 학교도 다니시고 그러셨거든요. 아빠 딴에는 생각이 많으신 것 같아요. 그 런데 저는 그 일에 개입하고, 알아보려고 하진 않고.
R: 아빠가 하는 일에 관심이 없어?
P: 그렇게 관심이 없어요.
R: 엄마 일에도 관심이 없고?
P: 네. 그렇게... [D2]
② 부모님의 고생 : 이유 없는 죄책감을 느낀다.
김서연은 부모님에게 이유 없는 죄책감과 미안한 감정을 지니고 있다.
농업에 종사하는 부모님의 고된 육체노동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허리를 구부려 일하기 때문에 허리 디스크가 있고 힘들어 하시지만, 김서연은 풀 알레르기가 있어서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와드리지 못한다. 아버지는 위암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부모님은 또래의 부모님보다 나이가 많다. 두 분 이 각각 자식이 있는 상황에서 재혼을 한 이후 서연을 낳았다. 언니, 오 빠들과는 나이 차이가 많고 친밀하지 않다. 경제적으로도 형편이 넉넉하 지 않다. 이러한 여러 상황 속에서 김서연은 부모님에게 미안한 마음을 지니게 되었고, 자신의 욕구나 요구를 적극적으로 표현해 본 적이 거의 없다.
P: 돈 문제가 제일 컸던 것 같아요. 많이 신경 쓰는 건 아니지만,,,엄마 아빠 힘들게 일하는 거 보니까 제가 혼자 미안해하고 혼자 죄책감 느끼고...깻잎 하시고 맨날 허리 아프시고 하니까...나이도 아무래도 많이 드시고 하니까 지금은,,,다른 사람들은 인삼 쪼금 하고 많이 쉬거든요. 근데 깻잎 같은 거 는 계속 하셔야 되거든요. 겨울에 잠깐 쪼금 쉬시고,.,그렇게 많이 쉬지도 못하시고. [D1]
P: 그렇게 부담 느끼는 걸 저한테 표현은 안하지만 제가 미안해가지고...몇 년 동안 공부하는 게 저는 좋지만 엄마 아빠는 그걸 뒷바라지 해줘야 하는 데. 나이가 많으세요. 58, 57 정도.
R: 60이 가까우시니까 빨리 독립해야겠다는 생각이 있구나.
P: 아빠가 옛날에 위암 있으셔가지고. 치료를 초기에 잡아가지고 치료를 하긴 했는데 아무래도 일하시잖아요. 허리도 많이 아프시고. [D1]
P: 아무래도 구부려 일하시니까 허리도 많이 아프고 디스크도 있고 그러시거 든요. 제가 도와드리고 싶은데 제가 피부 알레르기가 있거든요. 풀 알레르 기...그래서 제가 못 도와드려요. 도와드리고 싶은데도 못 도와드리고...전 집안일 같은 것 도와드리고...도와드리고 싶은데 알레르기 때문에...도와드
리면 일이 좀 더 수월하잖아요. 근데 제가 못 도와드리니까 집안일이라도 해야겠다. 지금은...나중에 돈 많이 벌어서 효도해 드리고 싶다. [D4]
P: 그런데 혼자서 그걸 한다는 게 좀 그랬어요. 제 주변 애들은 학원 다니고 뭐하고 하던데. 저는 혼자 공부하고.
R: 인터넷 강의를 들을 수도 있는 거고, 그럴 수도 있는 거였는데, 그런 걸 하려는 시도는 안 해봤어?
P: 강의를 많이 듣긴 했었어요. 그런데 영어 같은 경우에는 제가 너무 기초가 달려가지고, 과외 같은 걸 집중적으로 해야 할 것 같았는데.
R: ‘엄마한테, 저도 영어 과외 받고 싶어요.’라고 이야기해본 적 있었어?
P: 기숙사를 살면, 돈이 좀 많이 나가잖아요? 미안해서 제가 말을 못했어요.
[D2]
③ 부모님과 오빠의 갈등 : 부모님은 나의 취업을 기다려줄 수 없다.
김서연은 졸업을 하자마자 빨리 취업을 해야 한다는 VAS 메시지를 형 성한다. 부모님은 자신의 취업을 기다려 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부모님이 나이가 많고, 경제적 여유가 없으며, 고된 농사일을 하는 상황 속에서 이러한 생각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또한 이복남매 인 언니, 오빠들의 취업과정을 어린 시절에 지켜보면서 영향을 받기도 하 였다. 취업이 어려웠던 오빠는 부모님과 경제적 문제로 갈등이 있었고, 김서연은 ‘부모님에게 기댈 수 없다’는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김서연은 자신이 또래 친구들보다 취업 걱정을 더 많이 하고, 젊은 나이에 취업이 더 잘되는 길을 찾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P: 오빠도 스무 살 초반까지 한 때, 그런 문제가 많이 있었어요.
R: 취업이 잘 안 돼서?
P: 네. 그래서 돈 문제 때문에 엄마랑 싸운 것도 제가 살짝 봤고.
R: 취업이 안 되니까, 오빠가 돈을 달라고 그랬어?
P: 제가 그 때 초등학생이라 잘 모르겠지만, 취업이 잘 안되고 그랬나 봐요.
돈을 못 벌잖아요, 그래서 엄마한테 돈 보내달라고 했는데, 엄마가 돈 없다
고 말씀하시고...<중략>...그런 것도 봐오고, 엄마, 아빠도 이제 나이가 있 으시잖아요? 제가 언제까지 빌붙어서 돈을 달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제가 벌고 살아야지...막 기대기는 그런 것 같아요, 이제. [D2]
P: 다른 곳에 비해 보건 쪽이 취업이 잘 되니까, 보건 쪽으로 왔고. 보건 쪽 은 대부분 나이가 많이 들 때까지 일을 못해서, 금방금방 빠지잖아요. 젊은 나이에 취업이 잘 된다. 이런 생각으로 넣었죠. ...<중략>...다른 애들은
‘나중에 대학 공부를 어떻게 할까?’ 라는 고민인데, 저는 ‘취업을 어디 로 갈까’ 이런 고민이죠.
R: 다른 친구들 보다는 더 직업에 가까이 서 있는 것 같아?
P: 네. 애들이랑 이야기할 때, 제가 취업걱정을 많이 했거든요? 대학 그거 할 때. 그랬더니 애들이 그건 나중 일 아니냐고...
R: 아~ 친구들이 그렇게 이야기했어? 너는 그런데 나중 일이 아니야, 당장 나랑 가깝게 느껴져?
P: 느껴지긴 해요, 시간이 금방 지나갈 것 같으니까. [D2]
⑵ 교육기관의 메시지
① 역사교과, 역사동아리, 역사책 : 역사학자가 되고 싶다.
김서연은 학창시절 내내 역사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키워왔다. 학 교에서는 또래친구들에게 ‘역사를 좋아하는 친구, 역사학과에 진학할 친 구’로 인식되었다54). 김서연은 막연하게 자신이 사학과에 진학하게 될 것이라고 여겼다. 다른 친구들이 진로에 대해 고민할 때도 김서연은 명확 한 관심사와 진로방향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직업을 거의 고려하지 않았 다. 이렇게 김서연이 ‘역사학자가 되고 싶다.’는 VAS 메시지를 형성하 게 된 과정은 다음과 같다.
54) 연구자와 연구 참여자들의 첫 만남이 있던 날 친구들은 김서연을 ‘역사를 좋아하 는 친구, 역사학자가 될 친구, 역사과에 진학하려고 기다리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서연이 처음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어느 날 책장에 꽂힌 역사책을 우연히 읽게 되면서였다. 김서연은 깻잎 농사를 하는 부모님과 함께 금산 지역 내에서도 도심과 떨어진 농촌 마을 에서 자랐다. 동네에는 또래가 없었고 놀 거리가 없어 TV를 보거나 책을 읽는 등 혼자 지내는 시간이 많았다.
김서연은 중학생 때도 다른 교과 수업보다 사회와 역사교과 시간이 재 미있었다. 사회 선생님은 김서연에게 영향을 많이 주었다. 한국사뿐만 아 니라 동아시아 역사를 처음 배우면서 세계사에도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고등학생 때는 수업시간 외에도 역사동아리 활동을 활발하게 하였다. 금 산 주변의 유적지와 독도를 탐방하는 활동을 하였다. 동아리 친구들과 함 께 역사탐방 계획을 짜고 수행하는 경험이 뿌듯했다고 말한다.
김서연은 다른 친구들보다 역사책을 많이 읽는 학생이었다. 선생님이 제시해준 독서목록에서 역사와 관련된 책을 골라 읽었다. 인상 깊게 읽은 책으로는 사도세자와 관련된 내용의 책이다. 특히 조선시대와 일제 강점 기 근대사에 관심이 있다. 역사책을 읽다보면 학교에서 배운 내용과 다른 다양한 관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은 역사 왜곡을 바로잡거나 기존과는 다른 관점에서 역사를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P: 초등학교 때 역사책보고 재밌어가지고 중학교 때도 재밌고...고등학교 때 더 배우니까 재밌어 가지고 역사 쪽 갈 마음이...
R: 어렸을 때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았네?
P: 세계 2차 대전 초등학교 때 그거 읽었는데 재밌더라구요.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세계 2차 대전 관련된 책이었거든요? 초등학교 6학년 때. 꽂아 있어가지고 그냥 딱 봤는데 재밌더라고요. 그리고 중학교 올라와서 사회쌤 이 1학년 때 쌤이 진짜 재밌었거든요. 착하시고 잘 가르쳐 주셔가지고...2 학년 때도 선생님이 쪽지시험 같은 거 내시면서 했는데 동아시아를 배웠는 데...그때 원래 한국사만 관심 있었는데 동아시아를 배운다고 하니깐 좀 솔 직히 조금 무서웠어요. 이런 외국역사도 배워야 되나 했는데 배우니까..엄 청 긴 이름도 많고 신기하다 싶고 배우니까 별게 다 있더라고요 외국에서 도. 그래서 그때 많이 흥미 느꼈고... [D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