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1번째의 학사 경고는 ‘능력 있는 학업우수아’라는 자긍심에 상처를
주긴 했지만, 마음먹으면 언제든 극복할 수 있는 실수일 뿐이었다. 그러 나 2번을 반복해서 학사경고를 받게 되면서, 자신의 자부심이나 긍지가 무너지고 수치스러움을 심하게 느끼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더 이상 변명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인식되며, 학사경고 누적으로 제적을 걱정 해야 하는 “벼랑 끝에 몰려 막막해짐”을 경험한다.
(1) 벼랑 끝에 몰려 막막해지다
절박한 마음이 들기 시작하다
참여자들은 1번째와 2번째 학사경고를 받고 난 후의 느낌이 다름을 보 고하였다. 훨씬 더 절박해졌으며, 제적이 두려워줬으며, 졸업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는 불안이 심해졌다. 1번째 학사경고 때는 마음만 먹으면 학점을 높일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2번째 학사경고 때는 달랐다. 이 제는 자신이 공부를 진짜 못하거나, 전공을 잘 해나갈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였다.
[참여자 G]
참여자: 이제 두 번을 받으니까, 저희는 이제 세 번 받으면 제적이거든요.
그러다보니까 다시는 받으면 안 되겠구나. 그런 생각도 들고, [참여자 I]
참여자: (2번째 학사경고 받고) 어, 더 절박한 감정을 느껴봤다는 거가 다르 죠.
[참여자 L]
참여자: 한 번 더 맞으면 제적인가? 그것도 무서웠고, 졸업을 할 수 있을까 라는 두려움도 커졌고, 이제 나는 공부는 못 하는 건가란 생각도 들고.
학사경고가 이제는 실수가 아닌 실패로 느껴지다
또한 1번은 실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2번은 실수라고 할 수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실수는 용인할 수 있는 것이지만, 실패는 받아들이기 어 렵다. 실패를 한 스스로에게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참여자 A]
참여자: 연달아 받으니깐 그 때 약간 자, 자괴감이 들더라고요.
[참여자 G]
참여자: 사실 처음 받았을 때는 한 번쯤 받는 거야. 뭐. 막 이런 생각도 있 었거든요. 왜냐면은 뭐 이번 학기는 조금 다른 것들을 배우면서, 학교를 안가더라도 뭐 나름대로 얻은 게 많다 뭐 약간 넘겼거든요.
근데 두 번 받다 보니까, 한번은 약간 실수지만, 두 번 받은 거는 실패한 거다. 네. 그런 생각도 들어가지고.
[참여자 K]
참여자: 학고 1번이면 어쩌다 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건데, 또 2번까지 가니 까 더 그런 거예요. 이게, 두 번이면 꾸준히 안 하는 건데 이제 막 안 해서 그런 거라고 핑계를 댈 수나 있을까도 싶고.
(2) 학사경고에 내성이 생기다
학사경고에 내성이 생기다
1번째 학사경고를 받고 크게 놀라고 충격 받았던 참여자들도 2번째 학 사경고는 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1번째 때에는 대학 내 학 칙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학사경고를 어떻게 하면 받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지만, 2번째 학사경고 때는 그렇지 않았다. 이미 몸소 학사경고를 경험해본 바 있고, 학기를 어떻게 보내면 학사경고를 받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학사경고를 받고 난 후의 충격이 무뎌지는 것이다. 이를 내
성이 생겼다라고 표현한 참여자도 있었다.
[참여자 I]
참여자: 그리고 한, 두 번 받다보니까 이제 뭔가 내성이 생긴 거 같기도 하 고 학고에. 그랬습니다.
(3) 숨기고 싶은 실패
가족에게 짐이 된 느낌이 들다
참여자들은 늘 가족들에게 기대 받고 인정받아온 자신이 학사경고를 반복해서 받게 되었다는 것을 힘겨워했다. 가족들에게 학사경고 반복 사 실을 알리고 싶지 않아했다. 가족들이 학사경고 반복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을 두려워했다. 1번째 학사경고 때부터 학사경고를 받은 사실을 숨긴 참여자는 학사경고의 누적 횟수가 늘수록 더 철저히 가족들에게 학사경 고 사실을 숨겼다. 1번째에는 학사경고 사실을 알린 경우에도 2번째는 어떻게 해서든 숨기려 했다. 가족들이 결국 알게 된 경우도 있었지만, 가족들 앞에서 부끄러움을 느끼고, 스스로 짐이 된 기분은 마찬가지였 다. 죄를 지은 느낌, 못난 자식이 된 느낌을 보고하였다. 참여자 D는 고 교 시절까지는 자신이 효자였지만, 대학 와서는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다 고 말했다. 이유는 바로, 부모님의 기대를 채워드리지 못하는 것, 즉 반 복적 학사경고 경험이었다.
[참여자 A]
참여자: 근데 부모님도 굉장히 실망을 하시고, 화가 나셨고, 야 저거 어떻게 해야 되나 싶고.
[참여자 I]
참여자: 이거는 진짜, 아니다 이거는 부모님한테 말도 못하겠다.
[참여자 J]
참여자: 죄송스러워서. 그니까 아버지가 외국에서 일을 하시잖아요. 그래서 외국에서 일하셔서 막 저 학비 보내주고 등록금 보내주고 생활비 보내주고 이렇게 막 송금해주고 그런데도 그 막 학사경고 받고 되 게 무의미하게 이렇게 보내고 있구나. 이 이런 거를 부모님한테 알 리고 싶지가 않았어요.
주변 사람들이 마땅치 않게 볼까 두려움
이들은 자신의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도 유사한 생각과 감정을 보고하 였다. 학사경고 반복 사실을 알게 되면 자신을 무능한 사람, 부족한 사 람, 불성실한 사람으로 평가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 1번은 그래도 괜찮 았는데, 2번이나 받았다는 사실을 알면, 자신을 더 못마땅하게 볼 것 같 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학사경고 반복 사실을 알게 되면, 무능한 자신 에게 더 이상 이전과 같은 태도를 보여주지 않을 거라고 지레짐작하고,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다.
[참여자 A]
참여자: 친구들한테는 그냥 내가 아니, 내가 그냥 이번엔 아니야, 아니야 라 고 했는데, 또 다시 이렇게 돼서 그냥 그게 쪽 팔렸는 것이었는데, 두 번 받았으면은 저를 딱히 마땅치 않게 보던 사람들은 더 마땅 치 않게 볼 것이고, 특히 저희 반에서는 여학생들이 그런 편이 많 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