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행정부의 대북정책과 북한의 수용능력박형중
작한다.
다섯째 단계는 북한이 핵물질과 무기를 완전히 포기하고, 평화 협정에 서명하는 단계이다. 발전소 건설이 완료된다. 여기에는 원자 로를 교체하는 문제가 포함될 수도 있다.
이것이 얼마나 실현될 수 있는가는 북한당국이 이를 얼마나 수용 할 수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수용능력을 결 정하는 요소로서 여기서는 첫째, 북한 내부의 체제상황과 정책방향, 둘째, 남북관계를 검토한다.
가. 북한 내부의 체제상황과 정책방향
먼저 북한 내부의 체제상황과 정책방향에 관한 것이다. 북미관계 의 개선과 진전은 불가피하게 북한이 주변 국가에 대해 덜 위협적이 고 내부적으로 보다 개혁되고 개방된 사회로 진화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당국은 북한체제가 이와 같은 변화를 수 행함에도 불구하고 또한 수행하는 것을 통해 보다 안정화될 수 있 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북한의 내부 상황과 정 책 방향이 이와 같은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될 수 있다 면, 북미관계 개선이 진척될 것에 대해 보다 낙관적으로 전망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당국이 보기에 내부적 변화 때문에 정권의 취약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인식하게 되면, 대량살상무기 보유를 통한 (정권) 안전 확보에의 집착이 강해질 뿐 아니라, 내부적으로 개혁과 개방으 로 정책을 바꾸는 데 주저하게 될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최근 북한 내부의 정책 동향을 보면, 북한당국은 그렇게 판단하고 있는 것으 로 보인다. 최근 북한당국이 1990년대 그리고 2002년 7·1조치 등과 관련하여 북한 내부에 발생한 여러 변화, 부분적으로는 거스를 수 없는 변화들에 대해 적대적이며 방어적으로 시지프스적 대응을 하 고 있는 것을 보면 그러하다.
2006년부터 점진적으로 보다 뚜렷해지고 있는 북한 대내정책의 방향은 경제위축을 감소하고서라도 장마당 세력을 제압함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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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의 자원과 사회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 와 함께 북한에 확산되는 남조선의 문화적 경제적 영향력을 축소하 는 한편 체제유지형 외부자원 획득에 매진한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 정부가 관리할 수 있는 외부자원이 증가할 때마다 북한당국은 배 급제 복구나 소토지 회수와 같은 중앙통제능력 강화형 조치를 취 하는 기회로 활용한다는 것이다. 우연치 않게도 이와 같은 성격의 여러 정책이 취해지는 시점은 북한 내부에서 장성택이 복권하고 그 의 입지가 점차 강화된 시점과 일치한다. 다시 말해 현재 취해지고 있는 북한의 내부 정책은 장성택과 그 협조자의 정책 성향과 자아 정체성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이 세력의 존속과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정책방향의 지속은 연계되어 있다.
이와 같이 북한당국은 내부 변화를 긍정적 건설적으로 활용 하는 정책 방향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역행하는 정책을 취하 고 있다. 이는 북한당국이 북한 내부의 변화를 정권 취약성의 강 화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이와 같은 정권 취약 성 인식은 2009년이 되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2008년 8~9월경 김정일의 건강이 과거와 같지 않다는 것이 드러났다. 여기에 다 2009년에는 세 가지 요인으로 북한 경제 상황이 악화될 것이다.
먼저 북한 경제 상황을 악화시키는 가장 주요한 요인은 대내경 제정책 자체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이러한 정책은 내부 경제위축과 식량생산감소 등을 감수하고서도, 중앙의 장악력을 강화시키고자 하는 정책이다. 이러한 정책은 2009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2003~2007년 제2차 핵 위기라는 어려운 기간 동안 북한경제를 지탱해왔던 두 개의 버팀목이 소멸한다는 것이다. 그 하 나는 한국정부의 북한정부에 대한 쌀과 비료의 공급 중단이다. 이 는 2008년에 중단되었다. 이는 2002년 이후 2006년을 제외하고 2007년까지 북한 내 식량수급 상황의 균형을 유지해주는 버팀목의
기능을 해왔다. 이는 북한당국에 직접 전달되었으며, 북한당국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분배했다. 한국정부의 쌀 공급 중단은 북한 당 국이 과거 이 쌀을 배분하던 부문을 어려움에 빠뜨린 것으로 보인 다. 한국 쌀 공급 중단 이후 과거에는 관찰할 수 없었던 내부 상황 이 전개되고 있다.
둘째는 세계경제침체의 여파로 북한경제도 타격을 받을 것이다.
특히 북한의 대중국 원자재 수출과 그로 인한 수입이 현저히 감소 할 것이다. 원자재 가격은 2001년 말부터 세계경제 호황과 함께 급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2003~2007년 동안 중국의 원자재 수 요의 급속한 증가와 가격 상승을 초래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대 중 수출이 급증했다. 그러나 2008년 9월 세계금융위기와 그에 따 른 경제침체로 원자재 가격이 급속하게 하락하고 수요 감소가 일어 나고 있다. 따라서 2009년도에는 대중 수출이 북한경제를 떠받치 지 못할 것이다. 여기에다 북한은 다른 품목의 수출을 증가시킬 능 력이 없다. 과거 북한의 주력 수출품목에는 동물성식품(해산물 등), 전기전자 및 섬유 임가공이 있었으나, 이는 2003년 이후 일본의 대 북제재 때문에, 2007년까지, 미미한 수준으로 하락했다. 이러한 경 우, 대중국 광물 수출이라는 황금이권을 장악하고 있던 당기관과 군부기관 산하의 특권회사들이 타격받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권 력기관 간에 자원 투쟁이 강화될 수 있다.
나. 남북관계
2008년 들어 남북 당국 관계는 중단되고 점진적으로 악화 과정 을 밟아왔다. 이것은 충분히 예견되었던 것이다. 그 원인은 전술적 이기보다는 구조적 전략적이다. 이명박 정부는 북한당국과의 관계에 서 거래조건과 상호이익의 균형을 재조정하고자 한다(‘상생·공영’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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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개방·3000’). 그러나 북한은 이에 응할 용의가 없으며 과거 거래 관계와 이익균형으로 복귀를 요구한다(‘6·15’와 ‘10·4 선언’ 준수).5
현재의 국면은 한국과 북한 각 측이 자신의 기존입장을 되풀이 하는 가운데 상대측이 태도를 어떤 이유에서 바꿀 때까지 기다리 는 대치 국면이다. 현재의 상호 버티기 국면이 깨지자면 어떤 이유로 판(관계구조)이 바뀌거나, 어느 한 측이 입장을 바꿔야 한다. 여기서 북한의 약점은 버티기로 시간이 갈수록 상황이 불리해진다는 것이 다. 북한은 내부적으로 경제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한국의 문화적·
사상적 침투력과 싸워야 한다. 또한 이명박 정부의 입장이 대내외적 으로 세력을 확장하여 대세로 정착하며 이명박 정부의 입장이 아니 라 한국의 입장으로 고착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특히 미국을 설복 시키는 것을 막아야 한다. 여기서 북한이 가지고 있는 지렛대는 많 지 않다. 그 중 하나는 남북간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한국의 내부를 분열시킴으로써, 최소한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힘을 약화시키거나 최선의 경우에는 정책이 바뀌도록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당국 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국측이 ‘실수’해주기를 기다렸다가 그 에 대해 의도적으로 과잉대응하는 방식의 정책을 추진해 왔다. 물 론 한국측도 고의적이든 아니든 많은 ‘실수’를 했다.
여기서 북한 당국의 딜레마는 남북관계의 악화가 스스로에게도 큰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경제적 손실은 차치하더라도 미국과의 관 계 증진에 부담이 될 수 있고, 한국사회의 북한당국에 대한 태도를 악화시킬 수 있다. 또한 이미 증대된 한국의 정치적·경제적 북한 내 부 영향력을 더 위험스러운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결국 한국과의 관 계 악화는 북한당국이 대내외적으로 가지는 취약감과 위기감을 더 욱 증가시킬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개혁·개방 일반에 대한 공포감 을 증가시킴과 동시에 북한당국이 핵 포기 결단에 대해 그리고 평화 체제를 수립하는 데 있어서의 신뢰구축에 대해 한 번 주저하게 만드
는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남북관계 악화는 북한 정권 내 보수세력에게는 유용한 기회가 될 수 있다. 관계 악화는 내부적 으로 남조선 영향력을 축소시키며, 긴장을 통해 주민을 규율화하는 데 유리하게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