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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의 자녀양육환경-독박육아의 일상

피면담자들은 모두 7세 이전 미취학 영유아들을 키우고 있는 부모들이 었다. 그들은 아이를 키우는 일이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라 고 생각했고 가정 밖의 위험으로부터 자녀를 보호하고 세심하게 보살피 는 것이 부모의 책임이라고 여겼다. 특히 부모들은 ‘영유아 시기에 받는 외부 자극이 성인으로 자랐을 때의 사고와 행동양식을 결정한다’는 믿음 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자녀를 둘러싼 양육환경에 대해 매우 진지하게 고민했고 아이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해 주기 위해서 이사를 가기도 했다.

그들은 동탄이 건조환경(built environment)의 측면에서 아이들에게 안 전하고 편리한 공간이라는 점에는 동의하고 있었다. 유치원과 학교, 학원 등의 교육시설, CCTV와 놀이터가 있는 근린공원, 안전한 보도 등 아이 들이 자라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부분들에 대해서는 “없을 거 없고 다 있는” 도시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마 자신’에게 동탄은 “뭔가를 나눌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이었다. 숲이랑 7가족 중 한 명이자 레오(4살)의 엄마인 써니(30대, 女)는 동탄에서의 일상을 아래와 같이 회고했다.

연구자: 육아와 관련해서 도움을 받을 만한 그런 곳이 근처에는 없었어?

써 니: 없어 없어, 전혀 없지. 그래서 약간 육아우울이 왔던 거 같아. 지금 생각해 보면. 레오가 예민하기도 하지만 이게 뭔가를 나눌 사람이 아무도 없는 거 지. 나는 레오랑 있으면, 계속 집에만 있으면 레오랑만 있어야 되는데 이런 관계가 처음이었던거 같아. 아이랑만 둘이 있는데 성인이 아니라 대화는 안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할 수 없고 제한되어 있고 근데 뭔가를 자꾸 하고 싶고 그니까…. 그래서 약간 육아우울증이 같이 왔던 거 같아.

써니는 파주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근무하다가 첫째인 레오를 낳고 남편의 직장을 따라 동탄으로 이사오면서 육아휴직을 선택했다. 고향은 전라도 광주였고 대학도 다른 지역에서 다녔기 때문에 동탄이라는 지역 에는 아무런 연고가 없었다. 친구나 친척이 없었고, 육아휴직 상태라 일 터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써니의 하루는 아들의 어린이집 등하원 시간

과 남편의 퇴근 시간에 맞춰 움직였다. 그리고 그러한 시간들 속에 가족 을 제외한 다른 사람은 없었다. 써니에게 동탄은 ‘가족’은 있지만 가족 밖에서 “뭔가를 나눌 사람”은 없는 곳이었다.

종달새: 나도 막 엄청 놀이 같은 거 이제, 엄마표 놀이 이런 거 막 찾아 보고 해가 지고 사들이고 해서 해주고 이러는 데도 이게…. 내가 준비를 엄청 했는 데 금방 싫증날 때 있고 이러니까. 하루 종일 뭘 해야 되는데 안그러면 또 밖에 나가서 노는 게 사실 제일 좋은데, 나가면 얘는 얘대로 막 이거 해달라고 하고 별님이는 별님이도 해달라고 하고 그러니까. 안되는거야 둘 데리고 나가면 진짜 내가… 너무 체력적으로 나도 힘들다보니까 나가 는 것도 이제 매일은 못 나가고 막 한 일주일에 한 두번, 많이 나가야 한 두번. 근데 이제 나가보면 나도 체력이 너무 지치고 그러니까.

종달새(30대, 女)는 꽃님(5살)과 별님(2살) 두 자매의 엄마다. 꽃님이는 낯을 많이 가리고 예민한 성격이라서 언제나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했 다. 별님이도 겨우 돌을 넘긴터라 손이 많이 가기는 마찬가지였다. 하루 종일 엄마를 찾는 아이들 때문에 지칠 법도 했건만 종달새는 아이들에게 매우 헌신적이었다. 아이가행복한유치원이 개원한 후에 아이들이 좀 더 편하게 유치원을 다닐 수 있도록 개원일에 맞춰 가까운 아파트로 이사를 갈 정도였다. 숲이랑놀자에서 공동육아를 시작하기 전에는 또래에 비해 언어표현이 수월하지 않은 꽃님이가 보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보살핌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고 가정보육으 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집이라는 가시적인 거리 안에 아이를 두고 지켜보는 것은 분명 종달새의 불안을 덜어주었지만, 그렇다고 아이와 하 루 종일 함께 붙어 있는 시간이 마냥 즐겁고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종달 새 역시 가족 외에는 동탄에 특별한 연고가 없었고 결국 보육시설의 도 움을 받지 않고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뭔가를 나눌 사람”이 없이 엄마 혼자 하루종일 돌봄노동을 수행해야 한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조밀하게 모여 살고 있는, 특히 젊은 엄마들이 많이 산다는 동탄에서 “뭔가를 나눌 사람”이 없이 ‘독박육아’를 감당해야만 했

던 종달새와 써니의 현실은 도시가 가진 본래적 특성에서 기인한다. 워 스(1938)는 도시를 ‘인종과 민족, 경제적 ·사회적 계층을 달리하는 수많 은 사람들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모여 사는 곳’으로 정의하고, 이러한 도시의 조밀성(density)과 이질성(heterogeneity)이 친족관계와 이웃관계, 공동체성을 크게 약화시킨다고 설명했다. 과거 마을공동체나 친족공동체 에서 아이들은 부모 뿐 아니라 할머니와 할아버지, 아버지나 어머니의 형제자매들, 이웃의 어른들 사이에서 자랐다. 그리고 어른들은(때로는 서 너살 터울의 오빠/형이나 언니/누나들이) 부모가 바쁠 때 부모를 대신하 여 아이들을 먹이고 입히고 보살폈다. 아이들은 자신을 보살펴주는 어른 들의 모습을 보고 배우고 따라하며 공동체 성원으로서의 행동양식을 습 득했다. 예를 들어 아버지가 조부모를 예우하는 태도나 가족이 이웃들과 교류하고 마을의 일을 분담하여 처리하는 모습들을 보고 자라면서 성인 의 규범과 공동체의 원리를 경험적으로 체득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마을공동체와 친족공동체가 사라지고 핵가족화된 도시에 서는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역할과 책임이 오로지 부모에게 귀속된 다. 특히 남성이 가장이 되어 가족의 경제를 책임지는 경우 여성은 양육 의 실질적 주체가 되고 보육에서부터 교육에 이르기까지 아이의 성장에 필요한 모든 일들을 담당하게 된다. 남편이 출근하고 아이와 단 둘이 남 겨지면 엄마는 일인 다역(一人多役)을 수행해야 하는데, 예컨대 조건 없 이 손주를 사랑하는 조부모의 역할도 해야하고 동시에 잘못된 행동에는 따끔하게 훈육하는 부모의 역할도 해야 한다. 때로는 형제자매나 동네 친구들을 대신해서 함께 뛰고 구르고 역할놀이를 하는 또래의 흉내도 내 야 한다. 도시가족 내 여성들은 자녀를 출산함과 동시에 아이를 키우기 위해 육아휴직을 선택하게 되고 “뭔가를 나눌 사람”이 없는 독박육아의 일상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러한 일상을 이상적인 도시생활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엄마들은 도시에서 사는 유익을 대신하여 독박육아를 ‘감내해야 하는 것’으로 여길 뿐이다. 운이 좋으면 아파트 놀이터에서 우연히 만난 엄마들과 혹은 아 이가 다니는 유치원의 학부모들과 만남을 지속하다가 인연을 맺고 관계

를 형성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무관심의 문화”가 통용되는 도시생활 에서 새로운 친밀관계를 맺기란 매우 어렵다. 정헌목(2017)은 수많은 사 람들을 상대해야하는 도시생활에서 사람들 간의 “적당한 거리두기”는 불 필요한 감정적 교류나 간섭을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이용되며, 이는 곧 “무관심의 문화”로 발전되어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을 예의로 하는 일련의 행동 및 사고 패턴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아파 트나 거리에서, 마트에서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듯한 엄마들을 마주 친다할지라도 일련의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노력이 없는 이상 쉽게 친밀 한 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독박육아’의 양상 은 “무관심의 문화” 속에서 나타난 도시적 양육의 한 형태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