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에서 중심현상이 발생하기 전 단계이자, 중심현상에 영향을 미 치는 인과적 조건으로 ‘모두가 꿈꾸는 명문대에 지원하다’, ‘입학 직 후 자유로움과 무너진 기대 사이를 오가다’, ‘더 이상 전력투구해야할 의미의 상실’, ‘1번째 학사경고 : 긍지에 상처를 입는 날벼락 같은 경 험’, ‘상처 난 긍지를 회복할 수 있는 돌파구를 찾다’가 도출되었다.
대학교 진학은 개인이 속한 체계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는 ‘생태학적 전환’에 해당한다(Bronfebrenner, 1979). 생태학전 전환은 개인의 불안을
고조시키고, 상호작용의 민감성을 높인다. 일종의 도전이며, 반드시 적응 을 해야 하는 과정이다. 상위권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 역시 개인 내적, 외적으로 여러 가지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이전에는 입시위주의 고등교 육 체계 내에서 학업에 몰입하던 중, 고교 시절을 보내다가, 대학 진학 후 갑작스러운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다. 자유롭게 지낼 수 있는 시간이 갑자기 늘어나고, 생활과 학습 모두 자율적으로 해내야 하며, 학습 내용 과 방법도 크게 변화하였다. 이전에는 공부만 하면 되었다면, 이제는 다 양한 영역의 활동에 관여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는 학습과 생활 전반 에서 어려움을 초래한다.
나아가 참여자들은 대학 생활에 대한 이해가 크게 부족한 채로 입학했 다. 막연히 명문대에 입학하면 장밋빛의 환상적인 생활이 펼쳐질 것이라 고 기대했다. 누구나 꿈꾸는 명문대이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그러나 기 대와 다른 대학 생활을 맞닥뜨리고, 낙담하였다. 실망감에 학과 공부를 등한시하고, 전공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거나, 학교 밖 활동에 몰두하 기도 한다. 전공을 바꿀 생각을 하기도 한다. 이는 많은 신입생들이 경 험하는 것으로, 오영재(2006)는 낭만적인 캠퍼스 생활을 기대하며 입학한 대학 신입생 중 70%가량이 대학 생활에 실망하여 입학을 후회하거나 대 학을 그만둘 생각을 한 적 있다고 보고하기도 하였다.
특히 명문대라는 이유만으로 대학과 학과를 선택한 참여자들이 입학 후 경험하는 어려움의 수준이 높았다. 대학생들의 대학 및 학과 선택 과 정이 대학 생활 적응과 상관이 있음이 이미 여러 선행 연구에서 확인된 바 있다(장광원, 2011) 특히 대학 명성만을 중요시하며, 학과나 적성에 대해서는 타협한 상태로 대학을 선택한 경우에는 학과 만족도와 대학 생 활 적응도가 전반적으로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임수영, 2013; 황매 향, 2002). 이는 곧 누구나 바라는 대학이라는 이유를 우선하여 입학을 결정한 상위권 대학 학생들의 대학 적응이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대학 공부에 불성실해지면서 1번째 학사경고를 받게 된다. 긍지에 상 처를 입는 날벼락 같은 경험이었다. 이상적 자기, 의무적 자기와 실제적
자기가 다르다는 것을 처음으로 경험한다. 그러나 참여자들은 첫 번째 학사경고 이후에도 여전히 학업에 불성실한 모습을 보인다. 또한 어느 정도 열심히 해야 성적이 오를지도 모르겠지만, 학업 외 다른 일들은 내 가 좀 더 쉽게 잘 할 수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게다가 고교 시절까지 마음껏 못해본 다양한 활동들이 매력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하는 것이다.
이들은 학업 외 활동에서 흥미와 가치로움을 느끼고, 새로운 목표를 정 해, 학업 외 활동에 몰두한다. 성공하고 인정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들 인다.
학사경고를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참여자들은 상처 난 자존심을 회복하 고 다시 유능감을 얻기 위해 학업 외 다른 활동에 몰두하게 되는 것이 다. 유능감은 자신이 얼마나 가치로운 사람인지에 대한 평가도 포함하기 때문에(Harter, 1978),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찾기 위해, 학업이 아닌 다 른 영역에서의 유능감을 획득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유능감은 비단 학업 분야에만 달성 가능한 것은 아니다. Harter(1985)에 따르면, 학업, 사회, 신체, 전반적 자아가치뿐만 아니라, 행동, 우정, 사랑, 직업 능력, 도덕성, 창의성, 유머감각, 부모관계, 배려심, 부양자로서의 책임, 가사관리 영역 등 역시 유능감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보았다.
이상에서 논의한 일련의 과정은 개인이 대학 내의 학문적 체제와 사회 적 체제의 규범을 잘 모르고, 기존 자신이 가지고 있던 특성을 고수함으 로서, 대학 생활에 통합되지 못하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대학생의 학 업 지속에 관해 연구한 Tinto(1975)에 따르면, 개인의 특성과 대학의 학 문적, 사회적 체제의 특성 간의 조화, 즉, 일치 정도가 학생들의 대학 교 육에 대해 헌신하는 수준을 결정한다. 즉, 학생이 대학에 통합되는 수준 이 높을수록 학업을 더 잘 지속하고 몰두하게 되지만, 대학 체제의 요구 에 부응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경험할수록 통합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보았다. 대학 체제에 대한 통합 수준이 떨어질수록, 학생들은 학 업 외 다른 활동에 더 몰두하거나, 혹은 학습을 중단하는 모습을 보인 다. 즉, 대학 체제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적절히 수행하려는 동기가 떨어 지는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즉, 참여자들이 대학 입학 후 학업에
불성실하며, 다른 활동에 몰두하는 행동에 대한 설명이 가능하다. 이러 한 행동은 다시 대학 체제에 대한 통합 수준을 더욱 떨어뜨려, 부적응적 행동의 수준을 심화시키게 되는 상호 순환적 영향을 주고받게 된다.
이는 뒤르껭의 비용-이윤 분석 이론의 측면에서 설명이 가능하다(김형 수, 2001 재인용). 참여자들은 자신이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들여야 하 는 비용, 예컨대, 시간, 학업적 실패에 대한 부담감, 전공에 대한 불만족 감 등에 비하여 얻게 되는 이유 즉, 만족감, 유능감 등이 적다고 보고, 좀 더 비용 대비 이윤이 높아 보이는 다른 활동을 찾아 나선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학업 외 활동에 몰두하느라 학업 불성실은 심화되고, 이는 두 번째 학사경고로 이어지게 된다.
앞서 제시된 논의를 바탕으로, 반복적 학사경고에 대처하는 유형별로 의미 있는 상담 및 교육적 개입 방안에 관해 논의하고자 한다. 각 유형 별로 특징적인 부분을 구분하여 살펴는 이유는, 상위권 대학에서 반복적 으로 학사경고를 받는데 관련 있는 인과적 조건의 수준은 조금씩 달랐기 때문이다.
‘학사경고 회피하기 유형’은 학과 선택 시 자신의 의사 반영 수준이 낮고, 입학 전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가 지나치게 모호하고 이상적이어 서, 입학 직후 지속적으로 적응의 어려움을 호소하였다. 입학 전 가지고 있었던 대학 생활에 대한 기대와 현실 간의 간극을 받아들이기 어려워하 며, 대학을 멀리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일련의 경험은 대학이라는 새로운 집단에 통합되는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집단에 대 한 통합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인이 자신이 속한 집단의 도덕적 가 치를 받아들이며, 집단에 대한 친화가 충분한 수준으로 향상될 필요성이 있다(Tinto, 1975). 이를 위해서는 대학 환경 특유의 규칙과 가치를 알고 받아들이며, 교수와 전공 친구들과의 상호작용 수준을 높여야함을 의미 한다(김형수, 2001). 따라서 상담자는 학사경고를 반복 경험하는 상위권 대학 학생들이 대학 체계와 관련된 정보를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얻어 나가며, 대학에 통합될 수 있는 기회를 늘려나가게끔 도울 필요가 있다.
또한 ‘학사경고 회피하기 유형’은 다른 유형에 비해 1차 학사경고 전 후로 학업 외 활동에 적극적으로 몰두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학업 외 다른 활동에 몰두하는 과정이 오히려 학사경고 반복에 악영향을 미쳤 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학업 외 활동에 들임으로서, 자연스럽게 학습 에 대한 몰입 수준은 저하시켰다. 나아가 학업 외 활동에서도 유능감을 얻지 못할 경우에는 자아개념의 손상과 효능감 저하로 이어져, 학사경고 로 인한 심리적 고통이 심화되고, 학습의 어려움이 만성화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므로 상담실에 찾아오는 내담자로 하여금 현재 학업 외 다른 활동에 몰두하고 있을 경우, 이러한 노력이 현실을 회피하려고 하 는 행동일 수 있음을 알아차리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만약 학생 개인에게 의미가 큰 활동이라면 학업과 병행해서 지속하는 방법을 함께 고민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학사경고 드러내기 유형’ 은 ‘타인으로부터 소외받기 유형’과 ‘타인에 게 수용받기 유형’으로 구분된다. 전자의 경우, 다른 유형에 비해 학과 선택 시 자신의 의사 반영 수준이 특히 낮았다. 즉, 명성 있는 학교와 학과를 추천하는 주변의 기대에 따라 진학할 학과를 선택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임수영(2013)의 연구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임수영은 명성 있 는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흥미, 적성을 타협한 학생과 흥미, 적성을 추 구하기 위해 학교 지위를 타협한 학생들 집단 간에 대학 적응도와 성적 에서 유의미한 차이가 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자신의 전공과 흥미적성 이 불일치할수록 대학 부적응이 심화된다는 선행 연구를 고려할 때(박희 인, 구자경, 2011), 대학 진학 결정 과정에서 자신의 흥미적성을 간과한
‘타인에게 소외받기 유형’의 대학 생활 적응이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음 을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전공과 흥미적성간 불일치가 높은 신입생들에 대한 예방적 차원의 개입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자신의 흥미적성을 뒤늦 게 탐색하고 대학 공부에 대한 회의에 혼란을 경험하는데 많은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효율적으로 학과 적응 및 진로 탐색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타인으로부터 소외받기 유형’은 ‘학사경고 회피하기 유형’과 마찬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