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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 8가족 전체의 합의가 필요했다. 북극성은 외부인력 고용 문제에 대해 서는 부정적인 의견을 표시했다. 연구자와의 면담 당시에도 북극성은 외 부 인력 고용 문제를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다. 결국 3월말에 이르러 조 리사 선생님(들꽃 선생님)이 오시게 되었지만, 자체적으로 힘을 모아 해 결할 수 있는 문제에 굳이 ‘비용’을 들이지 말자는 북극성의 태도는 앞으 로 펼쳐질 숲이랑놀자에서의 활동뿐만 아니라 아이가행복한유치원이 개 원한 이후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에서 엄마들과 끊임없는 충돌을 일으 키게 된 원인이 되었다.

2. 품앗이공동육아의 실천양상

짜리 목조주택이었는데 처음 3가족이 이 건물을 발견했을 때 그야말로 딱 맞는 공간을 찾았다고 기뻐했다고 한다. 그들이 원했던 것은 ‘공동육 아를 하기에 적합한’ 공간이었는데 그들의 상상 속에서 이러한 공간은 도시보다 시골의 이미지에 닿아있었기 때문이다. 아래는 오로라네, 한나 네, 꽃마리네가 부동산 중개인을 통해 처음 유치원 건물을 소개받게 된 당시를 기록한 꽃마리의 이야기 중 일부를 인용한 것이다.

세교동 545-1.

주택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나 보다. 부동산 업자가 있어서 좋아도 너무 티 내지 말라고 우리네 아빠가 그렇게 일렀거늘 다들 기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와 좋다 좋다!'를 남발했다. 어른 수십 명이 앉아도 충분한 널 따란 거실에 사방이 확 트인 커다란 창으로 따스한 볕이 집안 곳곳을 비추고 있 었고, 주방 창밖으로는 논밭이 펼쳐져 계절마다 색을 달리하는 자연의 모습을 아 이들과 관찰할 수 있을 터였다. 그뿐일까. 주택 주위로 울타리가 둘러져 있어 아 이들이 집 밖에서 뛰어다녀도 안전해 보였고 건너편 텃밭을 마음껏 이용하라는 집주인의 말 한마디에 이미 마음을 빼앗겼느니라. 집이 조금 오래돼서 구석구석 손봐야 할 부분은 많았지만 아이들이 신나게 생활할 모습을 생각하면 이쯤의 수 고는 아무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집이 아무리 좋다 한들 공동육아의 일과 중 절 반을 차지할 숲, 산으로 가는 길이 가장 중요했다. 함께 집을 구경 온 맥스, 새미, 리오, 통통이를 앞장 세워 아이들의 걸음에 맞춰 산을 오르기로 했다. 가는 길은 비교적 수월했으나 산에서 나뭇가지나 솔방울을 주워 놀잇감을 만들어내는 장난 꾸러기들 덕분에 순식간에 2시간이 훌쩍 흘렀다.

출처: ‘꽃마리의 숲이랑놀자 기록’ 중에서

만약 세 가족들이 실제로 ‘살 집’을 구하려고 했다면 이 건물에 크게 만 족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건물은 낡았고 주변에는 논과 밭만 있고 마트 나 학교도 없을 뿐더러 지나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 만 가족들은 이러한 환경을 조합하여 공동육아에 걸맞은 ‘공간문법’을 창 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오히려 들떴다. 이들이 실천하고자 했던 공 간문법은 아래 종달새의 이야기 속에서 특히 잘 드러난다.

연구자 : 터전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던거야?

종달새 : 그 산도 바로, 어쨌든 바로 산이지만 갈 수 있고. 내가 딱 원하는, 앞에 모래놀이도 할 수 있고. 그냥 옆에 주변에 어쨌든 나는 약간 좀 그런 맨 날 아파트만 살다보니까. 나도 이제 그런 앞에서 뭐 애들이 좀 모래놀이 도 하고 좀 자유롭게 좀 컸으면 좋겠어 가지고. 집에서는 못하니까. 그런 걸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까. 해봐야 되겠다, 또 그리고 이제 같이 이 렇게 애들 키우는게 나도 되게 해보고 싶었거든 예전부터. 옛날에는 그 렇게 다 했었잖아 솔직히. 예전에는 막 주택 많이 살고 이랬으니까 예전 에는 아파트 많이 살지 않았으니까. 이렇게 막 같이… 요새는 다 아파트 다 보니까 솔직히 앞집 옆집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고 이런 상황이니.

뭔가 좀 비슷한 또래 애들끼리 같이 좀 잘 가족처럼 이렇게 지내는 그런 육아? 그런 걸 해보고 싶었어. 그래가지고 나의 약간 로망이었나(웃음).

‘딱 이거다’ 이렇게 하고 시작하게 된거지.

종달새는 주택과 시골의 모습을 가지고 있는 유치원의 공간적 특성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고 했는데 실제로 종달새는 어렸을 때 주택이나 시골 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달새는, 스스로 고백하고 있는 것처럼, 하나의 “로망”일지언정 터전에서 ‘엄마와 아이들이 같이 가 족처럼 잘 지내는 옛날’을 구현하고 싶어했다. 과거의 마을공동체에서는 독박육아도 없었을 거고 또 아이도 다양한 인간관계를 맺고 경험하면서 건강하게 자랐을 거라는 종달새의 막연한 상상은 사실 숲이랑놀자 가족 모두가 꿈꿨던 상상이었다. 유치원의 낡은 외관은 그들의 눈에 지저분해 보이거나 부실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옛날의 마을공동체’를 떠올 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옛날의 마을공동체’를 구체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마당에 2톤 가량의 모래를 부어 모래놀이터를 만들고, 아이들이 담벼락 에 기어오르거나 철조망을 철봉처럼 이용해도 안전에 문제가 없는 한 자 유롭게 놀 수 있도록 격려하였다.

숲이랑놀자의 공간문법은 동탄과 비교해 보았을 때 보다 확실한 차이를 드러낸다. 우선 첫 번째는 숲이랑놀자에서만큼은 부모들이 위험 혹은 위

생에 대해 한결 ‘느슨한 태도’를 보였다는 점이다. 위생과 청결은 부모들 이 양육환경에서 가장 신경쓰는 부분 중 하나일뿐만 아니라 현대인이 갖 춰야할 덕목 중 하나로 여겨지기도 한다. 근대에 이르러 위생의 개념은 사람들을 강박적으로 규율하기 시작했는데, 이는 의학의 발전과 관련이 있다. 의학의 발전으로 우리의 몸과 주변 환경 곳곳에 세균 및 바이러스 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발견되었고 이러한 존재들이 전염병을 비롯한 각 종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 또한 알려지면서 위생의 불완전함은 곧 위험 과 직결되게 되었다. 세균과 바이러스는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강하게 근대인들을 위협했다(강성우 2015). 특히 아이들은 성인보다 면 역력이 부족하고 비위생적 환경에서 스스로를 방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부모들은 청결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였다. 위험 역시 마 찬가지다. 아이들끼리 놀다보면 넘어지고 부딪히면서 다치는 경우가 허 다한데, 마을공동체와 같은 보호막이 없는 현대 도시의 공간은 부모들의 눈에 몹시도 위험해 보일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부모들의 불안과 공포를 상쇄시키기 위해 도시계획가들은 다양 한 노력을 강구해왔다. 대표적으로 근린공원에 자리한 놀이터와 같은 곳 은 도시의 위험천만한 환경 속 아이들이 유일하게 안전을 보장받으며 놀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안전과 위생에 더욱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 만 들었다. 동탄신도시의 놀이터들도 국가가 ‘공식적으로’ 안전함을 인증한 공간이며 도시의 가족들이 즐겨찾는 곳이다. 동탄의 놀이터는 근린공원 에 있는 놀이터와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놀이터가 있다. 아파트 놀이터 는 이른바 ‘게이티드 커뮤니티’에 포함된 공간으로 외부인들의 접근성이 떨어져 그 자체로 안전을 보장하는 효과를 낸다. 근린공원의 놀이터는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다는 점에서 익명성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지만 그 대신 다양한 장치들을 통해 위험을 최소화한다. 예를 들어 CCTV를 설치하거나 사각지대 없이 완전히 개방된 공간으로 만들어 아이들이 노 는 모습이 사람들의 시선에 노출되도록 만드는 식이다.

놀이터 이용규칙인 ‘놀이수칙’ 역시 위험 예방 효과가 있다. 도시 놀이 터의 한 쪽에는 ‘놀이터 이용 및 안전수칙’이 적힌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

는데 거기에는 놀이터에서 할 수 있는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적 혀 있다. 미끄럼틀을 거꾸로 올라가서는 안되고 반드시 계단을 이용하여 올라가야 하며 놀이대 위에서 장난을 치거나 뛰어내리면 안된다. 지붕에 올라가거나 매달리지도 않아야 한다. 흔들말은 두 명 이상 타지 않아야 하고 너무 한 쪽으로 몸을 기울여서도 안된다. 정자세로 앉아 앞뒤로 몸 을 흔들면서 타는 것이 흔들말을 이용해 놀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그림5. 숲이랑놀자 마당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이러한 ‘놀이수칙’의 경계 안에서 아이들의 안전은 거의 확실하게 보장 받을 수 있지만, 안전이 본연의 목적이 될 때 놀이터는 재미없는 곳이 될 수 밖에 없다. 제인 제이콥스(Jane Jacobs)는 그의 저서 『미국 대도 시의 죽음과 삶』(2019;1961)에서 도시계획에 따라 지어진 획일적인 놀 이터들이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지루하고 재미없는 ‘죽은 공간’일 뿐인지 다양한 사례를 들어 입증한다. “인정받은 놀이(누구한테 인정받았다는 말인가?)”만이 가능한 놀이터들은 결과적으로 아이들의 창의력이나 모험

심을 제거해 버린다. 제이콥스는 집과 멀리 떨어져 외톨이 섬처럼 존재 하는 놀이터보다 오히려 집앞에 자리한 ‘보도’가 아이들의 도시생활에 놀 라우리만치 큰 효용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보도’의 원래 목적은 차 도와 경계하여 사람들이 안전하게 걸어다닐 수 있도록 만든 공간이지만, 일부 도시의 활기차고 다양한 보도들을 관찰하다보면 그곳이 매우 ‘다양 한 목적’으로 이용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아이들은 선험적으로 주어진 공간을 자신들의 놀이에 맞게 변주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데, 보 도에 자리한 모든 사물들은 모험심과 도전정신이 넘쳐나는 아이들에게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줄 지어선 가로수는 전쟁놀이에 필요 한 엄폐물이 되기도 하고 바닥에 깔린 정사각형 보도블럭들은 땅따먹기 놀이에 유용하게 사용된다. 제이콥스는 보도가 제공하는 갖가지 ‘특화되 지 않은 놀이’들이 아이들의 일상생활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를 여러 사례를 통해 보여주고 있는데, 연구자가 숲이랑에서 관찰한 아 이들의 놀이 역시 공간의 사물을 다각도로 이용한 ‘특화되지 않은 놀이’

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림5의 사진처럼 아이들은 철조망과 연결된 철근 구조물에 올라가서 노는 것을 좋아했다. 철근 구조물은 건물지붕에서 철조망을 따라 길게 연결되어 있었는데 원래 목적과 용도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집주인이 등나무를 키워서 덮으려고 만든 듯했다. 아이들은 이 철근 구조물을 다 양한 방식으로 활용했는데, 구조물을 계단 삼아 올라간 후 담에 걸터앉 아 수다를 떨기도 하고 철봉처럼 매달리기도 했다. 또 그 모습을 본 몇 몇 아이들이 ‘위험에 처한 친구들’을 구하겠다고 달려와서 호스로 물을 뿌리는 흉내를 내며 새로운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이 상황에서 철조망 에 걸터앉은 아이들은 불난 집에 갇혀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이 되고 호 스를 든 친구들은 소방관이 된다. 친구들을 무사히 구조하고 아이들은 의기양양하게 현관문으로 입장하여 자신들의 무용담을 엄마들에게 알린 다. 그 사이에 옷과 몸에 묻은 밖의 먼지와 모래들이 현관을 지나 거실 바닥에 그대로 떨어지지만 엄마들은 아이들이 얼마나 재밌게 놀았는지에 만 집중할 뿐 철조망에 올라가지 말라고 경고하거나 모래가 떨어졌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