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1월 4일 대통령 당선 이후 오바마(Barack Obama) 정 권 인수팀이 당면하고 있는 최대 과제 혹은 2009년 1월 20일부터 출범하는 오바마 민주당 행정부가 당면하게 될 최대 과제는 대공황 이래 최악의 금융위기에서 촉발된 경제위기의 극복, 이라크 전쟁의 확정적 종결 및 아프가니스탄 대테러 전선에의 병력집중, 의료보험 확충 및 교육, 통신, 에너지 등 국내 인프라의 구축으로 요약된다.
이러한 최우선의 과제를 앞둔 상황에서 오바마 차기 행정부는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한 획기적 전기를 마련하기보다는 부시(George W.
Bush) 행정부의 기존 정책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좀 더 시간을 두 고 해결책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주장은 한반도 비핵화 문제가 결코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즉, 한반도 비핵화 문제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위에서 열거한 중차대한 우선적 문제로 인해, 오바마 행정 부가 출범 이후 빠른 시간 이내에 북한문제의 해결을 위해 어떤 극 적이거나 급격한 조치(dramatic or drastic measures)를 취할 가 능성이 매우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러한 일반적인 예측 과 동시에 주의를 환기시키고 싶은 점은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
팀 내의 세력관계와 북한의 태도변화에 따라서는 예상보다 빠른 시 기에 대북관계에 있어서 보다 신속하고 대담한 정책이 나올 가능성 도 아주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점이다. 이는 당선 이후 비록 그 강조 하는 정도가 줄어들기는 했으나 현안문제의 해결을 위해 적대국가 와의 대화에 적극적으로 임하겠다는 오바마 후보 및 당선자의 외교 철학에 근거한 관찰이다.
2008년 11월 4일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된 오바마 후보는 무엇보다도 부시 행정부가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 미국의 경제위기에 편승하여 당선될 수 있었다. 2007년부터 시작된 서브 프 라임 모기지 부실로 인해 촉발된 미국의 금융위기는 세계적인 파장 을 일으키면서 충격을 주고 있고, EU와 일본, 중국 등 세계 중요국 가들은 적극적인 경기부양책과 정부 간 협조를 통해 전대미문의 충 격에서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현재 미국 경제는 금융위기의 여 파가 확산되면서 실물경제 부분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 로 나타나고 있으며, 소비, 투자, 생산 등에서 모두 이미 침체 국면 에 들어서 있는 것이 사실이다. 리먼 브라더스(Leehman Brothers) 등 미국의 주요 금융회사가 문을 닫고, 굴지의 시티그룹(Citigroup) 이 미국정부의 구제금융 대상이 되는가 하면, GM, 포드, 크라이슬 러 등 미국의 주요 자동차 3사가 의회에 자금공급 등을 구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배경에서 현재 부시 행정부는 의회의 협력을 통해서 약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 법안을 통과시켜 집행하고 있 으며, 이와는 별도로 약 8,000억 달러의 추가적인 경기부양 자금이 미국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oard: FRB) 등을 통해서 경기부양을 위해서 투입될 전망이다. 이러한 경제위기에 편승하여 부 시 행정부와 매케인(John McCain) 후보의 무능을 신랄하게 비판 하면서 등장한 오바마 당선자의 제일의 과제는 무엇보다도 의회를 협력을 통해서 약 7,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을 추진하는 것일
북핵문제와 북미관계손병권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는 자신이 공약으로 내건 250만 개의 일자리 창출과도 연관된 것이다.
또한 오바마 후보는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정책을 비판하고 공 화당의 매케인 후보를 부시 행정부의 무능한 정책을 지속시킬 인물 로 폄하하면서 당선될 수 있었다. 민주당 예비선거 당시 경쟁자였던 클린턴(Hillary Clinton) 뉴욕주 상원의원이 이라크 전쟁 결의안에 찬성하였던 것과는 반대로 오바마 후보는 초지일관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정책을 비판하였다.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 전쟁 개시와 향 후 이라크 정책은 테러의 주범인 알케이다(Al Qaida)의 색출을 위 해 사용되어야 할 병력과 전비를 분산시킴으로써 실제로 테러와의 전쟁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이 오바마 후보의 주장이었다. 이러한 입장에 따라서 오바마 후보는 취임 후 16개월 이내에 이라크로부터 미군 병력을 철수시키고, 미국의 대테러 전선 을 아프가니스탄에 집중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따라서 경제위기 극복과 아울러 오바마 행정부의 제일차적 과제 가운데 하나는 이라 크 전쟁을 마무리하고, 대테러전쟁 수행을 위해서 전력을 아프가니 스탄 중심으로 이동시키는 것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오바마 후보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등장할 것은 의 료보험 개혁과 교육, 운송, 에너지 등 국내의 유무형의 인프라의 확 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료보험 개혁과 관련하여 오바마 후보는 우선적으로 전국민 의료보험 실시 이전에 아동보유 가정에 대한 강 제적 보험을 정부 예산의 지원 하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 인다. 이와 아울러 오바마 행정부는 취임 직후 처음 100일 이내에 의회에 대해 약 7,00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의 적극적인 경기부 양책을 통과를 요구하여 인프라 및 교육 시설 확충을 위한 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서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내경제의 회 복에 전념할 것이다.
위에서 지적한 경제회복, 이라크 문제 해결, 전국민 의료보험 추 진 및 국내 인프라 구축이라는 중차대한 우선적 과제만을 생각해 볼 때 오바마 민주당 행정부에 있어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단기적 으로 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릴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추가적인 예산 이 소요되는 보상형 대북전술은 북한이 2단계 북핵 검증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협조하는 태도를 보이기 전에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 인다. 북한을 포함하여 적대국가와의 직접적인 대화를 추구하겠다는 오바마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획기적인 정상회 담 등의 제안은 국내경제가 어느 정도 진정국면에 접어들고 이라크 철군과정에 대한 국내외적 합의와 이의 이행이 이루어진 후에 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미국 외교안보팀의 관료정치적 경쟁 혹은 타협의 결과로 대북정책이 의외로 빠르게 조속한 타결을 위한 길로 접어들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는 점을 지적해 두고자 한 다. 제2기 부시 행정부 당시 2006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패배한 이후 럼스펠드 국무장관이 퇴진하면서 라이스 국무장관의 주도하에 2007년 베를린 북미접촉이 있었던 것처럼, 외교안보팀 내의 관료정치 의 역학에 따라서 예기치 못한 신속한 대북정책의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로서는 현상의 유지보다 현상의 타파 가능성이 높아질 경우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 둘 필요가 있다.
3. 2009~2012년 기간 중 가능한 미국의 세 가지 대북 전략과 평가
2008년도 대선 기간 중 오바마 민주당 후보는 이라크 정책 등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을 지속적으로 비판하면서 자신이 대 통령이 될 경우 무력에 의존하는 대외정책보다는 ‘공세적인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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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ggressive diplomacy)’를 펼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공세적 외 교의 내용은 추정컨대 대체로 두 가지로 압축될 수 있을 것으로 보 인다. 하나는 인권, 민주주의, 핵확산, 환경, 테러와의 전쟁, 무역 그 리고 미국과 상대국 간의 현안문제를 포함한 모든 문제를 대화와 외교의 어젠다로 채택한다는 포괄성이며, 다른 하나는 비록 적대국 가일지라도 정상 간 대화를 포함하는 외교를 통해 인내심을 가지고 문제를 풀어가겠다는 ‘적극적인 의사표명’이다.
대통령 당선 이후 이러한 적극적인 대화의 의사표명은 여전히 지 속되고 있다. 대통령 당선자 홈페이지(the site of “The Office of the President-Elect”)인 ‘change.gov’의 외교정책 어젠다1에서 도 오바마 당선자는 “친구와 적을 구별하지 않고 모든 국가와 강인 하고 직접적인 대화(tough, direct talk)를 추구할 것이며, (대화를 위해: 역자 삽입) 세심하게 필요한 준비를 하겠으나 미국은 대화의 테이블에 나올 준비가 되어 있고 이를 이끌어갈 용의가 있음을 표 명할 것이다”라고 언명하고 있다. 이와 아울러 오바마 당선자는 이 란과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언급하여 북한에 대해서 역시 ‘강인하고 직접적인’ 대화를 추구할 의사가 있음을 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다.
동시에 오바마 당선자는 “북한과 이란과 같은 국가들이 (핵비확산 과 관련된: 역자 삽입) 규칙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자동적으로 강 력한 국제적 제재에 직면하도록 하겠다“라고 언명하여 대화노선을 견지함에도 핵비확산과 관련된 국제적 규칙을 준수하지 않을 경우 북한이 제재에 직면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보 유를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해석될 수 있다.
위에 적은 내용을 종합해 볼 때 비록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는 분명치 않으나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과의 인내심있는 직접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그러나 동시에 이 과정에서 북한 이 비핵화와 관련된 6자회담의 합의나 국제적 규범 혹은 규칙을 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