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로 긍정적인 경험을 보고하는 한편, 지속되는 불안감을 느끼기도 한다. 여전히 ‘나는 이 공동체에 적합한 사람인가, 대학원에 들어갈 자 격이 되는가, 여전히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있어. 미래에도 잘할 수 있 을까, 학점은 높지만 여전히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겠어.’라는 생각을 한다. 좋은 학점이라는 성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공동체에 적합한 사람 인가 의심하는 부분은 객관적인 성취 지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노력과 실력을 믿지 못하는 전문직 여성이 보인 불안인 가면 증후군 (Clance and Imes, 1978)과 유사하다. 그리고 여전히 자신보다 잘하는 사 람을 의식하는 태도는 낮아진 학업적 자기개념의 영향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반성단계에서는 일부 참여자의 경우 학업이 수단이 되었 거나, 주체적으로 학업을 하지 못하고 타인의 시선에 맞춰서 공부를 해 왔기 때문에 스스로가 공허함을 느낀다고 하였다. 참여자들은 ‘학점을 잘 받는 공부’의 의미에 대해 반성하기도 하고, 자신의 체력과 시간의 한계를 경험하며, 성취나 타인을 기준으로 자신을 사랑해주는 모습에 대 해 안타까움을 느끼기도 하면서, 자기에게도 시선을 돌리기 시작한다.
인 유형으로 보인다. A유형의 경우 ‘학업에 신경 쓰느라 놓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라는 질문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것 을 다 하면서 살아서 그런 게 별로 없다’라는 답변을 했다.
이러한 A유형의 학생들이 보인 특성은 자율성, 유능감, 관계성을 인간 이 기본 심리적 욕구라고 설명한 Deci & Ryan(2002)의 자기결정성 이론 에서 강조하는 부분이다. 자율성을 설명하는 Deci & Flaste(2011)는 동기 부여는 내면에서 나와야 하며, 자신을 책임지고 관리하겠다는 결심에서 비롯된다고 주장한다.
B유형은 ‘학업의 의미에 대한 내재화 정도’가 높고, ‘진로 목표의 구체성’이 낮은 집단이었다. 이 유형은 공부를 하는 것에 대해서 의심 하지 않으며, 삶의 과정으로 공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유형이었다. 또 한 공부에서 삶의 의미를 찾고, 삶의 태도를 배우는 유형이기 때문에 공 부해 나가는 과정에서 의심 없이 학업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이 유형에 속한 참여자들은 공부를 중심으로 자신의 미래를 계획하였고, 어느 정도의 방향성은 가지고 있으나, 구체적인 직업 선택은 하지 않고 유보하고 있는 유형이었다.
C유형은 ‘학업의 의미에 대한 내재화 정도’가 낮고, ‘진로 목표의 구체성’이 낮은 집단이었다. 이들은 학업 적응과정에서 주변을 가장 의 식하며,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또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공부 를 해왔던 사람들이다. 이 유형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뚜 렷하지 않기 때문에 미래가 더 불안하며 또 불안하기 때문에 하나도 버 리지 못하고 다 열심히 해내는 유형이다. 이 과정이 괴로워서 죽을 것 같고 매 학기 휴학을 생각한다고 표현한 참여자도 있었다. 늘 타인과 비 교하며, 삶을 살아남아야 하는 ‘정글’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소진을 쉽 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참여자 사실 확인 과정에서 어떤 참여자는 이 런 유형이 보통의 대학생이라고 생각하며 A유형이 있다는 것이 서울대 의 특성을 반영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했다. 즉, 수많은 대학생들이 학업을 즐기지 못하고 의무감에 해낸다는 것이다. 이들의 발달 과정을 살펴보면 참여자 가운데 일부는 어릴 때 부모에게 성취를 보여야 했다고
이야기 하거나, 교사 혹은 부모가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했었다고 회 고하며, 이제는 스스로가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깝다 고 표현하기도 했다. 이들은 좋은 성취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잘 해내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다. C유형 가운데 일 부 참여자는 좋은 성과를 얻었음에도, 여전히 내가 이 공동체에 적합한 지, 그리고 도태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계속해서 하고 있었다.
C유형의 학생들은 자기에 대한 탐색과 이해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Rogers(1951)에 의하면 자기실현경향성의 욕구와 주변 사람들의 기대에 맞춰 사랑을 받으려는 욕구가 충돌할 때, 자기실현경향성 욕구보다 주변 의 사랑을 받으려는 욕구를 선택함으로써 자기실현의 욕구가 좌절되어 진정한 자기감을 잃어버리고 거짓 자기를 발달시킬 때 심리적 문제가 발 생한다. 이는 부모나 주요 타자가 자녀의 자기실현경향 동기와 욕구에 민감하지 못하거나 무시하며 충분한 공감과 수용을 받지 못했기 때문으 로 본다(김창대, 2009). 따라서 이 유형이 내담자로 찾아온다면, 진정한 자기감을 찾을 수 있도록 공감적이고 수용적인 태도를 제공할 필요가 있 을 것이다. 그 다음에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의 진로를 위한 준비를 해나 갈 수 있도록 목표를 설정하고, 학업의 의미에 대해서 주체적으로 의미 부여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
D유형의 경우에는 ‘학업의 의미에 대한 내재화 정도’가 낮고, ‘진 로 목표의 구체성’이 높은 집단이었다. 이들은 직업적 목표는 뚜렷했으 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써 학업을 선택했다고 하였다. 장학금 의 수단으로써 혹은 내가 잘해내고 있다는 증거 자료로써 혹은 직업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써 고학점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학점이 높은 것 과 학업 적응은 다르며, 전공 분야를 깊이 파고들어 학문을 하는 자세가 스스로에게 부족하거나 없다고 생각했다. 한 참여자는 자신은 과정보다 결과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학문을 직업으로 삼지 못할 것 같다고 이야 기했다. 이 유형은 선행연구에서 살펴본 입시 경쟁에 길들여진 ‘시험형 인간’(최선주 외, 2012)의 ‘공부와 자신을 철저히 분리’한다는 면에서 유사한 점이 있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를 공부하는 과정에서 소외시키
고, 결과적으로 공허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한 참여자는 등수를 내 려놓는 과정이 자신의 대학 적응과정이었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은 공부 하는 의미를 찾고 있는 것으로 보였다. 자기결정성이론을 개발한 Deci &
Ryan(2002)은 인간은 외부의 경험을 내면화하려는 경향성을 가지며, 이 에 따라 외부로부터 통제받던 것들에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면 자기조절 (self-regulation)로 바뀌어 자율성을 갖게 된다고 한다. D유형은 외부로 부터 자기 스스로 가치를 부여하여 자율성을 가지도록 도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