Ⅳ. 의지철학과 로고테라피
4.2. 니체철학과 힘에의 의지
프리드리히 니체는 1844년 라이프치히 도시 근교에서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가 루터교 목사였던 가정에서 출생했다. 5세 때 아버지를 여윈 뒤 할머니와 어머니에 의 해 양육되었다. 기독교교리보다는 교리의 기원에 더 관심을 기울였고, 신화적 요소를 제거하려는 독일의 성서 비평학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 역사적 인물로 예수를 연구한 슈트라우스(D. F. Strauss)의 무신론적 저작들에 영향을 받은 니체는 젊은 시절 유년 시절의 신앙에서 벗어나 열렬한 무신론자로 바꾸어 놓았다. 철저한 무신론자가 된 니 체는 의미론적 기독교만 전제하고 인정했다.343)
니체는 다양한 철학자들에게 영향을 받았다. 1860년대 초반 청년이었던 니체는 미 국 작가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의 수필집을 통해 영감을 얻어 역사와 운명 에 관한 철학적 에세이를 썼다.344) 1860년대 중반 쇼펜하우어를 처음 접한 니체는 자 신의 우울한 감성과 통하는 그를 발견했다. 26세에 쓴 필생의 대작 의지와 표상으로 서의 세계 가 미친 충격이 적지 않았다. 랑게(Friedrich Lange)의 유물론의 역사
History of Materialism
을 통해 큰 자극을 받았다. 괴테(Goethe)에서 자연에 대한 영향을 칸트의 판단력비판 에서 자연과 예술철학에 대한 통찰력을 접했다.345)1869년 25세의 나이로 스위스 바젤 대학교(Basel University)의 고전문헌학 교수로 임용되었다. 호메로스를 주제로 한 자신의 첫 번째 대학 강의가 시작되었다. 1870-71 년 사이에는 소크라테스와 비극, 자신의 철학의 바탕을 이루는 디오니소스적 세계 등 에 대한 강좌를 계속 이어갔다. 프랑스와 프러시아 전쟁이간 위생병으로 복무한 니체 는 바젤로 복귀한 이우에도 불면증과 두통에 시달렸고, 반복적으로 악화되는 건강으 로 인해 고통을 당했고, 일평생 건강의 문제들을 따라다녔다. 1872년 처녀작 비극의 탄생 을 출간하고 바그너에게 헌정했다.346) 그리스 비극에 대해 다루는 비극의 탄생
은 디오니소스와 아폴론이라는 두 신에 양면성을 새로운 미학적 관점에서 읽어내는 저술이다.
니체가 파악하기에 그리스비극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디오니소스의 고통이었다.
프로메테우스나 오이디푸스는 모두 디오니소스의 가면에 지나지 않다고 파악했다. 어 린 소년으로 거인족 타이탄에 의해 갈기갈기 찢어졌던 시련, 개별화라는 무시무시한 상황에서 고통을 받는 존재였다. 니체가 파악하기에 개별화야 말로 고통의 근원이며, 시련의 본래적 원인으로 거부되어야 할 것이라고 보았다. 모든 존재는 근본적으로 융
343) 로저 트리그, 인간 본성에 대한 철학적 논쟁 , 232-33.
344) 데이비드 노글, 세계관 그 개념의 역사 , 박세혁 역 (서울: cup, 2018), 198. 니체의 철학적 발전 에 동력을 제공한 인물은 랄프 왈도 에머슨(1803-82)이었다. 에머슨은 우리의 기질이 “환상의 체계 안으로 완전히 진입하여 우리가 볼 수 없는 유리감옥 안에 우리를 가둠”으로 우리의 세계관에 심층적 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는데, 우리 스스로는 왜곡된 세계관을 렌즈를 교정하거나 오류의 분량을 측량할 만한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니체는 칸트와 에머슨의 영향아래에서 자연주의와 역사주의에 서 주장하는 선험성을 받아들이고, ‘세계관’에 대한 자신의 사상을 체계화 했다.
345) 키스 안셀 피어슨, How To Read 니체 , 18-19.
346) 키스 안셀 피어슨, How To Read 니체 , 19-20.
합되어 있는 하나의 상태여야 하는데, 개별성으로의 찢어짐은 모든 악의 원인이라고 보았다. 니체는 디오니소스를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인물로 내세우며 비극의 탄생 를 신학적 개념으로 전환시켰다.347)
니체의 초기사상은 쇼펜하우어의 의지 개념에 영향을 입은바가 크다. 쇼펜하우어의 의지의 형이상학은 니체의 사상형성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니체는 쇼펜하우어의 의지가 표상의 세계를 가능하게 하는 바탕이 된다는 주장을 수용하여 자신의 사상을 개진한다. 니체가 쇼펜하우어에게 영향을 받은 바도 있지만, 얼핏 유사해 보이는 듯 하지만 실상 쇼펜하우어와 니체는 매우 다른 위치에 서 있다.
쇼펜하우어와 니체는 얼핏 비슷하지만 상당히 다르다. 이 두 철학자는 모두 생의 철학 자나 삶의 철학자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쇼펜하우어는 플라톤과 우파니샤드Upanisad 철학 그리고 칸트의 철학에 깊이 영향을 받은 철학자였고 니체는 이들과 대립적인 입장 에 서 있던 철학자였다. 그러나 이들의 철학은 모두 인간의 삶에 관심을 쏟는 데에서, 특히 인간의 고통과 삶의 비극적 현상에 대한 목도에서 출발한다. 쇼펜하우어는 진단의 측면에 있어서는 생물학적 관점을 토대로 반이성주의적 염세주의를 추구했지만, 치료적 차원에서 보자면 이성중심주의적이고 낙천적인 부분을 통하여 이성주의의 강점을 최대 한 활용하고 있다. 반면 니체는 진단적 차원에 있어서도 치료적 차원에 있어서도 감성 에 중점을 두며 반이성주의가 거부하고 있는 감성의 죽음에 대한 진단과 더불어 감성의 회복을 부르짖고 있다.348)
니체는 우리 눈에 파악되는 현실세계와 질서들은 드러난 현상 세계. 그 자체만으로 가치를 가지지 않는다고 보았다. 현상세계는 더 높고 근원적인 의지작용의 산물로 파 악했다. 세계의 모든 것을 운행하고 유지하는 의지의 작용의 결과로 본 것이다.
니체가 주장하는 ‘힘에의 의지’349)는 생명체 뿐 아니라 무생물의 존재까지도 붙드 는 규칙이 된다. 달리말해, 힘에의 의지는 세계 전체를 붙드는 유일한 기반이라고 본 것이다. 역사의 과정을 추동하는 힘 역시 힘에의 의지라고 이야기한다.
347) 키스 안셀 피어슨, How To Read 니체 , 24-25.
348) 김선희, 철학자가 눈물을 흘릴 때 , 30-31.
349) 최순영, 「힘에의 의지(Wille zur Macht)와 정치이론」, 니체연구 33집(2018), 263-68. Wille zur Macht가 니체철학의 핵심개념이 분명한다. 이 개념이 다의적 의미를 지닌다고 설명하고 있다. 번역 에 있어 ‘힘에의 의지’라는 표현이 ‘권력에의 의지’보다 포괄적 개념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김진 석이나 이진우가 강조하는 ‘권력의지’에 대한 입장을 소개하면서, 문맥에 따른 번역이 달라질 수 있다 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힘에의 의지’의 다의성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5가지로 정돈하고 있다. 첫째, 시작도 끝도 없는, 전체적으로 변하지 않지만 변화하는 거대한 힘(Kraft)으로서의 세계를. 둘째, 증가 (Zuwachs)도 축소(Einnahmen)도 없는 세계를. 셋째, 무한히 확장되지 않는(nicht Unendlich- Ausgedehntes)의 제한된 공간(bestimmtem Raum)으로서의 세계를, 넷째, 편재한(überall) 힘 (Kräften)과 힘의 파동(Kraftwellen)이 하나 됨(Eins)과 여럿 됨(Vieles)의 놀이로서의 세계, 포만 (Sattwerden)이나 권태(überdruß), 피로(Müdigkeit)를 모르는 생성으로서의 세계; 영원한 자기 창조 와 영원한 자기 파괴의 디오니소스적 세계를, 다섯째, 목적(Ziel)도 의지도 없는 고리(Ring)로서의 세 계로 정리하고 있다. 니체의 힘에의 의지에 대한 하이데거의 형이상학적 해석과 들뢰즈의 탈 형이상 학적 이해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개념해석을 살피려면, 임건태, 「니체의 힘에의 의지개념」, 니체연구
제17집(2010), 183-205를 참고하라.
니체는 역사란 결국에는 개방된 출구를 가진 과정이라고 본다. 그러한 과정을 움직이는 것은 ‘세계정신’이 아니라 철저하게 비이성적인 어떤 것이다. 즉 그것은 쇼펜하우어의
‘세계 의지’인데, 니체에게서 ‘힘에의 의지’로 변모된다. 이렇듯 여기서 니체는 말하자면 헤겔의 ‘이성의 간계’를 비이성주의적으로 변형시킨 형태를 제시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본능적인 ‘삶의 간계’인 이같은 변형태는 무계획의 전체 계획을 더욱 효과 있게 실현시 키는데 도움을 주기 위해, 퇴폐된 삶의 조건 아래에서 ‘힘에의 의지’를 그 의지의 반대 물처럼 보이는 것으로 전환시킨다.350)
니체는 우리의 삶이 가장 익숙하게 숙지하고 있는 존재형식이 힘의 축적에의 의지 라고 말하고 있다. 어떤 원리나 법칙이나 질서 대신 힘의 양을 이야기하면서, 인간의 가장 근본적이고 내밀한 의지가 권력의지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어떤 일이 이와 같이 발생하고 달리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이 일에 속에는 어 떠한 <원리>도, 어떠한 <법칙>도, 어떠한 <질서>도 없으며, 그 결과 야기되는 다른 모 든 힘의 양에로 권력을 행사하는 것 속에 그 본질이 있는 힘의 양이다. 우리는 쾌‧불쾌 의 감각 없이도, 바꿔 말하면 권력의 상승과 감퇴의 감정 없이도 권력을 추구하는 노력 을 상정할 수 있는 것일까? 기계론이란 투쟁하고 초극하는 의지의 양의 내면적 사실계 에 대한 암호에 불과하지 않을까? 물질, 원자, 무게, 압력과 충돌이라는 기계론의 모든 전제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심리적 허구의 도움을 빌어 행해진 해석이다. 우리엑 가 장 숙지된 존재 형식으로서의 삶은 특히 힘의 축적에의 의지이다. 삶의 모든 과정은 여 기에 그 지렛대를 가지고 있다. 그 어느 것도 스스로를 보존하고자 의욕 하지 않으며 모든 것이 집적되고 축적되어야 한다. 삶은 하나의 특수한 경우로서 권력의 극대 감정 을 추구하여 노력한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권력의 증대를 추구하는 노력이며, 노력이란 권력을 추구하는 노력이외의 아무것도 아니며 가장 깊고 내적인 것은 어디까지나 이 의 지이다.351)
니체는 존재의 가장 근본적인 본질이 힘에의 의지며, 생물자체가 곧 권력의지라고 파악한다.
존재의 가장 내적인 본질이 권력에의 의지이며, 쾌가 권력의 모든 생장, 불쾌가 저항할 수 없고 지배할 수 없는 모든 감정이라고 하면, 우리는 쾌와 불쾌를 근본 사실로 간주 해도 좋지 않을까? 긍정과 부정이라는 이들 두 가지 진동 없이도 의지는 가능할까? 그 러나, 쾌를 느끼는 것은 누구인가? …하지만, 권력을 의욕 하는 것은 누구인가? …극히 불합리한 질문들! 생물자체가 권력의지이며 따라서 쾌‧불쾌를 느끼는 행동이라고 한다 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립이, 저항이, 그러므로 상대적으로는, 침해하는 통일체가 필 요한 것이다…352)
350) Gerhard Schweppenhäuser: Überwindung der Moral: Zur Dialektik der Moralkritik in jenseits von Gut und Böse und in der Genealogie der Moral(Würzburg: Königshausen &
Neumann, 1988) 슈베펜호이저, 니체의 도덕철학 , 홍기수 역 (울산: UUP, 1999), 89.
351) 프리드리히 니체, 권력에의 의지(689) , 강수남 역 (서울: 청하, 2003), 413.
352) 프리드리히 니체, 권력에의 의지(693번) , 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