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자 10]
참여자 : 사실 영재고랑 비슷하기도 해서 비슷할 거라는 생각은 있었는데 놀라웠던 거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았다는 거.
연구자 : 그게 좀 달랐던 점이군요?
참여자 : 네. 좀 내가 자유롭게 컨트롤할 수 있는 시간들이 많아졌다는 거.
[참여자 16]
참여자 : 네. 저는 그때는 성격이 누구한테 약간 물어보는 것도 좀 민폐인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입학식을 안가고 오티를 갔다가, 그런데 오티는, 수업이 시 간표가 있으면 앞 시간 오티를 하면 이만큼 시간이 비잖아요? 그래서 뒷 수 업 오티를 안 듣고 그냥 집에 갔던 기억이 나네요. 그랬다가 3월에는 진짜 뭔가 ‘이게 대학생인가? 이렇게 자율적으로 하는 게 대학생인가?’라는 생 각을 많이 했어요. 많이 빠졌어요.
§ 준비되지 않는 자율성
대학에서는 졸업을 하려면 어떤 수업을 얼마나 듣고, 장학금은 어떻게 신청하며, 학사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를 알려주는 ‘담임 선생님’이라 는 존재가 없고,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나라는 생각에 처음에는 당황스 러웠고 힘들었다고 보고하였다.
[참여자 13]
참여자 : 일단은 제가 바로 느꼈었던 거는 선생님의 부재. 교사는 고등학교 내에서 뭔가
연구자 : 담임 선생님?
참여자 : 그렇죠. 정보 같은 것도 알려주고, 세세하게 알려주잖아요? 가정통신문으로 급식비 내라, 장학금 신청해라, 이렇게 알려주는데 여기 와서는 제가 학사일 정을 다 살펴보면서 해야 되고, 지도교수님께서 계셔도 연구 같은 걸로 바 쁘시니까 일단 제가 자발적으로 해야 된다는 거에 대해서 조금 힘들기도 했 었죠.
그동안 좀 더 단단한 보호막 안에서 수동적으로 정보를 받기만하고,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되었던 입장에서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꾸려나가는 성인으로서 첫 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참여자17
은 경쟁적인 사회로 가는 중간 단계로서 대학이라는 중간 바운더리가 있 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겼다.
[참여자 17]
참여자 : 스스로가 찾는. 근데 그런 거 찾아야 된다라는 걸 말해 주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스스로 대학교는, 고등학교 때처럼, 또 잘하는 사람들이니까. 솔 직히 학교에서 고등학교 때는 많은 걸 말해 주잖아요? 대학은 스스로가 찾 아봐야 되는 공간이고 그런 걸 처음 시작할 때는 말해 줄 필요가 있지 않 나? 처음 저는 왔을 때, 항상 저는 받는 입장이었으니까 누군가 얘기해주고 다 이렇게 알아가는 거였으니까 뭘 해야 되겠는지도 모르겠고, 그냥 학교에 대해서 너무 모르는 거예요. 그래서 저 스스로가 그나마 찾아낸 게 공지사 항이랑 메일을 수시로 들어가는 거였거든요. ...(중략)...이제는 나를, 보호자 가 없으니까 내가 성인으로서 혼자 살아가야 되는 거니까 스스로 찾아보지 않으면 찾아낼 수가 없죠. 그런 것 같아요.
연구자 : 그런 게 처음에 좀 힘들지 않았어요?
참여자 : 네. 갑자기 훅, 나를 지켜줄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좀 힘들었는데 그나마 대학교라는 바운더리가 있으니까 그나마 다행인 것 같아요. 진짜 사회에 나 가면 정말 없잖아요? 너무 경쟁이고. 그런데 대학교는 그나마 통과한 다음 레벨 느낌으로 느껴지는 것 같아요.
(2) 대학 공부에 대한 기대-현실 불일치
고등학교에서 선행학습을 미리 하고 온 참여자들의 경우에는 다시 배 우는 대학 공부에 대해서 무의미하다고 느끼기도 하고, 고등학교와는 다 른 재미있는 공부를 기대했는데, 비슷하다고 생각하면서 대학 학업에 대 한 흥미가 감소하기도 하였다. 또 일단 대학에 들어왔는데, 전공이 생각 보다 맞지 않아서 흥미를 못 느끼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은, 대학 공부 에 대한 입학 전 기대와 현실이 불일치함을 경험하였다.
§ 대학 학업에 대한 흥미가 감소함
특히, 고교 커리큘럼이 대학과 비슷했고 대학 1·2학년의 내용을 이미
껴지기도 하고, 자신이 성장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재미있는 공부에 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왔지만, 고등학교 때와 다르지 않는 부분 이 많았다고 한다.
[참여자 4]
참여자 : 안 좋았던 점은 1학년 때는 대부분 아는 내용의 수업을 듣다 보니까. 왜냐 하면 고등학교 때 저희는 대학교 수업을 배우고 온 상태라서. 똑같은 내용 을 다시 공부를 하는데 그래도 A+를 받기 위해서는 공부를 아예 안하면 안 되니까 이미 다 아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다시 공부를 해야 된다는 거에 대해서 약간 무슨 의미가 있지? 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어요.
[참여자 10]
참여자 : 좀 약간 재밌는 공부를 할 수 있는 기대감은 있었는데 1학년 때는 그냥 거 의 똑같은 걸 배우기도 해서..
연구자 : 그런 과목들이 꽤 있었어요?
참여자 : 1학년 때는 거의 필수 교양들을 많이 채워야 했기 때문에 80% 이상 비슷했 죠.
강의 형식에 있어서도 암기식 수업을 많이 듣게 되고, 고등학교와 다 르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고, 대학 강의에 대한 기대감이 채워지지 않 았으며, ‘강의력’이 좋지 않은 수업의 경우에는 다소 실망감도 들었다 고 보고한다.
[참여자 8]
참여자 : 사실 저는 막 그렇게 강의 스타일을 크게 타는 편은 아닌데, 1학년 1학기 때 암기식 수업을 좀 많이 들으니까 이게 대학인가? 이런 생각도 조금 했던 것 같고.
연구자 : 약간의 실망?
참여자 : 네. 뭔가 고등학교 암기시험 보는 거랑 이러면 다를 게 없지 않나? 이런 생 각도 좀 했던 것 같아요.
[참여자 5]
참여자 : 네. 강의력이 너무 딸릴 때 그럴 때는 내가 대학까지 와서 이걸 듣고 있어 야 되나? 하는 자괴감 같은 것도 있었어요.
참여자 1의 경우에는 전공 수업을 들으면 들을수록 자신과 맞지 않았 고 전공으로 삼지 못하겠다고 생각했다. 또 다른 참여자의 경우에는 자 신의 전공이 취업하기에는 적합한 전공이 아니라고 느껴서 무조건 복수 전공을 생각했다고 한다.
[참여자 1]
참여자 : 일단은 제가 인문계열로 입학을 했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정시니까. 인문계열 로 입학할 때부터 영문과나 국문과 정도를 생각을 했거든요. 왜냐하면 다른 철학이나 역사는 애초에 관심이 없었고. 그나마 영어나 국어 이쪽은 자신 있었기 때문에 영문과나 국문과를 생각했는데 입학하고 나서 영문과의 전공 탐색 과목을 들어야 전공 진입을 할 수 있어요. 전공탐색과목을 들으면서 영문과 과목들을 좀 탐색을 했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약간 이거를 전공으로 삼지는 못하겠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 거예요.
(3) 새로운 학업 방식이 혼란스러움
참여자들은 대학 수업 방식이 기존 경험과 다를 경우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했다. 특히 대학 글쓰기의 경우에 가장 막막하고 버거움을 느낀다고 보고하였다. 이런 어려움은 고등학교 때 선 행학습을 하지 않고 들어온 참여자의 경우에 더욱 크게 보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낯선 방식으로 인한 어려움
대학 수업에서 낯선 방식은 수업에서 어떻게 필기해야할지, 또 토론 수업의 경우에 부담스럽고 당황스러움을 경험했다. 특히 토론 방식의 수 업을 고교에서 경험해보지 못했던 참여자일 경우에 더 큰 어려움을 보고 하였다.
[참여자 15]
거의 그랬던 것 같아요.
[참여자 3]
참여자 : 되게 당황했던 것 같아요. 글쓰기나 외국어 같은 거는 그냥 생각하던 그런 스타일인데 자유전공학부 전공 수업이 되게 당황스러웠어요. 정말 토론 수 업에,
새로운 지식과 용어에 대한 어려움과 버거움을 보고하기도 하였다. 생 소하고 어려운 어휘를 쓰시는 경우, 이해하기 어려웠고, 따라가기 힘들 었다고 한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기존 지식이 연결되어서 쌓인다는 생각 이 들었다면, 대학에서의 공부는 아무 배경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처음 배우는 것 같아서 어렵다고 보고하였고, 그래서 더 막막하고 버겁게 느 껴졌다고 한다.
[참여자 13]
참여자 : ...(중략)...그 시기 동안. 그리고 또 학업 관련해서도 처음에 들어와서, 뭔가 고등학교 때에는 선생님께서 저희들을 뭔가 가르치겠다 이런 느낌으로 막 몰라도 하나라도 가르쳐 주시는데 교수님 같으신 경우에는 자기 학설 같은 걸 막 얘기를 하시면서 저희가 잘 모르는 생소한 이런 어휘를 막 쓰시니까 저 입장에서는 조금 어렵기도 했었고, 학업 따라가는 게.
참여자들이 가장 어려움을 느낀 영역 가운데 하나는 글쓰기였다. 이공 계의 경우에는 실험레포트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인문계 참여자 대다수는 대학 글쓰기에 대한 어려움을 많이 보고하였다. 어떻게 써야하 는지 정확한 가이드라인이 없고 주제만 던져진 경우에는 더욱 막막하고 힘들었으며, 어떤 경우에는 글쓰기 과제를 제출하지 못해서 드랍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참여자 5]
참여자 : 일단 가장 안 나온 거는 면역학이고요. B-를 처음 받았다는 그거. 그거는 비 대면이라 뭘 하기가 좀 그러긴 한데. 그리고 그 전에 못나왔던 거는 화학실 험이랑 라틴어였거든요. 라틴어는 벼락치기를 하려니까 이게 안 되더라고요, 언어는. 그래서 못 받고. 또 화학실험은 제가 레포트 쓰는 거가 1학년 1학기
여서 좀 손에 안 익어서 많이 못썼던 것 같아요
[참여자 17]
참여자 : 특히 과제를, 제가 글 쓰는 거에 대해서 너무 스트레스가 심하니까 써야 되 는데 어떻게 가이드라인도 없고. 그냥 빈 A4용지 한 장에, 한글과 컴퓨터 그거 워드 딱 켜져 있는데 그걸 어떻게 채워나가야 될지 모르겠고. 설명은 무슨 말인지, 그냥 대략적으로 교수님이 가이드라인 주셨는데 정말 틀을 준 다기보다는 딱 주제만 주시고 이렇게 하시니까 그때 진짜 너무 막막해서 일 주일 동안 머리 붙잡고 있는데도 나오는 건 없고.
글쓰기와 함께 가장 많은 참여자들이 경험했던 어려움 가운데 하나는 시험과 관련된 어려움이었다. 특히 첫 중간고사는 시험 문제가 예상이 안 되고, 내 위치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경우에 긴장한다. 특히 시험 에서 다루는 범위가 많고, 고등학교와는 달리 따로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에, 과목이 겹치는 경우 시간 관리의 어려움을 겪고, 시험을 여러 번 보는 과목의 경우에는 한 학기 내내 시험기간이 지속되어 힘들 었다고 보고하였다. 또 첫 시험에는 고등학교 때 하던 대로 공부하다 보 니 서술형 시험에서 아예 쓰지 못하고 나오고 이로 인해 충격을 받아 결 국에는 수업을 드랍하는 경우도 있었다.
[참여자 15]
참여자 : 그냥 공부하는데 막 어떻게 공부해야 될지 모르겠고 벅차고 그렇게 막 힘든 거는 아닌 상태 같아요. 새내기랑 비교했을 때 새내기 때는 서평을 어떻게 써야 될지 모르고 시험공부 양이.. 벼락치기를 해야 되잖아요. 이게 정말 범 위가 말도 안 되는데. 그리고 범위도 범위인데 수업 내용도 어렵잖아요, 저 희 학교는. 그거를 짧은 기간에 거의 두세 개씩 시험을 봐야 되는데 그거를 막 그때 진짜 너무 막막하다, 진짜 막막 그 자체, 막막함. 그냥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는 버거움. ...(중략)...
[참여자 9]
참여자 : 한 달에 한 번씩 봤으니까. 저희 과가 또 특징이 시험 세 번 보고 이런 게 많으니까 1학년 때 교양임에도 불구하고 실험이 2개였어요. 그래서 매주 레 포트 써야 되고. 매주 레포트 2개씩 쓰는 거죠, 이제. 퀴즈도 매주 2개씩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