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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가정 후기 청소년의 학교-노동 이행

개인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연구자의 관점에 따라 연구 결 과와 해석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Kingston(2000)은 사회에 존 재하는 불평등과 차이를 개별적인 패턴, 즉 정도의 차이로 이해해야 한다 고 주장한 바 있다. 하나의 명확하고 결정적인 패턴은 없으며, 임의적인 패턴들이 다양한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Lareau(2003)는 지 나치게 특수화된 이론은 그 효력을 잃어갈 수 있으며, 연구자는 우리 사 회의 다양한 삶을 폭넓게 살펴 일반적인 연결고리를 찾으려고 애써야 한 다고 주장한다(Lareau, 2003: 64). 이에 본 연구에서는 두 가지 관점을 모두 고려하였으며, 매 순간 연구자가 수립한 가정에 오류가 있을 수 있 음을 전제하였다. 그리고 계층의 차이는 일상생활의 세세한 차이에서 드 러나며, 이러한 차이를 통해 연구자는 저소득가정 환경이 개인의 삶에 영 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였다.

주엽·전병유·장수명·홍서연, 2002; Blustein et al., 2002).

우리 사회에서도 후기 청소년들의 노동 이행은 힘겹게 이루어지고 있 다. 산업구조와 기술의 변화, 불안정한 경제 상황, 기업 간 경쟁 심화, 노 동시장의 유연화, 학교교육과 노동시장 수요의 불일치 등 사회경제적 환 경 속에서 교육에서 노동으로 이행기간이 장기화되고, 이들의 경제적 곤 란이 심각하다. 한국의 후기 청소년(초기 청년층)을 대상으로 한 빈곤연 구에서 18세 미만 아동보다 18~24세의 후기 청소년 빈곤율이 더 높고, 빈곤율이 급격히 증가하는 빈곤의 점프 현상이 나타났다(김수정, 2010).

88만원 세대, 삼포세대, 캥거루족, 청춘론 등의 수많은 용어가 만들어지 고 청년실업, 반값 등록금, 열정 페이 등이 이슈화되는 환경 속에서 후기 청소년들은 노동시장으로 이행 한다21).

선행연구에 따르면 저소득가정이라는 환경은 후기 청소년이 일의 세계 로 진입하고 직업적 성취를 하는 데 있어서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노 혁, 2006; 전현중·류장수·조장식·박성익·김종한, 2009;

정미나·임영식, 2010; Blustein et al., 2000). 이들 연구는 부모의 사 회경제적 지위로 인하여 빈곤가구에서 성장한 자녀의 경우 인적자본의 결 핍, 정보의 부족, 지지체계의 결핍 등을 경험할 가능성이 증가한다고 밝 혀내었다. 이는 노동시장 진입 초기에 실업이나 시간제 고용과 같은 촉발 사건22)이 발생할 위험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촉발사건은 생애소득에 부 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Meager, 2008).

우리나라 후기 청소년의 노동 이행 연구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 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재학 시기 노동 경험(아르바이트)에 대 한 연구이다. 청소년의 아르바이트 참여에 영향을 주는 공통적인 요인은 가족의 소득이었다(이경상 외, 2008: 23). 가정의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청소년이 아르바이트를 경험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김기헌, 2003;

김기헌·유성렬, 2006; 안선영 외, 2013; 장원섭, 2001). 특히 조손가정

21) 미국사회에서는 오래 전부터 저소득계층 청소년의 학교-노동 이행 어려움과 낮은 임금의 노동자가 되는 현상, 만성적 실업을 경험하는 현상에 대해 고민하여 왔다 (Blustein, Juntunen, & Worthington, 2000).

22) 촉발 사건(trigger events)이란 잠재적으로 향후 경력과 생애 기회(life-chance)에 낙인효과 혹은 역효과를 초래하는 생애주기의 사건으로 정의된다(Meager, 2008).

등 사회취약계층 청소년의 경우 아르바이트 참여율이 높게 나타났고, 시 작하는 시기도 다른 계층에 비해 이른 경향이 있었다(안선영 외, 201 4)23). 저소득가정 청소년들은 하루빨리 노동시장에 진출해 돈을 벌겠다 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오만석·은기수·김복수·이윤석·김정 석, 2005).

저소득가정 청소년은 아르바이트 참여를 통해 불안정한 노동시장에 유 입되는 경향이 있다24). 고등학교 졸업 이후에는 자연스럽게 전일제 노동 을 하거나 학업과 병행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에 진학하더라도 아르바이트에 의해 학비와 생활비를 보충할 뿐 아니라 장기 적으로 경력에 연결되지 않는 저임금의 소진적 노동에 참여하였다. 교육 을 연장하는 것이 등록금 부담으로 인해 허용되지 않으며 학교를 중단하 고 저임금, 반복 실업, 불안정 고용의 트랙에 들어서기도 한다(노 혁, 2006).

이러한 노동 경험은 세상이 변변한 학력과 사회적 자본이 없으면 차별 받고 불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하는 곳이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저소득가 정 청소년들은 이러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계급적 위치를 간파하고, 비정 규직 노동자로서의 삶을 받아들이고 체념하게 된다(안수찬 외, 2010).

또한 이들의 노동 참여는 성장 동기보다 물질 동기가 강하여 노동의 효과 에도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김예성, 2006).

두 번째 유형은 졸업 이후 노동시장 진입(취업)과 관련된 연구들이다.

가족의 경제적 박탈과 낮은 소득 수준이 성인이 된 이후 노동시장 성취 즉,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밝히고 있다(Duncan, Ziol-Guest, & Kalil, 2010; Hill & Sandfort, 1995; Johnson &

Schoeni, 2011). 우리나라에서도 만 17세 시점에 빈곤을 경험한 청년들 이 빈곤을 경험하지 않은 청년들에 비해 임금수준이 낮았다. 이러한 부정 적 영향은 극빈층 집단에서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변금선, 2013). 학교

23) 가정의 경제적 수준의 경우 잘사는 편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18.6%, 못사는 편이라

고 답한 응답자는 33.9%가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안선영 외, 2014).

24)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4년 시간제 노동을 한 중·고등학생

가운데 44.8%가 최저임금 위반을 경험하였고, 임금을 늦게 받거나 받지 못한 경우도 16.4%에 달했다(안선영 외, 2014).

-노동 이행기 동안 저소득가정과 고소득가정의 자녀는 서로 상이한 경험 을 하였고, 이는 결과적으로 생애소득에 영향을 주었다. 고소득가정의 자 녀들은 청년기에 이미 전문직 혹은 사무직 정규 근로자로의 이행이 고정 되고 있는 반면, 저소득가정의 자녀들은 잦은 이직을 경험하고, 노동시장 에서의 진입과 이탈을 반복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노혜진, 2012).

그런데 청소년의 노동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경험은 노동의 성격과 그 맥락에 크게 좌우되는 경향이 있다(장원섭, 2001; Mortimer & Finch, 1986). 청소년들의 노동 이행을 둘러싼 생태학적인 환경(일을 하게 된 동기,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오랜 시간 일을 했는지, 일을 선택 하게 된 과정은 어떠한지, 일터의 분위기, 가족의 지지 등)을 상세히 살 펴보아야 한다(Hansen & Jarvis, 2000). 또한 저소득가정 청소년 노동 이행에 있어서 객관적인 여건보다는 삶에 대한 주관적 의미와 해석이 중 요하다. 청소년의 사회 진출에 가장 영향을 많이 미치는 요인은 ‘현재 어려운 사회경제적 상황을 얼마나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미래를 준비 하는 가’로 나타났다(김경휘, 2008).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저소득가정 청소년이라는 대상에 집중하여 연구 설계하였으며, 이들의 경험을 개별적·맥락적으로 접근하는 연구방법을 수행하였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노동자 계층 청소년들의 학교-노동 이 행 문화를 밝힌 대표적인 문화기술지 연구들을 참고하였다. Willis(1981) 는 학교로 들어가 노동자 계층의 아이들이 사회적 지위가 낮은 직업을 선 택하게 되는 과정을 밝혔다. 이들의 특수한 문화를 ‘반 학교 문화 (counter school culture)’로 정의하였고, 이것은 단순히 일탈이 아니라 계급 불평등을 간파하고, 이에 저항하는 적극적인 행위임을 밝혔다.

Brown(1987)은 노동자 계층 밀집지역의 영국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연구하였는데, 가난한 학생들이 학교를 수단적으로 이용함을 밝혔고, 이 들이 하나의 집단이 아니라 행위양식이 다른 다양한 부류로 나누어짐을 밝혔다. Holland(1990)는 영국 웨스트 미드랜드에서 청년훈련계획에 참 여한 노동자 계급 청년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경험과 정체성에 대해 2년 반에 걸친 현장연구를 하였다. 그 역시 청년들이 사무-관리직부터 기술 습득을 하려는 부류까지 사회적 정체성과 장래전망에 있어서 다양한 폭이

존재함을 밝혔다.

국내에서도 저소득가정 청소년의 삶과 학교-노동 이행 문화에 집중한 연구들이 존재한다. 이 연구들은 빈곤의 대물림 과정이 얼마나 복합적으 로 발생하는지, 빈곤의 상황을 얼마나 탈출하기 어려운지를 보여준다(강 지나, 2015). 직업 이행 과정에서 비(非) 빈곤청소년은 본인의 흥미와 성적의 변화, 부모의 권유 때문에 자신의 진로를 바꾸지만, 빈곤청소년은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자신의 진로를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영광·김 민수·김민주, 2014). 대학 진학을 선택한 경우에도 이들은 취업에 대한 두려움과 학비 부담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었다(문준희·김성환·김민 주, 2014). 사회진출을 위한 인적자본이 미약하고 진로지원을 위한 공적 시스템이 부실한 상황에서 이들은 부모와 같은 불완전 노동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았다(강지나, 2015). 학업보다는 아르바이트에 시간을 더 쏟 고 노동현장에서는 저임금과 착취를 당하면서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었다.

가정에서 자녀, 학교에서 학생, 일터에서 노동자라는 통상적인 정체성을 확립하지 못하고 있었으며25),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자 나름의 전략을 통 해 자아정체성을 형성하여 성인기로의 이행을 준비하고 있었다(정수남·

권영인·박 건·은기수, 2012).

저소득가정 청소년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힘을 키우고 독립된 경제주 체로 성장하고 있으며, 직업 이행의 다양성과 가능성을 함께 보여준다.

저소득가정 청소년들에게 직업을 꿈꾼다는 것의 의미는 현실의 반영과 동 시에 극복의 과정이었다. 이들은 불안정한 환경에 맞추어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고 내재적인 힘을 키워나간다. 그들은 당장 수입을 얻을 수 있고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손에 잡히는 일자리를 희망하며, 일자리 정보를 얻 는 통로도 이들의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었다(김경희·박근혜, 2013).

선행연구를 통해 학교-노동 이행기는 교육의 연장과 노동의 유예가 이 루어지는 시기이며, 교육과 노동의 삶이 복합적으로 교차되어 있음을 알

25) 가정에서는 준 성인에 가까운 역할을 반 강제적으로 부여받고, 학교에서는 일반적인 학생의 표상에서 벗어난 학생으로 취급받으며, 이른 나이부터 노동시장에 참여하지만 경제적 독립 가능성은 희박한 불안정한 노동자의 위치에 있었다(정수남 외, 2012:

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