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 분석은 자료의 가설적 정형화 및 관계진술의 결과와 그 근거가 되는 자료를 지속적으로 비교하여 각 범주 간에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관 계를 유형별로 정리하는 과정이다(Strauss & Corbin, 1990). 본 연구에서 는 패러다임 모형의 내용에 근거하여, 인과·맥락·중재적 조건과 결과 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범주들을 정리하여 “서울대 학업 최우수 학 생들의 학업 적응과정의 유형화” 작업을 시행하였다.
1) 유형별 학업 적응과정
(1) A유형의 학업 적응과정
A유형은 입학 당시 진로 목표가 뚜렷했고, 공부를 즐기면서 하는 유 형이다. 이들은 공부는 즐거움이자 취미라고 표현했다.
[참여자 4]
참여자 : (웃음) 실험하는 걸 되게 좋아해서 뭔가 새로운 걸 알아내는 것들이 되게 재 밌다고 생각을 해서 연구를.. 뭔가 제가 가설을 정해놓고 실험을 하면서 그 거가 맞는지 틀리는지 확인을 해보는 것도 되게 재밌고. 그냥 책에 있는 지 식을 습득하는 거는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는데 연구는 뭔가 새로운 걸 알 아가는 거잖아요? 아무도 모르는 무언가를 찾아가는 느낌. 그런 게 되게 재 밌어요. 약간 학문적인 열정이라고 해야 되나?(웃음)
[참여자 5]
참여자 : 어릴 때는 학업 성적이 좋아야 인생설계도 제가 원했던 대로 가니까 어떤 인생설계를 위해 필요한 거가 좋은 학업성적이기도 했고, 그리고 학생이니 까 모두가 생각하는 학생의 의무이기도 해서 학업이 의무라는 그런 느낌이 강했어요. 지금은 꼭 의무까지는 아니더라도 예과 시절의 좀 좋은 성적은 또 취미 같기도 하고. 취미 같기도 하고 뭔가 내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검 증하는 그런 느낌도 들어요.
[참여자 7]
참여자 : 네. 1학기 때 여러 가지를 열심히 놀아봤지만 계속 질리더라고요. 근데 놀러 다녔던 거를 뒤돌아보면 공부에는 질린 적은 없었던 것 같아가지고, 하다가 체력적으로 힘든 건 있어도 질려서 못 하겠다 이런 적은 없었던 것 같아요.
[참여자 8]
참여자 : 과거에는 뭔가 저를 보여 주는 엄청 큰 무언가였다면 이제는 그냥 나랑 같 이 가는 하나의 일, 이 정도인 것 같아요.
A유형의 적응과정을 도식화해보면 [그림 6]과 같다. 진로 목표가 확실 하기 때문에 진로 미결정에 따른 막막함이나 미래에 대한 불안을 느끼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적다. 학업 적응과정에서 다른 유형보다 적극적으로
즐기기 때문에 학업 관련 행동을 주도적으로 실행하며, 시행착오 과정에 서도 어려움을 인지하는 수준이 낮고, 의지를 짜내거나, 인내하기보다는 자연스럽고도 습관적으로 학업에 몰두하여 자기만의 학습 방법을 확립해 나간다. 어느 유형보다 ‘자기주도적인 학습 습관’이 매우 잘 잡혀 있 고, 그 결과 학업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긍정적인 내적 만족감을 보 고한다. 또한 이들은 학업에서 숙달목표를 지향하기 때문에 학점을 위한 공부를 하고 있다고 느끼지 않고, 학업 적응과정에서 아쉬움이나 후회를 하지 않는다.
이들은 학업에 몰두하면서 느끼는 내면의 갈등이 거의 없거나 적다.
어쩌면 서울대이기 때문에 존재하는 유형일 수도 있으며, 가장 이상적이 지만, 드문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림 6] A유형의 학업 적응 단계
(2) B유형의 학업 적응과정
B유형은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입학 당시 진로 목표가 뚜렷하지 않았다. 이들에게 공부는 자연스러운 사고 과정이며, 공부를 통해 삶의 태도를 배운다.
[참여자 10]
참여자 : 과학자라는 말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그냥 저는 계속 생각을 하는 사람?
연구자 : 현상에 대해서?
참여자 : 네. 왜 그럴까 항상 생각해보고. 하나 있긴 한데 약간 지구적인 측면으로 뭔 가 해보고 싶긴 해요.
...(중략)...
참여자 : 공부는 그냥 생각하는 거죠. 근데 역사적으로 생각들이 축적되어 있는 거를 또 배우는 거니까 의미가 큰 것 같고.
연구자 : 나한테?
참여자 : 나한테도 크고 또 인류적으로도 뭔가 계속 쌓아나가야 되는 거니까.
연구자 : 나한테는 좀 어때요, 이게? 공부를 하는 거가?
참여자 : 호기심을 생각해서 공부하기도 하고 공부하면서 호기심이 생각나기도 해서 그냥 생각의 일환, 자연스러운..
[참여자 11]
참여자 : ...(중략)...정말 솔직하게는 사실 신앙적인 이유가 크죠. 나중에 저를 어떤 그 릇으로 쓰시든 그게 부족함이 없기 위해서 준비를 하는 거죠. 항상 대비된 자세를 갖고 있는 거고. 내가 학업을 지금 이렇게 해온 것을 봤을 때 남들 보다 이게 좀 더 큰 달란트라고 느끼기 때문에 그거를 잘 갖고 닦아서 나중 에 신이 저를 어떤 방식으로 사용하시든 부족함이 없었으면 좋겠다라는 생 각을 가지고 학업을 하는 거고, 사실은. 근데 뭔가 이런 신앙에 대한 얘기를 공유할 수 없을 때에는 학업을 왜 열심히 할까? 라고 생각을 하면 그냥 이 거는 근본적인 자기만족감이다 라고 대외적인 답변을 하죠. 그렇게 차이가 있는 것 같아요.
참여자 : 저는 약간 이게 학업이라는 게 결국 인간이 호기심을 갖고 있어서 하는 거 잖아요? 정말 근본적으로 보면. 지식에 대한 어떤 탐구를 멈추고 싶지 않아 하는 거고. 그거를 나 혼자 인강 들으면서 될 거를 굳이 대학 나와서 하는 이유는 그만큼 오프라인, 그리고 실물 속에서 다른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더 커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는 거고. 그게 학업이 지금은 대학이라는 어떤 구체적인 공간을 통해서 이루어지지만 지금 이 방법을 내가 터득을 하고 어 떻게 공부를 하고 어떻게 주변 사람들과 치열하게 고민을 해서 더 나은 결 과물을 내는지를 터득을 하면 그게 앞으로의 회사나 어떤 사회생활을 실제 로 할 때에도 그런 학습방법들이 정량적인 학업이 아니라 뭔가 정성적인 새 로 배워가는 학업의 느낌으로 또 다가올 거고. 배움은 사실 끝이 없다고 하 잖아요? 그래서 내가 더 나이가 들어서 정말 다른 어떤 삶의 의미를 찾기 힘들어질 때도 그렇게 끊임없는 호기심을 추구하고 다른 사람들하고 고민하 는 것을 추구하고 이러한 태도를 배우는 거라고 생각해서 뭔가 학업이 지금 대학교 끝나면 끝날 거라고 보지 않고 저는 계속 인생에서 갖고 가야 하는 어떤 태도를 지금 대학이라는 구체적인 공간에서 배우는 거라고 생각해요.
B유형의 적응과정을 도식화해보면 [그림 7]과 같다. 이들은 공부의 의
미에 대해서 내재화 정도가 높고 학업에 몰두되어 있어 변화하는 환경을 민감하게 인지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정체성이나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 민한다. 이들은 학업을 삶의 최우선에 두며, 공부를 중심으로 자신의 삶 을 해석하고 살아가기 때문에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학업을 선택한다.
학업 목표가 뚜렷하다기보다는 삶의 과정으로 자연스럽고도 습관적으로 많은 시간을 학업에 몰두하면서 자기만의 학습 방법을 확립해나가고자 노력한다. 결과 이들은 학업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긍정적인 내적 만 족감을 보고하는 한편 지속적으로 자신의 공부에 대한 태도와 방법을 성 찰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타인에게는 이들이 ‘진지하게 공부에 몰두해 있는 사람’으로 비춰 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공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혹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겠지만, 아직 진로 목표를 구체화시키지는 않았 다. 이 유형에 속한 한 참여자는 끊임없이 본질적인 공부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고, 시도해보고 수정해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이들도 학업에 몰두하면서 느끼는 내면의 갈등이나 불일치감이 거의 없거나 적으나 진로에 대한 고민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는 것으로 보인다.
[그림 7] B유형의 학업 적응 단계
(3) C 유형의 학업 적응과정
C 유형은 입학 당시 진로 목표가 구체화되지 않았으며, 공부를 의무 감으로 해내는 유형이다. 이들은 공부를 하는 이유가 ‘미래를 위한 보 험’으로써 ‘학점에 발목 잡히지 않기’ 위해서 공부한다고 말한다.
[참여자 9]
참여자 : 뭔가 저는 일단 제가 생각하는 미래가 되게 불투명하기 때문에, 뭘 좋아하 는지 모르고 어디 갈지도 모르기 때문에 이것저것 다 해놔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요. 이것도 해놓고 저것도 해놔서 내가 나중에 선택을 하고 싶을 때 선 택할 수 있게 하고 싶은 거예요. 그게 기반을 닦아놓고 싶어요, 미리. 그래 서 조금 더 이것저것 배워놓고 이것저것 더 이렇게 해놓고 경험을 해놓고 하고 싶은 게 커서 조금 더 학업에 많이 치중하는 것 같아요.
[참여자 15]
연구자 : 대체 이 공부가 뭐길래 그럴까요?
참여자 : 계속 하라는 소리를 듣고 그래서 하고, 그래서 그런 게 아닐까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공부 왜 해?’라고 물어보면 ‘그냥 해 와서’라고밖에 답을 할 수가 없는. 그리고 뭔가 또 발목 안 붙잡히려고 하고 있어요. 중고등학교 때도 사실 꿈이 그렇게 막 뚜렷하지는 않았는데 했던 거는 나중에 내가 뭐 라도 했을 때 후회 없이, 그러니까 후회 없는 게 좀..
[참여자 17]
참여자 : 약간 애증의 관계 같기도 하고. 너무 싫은데 이거 성적 나오는 게 너무 싫 은데 그걸로 인해서 성취감을 가지고 그 성취감 때문에 하고...(중략)...진짜 두루뭉술해져요. 제가 하고 싶은 거는 많은데, 그러니까 학업이 빠졌을 때 약간 이게 빠져도 되나? 이렇게 없어져도 되는지 갈피를 못 잡는 것 같아 요, 학업이 없어지니까. 학업이 같이 있을 때는 얘 때문에 너무 스트레스 받 고 있으니까 제가 하고 싶은 취미활동들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막상 이 학업이 빠져버리면 뭔가 공허함이랑 해야 할 걸 하지 않고 또 취미활동을 하고 있는 느낌?
[참여자 15]
참여자 : 항상 고진감래.
연구자 : 고진감래?
참여자 : 네. 항상 과정은 너무 고통스럽거든요. 진짜 맨날 맨날 휴학하고 싶어요.
연구자 : 그렇구나.
참여자 : 이게 진짜 학점은 좋지만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워서 죽을 것 같아요.
연구자 : 아까 고등학교 때보다 더 열심히 한다고 그랬었는데
참여자 : 네. 수업도 졸면 안 되고 맨날 열심히 속기, 속기잖아요, 저는. 필기가 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