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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최우수 학생들이 경험한 학업 적응과정

본 연구에서는 참여자들이 경험한 문제, 즉 중심 현상은 ‘현실적 불 안감에 직면하기’였다. 이러한 중심 현상에 대한 인과적 조건 가운데 낯선 자유를 경험하는 것과 새로운 학업 방식에 따른 혼란, 분위기에 휩 쓸기는 것 등을 꼽았다. 이는 비단 서울대 신입생들만이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대학 신입생들은 입시 위주의 학업 환경에서 대학 진학 후 갑자기 늘어난 자유 시간, 자율적 학업 계획 요구, 학습 방법의 변화, 활 동영역의 확장 등으로 인해 학업을 비롯하여 생황에서도 어려움을 느낀 다(홍성연, 2016)는 선행 연구에서도 알 수 있다.

인과 조건 가운데 특히 서울대생들이 경험하는 독특한 경험은 다음과 같다. 먼저, 대학 공부에 대한 기대-현실 불일치 범주 안에 있는 이미 배웠던 내용들을 다시 배우면서 대학 공부에 대한 실망감을 느끼게 되는 데 이는 영재고·과학고·외고·자사고를 졸업한 학생들이 경험하는 독 특한 경험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들을 바라보는 일반고 출신의 학생 들은 위축감을 많이 느낀다. 뿐만 아니라 주변 친구들이 대부분 지역 학 교에서 상위권에 있던 친구들이라 내 존재의 한 가지 큰 축이었던 1등이 라는 존재감이 흔들리는 것을 경험한다. 학업 우수 집단인 의예과 신입

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강예지, 김미현, 송승원, 2019)에서도 이러한 경험 의 차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이러한 경험은 이론적 배경에서 살펴 보았던 Marsh(1984)의 ‘작은 연못, 큰 물고기 효과’를 떠올린다. 학생 들의 학업적 자기개념은 소속된 집단의 학업 성취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학업적 자기개념이 흔들리는 경험을 할 것이다. 이러한 경험이 현실적 불안감을 느끼도록 하는 원인이 되었다. Marsh(1984)는 이러한 효과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나친 경쟁을 피할 것과 숙달 목표 지향, 상대 평가가 아니라 개인 발달에 초점을 둘 것을 권했다. 본 연구에서도 면담 후반에 대학의 평가 방식에 대한 참여자의 생각을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참여자 들이 상대 평가 방식이 진정한 학업 실력 향상에 좋지 못한 것 같다고 응답하였다. 특히 외국에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한 공대생의 경우에는 절 대평가를 통해서도 충분히 난이도 조절이 가능하고 실력을 측정할 수 있 는데, 상대 평가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문제를 꼬아서 내는 경향이 있으 며 이런 평가 방식이 원리를 제대로 알고, 실력을 향상시키기보다 문제 풀이에만 집중하게 만든다고 한다.

이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개인적인 특성에만 기인하는 것은 아니다. 참 여자들이 속해 있는 사회문화적 분위기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는다. 참여 자들은 고등학교 친구들, 선생님들이 ‘서울대 가더니 이제 더 이상 잘 하지 못하는구나’라는 시선으로 바라볼까봐 혹은 서울대 외부에서 ‘서 울대생은 뭐든지 다 잘 할 거야’라는 이상에 대한 부담감을 이야기한 다. 또 입학 초기 일부 참여자들은 여전히 부모님께 좋은 성적을 보여드 리고 싶어 하기도 한다. 이러한 외부의 시선은 그동안 외부의 기대감을 받아오고, 기대에 부응하는 삶을 살아왔던, 혹은 그 이상으로 충족시켜 왔던 서울대생에게는 부담감으로 다가오며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않는 것 은 매우 수치스러울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서울대 학내 분위기를 살펴보 면, 참여자들은 국내 최고 대학 교수님의 요구 수준은 매우 높게만 느껴 지는데 이를 어떻게든 만족시키는 학생이 있고 그 기준이 계속 올라가는 사이클이 반복된다고 느낀다. 또한 진로 준비를 위해 학생들은 학점 따 기에 몰입하고 남들도 죽을 만큼 공부하는 분위기 속에서 나도 같이 달

려 나가야만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고 한다.

즉, Higgins(1987)의 자기불일치 이론에서 말하는 실제적 자기-이상적 타인, 실제적 자기-의무적 타인 간의 불일치를 피하기 위해 학생들은 노 력할 것이다. 그는 실제적 자기가 이상적 타인의 관점을 달성하지 못하 게 되면, 수치심, 당혹감, 무력감을 느끼며, 의무적 타인 간의 불일치는 처벌과 관련된 정서인 두려움, 공포 등을 느끼고 이러한 정서에 대한 반 발로써 분노를 느끼게 된다고 하였다. 추측해 보면, 타인의 시선을 많이 의식하고 기대감을 충족시키고자 노력하는 학생들은 불일치에 따른 부정 적 정서를 회피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부정적인 정서를 피하 기 위한 노력은 이들을 소모적으로 만들고 한 참여자가 말했듯이 ‘공허 함’을 느끼게 할 것이다.

이렇게 ‘통과 의례’일 수 있지만 피할 갈 수 없는 대학 전환기에 경험하는 여러 가지 요인들로 인해 참여자들은 ‘살아남고 싶다. 도태되 고 싶지 않다. 선택에 대한 두려움이 든다. 확신이 없다. 미래가 불안하 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 등의 현실적 불안감에 직면하게 된 다.

참여자들은 불안에 직면해서 용기를 가지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본 연 구에서는 참여자들이 학업 적응과정에서 불안이라는 현상에 직면하여 이 를 다루어 나가는 방식인 작용/상호작용의 변화를 탐색하여 주도적 선택 단계, 목표 설정 단계, 실행 및 시행착오 단계, 확립 단계의 4단계로 구 분하였다. 일단 이들은 할 수 있는 것부터 찾아나간다. 그러기 위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자기 확신대로 따르기로 결정 한다. 그리고 목표를 설정하는데, 이 목표는 진로가 확실한 경우에는 진 로 목표를 준비하기 위한 아니면 학점에 발목 잡히지 않기 위해서 학점 이라는 목표를 설정했다. 목표를 설정한 후에는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해 보면서 시행착오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남들보다 더 시간을 들이고 대 학에서 학업 이외 동아리 활동이나 다른 활동들도 포기하지 않기 위해 열정을 불사른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름대로 대학에서의 학습 방법이 확립되고 안정되면서 이후 학습에도 적용한다.

이러한 과정은 Anderson(1994)의 문화적 적응 과정 모델과 유사하다.

이들은 전환기를 맞아 경험에 직면하면서 여러 가지 정서·인지·행동적 반응을 보이는데, 장애물을 만나서 회피하지 않고, 새로운 행동을 시도 하고 의미를 찾아가면서 새로운 역량이 개발된다. 그 결과 자신감과 독 립심이 생긴다. 학업 최우수 학생들도 변화를 만나서 휩쓸리는 시간을 지나서 불안감에 직면하면서 주체적으로 장애물을 직면하고 환경에 맞는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 성장해간 것이다.

또 이러한 모습이 실존주의에서 불안을 다루는 방식과 유사하다. Van Deurzen, E.(2017)는 실존적인 상담 접근 방법에서는 불안을 제거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불안에 직면하고 환영하며, 맛보고 사용하도록 격려하 는데, 불안을 억압하거나 위장하거나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의 의미 를 이해하고, 불안과 더불어 건설적으로 살기 위한 용기를 발견하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그런 의미에서 불안은 인간이 자신의 책임성을 대면 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모든 가능한 에너지를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마지막으로 패러다임 모형에서 결과는 살펴보면, 좋은 성적과, 장학금 이라는 외적 보상을 받게 되고, 자기주도적 학습 습관이 형성되며, 내적 만족감을 형성하여 이런 성공 경험이 이후 학습에도 매우 긍정적인 동기 부여가 된다. Bandura(1977, 1986)에 의하면 자기효능감의 원천 가운데 하나는 성공과 실패 경험이라고 한다. 즉, 학업 최우수 학생들은 학업적 자기효능감이 높아졌을 것이다. 또한 높아진 자기효능감은 좀 더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만나도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일 줄 알게 되 며, 끈기 있게 지속하려는 경향이 높다고 한다(Bandura & Cervone, 1986). 또 역으로 자기효능감은 학업성취도를 설명하는 여러 변인 가운 데 상대적으로 큰 설명력을 가진 변인으로 알려져 있다(황매향, 2016).

높아진 자기효능감이 다음 성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자기효능감 과 성취 간에 이런 선순환이 이어진다(임효진, 선혜연, 황매향, 2016). 학 업 최우수 학생들이 신입생 시기에 좋은 성적을 거둔 것은 이러한 선순 환적 입장에서 이후의 성취에도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참 여자들은 이러한 원리는 알지 못했지만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결과로 긍정적인 경험을 보고하는 한편, 지속되는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여전히 ‘나는 이 공동체에 적합한 사람인가, 대학원에 들어갈 자 격이 되는가, 여전히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있어. 미래에도 잘할 수 있 을까, 학점은 높지만 여전히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겠어.’라는 생각을 한다. 좋은 학점이라는 성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동체에 적합한 사람 인가 의심하는 부분은 객관적인 성취 지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노력과 실력을 믿지 못하는 전문직 여성이 보인 불안인 가면 증후군 (Clance and Imes, 1978)과 유사하다. 그리고 여전히 자신보다 잘하는 사 람을 의식하는 태도는 낮아진 학업적 자기개념의 영향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반성단계에서는 일부 참여자의 경우 학업이 수단이 되었 거나, 주체적으로 학업을 하지 못하고 타인의 시선에 맞춰서 공부를 해 왔기 때문에 스스로가 공허함을 느낀다고 하였다. 참여자들은 ‘학점을 잘 받는 공부’의 의미에 대해 반성하기도 하고, 자신의 체력과 시간의 한계를 경험하며, 성취나 타인을 기준으로 자신을 사랑해주는 모습에 대 해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하면서, 자기에게도 시선을 돌리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