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행정부와 한국의 대북정책조 민
시아 등 5개 분야로 접근했다. 특히, 비확산과 관련하여 미국의 핵 무기 대폭 감축과 함께 앞으로 5년간 핵물질 생산시설 건설을 동결 하고 에너지 생산을 위해 핵물질을 안전하게 공급할 수 있는 ‘국제 (핵)연료은행’ 설립을 제안하였다. 미국은 ‘피닉스 이니셔티브’를 통 해 ‘전세계 비핵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면서, 세계적 차원에서 선도적인 핵폐기 이니셔티브를 천명하였다. 이 보고서는 미국 차기 행정부의 북한 핵문제 접근 방식의 근본적인 전환을 예고하고 있는 점에서도 주목을 끈다. 북핵도 미국의 ‘핵폐기’의 원칙에서 결코 벗 어날 수 없으며, 북한 비핵화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새 로운 국면에 접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여실히 말해준다.
■ <오바마-바이든 플랜>
최근 오바마 정권인수 팀은 미국의 안보와 새로운 리더십의 시대 를 맞이하여 차기 행정부의 정책 방향을 담은 <오바마-바이든 플 랜>을 제시하였다.2 이 플랜은 “아프가니스탄 및 파키스탄, 핵무기, 이란, 에너지안보, 새로운 미국외교, 이스라엘 그리고 초당파성 및 공개성”을 다루고 있다. 여기서 핵무기와 관련하여, 핵물질 생산의 검증체계를 협의할 NPT 체제를 강화하는 한편, 특히 북한 핵프로 그램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게 제거하고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 기 위해서도 궁극적으로 핵무기 없는 세계(a Nuclear Free World) 를 지향해야 한다고 제안하였다.
■ 발상의 전환 :
‘핵무기 제로(Zero)’미국 세계전략의 핵심인 핵전략은 앞으로 극적인 상황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궁극적인 핵폐기를 지향하는 미국 핵전략의 획기적 선회는 결코 하루아침에 돌출된 전략이 아니다. 이러한 방향
전환을 통한 대안적 모색은 그동안 지속적이고 깊이 있는 논의 속 에서 추진되어왔다. 오바마 대통령 당선을 계기로 미국 세계전략의 핵심인 핵전략의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을 요구하는 제안이 크게 부 각되고 있는 중이다.
핵폐기 프로젝트(The Nuclear Project)는 미국 역대 정부에서 국가안보와 세계전략의 최고 책임자였던 사람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전 국무장관 G. 슐츠, 전 국방장관 W. 페리, 전 국 무장관 H. 키신저 그리고 전 상원의원 S. 넌, 네 사람이 <월스트리 트저널> (2007.1.4)에 “핵무기 없는 세계”라는 제하의 공동 칼럼 기 고를 계기로 촉발되었다.3 여기서 이들은 핵무기 시대의 역사상 처 음으로 세계적 차원의 핵폐기를 통해 “핵무기 없는 세계”로 나아갈 것을 과감히 제안했다. 이를 위해 핵무기 없는 세계에 대한 비전 제 시와 더불어 그러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실천적 조치를 강구해야 함을 역설하면서, 미국이 핵폐기를 향한 대담한 이니셔티브(a bold initiative)를 취할 것을 호소하였다.
이들의 호소는 곧장 미국 조야에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켰 다. 일년이 지난 금년 초 네 사람은 그 사이 그들의 제안에 대한 거 의 절대적인 지지에 부응하여 또다시 <월스트리트저널>(2008.1.15)에
“핵없는 세계”를 향한 미국의 결단과 역할을 강조하였다.4 즉, 핵무 기를 비롯한 핵기술과 핵물질의 확산일로야말로 핵전략의 변곡점을 가져왔다는 인식에 기반하여, 전 세계 핵탄두의 거의 95%를 보유 한 미국과 러시아가 특별한 의무와 책임감을 가지고 핵무기 없는 세 계를 향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며 여타 국가들도 함께 동참하기를 촉구했다.
이들의 제안에 역대 정부의 국무성, 국방성 그리고 안보보좌관 등 외교ㆍ안보 정책을 맡았던 수장들이 대부분 서명함으로써(M. 올 브라이트, R. 알렌, J. 베이커Ⅲ, S. 버거, Z. 브레진스키, F. 갈루치,
오바마 행정부와 한국의 대북정책조 민
W. 크리스토퍼, W. 코헨, L. 이글버거, M. 레어드, A. 레이크, R. 맥 파레인, R. 맥나마라 그리고 C. 파월) 핵폐기 비전은 거대한 실천적 힘을 얻게 되었다. 특히, 북한의 핵실험, 이란의 핵프로그램 개발의 지의 두 사안은 미국 안보전략가들로 하여금 핵문제에 대한 근본적 인 발상의 전환을 촉구하는 계기로 작용했다.
나. 미국 이니셔티브 : 새로운 출발
■ 핵무기 : 20세기 냉전의 유물, 21세기 최대의 현존하는 위협
현재 전 세계의 핵무기와 핵물질의 양은 가공할 수준으로 엄 청나다. 25,000개 이상의 핵무기에다, 40여 개 국가가 핵폭탄 250,000개를 만들 수 있는 3,000톤 가까운 핵물질을 보유하고 있 다. 여기에다 기후협약과 환경문제로 핵발전소에 대한 관심이 증대 되어 2050년에 이르면 핵발전소는 1,400여 기에 이를 것으로 전망 된다.5 민수용 핵발전소에서 생산되는 핵연료를 핵폭탄을 만드는 핵 물질로 전환하는 데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이 없다. 이처럼 핵발전 소가 늘어나는 추세 속에서 핵무기 프로그램을 가동하려는 국가의 야망을 통제하는 것은 힘들다.
핵무기에 기반한 냉전시대의 억지논리는 오늘날 케케묵은 이론이 되고 말았다. 더욱이 핵보유국이 늘어나는 추세에다 테러리스트 수 중에 핵무기나 핵물질이 넘어갈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현실에서, 핵 무기에 의한 억지논리에 입각한 국가안보전략은 본질적인 한계에 부 딪힐 수밖에 없다. 최근 북한의 핵실험과 이란의 핵개발 의지는 이 러한 위기의식을 고조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핵무기 의존에 따른 위험도는 날로 증대하는 데 비해, 안보효과는 크게 줄어드는 현실이 인식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이 긴급히 새로운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면 지금과 같은 핵
시대는 억지이론이 가능했던 냉전시대 보다 더욱 더 불안정하고, 심 리적으로 방향감각을 잃은 채 더 많은 비용이 드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이제 미국은 세계적 차원에서 핵무기 의존 포기를 위한 강력 한 합의를 도출하는 데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6 미국은 핵무기나 핵물질이 위험한 단체의 수중에 들어가 인류를 향한 가공할 위협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기여를 해야 하며, 핵보유국 지도자 들은 모두 핵무기 없는 세계를 만들기 위해 함께 협력할 것을 촉구 할 필요가 있다.
■ 핵확산금지조약(NPT: 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의 한계
핵무기의 수평적ㆍ수직적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NPT는 1960년대 핵무기 없는 세계에 대한 비전으로 출범했다(1970.3.5 발효). 이는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국가들의 핵개발이나 이전 등을 통해 새 로운 핵보유국이 되는 수직적 확산을 막는 한편, 핵보유국의 핵무 기 증대, 핵기술 발전 그리고 핵실험을 방지한다는 원칙에서 출발했 다. 그러나 오늘날 NPT는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 조약은 핵보유국과 비핵국가 사이의 불평등 체제로, 핵무기 감축과 새로운 핵무기 제조를 막는다는 애초의 취지는 심각하게 도전받았다. 특히, 비가입국인 이스라엘·인도·파키스탄은 핵무기를 보유했지만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는 상태다. 이란도 핵무기 개발 의지를 포기하지 않 고 있다. 또 2003년 이 조약에서 탈퇴한 북한의 핵 문제는 지금까 지 최대의 국제 현안이 되고 있다.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권리’에 대 한 강대국의 횡포는 다수 비핵국의 반발을 샀다.더욱이 심각한 문제는 핵보유국이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하지 않 는다는 점이다. 미국은 대부분의 나라가 지지하는 포괄적핵실험금 지조약(CTBT)도 거부하면서 신형 고강도 지하목표물 파괴용 핵무
오바마 행정부와 한국의 대북정책조 민
기인 벙크버스터 개발까지 추진하였다. 빌 클린턴 행정부는 ‘핵보유 국은 핵무기가 없는 나라에 대해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선 언했으나(1995년), 부시 행정부는 이를 뒤집어 핵 선제공격 전략을 공공연하게 선언함으로써 핵비확산 논리를 무색케 했다.
■ 버락 오바마 : 새로운 출발
오바마는 핵폐기를 향한 “새로운 출발(2007.10.2)”을 제의했다.
그는 “소련은 이미 사라졌는데 구소련을 타깃으로 삼은 핵전략과 미국의 입장은 변화되지 않으면 안된다. 그 사이 점점 더 많은 국가 가 핵무장을 추구하고 있는 와중에 인도, 파키스탄, 북한이 핵클럽 멤버가 되었고 이란은 핵클럽의 문을 노크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 데 핵무기로 테러를 해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테러리스트를 위 협할 수도 없다. 이러한 심각한 현실이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이 며 미국이 핵무기 없는 세계를 추구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역설하였다.7 이처럼 오바마도 지난해 이미 대선 캠페인 과 정에서 냉전의 유물인 핵무기가 21세기 최대의 위협이 되고 있는 현 실을 직시하고 ‘핵무기 제로’를 향한 새로운 출발을 선언하였다. 그 리하여 오바마는 미국 핵전략의 극적 전환을 제안하였는데 이는 슐 츠, 페리, 키신저 그리고 샘 넌, 네 사람의 통찰력을 그대로 수용한 데서 출발하고 있다. 오바마는 이란의 핵무기 획득을 방지하고 북 한의 핵프로그램을 포기시키기 위한 강력한 국제연대의 구축을 주 장했다. 이란과 북한은 중동지역과 동아시아에서 군비경쟁을 부추 기고 일촉즉발의 핵위기를 조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그들 과 지속적, 직접적, 그리고 공세적인 외교(sustained, direct, and aggressive diplomacy)를 펼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하였다.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