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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재(不在)의 지평 (2008~2013)

Dalam dokumen 비영리 - S-Space - 서울대학교 (Halaman 187-200)

2008년부터 2013년까지 작품으로 수평의 지평 풍경이 본격적으로 등장 하며 더불어 지평 또는 경계가 없는 공간에서 부유하는 인물 중심 표현 으로 발전한다. 상실 또는 망각했던 지평에 대한 인식, 부재의 이상향에 대한 자각의 단계로서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서 지평을 응시하는 표정 또 는 유영하는 인간의 모습으로 노스탤지어라는 정서를 드러낸다.

내용적 측면)

이 시기의 작품제작에 많은 영향을 준 이상향 문학은 제임스 힐튼의

『잃어버린 지평선』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이상향이 히말라야 산중 의 ‘샹그릴라(Shangrila)’이다. 그러나 오늘날 묘한 선망과 향수를 자아내 는 이상향으로서의 샹그릴라라는 고유명사가 통용되는 곳은 히말라야만 이 아니다. 세계 어디를 가든지 간에 고급스럽고 명품스러운 호텔, 리조 트, 레스토랑 등등에 붙어있는 샹그릴라라는 상호를 자주 접하게 된다.

샹그릴라 호텔, 샹그릴라 리조트, 샹그릴라 나이트 등등… 여행을 하다

보면 자주 마주치게 되는 ‘샹그릴라’라는 간판은 휴식과 쾌락을 상징하는 장소로 사용된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시간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 는 시니어 계층이 젊게 살아가고자 하는 일련의 노력을 ‘샹그릴라 신드 롬(shangrila syndrome)’이라 부른다. 이미 이상향으로서의 보통 명사화 된 샹그릴라라는 용어는 ‘최고급의’ 또는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정도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샹그릴라라는 공간은 황금빛 화려한 장식 으로 외부인을 맞이해 줄 것 같은 인상을 자아낸다.

‘샹그릴라’라는 단어의 유래는 1933년 제임스 힐튼(James Hilton)의 소 설 『잃어버린 지평선 (Lost Horizon)』에 나오는 가상의 지상 낙원에서 비롯되었다.

이 소설은 ‘액자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본 소설의 부분을 감싸고 있는 형태로 추리소설과 같은 행태로 이야기를 전 개한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 소설가 러더포드(화자)와 그의 이야기 를 들어주는 옥스퍼드 대학동창 ‘나(청자)’가 등장한다. 본 소설의 내용은 그들이 비행기 납치사건으로 행방불명됐던 또 한 명의 대학동창 콘웨이 에 관해 대화를 나누며 시작한다.

소설의 주인공인 콘웨이(Robert Conway)는 인도의 영국 영사이다. 그 는 1931년 인도의 바스쿨(Baskul) 지방에서 폭동이 일어났을 때 현지의 영국인들을 대피시키고 자신도 직선적이고 다혈질적인 젊은 부영사 맬린 슨 대위, 농담 잘하고 넉살 좋은 미국인 사업가 바너드, 그리고 기독교 신앙에 투철한 노처녀 전도사 브링클로 등 세 사람의 일행과 비행기를 타고 바스쿨을 탈출하게 된다. [도 47] 그러나 비행기는 정체불명의 조 종사에 의해 납치되어 히말라야 넘어 티베트 고원에 불시착하게 된다.

히말라야를 넘어 어딘가의 장소에 조난 당하게 된 그들 앞에 나타난

‘장’이라는 인물과 현지 사람들의 안내로 샹그릴라라고 하는 신천지에 도 착하게 된다. 계곡의 저편 끝에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을 뽐내며 우뚝 솟 아 있는 신비한 설산은 해발 8,450m로 현지인의 언어로 ‘카라칼’이라 불 리는 성산인데 ‘푸른 달’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도 47] 제임스 힐튼, 『잃어버린 지평선』책 표지와 나형민, 〈How far away is the horizon〉의 비교

이 블루문 계곡의 가장 은밀한 천애(天涯) 절벽 위에 유청색 지붕의 히 말라야 속 숨겨진 왕국인 샹그릴라가 있었다. 샹그릴라는 태고의 아름다 운 자연을 배경으로 하면서도 사원 전체에 중앙난방 시스템이 작동되며 객실은 최고급 욕조가 설치되어 있었다. 박물관에는 중국 역대 왕조의 진귀한 보물들이, 도서관에는 동서고금의 귀중한 서적들이 구비되어 있 었다. 야외정원에 마련된 음악실에는 고풍스러운 하프시코드와 현대식 그랜드피아노가 나란히 놓여 있다. 그곳은 동양의 지혜와 서양의 물질문 명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곳이었다. 게다가 아름다운 중국 소녀 로센 이 연주하는 피아노 연주는 황홀한 천상의 음악과 같았다. 그러나 샹그 릴라에 대한 일행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바너드는 사실 희대의 사기 꾼 브라이언트라는 인물로 샹그릴라를 은신처로 삼고 있었고, 기독교 전 도사 브링클로는 동방의 이교도들에게 복음을 전하고자 하는 사명감으로 티베트어를 열심히 학습하게 된다. 젊은 맬린슨 대위는 다혈질적인 성격

으로 단순 흑백논리에 의해 샹그릴라는 인공낙원이라며 호시탐탐 외부로 의 탈출을 시도한다. 그리고 다재다능한 엘리트형의 주인공인 콘웨이는 샹그릴라의 실질적인 지배자인 대승정을 만나 샹그릴라의 비밀에 대해 듣게 된다. 샹그릴라는 원래 오래된 라마교의 사원이었다. 이 사원에 현 재의 모습과 체계를 만든 이는 18세기 기독교 부흥운동에 앞장섰던 예수 회 선교사 페로 신부였다. 기독교 전도의 목적으로 블루문 계곡에 온 페 로 신부는 점차 티베트문화에 동화되어 라마교와 신비의 영약을 받아드 리고, 요가로 명상을 즐기며,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새로운 왕국을 건설해 나간다. 그가 건설한 샹그릴라는 멸망으로 가는 서구 물질문명 세계를 대체할 인류의 희망이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대승정이 곧 페로 신부였고 올해 나이 250세로, 샹그릴라는 불로장생의 낙원이었던 것이다. 콘웨이 일행을 샹그릴라로 안내했던 장노인은 100세, 앙증맞은 생머리로 쇼팽을 연주한 아름다운 소녀 로센도 이미 환갑이었다.

대승정 페로 신부는 자신의 임종을 예감하고 재능과 인격을 갖춘 콘웨 이에게 이곳을 물려받아 인류의 지혜를 보존하고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 시하는 일을 맡아달라고 제안한다. 콘웨이가 이곳에 오게 된 것도 후계 자를 찾기 위한 치밀한 계획하에 진행되었다는 것도 알게 되지만 그는 낙원으로서의 샹그릴라에 매료된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페로신부 는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자신이 연모해왔고 낙원에서 행복한 삶을 살 고 있는 로센이 샹그릴라를 버리고 세속적인 멜린슨의 유혹에 넘어가 탈 출하기로 했다는 사실에 엄청난 충격과 회의를 가지게 된다. 결국 콘웨 이도 멜린슨, 로센과 더불어 낙원을 탈출하게 된다.

에필로그에서 콘웨이는 다시 샹그릴라를 찾아 나서게 되고, 멜린슨은 행방을 알 수 없게 되며 불로장생의 땅을 나온 로센은 원래의 나이로 돌 아와 할머니로 죽게 되었음을 언급하며 소설은 끝나게 된다.273)

이 책에서 ‘잃어버린 지평’이란 상실한 이상향으로서 ‘샹그릴라’를 의미 한다. 샹그릴라는 이상적인 공간으로서 불로불사(不老不死)의 장수를 하 면서도 자연의 보호와 물질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이상적인 삶이 가능

273) 김용표, 앞의 글, pp.120-124; 제임스 힐튼, 이가형 역, 『잃어버린 지평선』(해문출 판사, 2001) 참조.

한 곳으로 묘사된다. 샹그릴라(Shangri-La, 香格里拉)는 장족어(藏族語) 로 ‘마음의 해와 달’을 의미하는 것으로 오늘날에는 동경의 대상으로서의 이상향, 낙원의 대명사가 되었다. 제임스 힐튼의 『잃어버린 지평선』은 도연명의 무릉도원과 같이 세상과 격리된 곳으로 전쟁을 겪고 난 인간들 의 환멸과 이로 인한 영원한 평화와 안녕을 염원하는 마음이 잘 반영되 어 있다. 특히 이 소설이 불러일으킨 이상향에 대한 노스탤지어는 소설 이 발행된 이후에 수많은 여행자들로 하여금 샹그릴라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히말라야의 산중을 배회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프랭 클린 D. 루스벨트(Franklin Delano Roosevelt, 1882-1945) 대통령 시절에 는 미국 메릴랜드(Maryland)에 건립된 대통령 휴양지 명칭으로 사용될 정도로 영향력이 대단하였다. 이와 같은 이상세계에 대한 무한한 동경은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이자 삶을 통해 지속적으로 이루고자 하는 바람이 다. 작품〈How far away is the horizon〉[도 47]은 이상향을 그리워하 는 노스탤지어로써 인간의 욕망, 소망을 비행기와 스카이다이버의 모습 을 통해 함축적으로 표현하였다.

[도 48] 안중식,〈도원행주도(桃源行舟圖)〉(1915)와 나형민,〈수평 위에 놓인 풍경〉(2013)의 나룻배의 비교

이상향에 접근하는 매개체로 『도화원기』에는 어부의 나룻배[도 48]가 등장한다면, 『잃어버린 지평선』에는 비행기로 인해 다다르게 된다. 이 시기에 연구자의 【작품 18】, 【작품 19】, 【작품 28】, 【작품 36】,

【작품 37】속에 다수의 비행기가 등장하게 되는데, 이는 콘웨이 일행을 낙원으로 인도한 매개체로서의 비행기 역할과 상통한다. 그리고 〈무릉 도원도〉그림 속 어부의 배와도 같은 역할과 상징성을 가진다.

일상의 삶이 어렵고 현실에 지칠수록 이상향에 대한 노스탤지어는 삶의 고통을 위로해 주는 역할을 해왔다. 산수화(山水畵)가 단순히 산수자연 을 재현하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산수자연에 대한 귀의를 대신한 와유(臥遊)의 의미를 담고 있듯이, 도시화(都市化)를 통해 건설된 도시 공간 역시 현실 공간에 지상의 유토피아를 건설하려는 욕망 아래 추진되어 왔다. 그래서 그토록 많은 건축물들이 낙원과 파라다이스 를 표방한 브랜드로서 군립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 20】의 ‘무지개 언 덕’ 간판과 같이 우리 주변의 공간에는 ○○로얄, △△팰리스, □□파크 등등 수많은 이미지와 기호들로 뒤덮여 있고 그 난무하는 표상들이 현대 인들에게 일종의 유토피아를 수사(rhetoric)적으로 확인시켜 주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 진정으로 소망하는 이상세계의 역할을 도시가 이루어낸 유토피아적 이미지가 실질적으로 대신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래 서 도시공간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는 유토피아의 환상은 동시에 어디에 도 존재하지 않는 가상의 시뮬라크라(Simulacra 모방현실)임을 앞서 설 명하였다. 【작품 40】과 같이 도시 건축물 내면에는 현실과 달리 꿈과 같은 파란하늘의 소망으로 가득 채워져 부유한다. 그러나 이것은 허상이 자 시뮬라시옹이기에 진정한 낙원을 찾을 수 없다. 이상향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지평에는 이상향에 대한 그리움의 노스탤지어가 담겨 있다. 그 러나 연구자의 작품 속에 나타나는 노스탤지어는 우울한 정서보다 잃어 버린 낙원을 찾으려는 복원적 노스탤지어로서 이상향에 대한 기대와 꿈 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이 시기의 작품 속 중심 인물들은 흥분되고 밝은 표정으로 새로운 지평을 응시한다.

외형적으로 샹그릴라는 동양의 지혜와 서구의 물질문명이 융합된 이상

Dalam dokumen 비영리 - S-Space - 서울대학교 (Halaman 187-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