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idak ada hasil yang ditemukan

지각(知覺)의 배경

Dalam dokumen 비영리 - S-Space - 서울대학교 (Halaman 139-145)

18세기 이전의 서양의 풍경화 속의 지평은 고전주의 영향 아래에 ‘경계 의 개념’ 또는 ‘시각이 끝나는 곳’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프랑스 문학에 나타난 ‘경계 없는 지평’ 또는 ‘무한한 지평’과 같은 표현은 풍경을 질서 적, 기하학적으로 해석하던 방식에서 일어난 심적 변화였다. 이후 풍경 속 지평은 객관적 전망과 기하학적 원근에서 벗어난 감수성이 충만한 정 경이 되었다. 그리고 시각적 경계를 넘어 빛과 분위기를 표현하는 추상 적인 경계로 나타났다.222)

이러한 변화는 영국의 윌리엄 터너(Joseph Mallord William Turner, 1775-1851)와 인상주의자들, 구스타브 쿠르베(Gustave Courbet, 1819-1877) 또는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August Strindberg, 1849-1912)의 풍경 속 지평[도 27], 그리고 몬드리안(Piet Mondrian, 1872-1944)과 니콜라 드 스탈(Nicholas de Staël, 1914-1955)[도 28]이

222) 미셀 콜로, 앞의 글, p.31.

이끄는 20세기 유럽의 추상풍경주의로 발전하였다.

[도 27]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 〈Packis i stranden (해안 의 얼음바위)〉, 1892, 캔버스에 오일, 25×34㎝

[도 28] 니콜라 드 스탈, 〈Agrigente〉, 1953, 캔버스에 오일, 80×130㎝

위 작가들의 경우, 지평표현 또는 풍경표현에 있어서 객관적, 수학적으 로 표상하는 일점투시법을 포기하고 빛과 색채의 강렬함, 구조의 잠재력, 머나먼 곳의 부름과 같은 현존으로 탐색하였다.223)

서양화에서 풍경은 ‘나’ 밖에 있는 세계를 의미하며 ‘보고 있는’ 세계일 뿐이다. 그러나 동양화에서는 움직이는 다원적 시점을 가지고 있으며 소 요유의 공간으로서 ‘보아 가는’ 시각법을 가지고 있다.224) 동양화에서는 풍경의 일부를 지우거나 은폐하는 안개나 구름 그리고 전통적인 시각법 인 삼원법을 통해 공간의 깊이감을 창출하였다. 삼원법이 동일 화폭 속 에 뒤섞여 안개나 구름과 어우러졌을 때 마치 서양화의 대기원근법 (atmospheric perspective)과도 같은 심도를 자아낸다.225) 그러나 동양화의 여백, 삼원, 발묵을 활용한 공간구조는 결과적으론 스트린드베리나 니콜 라 드 스탈의 작품과 같이 구상인지 추상인지, 어디가 바다이고 어디가 하늘인지 모호한 ‘경계 없는 지평’ 또는 ‘무한한 지평’ 구조를 보여준다.

이러한 지평구조는 유한과 무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확정된 것 과 확정되지 않은 것들 간의 긴장감, 생동감을 생성하여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참된 지평’을 형성한다. 참된 지평이란 지평의 경물들이 의미 층 위를 가지는데 이를 ‘그림 속 경물 너머의 의미(畵之景外意)’라 하며, 이 를 통해 감상자가 지평 너머의 진정한 의미를 자각하게 되는 ‘의미 너머 의 오묘한 작용(畵之意外妙)’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보이지 않는 것이 보 이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곳이며, 가시태와 비가시태의 상호울림과 상호 침투로서 그 내부의 울림을 진정한 가치로 지니게 되는 지평이다. 이는 후설(Edmund Husserl, 1859-1938)이 분석한 지평의 의미와도 연결된 다.226)

223) 앞의 글, p.31.

224) 김재숙, 「삼원법에 나타난 산수공간의 미학적 의미」, 『철학연구』제125권(대한철 학회, 2013), p.38.

225) James O Caswell, Lines of Communication: Some “Secrets of the Trade” in Chinese Painters’ Use of “Perspectives” 에서 삼원법을 서양의 원근법 기준으로 분 류한다면, 선원근법이 아닌 대기원근법(atmospheric perspective)에 가깝고 또한 축소 에 대한 고정된 규칙이 없음으로 상황적 원근법(situational perspective)에 가깝다고 보았다. 정혜린, 앞의 글, p.22.

226) 미셀 콜로, 앞의 글, p.31 참조.

서양 철학에서 후설이 경험지각의 배경 혹은 마당에 대해 모든 경험은 그 자신의 경험지평을 갖는다고 언급한 이후 ‘지평’ 개념227)은 해석학에 서 적극적으로 수용되었다.228) 어떤 사물에 대한 지각과 의미형성은 그 사물이 놓인 다양한 맥락과의 연관성을 전제로 하는데 그처럼 의미형성 의 터전이 되는 복합적 맥락을 후설은 ‘지평’이라 하였다. 모든 지각대상 은 그 배경이 되는 다양한 맥락의 총체 속에서 온전히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지평은 곧 총체적 의미연관을 드러내는 터전으로서의 의미를 갖 는다.229)

또한 지평이란 경험 가능성의 총체적 의미연관으로서 나의 경험이 유의 미하게 이루어지는 활동영역이다. 일상적인 삶 속에서 대상에 대한 경험 은 임의로 무질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규칙구조를 보인다.

이러한 경험의 규칙성은 이 세계를 곧 내게 친숙한 하나의 의미 연관체 로서 경험하게 한다. 예를 들면 우리에게 고향의 의미는 단순히 어느 한 정된 지역만의 경험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고향과 연관된 가족, 친지, 주변 사람들과 경관, 더 나아가 그 지역과 나라 등등의 의미연관체가 하 나의 배경으로 연관되어 경험되는 것이다. 하나의 규칙성을 근거로 하여 더불어 인식되는 이 의미 연관의 구조가 바로 지평을 의미한다. 이런 가

227) 지평(Horizon) 개념이 철학적 해석학의 기본개념이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해석학적 지평 개념은 후설의 지평 개념으로부터 영감을 받은 하이데거와 하이데거의 영향을 받은 가다머에 의해서 체계화된 개념이다. 하이데거는 존재가 자기를 밝히는 근원적 계기로서 시간성을 제시함으로써 존재 이해를 위한 역사성의 ‘세계지평 (Welthorizont)’을 제시하였고, 가다머는 진리를 영향사적인 사건과 밀접하게 결합함 으로써 ‘지평융합(Horizontver-schmelzung)이라는 변증법적 이해구조를 제시하였다.

지평이란 고대 그리스에서 ‘관점을 한계 짓는 시계’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는데, 철학적 인 용어로 사용된 것은 니체에서 유래한다. 니체는 지평을 삶의 근본 조건으로 보았 으며, 이후 후설은 지평을 지향성과 연관 지어 사용하였다. 하이데거에 와서는 지평을 시간성의 존재론적 통일성으로 보았고, 니체, 후설 및 하이데거의 지평 개념이 가다머 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지평의 개념을 각각 삶, 현상, 존재의 근본 구조로 봄 으로써 지평 개념이 인식론의 차원을 넘어서서 논의되게 되었다는 점이다. 박병준,

「존재 지평의 해석학」, 『해석학연구』제29권(한국현대유럽철학회, 2012), p.5 참조.

228) 후설은 경험적으로 지각된 모든 것은 ‘경험의 배경’을 가지며, 그리고 모든 사물에 대한 직관은 ‘배경 직관의 마당’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은 우리가 개별 사 물을 의식할 때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체험의 지평’을 이룬다. 후설은 여기서 마당, 배 경, 지평을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였다. 에드먼트 후설, 이종훈 역, 『순수현상학과 현 상학적 철학의 이념들 1』(한길사, 2009), pp.131-132, p.273.

229) 박병준, 앞의 글, p.19.

능한 모든 개개의 지평들을 포괄하는 하나의 보편적 지평을 후설은 ‘세 계’라고 하였다. 모든 대상 경험은 반드시 이 지평으로서의 세계를 전제 한다.230)

어떠한 사물이든 그것은 자신의 시공간적 지평의 세계를 갖는다. 공간 적 지평은 우리가 그 안에서 살고 또 모든 영역으로 개방된 더 넓은 가 능성을 제공하는 우리의 주변세계(Umwelt)를 말한다. 이러한 주변세계 는 세계의 한 단면에 불과할 수 있으나 지평으로서의 세계는 굳게 한정 된 것이 아니라 모든 영역으로의 확장이 가능하며 항상 세계의 새로운 지평을 접할 수 있다. 그래서 공간적으로 확장되며, 시간적으로도 연장 가능한 지평이 된다.231) 이러한 지평구조는 한정된 화면임에도 불구하고 깊이 있고 무한한 동양화 속의 다면성, 다시점적인 구조와 유사성이 있 다. 그리고 연구자의 작품 속 지평은 표현되지 않은 지평 너머의 바깥 세계와 감상자가 위치한 지평 안의 세계가 자유롭게 접속할 수 있는 연 장 가능한 세계로서의 영역을 구축한다. 따라서 지평은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이상향에 대한 향수, 경험, 노스탤지어 등의 의미 연관체로서 지 평의 의미를 함의하면서 이상향에 대한 참된 성찰, 각성을 추구한다. 우 리는 감각적 지각을 통해 가시적으로 드러난 개별적 대상을 확인하려 하 지만, 개별적 대상에만 국한된 지각을 수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 을 깨닫게 된다. 왜냐하면 일단 우리의 감각적 지각의 대상이 된 것은 단일체로서 거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하나의 ‘전체 지평’ 속에 함 께 주어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기실 전체 지평을 조감하는 공명(共鳴)적 시각은 동양인에게 일반적인 시방식이다.

두보(杜甫)의 시 「등고(登高)232)」을 보면,

230) 이진복, 앞의 글, pp.36-37.

231) E Husserl, “Phaenomenologie der Lebenswelt,” Hrsg. und eingel. von K. Held, Reclam, 1986, p. 38; 유병렬, 「후설 현상학에서의 세계이해」, 『철학』제62권(한국철 학회, 2000), p.222 재인용.

232) 등고(登高)는 음력 9월 9일 중앙절의 세시풍습이다. 조상께 차례 지내고, 높은 곳에 오르는 것으로 등척(登陟), 등돈(登頓)이라고도 한다. 지금의 등산은 레크리에이션 또 는 스포츠로서 즐기지만, 옛날의 등고는 산의 정기를 쐬어 몸과 마음을 단련하고 호 연지기를 기르는 수양의 수단, 모임의 성격이 강하였다.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1085694&cid=40942&categoryId=31942(최종 검색일: 2019.02.20.)

바람 몰아치고 하늘 높으니 원숭이 울음 슬프고 風急天高猿嘯哀 맑은 물가 하얀 모래밭에 새들이 날며 돌아온다. 渚淸沙白鳥飛回 끝없이 펼쳐진 땅 위로 낙엽이 쓸쓸히 지고 無邊落木蕭蕭下 다함 없는 장강은 도도히 흘러온다. 不盡長江滾滾來233)

위 시의 내용에 따른 시선을 따라가 보면 1행에는 위를 올려다보고(↗) 2행에서는 아래를 굽어보고(↘) 3행에서는 가까운 곳에서 먼 곳을 바라 보고(→) 4행에서는 먼 곳에서 가까운 곳으로 보고(←) 있다. 가을의 적 막한 정경과 강가의 쓸쓸한 풍치를 상하원근의 종합적인 시선이 훑듯이 풍경을 읊고 있다. 이는 단순히 가을의 단상을 한편 한편 개별적으로 묘 사하는 것이 아니라 적적한 가을의 지평을 전반적으로 조감하며 궁극적 으로는 인생의 무상과 노년의 처량한 심정을 투영한 것이다.

[도 29] 나형민, 〈Rebirth〉, 2013, 한지에 채색, 135×190㎝

따라서 작품〈Rebirth〉[도 29] 속의 나부(裸婦)의 여인을 지각한다는

233) 杜甫, 「登高」; 하영준, 「山水畵의 觀照方式 硏究」, 『韓國思想과 文化』제64권(한 국사상문화학회, 2012), p.518-519 재인용.

Dalam dokumen 비영리 - S-Space - 서울대학교 (Halaman 139-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