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여전히 대학에서 공부를 해야 할 이유와 목표를 찾지 못한다.
상처 난 긍지를 회복하고 싶지만, 공부는 여전히 하기 싫었다. 공부만 해온 내가 여태껏 몰랐던 다양한 경험을 해보거나, 아예 현실에서 도망 쳐 게임에 몰두하는 방식으로 상처 난 긍지를 회복하려 한다. 나아가, 지금 하고 있는 학업 외 활동이 나에게 중요하기 때문에, 공부는 안 해 도 된다는 나름의 이유를 대면서 학업 외 활동에 몰두한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인정을 얻어 상처 난 긍지가 다소 회복되기도 하지만, 사실 회피적 행동을 반복하는 스스로를 한심하게 느끼기도 한다.
학업 외 활동에 몰두하며 학업으로부터 도망치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결국 학사경고가 반복된다. 이제는 유능한 학생이라는 긍지가 무너지고 수치스러운 존재로서 본인을 지각하게 된다. 학사경고가 더 이상 실수가 아니라 실패로 느껴지며, 마치 벼랑 끝에 몰린 절박한 마음이 들었다.
한 번은 실수일 수 있지만, 두 번은 실수라고 하기 어렵고, 졸업을 과연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한 불안이 심해진다. 그러나 이미 한 번 받아본 학사경고이기에, 오히려 학사경고 자체는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기 도 한다. 마치 학사경고에 내성이 생기는 느낌을 경험한다. 학사경고를 반복해서 받자, 가족들에게는 짐스러운 존재가 된 기분이 들고, 주변 사 람들이 자신을 마땅치 않게 볼까 두려워지게 된다.
반복된 학사경고로 참여자들은 무력하고 수치스러운 나를 절감한다. 1 번째 학사경고 때까지는 자신이 그래도 똑똑한 학생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아는 것도 너무 없고, 공부를 잘 할 수도 없을 것 같으며, 전공 과 관련된 진로는 더 이상 꿈꿀 수 없다고 느끼게 된다. 주변 사람들은 실망하고, 대학 생활을 잘 해내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과 동시 에,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비난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경험한다. 학 사경고를 더 숨기고, 대인관계에서 점점 위축되고 고립된다.
그래도 다시 학기가 시작되면, 다시 한 번 잘 해보려 의욕을 가지고 애써보았다. 그러나 뜻대로만 되지 않았다. 반복되는 실패에 점점 무기 력해지고, 학점을 올리는 것을 포기하고 주저앉게 된다. 출석을 포기하 고, 과제와 시험도 포기하는 경우가 잦아진다. 학사경고를 또 받겠다는
예상에 아예 학기 자체를 포기하고, 중도 휴학을 택하기도 한다.
‘학사경고를 반복해서 받은 무능하고 부끄러운 나’라는 생각과 느낌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아예 학사경고 사실에 눈을 감아버리기도 한다. 학 사경고가 자신의 삶에 미칠 영향력의 심각성을 부정하고, 별 문제가 되 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학사경고 사실을 어떻게 해서든 잊어버리고 회피하려 하거나, 애를 써서 학사경고를 합리화하려 한다. 긍지는 처참 이 무너졌지만, 체면이라도 지키기 위해 가족과 친구들에게 자신의 반복 된 학사경고 사실을 감춘다. 점점 다른 사람들로부터 도망치고, 외톨이 가 된다.
일부 참여자는 도대체 학사경고를 왜 이렇게 반복해서 받게 되는지 이 해가 되지도 않고,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혹은 나 는 잘못이 없는데, 수준 낮은 학교 환경과 강의 내용 등 모든 게 세상의 잘못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반대로, 무능력한 자신이 문제의 핵심으로 여겨지며, 모든 것이 다 나의 잘못이라 느끼며 자책하는 참여자도 있었 다. 강의실 내에서도, 학교 안에서도 혼자 외로움과 소외감을 경험하게 된다. 자신만 뒤처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혼란을 느끼며, 심리적 고통은 악화된다. 점점 학업과 미래 를 포기하게 된다.
일부 참여자는 혼자서 더 이상 고통을 견딜 수 없게 되자, 주변의 소 수에게 자신의 반복된 학사경고 사실을 드러내고 도움을 청한다. 주변으 로부터 위로와 더불어 학점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실제적 노하우를 얻 기도 한다. 위로와 수용을 경험한 학생들은 이제는 반복된 학사경고를 직면하고, 학사경고의 진짜 이유를 알게 된다. 즉, 노력이 부족하거나, 학습 전략이 부적절했다는 등의 학사경고 원인을 파악하게 된다. 변화의 시작을 위해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하고, 학사경고를 이제는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느끼기 시작한다. 반복된 학사경고를 경험하면서, 자신과 타인, 환경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심리적 성장을 경험한다. 공부를 다시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진로를 계획하고 꿈꾸기 시작한다. 현실에 다 시 눈을 뜨는 것이다. 반면, 반복적 학사경고에 대해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해받고 수용받지 못한 학생들은 스스로를 더 수치스러운 존재로 지각 하고, 심리적 고통이 심화되게 된다. 관계에서 더 철수하고, 우울하고 무 기력해져, 더 이상 학업을 지속해나가기가 어렵게 된다. 이들은 모든 것 을 포기한 듯 주저앉아버렸다. 학사경고는 다시 반복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