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경기도 오산시의 ‘숲이랑놀자’ 및 경기도 화성시 ‘아이가행복 한유치원’에서 활동한 7가족의 공동육아공동체 모임을 대상으로 한다. 두 연구현장은 행정구역상 각기 다른 도시에 속해 있지만 차로 이동했을 경 우 20분 내외가 소요되는 근거리에 위치하고 있었다. 두 도시가 경계를 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도시의 경관은 매우 달랐다. 숲이랑놀 자가 있었던 오산시 세교동은 평탄한 지형에 농경지와 소규모 공장, 식 당, 오래된 주택들이 혼재되어 분포하고 있었고, 아이가행복한유치원이 자리한 화성시 목동은 대단지 아파트와 초·중학교, 근린공원이 조성된 신도시였다. 지리적으로 매우 인접한 두 도시의 전경이 이렇듯 차이가
나는 이유는 정부의 상이한 국토개발정책에서 기인한다.
그림1. 화성시 행정지도 (화성시 홈페이지)
그림1에서 노란색 원으로 표시한 부분은 아이가행복한유치원이 소재한 곳이고, 파란색 원으로 표시한 부분은 숲이랑놀자가 있었던 곳이다. 오산 시는 과거 오산읍으로 화성군에 속해 있다가 1989년에 오산시로 분리·승 격되었다. 오산시청이 자리한 중앙동은 과거 화성군청 소재지이자 읍소 재지로 행정·문화·경제의 전통적인 중심지 역할을 하며 지금은 오산우체 국, 오산문화예술회관, 고용복지센터, 전통시장인 오색시장 등이 소재하 고 있다. 또한 하천 유역에 넓은 충적지가 형성되어 논농사를 짓기에 좋 은 환경을 갖추고 있고 전통적으로 논농사를 생업으로 하였다. 2000년대 들어 수도권의 팽창과 경부고속전철의 건설은 오산 지역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수도권 인구의 수용을 위해 1호선 전철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아
파트단지가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오산 지역을 지나는 1호선은 오 산역, 오산대역, 세마역, 서동탄역이 있다. 이들 전철역에 인접한 금암동, 수청동, 세교동 일대가 세교택지개발지구로 지정·개발되었고, 신축 아파 트 단지를 중심으로 상가들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경제 중심지들이 형성 되었다.5) ‘숲이랑놀자’가 있었던 곳 역시 세교동이었지만 세교택지개발지 구에서는 제외된 곳이었다. 세교동 인근은 지금도 여전히 논농사 지역으 로 이용되거나 마을 뒤편에 위치한 등산로를 오가는 등산객들을 대상으 로 하는 식당들이 성업 중으로 ‘미개발지역’의 경관을 갖고 있다.
그림2. 숲이랑놀자 전경(아이가행복한유치원 네이버카페)
동탄신도시는 ‘화성동탄지구 택지개발사업’을 통해 개발된 지역으로 화 성시의 동쪽 끝에 위치한다. 과거 화성시가 화성군이었던 시절 동탄면을 이루고 있었던 지역이 지금의 동탄신도시가 되었는데 오산천을 기준으로 서쪽은 동탄1신도시, 동쪽은 동탄2신도시로 구분한다. 동탄1신도시는 과 거 동탄면 반송리·석우리·태안읍 능동(총 면적 9㎢) 일대를 포함한다.
2003년부터 본격적인 부지조성사업이 시작되었고, 2021년 1월 기준으로 약 13만명의 사람이 살고 있다. 2008년부터는 경기도 화성시 석우동·반
송동·동탄면 일원(총 면적 24㎢)이 동탄2신도시 부지로 지정되어 건설이 시작되었고 현재 약 24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다.6) 아이가행복한유치원은 동탄2신도시, 행정구역상으로는 화성시 목동에 위치하고 있으며 시립 도 서관인 목동이음터 1층에 입주해 있다. 주위에는 최근 2, 3년 사이에 완 공된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들과 근린공원이 있다.
다른 도시에 속한 두 보육시설이 함께 연구대상으로 다뤄지는 이유는 설립목적과 운영방식에 비추어 볼 때 이들 보육시설 사이에 동일성과 연 속성이 있기 때문이다. 두 보육시설의 전신(前身)은 비리유치원 사태 당 시 사립유치원 및 한유총을 규탄하고자 동탄 소재 유치원 학부모들이 주 축이 되어 만든 ‘동탄 비리유치원 비상대책위원회’다. 비대위는 완전히 해체되었지만 그 중 일부가 남아 ‘부모가 직접 만드는 유치원’을 기획하 였는데, 이러한 기획 하에 만들어진 것이 바로 숲이랑놀자와 아이가행복 한유치원이다. 숲이랑놀자는 2019년 3월에 개원하여 2020년 2월에 폐원 하였고 아이가행복한유치원은 2020년 3월에 개원하였다. 숲이랑놀자의 7 가족들은 모두 아이가행복한사회적협동조합의 조합원이었으며 숲이랑놀 자가 문을 닫은 후 아이들은 아이가행복한유치원으로 입학하였다.
숲이랑놀자는 원래 단층 짜리 일반 주택이었는데, 공동육아를 하기 위 해 임차한 건물의 일부를 수리하여 사용하고 있었다. 이름과 건물만 있 을뿐 국·공립이나 사립유치원의 범주에 드는 정식 보육시설은 아니었으 며 뜻을 함께하는 엄마들이 모여 서로의 육아를 도와주는 이른바 ‘품앗 이 공동육아’에 가까웠다.7) 공동육아를 하는 공간은 ‘터전’으로 불리는데 이는 여타의 보육시설과 달리 어른과 아이가 함께 살아가는 이른바 ‘생 활공간’이라는 측면을 부각시키기 위함이다. 7가족 역시 자신들의 공간을 6) 인구 현황은 화성시 홈페이지(https://www.hscity.go.kr/intro.jsp), 총 면적 및 개발 부지는 국토교통부 홈페이지(http://www.molit.go.kr/portal.do)의 자 료를 참조하였다.
7) 정혜선(2010)은 품앗이육아공동체를 “전업주부들이 자발적으로 모임을 조직 하여 육아·놀이·교육 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공동체”로 설명한다. 품앗이육아 공동체는 공동육아의 이념과 맥을 같이하지만 장소 마련이나 출자금에 대한 부담이 없고, 아동이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 공식기관에 취학할 나이가 되 기 전이라도 충분히 참여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존의 공동육아어린이집과 차이가 있다.
‘터전’ 혹은 줄여서 ‘숲이랑’이라고 지칭했다.
터전에는 따로 선생님을 두지 않았다. 대신 엄마들이 당번을 정해 일주 일에 두 세 번씩 돌아가며 출근하여 아이들과 생활하였다. 출근하지 않 는 엄마는 터전에 아이를 맡기고 개인적인 업무를 보거나 휴식을 취하기 도 했다. 일률적으로 정해진 등하원 시간은 없었는데 대체로 오전 10시 에서 11시 사이에 터전으로 와서 간식과 점심을 먹고 4시쯤 각자의 집으 로 가거나 한 명의 집을 정해 ‘마실’을 갔다. 아이들은 등원을 하면 각자 옷정리를 한 후 실내나 마당에서 자유롭게 하고 싶은 놀이를 하면서 놀 았고, 엄마들 역시 안전상의 위험이 없는 한 아이들의 놀이에 특별히 개 입하지 않았다. 미세먼지가 없는 날에는 근처 산이나 숲으로 나들이를 갔고, 한달에 한번씩 온가족데이나 엄마데이, 아빠데이를 열어서 평일에 참여가 어려운 아빠들을 포함해서 모든 가족이 모여 교류하는 시간을 가 졌다.
표1. 아이가행복한사회적협동조합 운영체계 (아이가행복한사회적협동조합 길라잡이)
한편, 아이가행복한유치원은 교육부에 정식으로 등록된 사립유치원이다.
사립유치원이란 ‘법인 또는 사인(私人)이 설립·경영하는 유치원’을 말하
총 회 유치원
운영위원회 감 사
이 사 회 교 사
회 원 장
특별위원 회
반 모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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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 육 영 외 정 설 보
부 부 부 부 부 부 부
는데, 아이가행복한유치원은 비영리법인인 ‘아이가행복한사회적협동조 합’(이하 조합유치원)이 만든 협동조합유치원이다. 따라서 개인이 교육사 업을 목적으로 사유재산을 투자하여 설립하고 사업상의 이윤을 가져가는 방식의 일반 사립유치원들과는 차이가 있다. 조합원들이 낸 출자금으로 유치원을 만들고 조합원들이 주체가 되어 실질적으로 유치원을 운영한 다. 이익이 발생하더라도 조합원들에게 배분하지 않으며 사업 준비금, 사 업 개발비, 교육 등 특수 목적을 위하여 유치원 계좌에 적립한다. 아이가 행복한유치원에 자녀를 보내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아이가행복한사회 적협동조합의 조합원으로 가입하여야 하는데, 1 가구당 400만원의 출자 금을 내야 하고 “유치원의 교육철학, 운영방식, 학부모 참여에 대한 동 의, 참여의지를 확인하는 절차”8)를 거쳐야 가입자격이 주어진다.
아이가행복한 유치원은 공동육아 방식으로 운영된다. 부모 참여활동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며, 기존 공동육아어린이집에서 실시하는 교육활동과 거의 동일한 내용 및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된다. 8시 30분부터 오전 일 과를 시작하는데 주로 나들이 및 바깥놀이, 전통놀이와 공동체놀이로 진 행된다. 오후 1시 30분부터는 방과후 과정이 시작된다. 맞벌이 가정의 경 우에는 일과 외 시간이라도 아침돌봄과 저녁돌봄을 신청하여 아이를 맡 길 수 있다. 5세에서 7세까지 총 5개 학급이 있고 최대 총 70명의 원아 를 수용할 수 있다. 조합의 운영체제는 위의 표1과 같다.
교육과 관련한 부분은 원장을 포함한 교사회가 주관하고, 그 외 유치원 운영에 관한 실질적인 업무들은 이사회 산하 소위원회에서 담당한다. 모 든 조합원들이 1개 이상의 소위원회에 속하여 활동하여야 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유치원 운영의 실질적인 주체로써 참여가 가능하게 된다. 숲 이랑놀자의 7가족들 역시 부모조합원으로 가입하여 조합 및 유치원 운영 전반에 참여하였는데, 이 중 일부는 조합에 고용되어 급여를 받는 직원 조합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조합원 중 면담에 참여한 사람들은 위의 표2와 같다. 숲이랑놀자와 아 8) 기존 조합원들이 신규 조합원을 만나 조합의 운영원리 및 교육이념을 공유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