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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규칙과 평등한 어른-아이 관계

개원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마들은 터전에서 아이들이 지켜야 할 규 칙인 ‘숲이랑 규칙’을 작성했다. ‘숲이랑 규칙’은 아래와 같다.

1. 모래놀이

- 사람에게 모래 던지지 않기 - 차나 길가에 모래 던지지 않기

- 안에 들어오기 전에 모래털기(엉덩이, 다리, 팔, 머리) - 안에 들어오면 손과 발 씻기

- 안에는 모래를 갖고 오지 않기

2. 식사시간

- 밥 먹기 전에 손씻기

- 밥 다 먹은 후에 자리에서 일어나기 - 다 먹은 식판은 싱크대에 갖다 놓기 - 골고루 맛있게 다 먹기

- 책상에 올라가지 않기

3. 숲놀이

- 어른들이 보이는 곳에 있기 - 내리막길에서 뛰지 않기

- 모자, 장갑, 물총 등 물건 잘 챙기기

4. 놀 때

- 물건을 빼앗지 않기 - 때리지 않기

- 친구들이 싫어하는 말이나 행동하지 않기 - 양말, 크레파스, 옷, 책 등은 정리하기

5. 숲이랑에는

- 장난감을 가져오지 않아요 - 주방에는 들어가지 않아요

- 똥이 마려우면 한나샘이나 오로라에게 말해요

‘숲이랑 규칙’은 행동의 틀을 잡아주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부모들이 아이들의 문제에 ‘일관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었다. 앞서 이 야기하였던 것처럼 하루종일 밀착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아이들의 다툼은 엄마들 간의 관계에도 긴장을 불러일으켰는데, 이를 극복하고자 엄마들 은 자신의 아이와 상대 아이를 차별하지 않고 똑같이 훈육할 수 있는 방 법을 찾아야 했다. ‘숲이랑 규칙’은 유치원 아이들 모두에게 적절한 훈육 과 공평한 기회를 주기 위해 마련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었다. 따라서 기본적인 안전과 위생, 식사예절 및 친구에게 피해주는 행동하지 않기와 같이 최소한의 규칙이면 족하다고 생각했으며 나아가 이 규칙이 ‘아이들 행동의 틀’이 되는 것을 경계했다. 그리고 그것이 일반 유치원과 차별화 되는 숲이랑놀자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했고 공동육아의 본질이라고 여겼 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 규칙이 숲이랑놀자 공동육아에 ‘걸맞은 것’이라고

생각된 것은 아니었다. ‘숲이랑 규칙’이 엄마와 아이들 사이에서 정착될 때까지 어느 정도 부침의 시간을 견뎌야 했는데 이 기간 동안에 엄마들 간의 갈등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나에 따르면 가을이 다가올 즈음 유치 원을 그만둔 삐삐의 경우 규칙 자체가 하나의 “질서”가 되기를 원했는 데, 삐삐는 ‘숲이랑놀자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른 엄마들 과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고 그에 따라 중도하차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나: 이게 공동육아를 시작하는 뜻이 다 같진 않잖아. 이제 나같은 경우는 공동 체를 이루고 싶다라는 생각 때문에 하게 된거고, 또 어떤 가족은 아이를 좀 더 옆에서 내가 더 잘 관찰하고 하기 위해서 하는 부모도 있을 거고, 또 어떤 부모는 뭐 좋은 먹거리 이런 것들을 줄 수 있으니까 하는 부모도 있 을거고. 뭐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을 거잖아? 근데 한 가족같은 경우에는 그런 것들, 위생이 되게 철저했어. 그래서 그 엄마 있을 때는 우리가 막 개 인 수건도 써보고, 이렇게 개인수건 걸어서 써보고. 어떻게 보면은 일반유 치원에서는 굉장히 당연한 부분인데, 사실 우리가 그거는 되게 아이들 에게 되게 많은 교육이 들어가야지만 가능한 부분이거든. 질서가 딱 잡 혀야 되고. 그러다 보니까 이제 우리가 좀 더 자유롭게, 이거를 만약에 해 야된다라고 하면 왜 해야되는지 이런 것들을 설명을 하고, 그거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돕고 이런 과정 안에서 이제 그런 것들이 좋아지려면 시간 이 좀 필요하잖아? ‘이건 이렇게 해야 돼’라고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아무래 도…. 그러다보니까 이제 그런 부분들이 [삐삐는] 좀 힘들지 않았을까? 그 래서 이제 나중에는 이제 개인수건을 쓴다고 하지만 또 애들이 막 이것도 쓰고 저것도 쓰고(웃음) 막 그러기도 하고…. 유치원 같은 경우엔 안 보이 잖아 눈에. 그냥 얘가 어떻게 하는지 그냥 나는 내가 개인수건 보내면 끝 인데, 이제 여기서는 내 아이와 다른 아이, 그리고 엄마들하고 계속 같이 있으니까 그런 것들이 굉장히 중요한 사람은 그게 되게 눈에 많이 띄는 거지 그런 상황들이. 그러다보니까 뭐 그런 부분들은 [삐삐가] 조금 힘 들어하더라고.

숲이랑놀자에서는 규칙과 “질서”가 동일한 개념이 아니었다. 규칙은 아

이들 행동 중 일부에만 제한적으로 적용하는 규율이지만 “질서”는 그 자 체가 아이들 행동의 준거점이 되는 규율이다. “질서”가 일방적이라면 규 칙은 상호적이다. 따라서 “질서”가 어른-아이 혹은 부모-자녀의 위계를 만든다면 규칙은 ‘서로 간의 협의를 통해 조정할 수 있다’는 속성으로 인 해 엄마와 아이를 ‘수평적 관계’로 만든다. 숲이랑놀자에서는 아이들에게

“질서”에 따라 행동할 것을 가르치기 보다는 대신 규칙을 어겼을 때 그 럴만한 이유나 사정이 있었는지 아이들과 대화를 시도한다. 아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럴만하다’고 여겨지면 규칙에 따르지 않은 행동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았고, 나아가 아이들 “스스로 선택”한 바에 따라 규칙은 수정되기도 했다. 연구자는 참여관찰의 시간 동안 상황에 따라 엄마-아 이 간 협의를 통해 규칙이 수정되는 것을 여러 차례 목격할 수 있었다.

12시 점심시간이 되었다.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화장실에 가서 먼저 손을 씻고 오라고 말했다. 먹기 전에 손씻기는 이 유치원의 몇 안되는 규칙 중 하나다. 아이 들은 손을 씻고 온 후 각자의 식판이 있는 자리에 앉아 숟가락을 챙겼다. 식사자 리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었고 그날그날 아이들이 앉고 싶은 자리에 앉았다. 밥 을 먹기 시작한 아이들은 음식이 맛있는지 들꽃샘[조리사선생님]이 최고란다. 그 러나 밥을 먹는 와중에 또 아이들은 수다 삼매경에 빠졌다. 식사시간이 하염없이 길어질 타이밍에 한나가 각자 언제까지 밥을 먹을 수 있을까 물어봤다. “긴바 늘이 5까지? 6까지? 7까지?”[12시 25분, 30분, 35분을 뜻함] 식사를 마치는 시간 을 스스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한나는 너무 늦지 않도록 6까지는[12시 30분까지는] 모두 밥을 먹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2019년 11월 7일 연구자의 현장노트 중에서

진주와 꽃마리는 회계프로그램 설명을 듣기 위해 교무실로 들어갔고 나머지 아 이들은 5세반 교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그곳엔 장난감이 있었고 유치원이 개원하 면 사용하려고 준비해둔 것이라서 아이들이 만지면 안되는 것들이었다. 그렇지만 역시 아이들은 장난감에 흥미를 보였고 꽃님이는 장난감상자를 들고와서 열어보 고 싶다고 말했다. 오로라는 꽃님이를 설득하면서 장난감을 열어보는 것은 안된

다고 했지만 꽃님이는 상자를 꼭 열어보고 싶어했다. 오로라는 꽃님이에게 지금 장난감을 열게 되면 앞으로 유치원에 와서 놀지 못한다고, 선생님들이 열심히 정 리해놓은 장난감을 만져서는 안된다고 말했지만 꽃님이는 고집을 꺾으려하지 않 았다. 맥스와 리오 역시 마찬가지였다. 블록과 자동차 장난감을 갖고 놀고 싶어하 는 맥스와 리오에게 한나는 그럼 장난감을 한번씩 꺼내보고 놀아보는 대신 정 리를 하기로, 정리하지 않으면 다시 꺼내지 못하는 걸로 약속했다.

2020년 2월 12일 연구자의 현장노트 중에서

하지만 ‘숲이랑 규칙’은 “질서”를 담보하지 않았고 또한 그 규칙마저 유동적이었기 때문에 막상 규칙 외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는 엄마들이 갈 피를 잡지 못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순식간에 간식을 다 먹은 아이들은 거실 책장 앞에서 놀기 시작했는데 아리엘이 책장의 책을 모조리 빼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루피는 ‘아리엘이 어질렀으면 나중에 아리엘이 다 치워야해. 약속해’라고 말했고 아리엘은 그러겠다고 말하면서 책을 계속 빼기 시작했다. 꽃님이는 간식을 매우 천천히 먹었다. 꽃님이가 요거트 를 계속 흘리고 옷에 묻히고 있는 모습을 본 종달새는 꽃님이의 행동이 못마땅한 듯 보였다. 종달새는 별님이를 재우기 위해 아기띠로 업었고 루피와 오로라는 오 늘은 유치원을 일찍 끝내고 가는게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아이들 옷도 입히고 어질러진 책도 정리해야해서 나갈 때까지 꽤 오랜시간이 걸렸다. 루피는 아리엘 에게 책을 치우라고 말했지만 아리엘은 힘들다며 정리를 거부했다. 루피는 아리 엘에게 약속을 지키지 않고 정리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 이 유치원에 올 수 없 다고 말했다. 아리엘은 마지못해 책정리를 했는데 많이 어질러진 책을 보고 엄두 가 나지 않는지 책이 무겁고 정리가 힘들다며 투덜거렸다. 볼트와 리오는 책 치우 는데 열심이었다. 새미는 책 정리를 하다 말고 책을 펼쳐 읽고 있었다. 책정리가 거의 마무리되는 시점에 아리엘이 책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루피는 아리엘에게 약속을 지켜줘서 고맙다고, 책 정리를 함께 해서 고맙다고 말했다.

2020년 1월 16일 연구자의 현장노트 중에서

엄마들끼리 진지한 얘기를 하고 있는 사이에 새미가 사고를 쳤다. 교실 한쪽에

비치되어있던 투척용 소화기를 바닥에 던져서 깨뜨린 것이다. 오로라는 한숨을 쉬면서 새미를 데리고 교실로 들어가서 그러면 안된다고 얘기를 했다. 써니와 나, 한나는 소화기에서 흘러나온 액체를 닦았다. 오로라는 또 한숨을 쉬면서 요즘 새 미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속이 뒤집어진다고 말했다.

2020년 1월 31일 연구자의 현장노트 중에서

요컨대 ‘숲이랑 규칙’은 공동육아 생활을 더 수월하게 만드는데 즉각적 인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규칙을 설명하거나 이해시키는데 필요한 수단 인 ‘대화’는 여러 가지 협상의 통로를 만들었고 각 협상들은 지지부진하 게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엄마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예컨대 지시적 방식의 말하기가 ‘대화’를 통해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편리했겠지만, 다소 비효율적인 ‘대화’의 방식을 고집한 이 유는 결과적으로 그것이 ‘수평적 관계’를 생산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엄마들은 숲이랑놀자 생활을 통해 만들어진 이러한 아이들과의 ‘수평적 관계’가 공동육아 이전의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확고한 가치와 신념’을 깨뜨리는 요소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꽃마리는 이를 ‘약속의 융통성’으로 설명했다.

꽃마리: 근데 한번은 그런 일이 있었어. 이제 [아이가행복한]유치원을 다닐 때. 한 달 다녔잖아. 내가 일할 때. 간식에 맥스 먹을 수 있는게 하나도 없었어.

한달 동안. 그러니까 맥스가 계란 알러지가 있는데 보통 빵이나 뭐 이런 것들이야 보면은. 거의 없었거든, 먹을 수 있는 게 없었거든. 그래서 내가 이제 맥스 먹을 수 있는 거를 항상 싸갔어. 근데 뭐 가끔은 인제 먹을 수 있는 것도 있거든. 예를 들어서 뭐 오늘 오후에 고구마가 나온대. 그러면 너 이거 먹을 수 있으니까 엄마 간식 안 싸갈게 이러는데 얘는 빵을 가져 가고 싶은거야 집에 있는거를 지가 먹을 수 있는 거를. 그래서 내가 ‘그러 면은 맥스야 이거 가방에 넣을테니까 너가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먹 자’ 이렇게 약속을 한거야. 내가 맨날 약속 중요하다고 이래가지고 약속을 했어. 근데 유치원에 갔는데 오후에 고구마가 아니었던거야. 계란빵이었 던거야. 근데 선생님은 가방 안에 간식 있으니까 ‘아 꽃마리가 이거 맥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