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러다임 모형에서의 결과는 학사경고 반복 경험에 대처하기 위해 개 인이 활용한 작용․상호작용 전략의 결과물이다. 본 연구에서는 변화와 적응의 시작과 포기하고 주저앉기로 도출되었다. 포기하고 주저앉는 결 과에는, 자신감과 희망이 사라지고, 여전히 눈을 가리고 현실을 정확히 보지 않으려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학업 저성취의 실제적 이유를 확인하 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보다는, 낙담과 절망에 압도되어 스 스로를 자책하고 변화에의 희망을 잃어갔다. 반면, 변화하고 적응하기는 학업 성취도 향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행동을 변화시키고, 대학에서의 변 화에 적응하는 결과가 포함된다.
(1) 주저앉아 포기하다
여전히 눈을 감다
참여자들은 반복된 학사경고를 수용하기가 어려워진 나머지, 적극적으 로 직면을 회피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학점 확인을 미루고, 학사경고인 지 제적인지 여부도 확인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학기 중에 학사 경고 사실을 예상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학사경고를 피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으려고 하였다. 어차피 지금 노력해도 안 될 것이 라는 생각이 들어, 그냥 회피하고 잊어버리려고 했다고 보고하였다.
[참여자 M]
참여자: 제가 성적을 항상 정시에 확인하는 경우가 거의 없고 보통 성적 확 인할 때, 그 이전에 미리 다 강의평가를 해놓으면은 24시간 후부터 바로 연락을 연락이 가능하게 되는데, 저는 성적, 아, 강의평가를 거의 안 하고. 그냥 성적을 별로 보고 싶지 않아서. 거의 안 하고,
애들 다 성적 얘기하고 있을 때도, 그냥 꾹 참고 안보다가, 한참 뒤에 이제 강의평가가 상관없어질 쯤, 다음 학기 수강 신청해야 될 그때쯤 되가지고, 그때 성적 확인하고 그러더라고요.
[참여자 D]
참여자: 지금도 그랬고 전에도 그랬고 성적표를 잘 안 봐요, 솔직히 제 성 적이 2점대 초반이라는 것만 알지 정확히 몰라요. 제가 제 성적표 를 드리는 거를 부끄러워하는 게 내가 내 자신을 직시해야 되니까 그런 게 있어요.
절망감에 삶을 이어나가기 힘들어짐
학사경고의 횟수가 누적될수록 정서적, 심리적 혼란의 수준이 심해졌 다. 우울과 무기력이 심해지고, 일상 중에 부적절한 분노 감정을 경험한 다고도 보고하였다. 다툼이 잦아지거나, 극심한 무기력을 겪기도 하였다.
집 밖에 나오질 않고 며칠간 씻지도 않으며 밥을 하루 한 끼만 먹기도 했다고도 하였다. 일부 참여자는 자살 충동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도 보 고하였다. 불안으로 밤에 잠을 잘 이룰 수 없거나, 잠을 자도 악몽을 수 없이 꾸었다고도 말하였다.
[참여자 D]
참여자: 화를, 화가 제 안에 화가 이만큼 있는 거 같아요. 이만큼 있는데, 찰랑찰랑 있는데, 누가 건드리면 팍 터져요. 나름 잘 참고 있는 거 같아요. 참고 있어요.
[참여자 A]
참여자: 연달아 받으니깐 그 때 자, 자괴감이 들더라고요. 근데 부모님도 굉 장히 실망을 하시고, 화가 나셨고, 야 저거 어떻게 해야 되나 싶고.
학사경고를 또 안 받을 자신도 없어졌어요.
[참여자 F]
참여자: 제적이 2년 뒤에 다시 학교에 올 수 있는 게, 학업을 중단시킨다고 2년 뒤에 돌아온다고 열심히 하는 게 아니잖아요. 전 굉장히 불안 했어요. 다행히 이것저것 다 해보고 돌아왔는데, 전 매일 꿈꿨어요.
면접관이 나와서 *** 학생은 왜 이렇게 놀았어요? 하고, 똑바로 합 시다 하면서 잠이 확 깨고.
현재에 주저앉아버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변화를 위한 행동은 나타나지 않았다. 행동 변화를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거나, 이를 지키기 위한 노력은 부 족했다. 점점 노력해도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빠졌고, 이미 너무 늦었 다고 생각을 했다. 돌이키려면 아예 이민을 가거나 유학을 가야된다고도 말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좌절감이 변화에의 동기를 약화시키고, 행동 변화를 어렵게 하였다. 마치 현재에 주저앉고 포기하는 모습으로 나타났 다.
[참여자 I]
참여자: 뭔가. 확 바뀌는 게 힘들더라고요. 그리고 되게 무뎌져서, 수업 안 가는 거에 대해서 죄책감도 이제 거의 안 들고.
(2) 변화하고 적응하기
학업 성취도 향상을 위해 적극적 행동 변화하기
참여자들 중 더 이상 학사경고“는”더이상 받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실제 면담이 진행된 직전 학기의 학점이 향상했다고 보고하는 참여자는 다음과 같은 모습을 보였다. 먼저, 학업 성취도를 높이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변화시켰다. 학사경고 받을 당시에는 근처에도 가지 않던 도서관을 제집처럼 드나들기 시작했다고도 하였다. 자신이 공부를
가장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시간을 알게 됐으며, 그 시간에 학습하기 위해 일정을 조정한다고 말하는 참여자도 있었다. 예를 들어, 밤에 조용 히 혼자서 공부할 때 효율이 높기 때문에, 가능한 밤 약속을 잡지 않게 되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험 기간에는 술을 마시지 않고, 출석을 절대 빠지지 않으며, 부족한 과제라도 반드시 제출하게 되었다고도 보고하였 다.
[참여자 J]
참여자: 공부할 때는 일단 혼자 하는 게 제일 편하고요. 친구들이랑 같이 있으면 방해되는. 딱히 방해를 한다기보다, 스스로 집중이 안 돼서, 같이 안 하는 편이고. 그리고 집에서는 절대로 공부를 하면 안 돼 요. 저는. 그 공부를 안 하게 돼요. 너무 그 방해요소가 많아서. 도 서관에 가 있으면, 그 안에서 핸드폰 만지작거리고 그런 게 어렵잖 아요. 그래서 거기서 많이. 그래서 거기. 그 부끄러운 얘긴데, 3학 년 되기 전까지 도서관을 한 번도 안 가봤어요. 도서관도 그렇고, 열람실도 그렇고, 그 어떻게 자리신청해서 들어가는지도 몰랐어요.
지금은 그냥 거기에 가게 되면 내가 학교까지 걸어온 시간이 아까 워서라도 거기 좀 앉아있게 되잖아요. 지금 왔다갔다 1시간이 넘는 데 여기서 30분하고 갈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그렇게 시작하다보 니까 시험기간만 되면 도서관에 가요.
대학에서의 변화에 적응하기
대학에서의 변화에 적응하길 꺼렸던 참여자들도, 대학의 실제를 수용 하고 대학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자신을 위해 대학의 현실적 한계 를 수용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학점을 따기 위해, 요령을 피워보기도 하 고, 마음에 들지 않는 학습 방식도 곧잘 따라하게 되었다. 자신의 기대 나 성격에 맞지 않는 부분도, 스스로의 삶을 위해 일부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자연스럽게 학점이 상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참여자 M]
참여자: 수능 준비할 때 항상 이제 수업들을 보면서, 이제 뭐 수학이나 아 니면 뭐 과학이나 이런 게 나중에 돼서 살아가는데 뭐가 그렇게 필요가 있을까. 이런 질문을 항상 하게 되는데, 그래도 어쨌건 해 야 되잖아요. 성적을 잘 받아야 되니까. 근데 지금 대학수업도 처 음에는 조금 다를 거라 생각을 하고 다른 자세를 가졌었는데. 지금 은 좀 비슷하게, 지금은 심지어 취직도 생각하고 있으니까. 그래가 지고 아, 그러면 지금 어쨌건 취업도 생각하고 있고, 그러려면 학 점이 그래도 3.0은 넘어야 되니까. 그래서 원래 대학 수업은 이런 거고, 그러니까 여기서 그냥 교수님이 하라 그러는 거 잘 챙겨서 하자 그냥 이런 걸로 생각이 많이 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