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가정 배경은 청소년의 학업성취에 주로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으로 나타난다(Brooks-Gunn & Duncan, 1997; Coleman, 1990;
Conger, Conger, & Elder, 1997). 우리나라에서도 부모의 소득이나 사 회경제적 지위가 낮을수록 학업성취가 낮다는 것을 검증하는 연구들이 다 수이다(김경근, 2005; 류방란·김성식, 2006; 박창남·도종수, 2005; 성 기선, 2010; 신명호, 2010). 우리나라에서는 학업성취가 대학 진학에 중 요하게 작용하고 이는 낮은 직업지위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또한 저소득가정 배경은 청소년의 진로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으로 나타났다(노경란·박용호·허선주, 2011; 신명호 외, 2004; 이경상 외, 2008; 장상수·송병선, 2005). 저소득가정 자녀들은 역할모델을 찾 기가 쉽지 않고, 체계적인 진로지도나 진로정보를 얻기 어려워 진로결정 에 어려움을 겪는다(방하남·김기헌, 2002; 허남순 외, 2005). 그리고 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자유로운 진로결정을 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노 성환, 2003). 저소득가정 청소년은 경제적인 이유로 상급학교 진학이 어 려우며,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경우 비숙련 기술 등의 이유로 그 기회가 제한적이다(노 혁, 2006).
저소득가정의 환경이 자녀들의 교육적·직업적 성취에 영향을 주는 원 인에 대해서는 다양한 주장이 논의되어 왔다. 다음 <표 3>과 같이 경제 학적 접근, 사회학적 접근, 심리학적 접근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경제학적 관점 사회학적 관점 심리학적 관점
인적 자본 이론
사회적 자본 이론 문화적 재생산 이론
합리적 행위 이론
가족 스트레스 모형
<표 3> 저소득가정 환경의 영향에 대한 다양한 논의
첫째, 경제학적 관점에서 인적자본이론(human capital theory)은 부모 의 자녀 교육에 대한 금전적·시간적 투자가 학업성취 및 미래 생산성 향 상으로 이어져 성인이 되었을 때 소득과 임금을 증대시킨다고 주장한다 (Becker & Thomes, 1986; Schultz, 1961).
둘째, 사회학적 관점에서는 사회적 자본 이론, 문화적 재생산 이론, 합 리적 행위이론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 사회적 자본 이론(social capital theory)은 가족구성원의 존재, 가족구성원과의 관계, 또한 그들이 지닌 사회적 관계 등이 자녀의 성취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Bourdieu, 1986; Coleman, 1988). 특히 부모와 자녀의 관계는 자녀의 학업성취에 주요한 영향을 준다. 문화적 재생산 이론은 낮은 계층의 집단이 가진 빈 곤의 문화(culture of poverty)가 존재한다고 설명한다. 그들은 상류계층 에 참여하기 위해 필요한 습관, 기술, 정보 등의 문화자본을 가지고 있지 않다. 집단의 문화 속에서 노동자 계층의 자녀들이 무의식적으로 형성하 는 언어 및 세계관은 직업 열망과 학교 성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Bernstein, 1990; Bourdieu, 1986; Bowles & Gintis, 1976; Lewis, 1961)18). 한편, 합리적 행위 이론(rational action theory)은 노동자 계 층의 자녀들이 낮은 열망과 의지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계층 자녀들 과 비슷한 수준의 열망을 지니지만, 위험을 회피하는 방식, 교육의 수익 을 평가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라고 말한다. 노동자 계층은 학력이 가져다 주는 수익에 관심을 덜 기울이고 교육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지 않기 때문
18) 미국의 빈민 흑인 집단은 문화적으로 교육열이 낮고, 저소득층 부모는 대화보다 체 벌을 가하는 등 자녀와 토론하는 경향이 적다. 반면 중산층 이상의 부모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질과 가정의 교육적 분위기는 학업능력, 학습 동기 및 태도를 고양시킨다(신명 호 외, 2004).
에 교육 및 진로와 관련하여 보다 낮은 포부, 낮은 직업지위에 연결되는 진로계열, 가치관, 사회적 지지 등을 보여준다(신명호 외, 2004).
셋째, 심리학적 관점에서의 가족 스트레스 모형(family stress model) 은 저소득가정 배경이 청소년 스스로에 대한 평가와 스트레스 및 우울 등 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빈곤이나 소득의 감소는 낮은 소득 그 자 체가 문제가 아니라 부모의 정서적 스트레스, 가족 간 갈등을 유발하며, 부적절한 양육 태도, 사회적 지지의 감소로 이어져 청소년의 자아존중감, 자기신뢰 등이 훼손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또한 저소득가정 자녀들의 스 트레스와 정서적 불안정, 낮은 자존감과 우울증 등은 사회적응력(유연성) 을 떨어뜨린다(Conger et al., 2002).
이러한 기존 이론들은 각각 ‘저소득가정 환경’의 다양한 측면을 고려 하고 있다. 부모의 학력, 소득, 사회적 지위, 부모와의 동거 여부, 부모와 의 관계, 부모의 양육방식19), 생활에 대한 만족 수준, 어머니의 취업 유 무, 가족의 구조, 가정환경에 대한 청소년의 주관적 인식 등 여러 요인들 이 청소년의 교육적·직업적 발달에 영향을 주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들은 저소득가정 환경을 결정론적으로 바라보는 기 존의 이론들을 비판하고, 저소득가정 환경이 청소년의 발달에 반드시 부 정적인 것만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어느 정도의 경제적 결핍은 청소년에 게 자극을 주어 도전의식을 갖게 하는 등 성취동기를 가져다주는 측면이 있고(노 혁, 2003), 역경의 환경 속에서도 긍정적인 적응 및 발달을 이 룰 수 있다는 유능성을 강조한 연구도 존재한다(Masten, 2001: 좌현숙, 2010: 8 재인용). 빈곤은 청소년 적응의 위험요인이 될 수 있으나 항상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Huston, 1991: 이승영, 2011 재 인용). 성열관과 김정숙(2014)은 빈곤청소년의 부적응, 소외 및 저항에 대한 연구들이 빈곤청소년 삶의 전형인 것처럼 오해하기 쉬우나 실제로 빈곤청소년들은 다양한 적응 양태를 보여주고 있으며, 대부분은 ‘가난하 지만 성실한 학생’으로 평범하게 살고 있음을 이야기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선행연구들은 저소득가정과 계층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
19) 중산층의 아이들은 빡빡한 일정 속에서 부모의 관리를 받으며 ‘집중 양육’된다.
반면 노동자 계층의 아이들은 ‘자연적 성장을 통한 성취’를 한다(Lareau, 2003).
개인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에 대한 연구자의 관점에 따라 연구 결 과와 해석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Kingston(2000)은 사회에 존 재하는 불평등과 차이를 개별적인 패턴, 즉 정도의 차이로 이해해야 한다 고 주장한 바 있다. 하나의 명확하고 결정적인 패턴은 없으며, 임의적인 패턴들이 다양한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Lareau(2003)는 지 나치게 특수화된 이론은 그 효력을 잃어갈 수 있으며, 연구자는 우리 사 회의 다양한 삶을 폭넓게 살펴 일반적인 연결고리를 찾으려고 애써야 한 다고 주장한다(Lareau, 2003: 64). 이에 본 연구에서는 두 가지 관점을 모두 고려하였으며, 매 순간 연구자가 수립한 가정에 오류가 있을 수 있 음을 전제하였다. 그리고 계층의 차이는 일상생활의 세세한 차이에서 드 러나며, 이러한 차이를 통해 연구자는 저소득가정 환경이 개인의 삶에 영 향을 미치는 메커니즘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