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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립유치원-의존과 경계의 사이

를 형성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무관심의 문화”가 통용되는 도시생활 에서 새로운 친밀관계를 맺기란 매우 어렵다. 정헌목(2017)은 수많은 사 람들을 상대해야하는 도시생활에서 사람들 간의 “적당한 거리두기”는 불 필요한 감정적 교류나 간섭을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이용되며, 이는 곧 “무관심의 문화”로 발전되어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을 예의로 하는 일련의 행동 및 사고 패턴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한다. 아파 트나 거리에서, 마트에서 나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듯한 엄마들을 마주 친다할지라도 일련의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노력이 없는 이상 쉽게 친밀 한 관계를 형성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국 ‘독박육아’의 양상 은 “무관심의 문화” 속에서 나타난 도시적 양육의 한 형태인 것이다.

한 팔구십프로는 어느 순간 동탄에 뚝떨어진 사람들이에요 여기가.

전통적인 공동체가 없고 또한 “아이들 키우고 아이들 돌봐왔던 사회적 경험이나 어떤 지혜”도 없는 동탄에서 엄마들이 주로 양육의 도움을 받 는 곳은 사립유치원과 같은 유아보육·교육시설이다. 과거 유치원은 중산 층 이상의 경제적 수준이 되는 가정의 아이들이 다니는 사교육기관으로 여겨졌지만, 2012년 누리과정이 도입된 후에는 계층에 상관없이 유치원 에 다니는 아이들이 크게 늘어났다. 누리과정이란 유아교육 및 보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강화한다는 목적 아래 만 3세에서 5세까지의 유아교 육과 보육 내용을 통합하여 일원화한 국가 수준의 공통교육과정이다. 전 국 어느 유치원을 다니든지 대한민국 아이들은 누리과정이라는 동일한 교육과정을 제공받을 수 있다. 또한 누리과정을 운영하는 기관에는 정부 가 유아학비(어린이집의 경우 보육료)를 지원하기 때문에 학부모부담금 도 과거보다 훨씬 적어져 누리과정이 도입된 이래 점점 더 많은 아이들 이 유치원을 다니게 되었다. 교육부는 누리과정을 도입하며 초·중등교육 처럼 유아교육도 ‘사실상 의무교육화’되었으며 유치원 또한 ‘사실상의 의 무교육기관’이 되었음을 선언했다.14) 이제 아이들은 5살이 되는 해부터 출근도장을 찍듯이 매일 아침 유치원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선생님을 만 나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일상의 규범과 공동체의 원리를 배운다. 다음은 연구자의 현장노트 중 일부를 발췌한 것으로 동탄의 어느 대단지 아파트 앞에서 매일 아침마다 벌어지는 풍경을 스케치한 글이다.

동탄신도시 어느 대단지 아파트의 정문 앞, 매일 아침 그곳에는 단정한 원복을 차

14) 교육부가 제공하는 2012년 누리과정 안내서에 따르면 만 3세에서 5세 누리 과정은 의무교육은 아니지만 매달 정부가 정하는 교육 및 보육비를 지원받게 됨으로써 “사실상 의무교육이 12년으로 확대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당시 교육부는 홍보자료를 통해 누리과정의 교육내용이 초·중등 교육 과정과의 연계성을 고려하여 구성되었다는 점을 강조하였는데 이는 학부모들 이 자녀를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볼

려입고 자기 몸의 절반쯤 되는 노란색 가방을 멘 아이들이 유치원 버스를 기다린 다. 무료한 시간에 지친 아이들은 보도블럭 사이를 무심히 지나가는 공벌레를 툭 툭 건드리고 그 주위를 둘러싼 엄마들은 아이들에게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삼삼오 오 모여서 일상적인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간혹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마중하는 때도 있지만 엄마들 무리와는 섞이지 못한 채 길 한편에 서서 무심히 버스를 기다린다. 곧이어 유치원 버스가 도착하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자리에 앉 은 것을 확인한 엄마들은 창문에 대고 아이들을 향해 잘 다녀오라고 손을 흔든다.

차가 출발하고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던 엄마들은 다시 각자 의 집을 향해 종종 거리는 걸음으로 뛰어간다.

2019. 10. 15 연구자의 현장노트 중에서

유치원 차량이 떠나고 집으로 돌아가며 엄마들은 아이들을 유치원에

‘맡긴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맡기는 행위’는 두 가지의 층위로 해석된다.

우선 ‘아이를 맡기는 행위’에는 비용이 발생한다. 사립유치원은 아이를 공짜로 맡아주지 않는다. 국·공립유치원의 교육비는 전액 국가가 부담하 지만 사립유치원은 수업료, 현장학습비, 차량운영비 등의 명목으로 매월 일정금액의 ‘원비’를 내야 한다. 아이의 부모는 사립유치원에 ‘원비’를 내 고 사립유치원은 부모-자녀에게 교육·보육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이 둘 사이의 자본주의적 이해관계가 성립한다. 따라서 부모들은 원비가 비쌀 수록 유치원이 그만큼 “돈의 값어치”를 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또한 요구 한다. 깊은산이 지적하고 있듯이 부모가 유치원에 원비를 내고 ‘아이를 맡기는 행위’는 돈에 상응하는 선에 한해 부모-사립유치원의 대등한 관 계를 형성한다.

깊은산: 근데 특히 동탄의 엄마아빠들이 가장 많이 착각하는게 이제 이 교사들에 대한 생각이 교사는 서비스를 하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엄청 강해요. 누 구한테? 나한테. 내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니라 나에게 친절한 상 담사이자 나에게 서비스 제공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그래서 예를 들어서 교사가 뭐 말을 친절하지 않게 한다 나한테, 그건 나쁜 교사. [중 략] 이번에 비리유치원으로 주목했던 데들이 다 이번에도 애들 꽉꽉 채웠

어요, 꽉꽉 채우고 막 경쟁률도 있고 그랬거든요. 그런 분들은 그렇게도 생각을 했어요, ‘뭐 원장이 돈을 좀 남길 수도 있지. 내 애만 잘 봐주면 되 고 내가 내는 돈만큼만 서비스만 받으면 되지’. 예를 들어서 내가 칠십만 원을 냈는데 이 사람이 나한테 칠십만원치 서비스를 해주고 자기는 돈을 좀 남겨가지고 자기가 좀 가지는 거는 상관없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차이가 있는거에요.

그러나 아무 유치원에나 아이를 맡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공립유치 원은 국가가 운영하고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믿음이 가지만, 사립유치원 은 무엇을 기준으로 평가하여 아이를 맡겨도 될 유치원, 혹은 맡기면 안 될 유치원으로 구분하여야 할지 혼란스럽다. 원장도, 아이의 선생님이 될 사람도 일면식 하나 없이 전혀 모르는 사이이고 안전을 이유로 외부인의 출입이 금지된 공간(유치원)에서 의사표현도 명확하지 않은 5살 아이 혼 자 떨어져 지내야 한다는 사실은 부모의 불안을 증폭시킨다. 아이를 유 치원에 맡기려면 이러한 불안을 상쇄시킬 만한 믿음, 즉 ‘아이를 내 자식 처럼 돌보고 가르쳐 줄 것이라는 믿음’이 필요하다.

여기서 ‘아이를 맡기는 행위’의 두 번째 층위가 발생하는데, 부모는 아 이가 유치원에서도 가정 안에서와 마찬가지의 돌봄을 받을 수 있도록 유 치원을 가족 혹은 공동체와 동일한 존재로 설정하고 유치원이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끊임없이 탐색하고 관찰하려든다. 지그문트 바우만 (Zigmunt Bauman)이 『모두스 비벤디』(2015)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처 럼, 도시는 공포를 배태하고 있는 공간이다. 낯선 이방인들이 끊임없이 유입되고 헤매이는 공간에서 실존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사람들은 “유 지하고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적 관계”를 염원한다. 부모들은 사립유치 원이 자신들과 같은 ‘울타리’, 즉 자신들과 ‘동일성의 공동체(community of sameness)’ ‘안’에 있는 존재인지를 확인하려 드는데 그것은 유치원이 아이에게 가족 혹은 공동체와 ‘같은’ 행동양식을 보이는지 관찰하는 행동 을 통해 나타난다. 아래 루피(40대, 女)의 이야기에서 알 수 있듯이 엄마 들은 어린이집/유치원을 쉽사리 믿지 못한다. ‘믿음’의 근거는 “내가 내 는 돈만큼”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집/

유치원에 대한 ‘믿음’은 실상 진실한 믿음이 아니며 주위의 평판이나 소 문, 아이가 밖에서 선생님을 만날 때 하는 행동 따위를 통해 쉽사리 깨 어질 수 있는 것이다.

루 피: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내가 좀 불안하니까 옆에 좀 끼고 있고 싶은 마음도 있었거든 [중략]

연구자: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던 이유는 뭐야?

루 피: 어린이집 문제를 보고 선생님, 이제 길가에서 마주쳤어. 마주쳤는데 대부 분 선생님들은 어머 아리엘~ 이러는데, 아리엘이 그때 이제 삼십 몇 개월 때니까…. 막 걷다가 선생님 딱 마주치더니 깜짝 놀라가지고 등을 딱 돌리 면서 막 도망가는거야. 그래 그걸 보면서 그냥 그냥…. 유추하는거지만 그 냥 주위에서도 별 평판이 안 좋은 어린이집이긴 했는데. 거기서 약간 처음 에 한번 딱 이거는 아닌갑다 했는데 두 번째 어린이집…. 겨우 1년은 다녔 는데 그 기간 동안도 좀 이렇게 선생님하고 좀 그런 게 있었어. 선생님은 계속 앉으라고 하고…. 아리엘은 자다가 밤에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앉 아”이러면서 막 울었거든. 그러니까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거지. 선생님은

‘앉아 뭐 이렇게 해라’ 이러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학부모들은 “내가 내는 돈만큼”만 유치원을 믿지만 유치원에게는 그 이 상으로 아이에게 대해줄 것을 요구한다. 가족이나 공동체처럼, 그러나 가 족이나 공동체가 언제나 그래왔던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내 자식을 보호하고 아끼고 사랑해주길 원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대와 요구는 ‘돌 봄’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다. 돌봄이라는 행위는 돌봄주체와 객 체 사이에 일어나는 감정적 교류에 기반하여 관계가 형성되며 그에 따라 돌봄의 제공 과정에서 필수불가결한 감정노동이 발생한다(김유나 2013).

‘보육시설’이라는 이름처럼 유치원에서도 감정노동은 발생하며 또한 요구 된다. 아이를 돌보는 과정에서 엄마들이 감정없는 로봇처럼 행동하지 않 듯이 유치원도 아이들에게 애정과 관심을 담아 보살필 것으로 부모들은 기대한다.

유치원 역시 부모들의 이러한 믿음과 기대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유