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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경고를 반복 경험한 학생들은 자신이 도저히 어찌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과 예정된 실패를 지켜볼 자신이 없어, 눈을 가리고 현실에서 도망치는 길을 택한다. 회피하는 모습을 크게 둘로 구분된다. 첫째는 학 사경고를 반복해서 받은 현실 자체를 회피하는 것과, 두 번째는 학사경 고와 관련하여 주변 사람들을 회피하는 것이다.

현실을 회피하려는 특성은 학사경고 학생들에 대한 선행 연구에서 여 러 차례 확인된 바 있다. 현채승 (2016)의 연구에서 1번째 학사경고에 대 한 대학생의 대처 행동으로 ‘외면함’이라는 범주가 도출되었다. 자신의 성적이 낮은 사실을 부정하며, 받아들이지 않으려 하고, 생각하지 않으 려 하고, 변화하지 않으려 하는 점을 의미한다. 박종향 등(2017)의 연구 에서 역시 학사경고를 한 번 받은 학생들이 아예 휴학을 하거나 군대로 도피를 하는 모습을 보인 점이 확인되었다. 이정례 등(2016)의 연구에서 도 뜻대로 되지 않으면 금새 포기하거나, 자신에 대해 비난을 지속하면 서도 변화에의 동기는 낮고, 오히려 게임과 아르바이트로 시간을 보내는 회피적 태도가 확인되었다. 이상에서 제시된 학사경고 학생들의 회피적 행동은 1회 학사경고를 경험한 학생들에게서 도출된 결과이지만, 본 연 구에서 2회 이상 경험한 학생들에게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는 모습으로 보인다. 오히려 학사경고 횟수가 누적될수록 회피적 행동이 심해지는 모

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처음에는 성적을 확인하던 학생도, 학사경고가 누적될수록 학점에 대해 신경 쓰지 않으려 하고, 심지어 자신이 제적을 당한 것인지 몰랐던 경우도 있었다.

학사경고를 반복 경험한 학생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학사경고 사실을 철저히 숨기고 고립되는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행동은 낙인이론을 통해 이해가 가능하다. 학사경고를 받은 학생들은 자신이 일탈행동을 저질렀 으며, 사회로부터 낙인되었다고 지각한다. 학사경고 이후 이어지는 일련 의 사회적 제재는 기회구조와 대인관계에서의 소외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기개념(sense of self)을 변화시켜, 스스로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게 만든 다(Lemert, 1972). 또한 추가적인 사회적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주변 사 람들에게 낙인 사실을 숨기고 고립된 생활을 하는 것이다. 낙인으로 지 각하는 수준은 개인이 속한 사회에 자부심을 얼마나 느끼는가와도 관련 이 있다. 즉, 개인이 자신에게 사회적 제재를 부여한 사회의 구성원임을 스스로 확신할수록, 혹은 그 사회에 대한 자부심을 강하게 경험할수록, 자기낙인화 과정으로 인한 자기개념의 변화, 자아존중감이나 효능감의 변화는 심각해진다(Corrigan & Watson, 2002). 참여자들은 대부분 자신이 속한 명문대라는 환경에 큰 자부심을 경험했다. 어디를 가더라도 대학 이름만 말하면 인정받는다고 말을 하며 자부심을 표현했다. 이러한 자부 심이 학사경고학생들의 낙인화 과정을 촉진시켰으리라 볼 수 있다.

또한 최근 다루어지고 있는 낙인의 개념 중 학사경고 학생들과 관련해 서 주목할만한 것은 숨길 수 있는 낙인(Concealable Stigma)이다. 숨길 수 있는 낙인은 개인의 의지에 따라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을 수 있 는 낙인으로,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당장은 눈에 띄지 않는 낙인을 의미 한다(Quinn, 2006). 즉, 숨길 수 있는 낙인을 가진 사람들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숨기기로 선택한다면, 정상처럼 보이기를 선택할 수 있다 (Goffman, 1963). 학사경고는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다른 사람에게 알리 지 않을 수 있는, 숨길 수 있는 낙인에 해당하기 때문에, 학사경고 사실 을 드러내지 않은 참여자의 수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낙인을 숨기게 되면서, 겉으로는 낙인을 받지 않은 사람인 것처럼 상호작용하기

위해 내적인 고통은 더욱 커지게 된다.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들 키지 않기 위해 점점 사회적 상황에서 철수하게 된다. 또한 자신과 같이 학사경고를 경험하는 사람들을 만나지 못하고 혼자 고립되기 때문에 (Frable et. al., 1998), 부정적 자기 지각과 심리적 고통이 가속화된다 (Patishnock, 2012). 위로와 지지가 필요하지만, 낙인에 대한 우려 때문에 충분한 도움을 요청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게 된다.

회피 단계와 관련해서는 ‘학사경고 회피하기 유형’과 ‘타인에게 수용받 기 유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반복적 학사경고를 회피하는 수 준이 다른 유형에 비해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학사경고를 반복적으로 받은 상위권 대학 학생들은 자기가치감을 유지하기 위해 학 업에 노력을 들이지 않게 된다. 나아가 학사경고를 받은 사실 자체를 외 면하고 회피하는 모습이 확인되었다. 학교상담자가 지각한 학교상담의 효과요인을 살펴본 유정이, 홍지영, 김진희(2015)의 연구에 따르면, 상담 자가 내담자로 하여금 스스로 생각해볼 수 있도록 기다려주거나 질문을 하면서, 학생 스스고 자신의 행동과 마음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상담 효과를 가져오는 하나의 요인이라 정리하였다. 즉, 상담실에서 내 담자 스스로 자신의 행동, 인지, 정서를 돌아볼 수 있도록 적절한 질문 을 통해 함께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또한 반복적으로 학사경고를 경험한 것을 낙인으로 지각하지 않고, 이 를 주변에 드러내고 수용 받고 도움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개입이 필요하 다. 학사경고를 받은 학생들은 충격에 휩싸인다. 부끄럽고 잘못된 일을 저질렀다는 생각에 빠진다. 상담자나 주변인들은 학사경고가 대학 적응 과정에서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일이며, 극복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임을 인식시켜야 한다. 또한 혼자서 학사경고 사실을 끌어안고 있는 것이 얼마나 심리적 고통을 가중시키는지를 이해시키고, 주변에 적절하 게 드러냄으로써 실제적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강구할 필요 성이 있다. 이와 관련하여, Corrigan(2001)의 연구가 시사하는 바가 큰데, 낙인을 감소시키는 전략으로서 낙인에 대한 잘못된 신념을 수정하는 교 육과 함께 과거 유사한 실패에서 극복한 사람의 사례를 접하는 것이 효

과가 큰 것으로 확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